로마를 소개할때면 언제나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에서 시작하여 로마 탄생의 근원지인 팔라티노 언덕과 그 아래 포로 로마노에서 로마의 숨결을 더듬어 보는 일정을 소개합니다.
콜로세오(Colosseo, 콜로세움)의 원래의 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극장’이었습니다. 이 건물터는 베스파시아누스의 전임 황제인 네로 궁전의 인공호수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것인데 이곳에 한때 네로황제의 거대한 황금동상이 있었습니다. 이 황금동상이 거상이어서 '거대하다'는 뜻의 라틴어 콜로살레(Colossale)에서 그 이름이 비롯한 것입니다.
베스파시아누스(Titus Flavius Vespasianus 9~79)때 짓기 시작하여 그의 아들 티투스(Titus 39~81/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같다)때 완성되었습니다. 4층 구조물인 이 경기장의 높이는 48m에 최대 지름 187m로 5만 명 이상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거대한 구조물을 그 옛날 단 5년 만에 지었으니 고대 로마의 건축술에 대한 경탄과 동시에 백성들의 희생의 대가가 그려지는 건축물입니다.
서기 312년에 콘스탄티누스는 정적인 막센티우스를 로마 외곽의 밀비안 다리 전투에서 패배시켰습니다. 이 전투를 이끄는 중에 태양 아래에 빛을 발하는 십자가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이 이야기는 만들어진 이야기로 시대적으로 볼 때 맞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이 전투를 승리를 이끈 후 로마에 그리스도교를 공인했고 기독교는 로마의 주력 종교가 되었습니다. 이 전투를 기념하기 위하여 315년 원로원은 이 콘스탄티누스 개선문(Arch of Constantine)을 지어 봉헌하였습니다. (사실 이 기념물은 기존의 건축물에서 떼어낸 재료를 이용해 건설한 중고품입니다.)
트라야누스 황제는 이탈리아 외부 출신으로 사실상 최초로 황제에 오른 인물입니다. 스페인 세비야 근처가 고향으로, 로마황제 가운데 제국의 영토를 최대로 확장한 황제이기에 위대한 황제로 손꼽히죠. 그래서 그 당시 그가 지은 건축물들이 로마에 다수 있습니다.
여행 TIP포로는 영어의 Forum에 해당하는 말로 '공공집회 장소'를 뜻합니다. 즉, 원로원, 신전, 재판소 등의 공공시설이 모여 있는 장소이죠. 제국의 공회장인 포로 로마노(Foro Romano)는 팔라티노 언덕과 캄피돌리오 언덕 사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포룸이 생긴 이후 로마에는 각 황제의 권위와 의지에 따라 모두 다섯 군데의 포룸(카이사르 포룸, 아우구스투스 포룸, 평화의 포룸, 트라야누스 포룸, 네르바 포룸)이 생겨났습니다. 모두 포로 로마노 안에 있거나 주변에 있습니다.
여행 TIP로마 제국시절에 건설된 개선문은 로마에 현재 3개가 남아 있습니다. 그 중 티투스 개선문(Arch of Titus)은 가장 오래된 건축물(1세기 후반)로서 티투스가 아버지 베스파시아누스를 도와 예루살렘에서의 유대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념물입니다.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Acrus Septimius Severus)은 원로원과 로마시민이 아프리카 출신의 셉티미우스 세베레스 황제가 두 왕자(카라칼라와 게타)를 이끌고 파르티아(이란)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봉헌한 기념물입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로마역사에 있어서 잔인한 황제로 꼽히는 카라칼라가 황제에 오른 뒤 동생을 살해하고 기념물에서 동생의 흔적을 없애 버렸다는 점이죠.
화강암 기둥(기원전 496년)과 연단(기원전 42년)은 포로 로마노에 있는 사투르누스 신전(Tempio di Saturnus)의 유적입니다. 사투르누스 신전은 국고를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라티움(Aeratium)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이 신전은 농업의 신 사투르누스를 기리는 사투르날리아 축제(당시 가장 큰 축제 중의 하나)의 중심지였습니다.
카스토르와 폴룩스 신전(Tempio di Castore e Polluce)은 주피터의 쌍둥이 아들 카스토르와 폴룩스에게 바쳐진 신전입니다. 두 쌍둥이 신은 기원전 496년에 벌어진 레길루스 호수의 전투를 앞두고 로마군의 승리를 예언했다고 전해집니다. 두 신은 로마 기마대의 수호신이어서 기사들의 열병식은 매년 이 신전 앞에서 거행했습니다.
사투르누스 신전 왼쪽에 신전은 없어지고 기둥 세 개만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몇 발자국만 옮기면 로마제국 도로의 원점인 황금기둥이 있습니다.
베네치아 광장(Piazza Venezia)은 테르미니 역과 함께 교통의 중심 역할을 하는 장소입니다. 이 광장에 흰 대리석이 유난히 빛을 발하는 건물은 통일 기념관입니다. 또한 기념관 주변에 주변환경과 잘 어울리지 않아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베네치아 궁전이 있습니다. 건물 앞에 말 탄 동상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의 모습으로 이탈리아 통일을 달성한 국부(초대 왕)를 기리는 기념상입니다.
이 건물은 19세기 말에 건축되기 시작하여 1911년 왕국설립 50주년에 맞추어 완성된, 로마로서는 새내기 건축물입니다. 그런데 이 건축물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화려하고 장대한 건축물이지만, 로마시민에게는 2800년 역사의 구심점인 캄파돌리오 언덕을 시야로부터 가로막고 있어 철거 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아우렐리우스 원기둥의 시조격인 이 트라야누스 원기둥(Columna Trajana)은 트라야누스(Nerva Traianus 98~117) 황제가 두 차례의 다키아(고대 루마니아)원정을 승리로 이끈 것을 기념하여 헌정한 기념물입니다. 나선형으로 섬세하게 새겨진 조각상은 좋은 역사 자료입니다.
콜론나 궁전(Palazzo Colonna)은 '콜론나 가'가 20여 세대 이상 살아온 곳입니다. 본래 13세기에 지은 건물로 단테가 로마를 방문할 당시 머물렀다고 합니다. 추기경 조반니와 자코모 콜론나가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으며 오도네 콜론나가 교황 마르티노 5세로 즉위하기 전에 살던 집입니다. 이 궁전은 현재 콜론나 회화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궁전 앞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둥이 서있습니다.
'명상록'을 저술하기도 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161~180) 때는 안팎의 분쟁으로 시달렸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건설 사업은 그대로 진행되었습니다. 포로 로마노에 있는 트라야누스 기념 기둥을 본 뜬 기념물로서 30m 이상의 높이의 원기둥 둘레에는 나선모양으로 당시의 전투장면이 새겨져 있어 역사상 좋은 자료가 됩니다.
기원전 6세기경 로마 왕정 시대 때 로마 최고의 신 주피터에게 바칠 신전을 건립할 장소를 정하고 터를 조성하는데 흙속에서 범상치 않은 사람의 두개골이 나왔습니다. 점성가는 이 두개골이 아주 옛날 신화속의 영웅 주피터의 두개골이라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신전을 지을 언덕을 '주피터의 머리'라는 뜻의 '카푸트 올리(Caput Oli)'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영어의 캐피틀(Capitol 국회 의사당)이란 말도 '머리'라는 말에서 유래합니다. 그러니 캄피돌리오 이곳은 세계의 머리란 뜻입니다.
그런데 로마제국의 멸망과 더불어 이 장소도 '몬테 카프리노(Monte Caprino), 즉 염소의 언덕'으로 불리며 염소들을 놓아먹이던 잡초지로 변해 버렸습니다. 이러다 16세기 들어 교황 파울루스3세가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에게 부탁해 성스러운 이곳을 다시 디자인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캄피돌리오 광장(Piazza del Campidoglio)에 올라 주피터와 미켈란젤로의 정기를 받아 오도록 해보세요. 광장 바닥에 새겨진 선과 계단 등의 원근법에 의한 시각적 효과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죠.
진실의 입(Bocca della Verita)은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한쪽 벽면을 장식한 지름 1.75m 크기의 대리석입니다. 옛날 하수구 뚜껑으로 사용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지만 용도상으로 볼 때 분수용 장식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돌 장식입니다. 이 돌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오드리 헵번이 나오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남자 주인공 그레고리 펙이 진실의 입안에 손을 넣었다가 빼는 장면 때문이죠.
여행 TIP치르코 맛시모(Circo Massimo)는 팔라티노 언덕과 아벤티노 언덕 사이의 계곡을 깎아 만든 대전차 경기장 터로 영화 '벤허'의 대전차 경기를 촬영한 곳입니다. 수용인원이 자그마치 30만 명 이상이라 하니 웬만한 도시 인구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