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239 --- 오늘은 오늘대로 할 일이 있다
시간은 끊임없이 우리의 주위를 스쳐 지나간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강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밋밋하기도 하고 아예 무관심하기도 하다. 하는 일이 없이 빈둥거리면 더 그렇지 싶다. 그러다가 바쁘게 되면 정신없이 시간이 갔다고 할 만큼 시간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 뭔가 와 닿는 것 같다. 뭔가 집적거려 자극받았는지 좀 더 진지하게 살아가자고 한다. 그러자고 거침없이 약속 아닌 약속을 하면서 마음속에 다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일이 있었나 싶도록 까맣게 잊어버리기를 수없이 거듭해왔다. 참으로 염치없는 짓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이번은 틀림없다고 당당하다.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아 있으면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때로는 잘 아는 얼굴 같으면서 은근히 반갑다는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마치 누군가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간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면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 속에서 사람이 그리운 것 같기도 하다.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하기도 하다. 내가 그들 속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셈이다. 서로가 알지 못하는 낯섦에서 아직 주인공이 못된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서로서로 틈틈이 눈치만 살피는 것 같다. 그것도 한가할 때나 드러나지 바쁘면 까마득히 잊고 살필 겨를도 없다. 오늘이 무관심하게 스쳐 간다. 그냥 지나간다. 오늘은 오늘 할 일이 있다. 그런데 할 일이 없다고 가만히 있으면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야속하다시피 그냥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뭐가 두려운지 섣불리 나서지 못한다. 막상 바쁘지 않아도 바쁜 척하기도 한다. 냉정하게 보면 눈속임인 셈이다. 그래도 시간은 모르는 척 스쳐 지나간다.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시간을 기다리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을 곧잘 탓한다. 시간에 덤터기를 씌우는 것이다. 그런다고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시간 속에서 떠돌이가 아닌 시간을 제대로 이용하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