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려는 이야기도 5 ~6 세 경의 이야기로 생각 된다.
내 친구 용길이네 집은 대밭이 집뒤를 병풍처럼 두르고, 겨울에는 양지 바른 집이어서,
마당은 온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 였다.
어느날, 내 바로 아래 동생과 그 집 마당에서 놀다가, 다른 아이들과 바로 앞집 담을 타고 아랫집으로 내려 가는데,
나도 겨우 그 담을 내려가고 올라오고를 하는 처지라서 ( 내동생은 나 보다 세살 아래이니 아마 돌 지났거나 세살쯤? ),
내 동생보고 "너는 길로 비~잉 둘러서 나 있는 곳으로 오라" 고 했다. ( 담 높이는 약 1.5M 남짓 추정 )
그러고는 나는 내 동생이 나 있는 곳으로 오지 않는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참 동안 놀다가 집으로 갔다.
아뿔사 ! 이게 웬일인가?
내 동생 이마에 상처와 함께 피가 났었던게 아닌가!
할머니가 나에게 불호령을 치시면서, "넌 네 동생이 이렇게 다치도록 혼자 놔두고 혼자 어디로 다니다가 이제 왔느냐?" 야단이시다.
상황인 즉슨, 우리 뒷집의 외래종 사나운 장닭이 길에 다니다가 내 동생에게 달려들어 내 동생 이마를 집중적으로 쪼면서
집에까지 내 동생을 따라왔던 것이다.
그 때는 닭을 전부 방사해서 키우던 시절이다.
그러면, 닭들은 온 동네를 쏘 다니면서, 남의 채소밭을 망가트리거나 건조를 위해 늘어놓은 곡식들을 발갈퀴로 흐트려 놓으면,
닭주인과 피해자의 다툼이 되기도 했다.
그후, 내 아우는 성장해서 교편생활 ( 거창상고와 서상고등학교 근무 )을 하다가 몇년전 간경화로 나보다 먼저 이 세상을 이별하고
육신을 불태워 한 줌의 재가 되어, 지곡 톨게이트 뒷산 하늘공원에서 영면해 있다.
이 세상 올때는 내가 먼저 와서 내가 저보다 어른인데, 역으로, 먼저 죽는 사람이 어른이라더니, 나보다 어른이 되고 싶어서일까?
이생에 아직 내 동생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남겨두고, 저 혼자만 편하자고 그렇게 훌쩍 떠나버렸다.
불교에서, 會者定離(회자정리 :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 라 하여 인생의 무상함을 일깨워 주기는 했건만,
나는 아직 내 아우를 완전히 떠나 보내지 못한 것 같다.
어머니도 아직 살아 계시는데 말이다...
괘씸한 사람 같으니라고...
첫댓글 먼저 보낸 동생의 아픈 과거가 있는 친구에게 무어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하지만 이젠 누가 먼저고 뒤라 할수 없는 그런 삶을 보낸 사람 부지기수 일텐데,
여기에 추억담으로 올린 친구에게 심심한 위로의 글로 대신 할까 합니다.
민수야 동생을 잃어 보지않은 사람은 모르겠지
부모 보다 먼저 보낸 심정을 .....
난 둘이를 먼저 보냈단다,
세월이 흘러도 가끔씩 생각이 나고 해......
민수야, 너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동생을 보내고, 모친의 괴로운 마음을 다 감싸 안고
조카들 보듬어 주는 자네가 존경스럽네.
근데, 지금의 아픔은 얼마지 않을 걸세... 힘내,... 열심이 살자.
글을 올리다 보니, 감정이 울컥해져서....
친구님들께 미안!!
그게 친구들이니까 어떤 이야기를 해도
허물이 되지 않는다고 봐요.
마음에 있는걸 글로 풀어 놓는것도 조금은 위안이 될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