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월 7일, 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범경기는 친구 이대호를 만났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미 사석에서 두 차례의 회동이 있었지만(맞습니다. 그 유명한 ‘삼겹살 파티’입니다^^)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장에서 만난 부분이 소름이 돋을 정도의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시애틀과 텍사스에는 한국, 일본 선수들이 뛰고 있습니다. 시애틀에는 이날 선발투수로 나온 이와쿠마와 아오키, 그리고 대호가 있고, 우리 팀에는 저랑 다르빗슈가 활약 중이다 보니 이날 경기장에선 한일 투타 선수들의 만남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원정팀으로 온 대호가 경기장에 먼저 도착했던 모양입니다. 저를 보자마자 “왜 이렇게 늦게 나오노?”라고 뭐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대호야, 베테랑들은 경기 시작 15분 전에 나오거든”이라고요^^. 홈에서 이뤄진 시범경기니까 가능한 얘기이죠.
부산 수영초등학교에서 함께 야구를 했던 이대호. 대호랑은 고등학교 시절 라이벌 팀의 투수로도 활약했습니다. 전 부산고 에이스였고, 대호는 경남고 에이스였으니까요. 서로 선발 투수로 나와서 제가 던질 때 대호가 홈런 치고, 대호가 던질 때 제가 홈런치던 장면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정말 만화 같은 그림들이었어요. 양 팀 학교 학생들의 응원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친구가 던지면, 친구가 홈런치는 그런 장면들…. 더욱이 대호랑 전 각 팀에서 3번타자로 뛰고 있었거든요.
당시 방망이는 대호가 저보단 더 잘 쳤습니다. 솔직히 전 타자로 성공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투수로 입지를 다질 생각을 했기 때문에 운동도 타격보다는 어깨와 다리를 단련시키는데 집중했습니다.
이후 대호는 롯데 자이언츠에 투수로 입단했고, 전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저도 당시엔 투수로 뛸 줄 알았었죠. 그러나 대호나 저나 프로에선 투수가 아닌 타자로의 전향을 권유받았습니다. 대호는 프로 초기엔 부상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2004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고, 그 후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전 빅리그에 오르기 까지 오랜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머물러야 했습니다. 당시 제 동기였던 오승환, 김태균, 정근우, 이대호는 프로에서 최고의 선수에 올랐습니다. 이치로란 벽에 가로 막혀 트리플A에서만 머물렀던 저로선 한국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 했고, 마음을 더욱 독하게 먹는 계기를 삼기도 했습니다.
<추신수와 이대호가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해후하는 모습. 시애틀의 아오키 노리치카, 루이스 살디나스 선수도 추신수와 반갑게 포옹을 나눈다.(사진=이영미)>
2007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가족들 때문에 잠시 한국행을 생각하며 흔들렸지만 전 그 후로 이런 결심을 굳히게 됩니다. 성공을 하든 못하든 미국에서 야구를 끝내겠다고요. 설령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서만 머문다고 해도 제 야구는 이곳에서 마무리 짓겠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돌이켜보면 만약 제가 시애틀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전 지금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겁니다. 여전히 전 이치로 선수의 백업 멤버로 머물렀을 테니까요. 그래서 클리블랜드로의 트레이드가 신의 한수였던 셈입니다.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대호와 뜨겁게 포옹하면서 순간 우리의 깊은 인연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지금 대호는 1루수 자리를 놓고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처지입니다. 제가 이치로 선수의 백업이었듯이 대호도 아담 린드의 백업 선수로 뛰고 있지만, 대호라면 분명 자기 자리를 찾을 것이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보란 듯이 ‘성공’이란 신화를 써내려갈 것입니다.
전 대호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경기장에서 만난 대호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항상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재미있게 야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오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왔다고 말하는 대호의 얘기를 들으며 그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결정을 했는지 십분 이해됐습니다. 대호랑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일기를 마칩니다.
* 이 일기는 추신수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 추신수 선수가 개막전 입장권 4장을 쏩니다!
한 가지 알려드립니다. 지난 번 ‘추신수 선수와 라이브 톡’을 진행하면서 추신수 선수가 질문을 남겨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선물을 드리겠다고 약속했었죠. 유니폼, 모자, 방망이, 스파이크 등은 이미 한두 차례 선물로 나갔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추신수 선수가 4월 5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 홈구장에서 펼쳐지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개막전 입장권 4장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1인당 2장씩 총 2분에게 드립니다).
항공권은 본인 부담입니다. 메이저리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시간과 여유가 되신 분들 중에서, 이 개막전을 보시고 싶은 분들은 댓글에다 ‘개막전 입장권을 원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겨주세요. 텍사스 레인저스 개막전 입장권을 원하는 분들 중 추첨을 통해 2명을 선정, 입장권 2매씩을 드립니다. 직접 관전하실 수 있는 분들만 댓글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당첨자는 다음 일기 때 공지할 예정입니다.
첫댓글 경열이 빠르넹~~~
드디어 시즌이 다가오는군요.
올시즌도 추신수선수 잘해내리라 생각합니다. 근데 이 일기가 왜 2번째일까요?
개막전에서 꼭 다시 만나게 되길~~
넘넘 기대되는 2016년~~~
추신수선수 파이팅! 이대호선수 파이팅!
항상 기대되는 추신수 선수의 일길^^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