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연이 가자는 대로 가다 보니 택시가 도착한 곳은 강상류에 있는 한 러브 호텔 앞이었다. 택시를 타고 이런데 오는 사람은 없는지 차를 세워도 호텔에서는 내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유미연이 차에서 내렸다. “기다릴까요?” 유선우가 운전대에 앉은채로 물었다. “차 세워 놓고 들어와.” “왜요?” “시간이 걸릴 거니까.” “괜찮아요. 일보고 나오세요. 전 차에서 기다려도 됩니다.” 유미연은 안으로 들어갔다. 드라이브를 하겠다는 사람이 느닷없이 러브 호텔까지 왔으니 알 수 없는 일이다. 골치 아프니까 혼자 쉬든가, 필요하면 누굴 전화로 불러낼지도 모른다. 유선우는 그렇게 생각하고 택시를 한쪽으로 뺀 후 시트를 뒤로 젖혀 놓고 차분히 기다렸다. 일단 방을 잡고 들어가면 금방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유미연이 들어간지 10분도 안 되어 호텔의 젊은 사내가 나오더니 608호실에서 손님이 기다리고 있으니 들어가 보라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가서 내린 후 608호실을 찾았다. 맨 끝방이었다. 노크를 했으나 안에선 아무 대꾸도 없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더블 침대위에 유미연이 벗어놓은듯 흩어진 옷이 보이고 욕실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인적기를 느꼈는지 그 소리가 잠시 멈췄다. “저 부르셨어요?” “그래. 잠시만.” “뭐 시키실 일이 있습니까?” 대답이 없었다. 그러더니 조금 있자 욕실 문이 열리면서 넓은 욕수건으로 가슴과 무릎 위만을 가린 유미연이 나왔다. “앉아.” 비어 있는 소파를 가리키며 유미연은 하얀 목덜미에 남은 물기를 닦았다. “따로 시키실 일이 없으면 전 차에 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거기 앉아 있어도 누가 뭐랠 사람 없는데 왜 이래?” 유미연이 핸드백에서 로숀을 꺼내 얼굴과 손발에 바르고 유선우의 옆으로 와 앉으며 눈을 흘겼다. “샤워하시는 줄 알았으면 천천히 올라오는 건데, 죄송합니다.” “그런 예의 바른 소리는 듣고 싶지 않구…미스터 유!” “녜.” “여자 친구 있어?” “없습니다.” “어제 보니까 참을성이 있던데, 나한테 실망했지?” “글쎄요. 전 술 드신 분을 댁에 모셔다 드린 것 뿐인데요 뭐. 실장님이라는 분한테 뺨을 맞은 것도 제 잘못 때문이죠. 섭섭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유미연이 냉장고를 열고 오렌지 주스 두 잔을 탁자 위에 갖다 놓았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네. 주스 들어.” 실장 얘기는 피하고 싶은지 더 꺼내지 않았다. 주스를 마셨다. 유미연이 침대 위에 있는 리모컨을 집어 텔레비전을 켰다. 젊은 한쌍이 욕실에서 정사를 벌이고 있는 포르노 필름이었다. “이거 봐도 되지?” 유선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난 자주 봐. 좋아하거든.” 욕조에서 정사를 벌이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침대로 옮겨 계속하는 그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영화 처음 보는 건 아니지?” 언젠가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노정윤이 한번 보여준 일이 있다. 그땐 처음이라 정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대답을 않고 있자 유미연이 거듭 물었다. “처음이야?” “아뇨.” “보고 있으면 이상해지지 않아?” “글쎄요….” “난, 너무 관심이 많나 봐.” 유미연은 소파에서 일어나 침대로 걸어갔다. 그때 어찌된 일인지 가슴을 가리고 있는 욕수건이 흘러내렸다. 욕수건이 풀려 무릎 아래로 흘러내렸으나 유미연은 그것을 여미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미스터 유….” 침대에 앉으면서 유미연은 이미 다 드러난 알몸을 가리는 시늉만 했다. 유선우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저, 내려가 있겠습니다.” “그 말은 이미 시효가 지났어. 이쪽으로 올래?” “아뇨….” “그러지 마. 미스터 유 올라와 달라구 할땐 나도 그냥 부른 게 아냐. “그럼 아무 일이나 시키시죠. 그러기 위해 절 부르신 거 아닙니까.” “그래. 나, 여기 좀 주물러 줄래?” 유미연이 어깨를 가리켰다. “좋습니다. 주물러 드릴 테니 옷부터 입으세요.” “왜? 내 몸이 할머니 같애서 보기 싫은 거야?” “보기 좋아서 그랬습니다. 로페즈 같아서요.” 유미연은 소리를 내어 웃었다. “내가 로페즈 같으면, 유선우는 브래드 피트 같겠네. 아니, 그럼 유선우가 연상이 되어야 겠지. 자, 어서!” 유미연은 그나마 몸 한쪽만 시늉 삼아 가리고 있던 욕수건을 풀어버리고 침대위에 엎드렸다. 엎드린 자세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자의 나신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유미연은 약간 통통하니 살이 붙긴 했으나 원래 모델 출신이 아닌가 싶도록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혹시 모델 출신 아니세요?” “그건 어떻게 알았지?” “몸매가 디자이너로서는 너무 훌륭해서요.” “미스터 유한테 그런 말 들을 줄은 몰랐네. 나, 기분 좋은데. 미스터 유….” “녜.” “어서 주물러.” “좀 거북한데 수건을 덮을까요?” “아니. 나 안마 받을 땐 언제나 벗고 받아. 그렇게 해야 더 효과가 있거든.” 유선우는 침대 위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앉아 유미연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유미연의 살결은 결이 곱고 은영이 보다는 더 부드러웠다. 이상하게 어젯밤 흠씬 젖었던 은영의 체취가 유미연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는 콧끝에서 떠돌고 있었다. 유미연이 가벼운 탄성을 올렸다. “너무 시원하다…아아, 너무 시원해….” “아프지 않습니까?” “아프면서 시원한 걸. 근데 웬 손심이 그렇게 좋아?” “남자니까 그렇겠죠.” “그게 아니고, 쥐는 힘이 엄청난데 그래.” “운동을 해서 그런가 보군요.” “맞아, 그런 줄 알았어. 무슨 운동했어?” “호신술 비슷한 거예요.” “어머, 그럼 무술 한거 아냐?” “녜. 그런데 무술인지 어떻게 아셨어요?” “나, 패션 모델 하다 디자이너가 되었는데 모델 할때 몸 가꾼다고 도장에 두어 달 나간 일이 있어. 선배 언니들이 무술 배우면 체력 단련도 되고 몸이 유연해진다고 권하더라구. 근데 미스터 유는 무술 오래 했어?” “녜, 남 가르칠 정도는 했습니다,” “어머, 멋있다. 도장 다녀서 그런지 난 무술 하는 남자가 좋아.” “그럼 어제 그 실장님도 그런 운동 하셨나요?” “아니. 골프족이야…어, 거기, 거기… 조금만 더 아래로….” 무심결에 그랬는지 모르나 이야기를 하면서 유미연이 몸을 옆으로 돌렸기 때문에 침대 매트에 눌려 있던 유방이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그러나 유미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것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이라도 하듯 물었다. “어때, 내 유방 크지?” “글쎄요.” “모델 할땐 유방이 크다고 수영복 단골이었어. 한번 만져 볼래?” 유미연은 유선우의 손을 끌어다 거기에 얹어 주었다. 유미연이 쥐어 준 유방은 은영의 그것 보다 훨씬 컸다 은영의 유방이 서양배처럼 예쁜 모습을 하고 있다면 유미연의 그것은 서양의 포르노 스타들이 보여 주는 속칭 ‘빅 팃’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유선우는 자기 손에 쥐여져 있는 그것에 압도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대로 있었다. 유미연이 자신의 유방을 한 손으로 받쳐 올려 주면서 말했다. “왜, 그러고 있어? 괜찮으니까 만져 봐.” “그래도 될까요?” “미스터 유, 설마 여자 유방 처음 손에 쥐여 보는 건 아니지?” “녜.” “그럼 어디 말해 봐.” “물론 제가 아는 한 엄청 큽니다.” “부러운 생각 들지 않아?” “조금요.” “그런데 사실은 유방이 크면 다른 사람 보기엔 좋지만 본인은 그게 아냐. 어깨가 앞으로 당기는 것 같고 얼마나 결리는지 몰라. 고통이라구. 도장 두어 달 다니다 그만 둔 것도 그 때문이었어. 뛰거나 격렬한 운동을 하면 여간 거추장스러운 게 아냐.” 유선우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이야기를 유미연은 태연히 남의 얘기 하듯이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유과장님은 체격이 크시니까….” “그건 있어. 내가 1미터73이 거든. 키가 작았으면 안 어울렸을 거야. 미스터 유는 80 넘지?” “82입니다.” “이 담에 우리 패션 몰 남성복 패션이 있는데 옷걸이가 좋으니까 한번 서볼래?” “저더러 모델 해보란 얘깁니까?” “미스터 유는 하지가 길어서 캐주얼 스타일로 무대에 서면 잘 어울릴 거야.” “한번도 해본 일이 없는데요.” “염려 마, 그건 내가 알아서 해줄 거니까. 가을 쯤 열 예정이야, 아직 시간 많아.” 이야기를 하는 동안 유미연은 엎드린 자세를 바꿔 옆으로 누워 유선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안마를 받는 자세로는 좀 불안정했으나 유선우에게 유방을 쥐여 주기에는 더 좋은 자세였다. “어깨는 그만 하구 거기 마사지 해봐.” “마사지는 안해 봤는데요.” “운동할 때처럼 해봐.” 유선우는 손바닥을 편채 유방에 얹고 서서히 원을 그리면서 어깨쪽에서 배꼽 쪽으로, 다시 배꼽 쪽에서 어깨 쪽으로 마사지를 해 나갔다. “좋아, 아주 잘하고 있어. 누구에겐가 해본 솜씨 같은데.” “아뇨. 처음 해보는 일입니다.” “오일만 바르면 정말 멋진 마사지가 되겠는데….” “있으면 주세요.” “없어. 참, 콜드 크림을 대신 바르면 되겠네.” 유미연이 침대 한켠에 던져 둔 핸드백에서 콜드 크림을 꺼내 주며 이번에는 아예 천정을 보고 반듯하니 눕는 자세로 고쳤다. 이제 유선우 앞에 가려진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유선우는 그러나 최면에 걸린듯 자신도 모르게 콜드 크림을 듬뿍 두 손바닥에 찍어서 편 다음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맨손으로 할때와는 달랐다. “미용실 가면 피부 관리하는 애들 있거든. 걔네들이 전신 마사지 해주는데미스터 유가 걔네들보다 훨씬 나아.” “정말 그렇습니까?” “정말이야. 이런 느낌, 걔네들한테 기대할 순 없어. 미스터 유….” “녜, 콜드 더 바를까요?” “그래. 그리고 거기, 거기….” 유미연은 몸을 움찔했다. “거기서 조금만 더….” “거기까지 해도 괜찮겠어요?” “괜찮지, 부끄러워 마, 예사롭게 생각하구… 그래, 아주 리럭스해지는 거 있지. 그대로 기분 좋게 잠이 들것만 같은…런 느낌, 멋있어. 멋있어….” 유미연의 두 팔이 유선우의 목을 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