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족 고유 향취가 가득한 '카슈가르 바자르'

[중경삼림(충칭/중국)]

중국 최대 규모의 비상설 가축거래시장인 카슈가르의 우락 바자르.

매주 일요일 아침, 중국 최서단 카슈가르(喀什)는 도시 전체가 분주하다. 카슈가르는 파키스탄 및 키르키즈스탄과 맞댄 국경도시로 베이징(北京)과 3시간 시차가 난다.

따라서 현지에선 베이징보다 2시간 늦은 신장(新疆)시간으로 일상생활을 한다. 그럼에도 일요일에는 베이징시간 8시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바자르(Bazaar)가 열리기 때문이다.

바자르는 투르크어로 '시장'이란 뜻이다. 카슈가르의 원주민은 투르크계인 위구르족(維吾爾族)이다. 다른 투르크계 국가인 터키,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에도 바자르가 있긴 하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카슈가르의 규모와 열기를 따라오질 못한다. 곳곳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바자르에 10만여명이 몰린다. 이 중 가장 특별난 바자르는 중국 최대 규모인 비상설 가축거래시장 우락(牛羊)이다.

우락은 위구르어로 '가금(家禽)'이다. 즉, 소ㆍ양ㆍ닭ㆍ비둘기ㆍ낙타 등 가축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우락 바자르는 도심에서 20㎞ 떨어진 황디향(荒地鄕)에서 열린다. 축구경기장 4배 크기에서 하루 수천마리의 소와 양이 거래된다.

지난 8월 7일에 만난 양장수 유수프는 “발육이 좋은 양은 2700~2800위안(약 45만6천원~47만6천원), 상태가 안 좋고 비실비실한 양은 1500위안(약 25만5천원)에 거래한다”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슈가르 바자르'

위구르족은 무슬림으로 양고기를 주식으로 한다.

위구르족은 양거래를 쉽게 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메어놓았다.

위구르족은 양털을 깎아 양탄자를 만든다.

우락 바자르의 한편은 온통 식당이다. 바자르에서 먹는 음식 맛은 진미다.

위구르족에게 있어 바자르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한 주일에 피로로 씻는 쉼터이자, 이웃과 소통하는 교류의 장이다. 과거 위구르족들은 바자르가 열리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갔다.

지금도 그런 상황에 큰 변화는 없다. 단지 휴일인 일요일로 고정됐을 뿐이다. 이를 위구르족은 '역센베바자르’라고 부른다. 역센베는 위구르어로 일요일이다.

2004년 시정부가 동(東)바자르를 개설하기 전 카슈가르의 양대 바자르는 우락과 역센베였다. 동바자르는 1억위안(약 170억원)을 투입되어 설립한 상설시장이다. 현재 총면적 19.9㎥에 600여개의 상점이 입주해 있다.

동 바자르는 평소 관광객들과 중앙아에서 온 상인들로 북적인다. 지난해 카슈가르에서 중앙아시아로 수출된 11억4천만달러의 상품 대부분이 동바자르에서 거래됐다. 동바자르가 문을 연 뒤 역센베바자르는 거리에서 각종 상품을 사고파는 행상들의 천국이 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2년 전부터 과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행위가 금지됐다. 유혈사건이 빈발하면서 시정부가 일상용품을 거리에서 사고파는 행위를 막고 있다. 이런 여파로 옛 정취가 남아있는 바자르는 우락 뿐이다.

아무르한은 “우락 바자르는 시정부의 간섭이 적어 가축 외에 다양한 물품을 거래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많은 노천 식당과 쉼터도 열려 바자르의 진면목을 간직하고 있다.

카슈가르 바자르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서역(西域) 36국의 하나였던 소륵(疏勒)의 교역시장이 그 기원이다. 소륵은 기원전 2세기에 세워져 7세기까지 동서교역으로 번성했던 왕국이다.

카 슈가르는 위로는 톈산(天山)산맥, 아래로는 쿤룬(崑崙)산맥, 동으로는 타클라마칸 사막, 서로는 파미르고원에 둘러싸여 있다. 중국에서 인도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요충지다. 소륵은 이런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해 상업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물론 그 때문에 주변 민족의 숱한 침략도 받았다. 과거 카슈가르를 점령했던 주요 민족은 유럽계, 중국계, 티베트계, 투르크계, 키르키즈계 등 아주 다양하다. 근대에는 영국과 러시아까지 눈독을 들였다.

위구르족이 소륵은 차지한 것은 6세기 때다. 초원제국 돌궐이 무너지면서, 한 부족이었던 위구르족은 신장과 몽골고원 서부를 차지했다.

744년 쿠틀루그 빌게 카간(骨力裵羅)은 주변 부족까지 규합해 위구르제국을 건국했다. 위구르제국은 당과 대응한 외교관계를 맺었다. 755년에는 당이 안사(安史)의 난으로 위기를 겪자, 대군을 파견해 진압하고 내정까지 간섭했다.

오늘날 위구르 분리독립세력이 내세우는 ‘동투르키스탄제국의 부활’은 그 시기를 가리킨다. 카슈가르가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된 것도 그 시기다. 투르크어로 카슈가르는 ‘옥(玉)이 모이는 곳’, 즉 상업 교류지다.

카슈가르에서 성공신화 여는 '아로마스토리'

위구르족의 빵으로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운 넌(饢)을 만드는 식당 종업원.

동바자르에서 위구르식 히잡인 ‘헷레스‘를 사는 위구르족 여성들.

아로마스토리에서 한국요리를 즐기는 위구르족 여성들.

오늘날 카슈가르 바자르에서 성공신화를 열어가는 한국인이 있다. 우리의 요리와 커피 문화를 앞세운 이규성(55)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4월 1일 식당 겸 커피전문점인 ‘아로마스토리’를 열어 현지인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아로마스토리는 현대식 시장인 상업보행가(步行街)에 자리잡고 있다. 상가의 주인 대부분과 고객의 절반 이상은 한족이다.

하지만 아로마스토리는 달랐다. 이 사장은 “찾는 손님은 10명 중 9명이 위구르족으로 현재 카슈가르의 인구 비율과 똑같다”고 말했다.

아 로마스토리가 개업 수개월 만에 탄탄대로를 닦은 것은 시정부의 도움이 컸다. 이 사장은 “개업한 지 3일 만에 시공산당위원회 선전부 기자가 찾아와 취재한 뒤 이튿날 위챗(微信)을 통해 보도했는데, 당일만 4천명의 손님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 덕분에 45㎥로 시작한 매장을 석 달 만에 75㎥로 늘렸다. 지금까지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는 손님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또한 20만위안(약 3400만원) 자본금으로 정식절차를 밝아 4천만원 이상을 투자해 음식점을 세웠다.

한국과 똑같은 음식재료와 커피머신기를 쓴 것도 주효했다. 이 사장은 “위구르족은 커피에 익숙하지 않지만 한국적인 커피문화를 뿌리내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 처 (필수입력) :

[중경삼림(충칭/중국)]

저는 시사 주간지와 월간지의 고정 필진으로 활동하면서 중국 소식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는데요.
지금 당장 제가 중국에서는 달님을 중국인들에게 소개하는 일 밖에 없네요.
대신 제가 쓴 기명기사의 원문을 가끔씩 카페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회원님들께서 "아, 중국에 이런 곳도 있구나" 생각하시면서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화.대.문.(성남)]

네 감사합니다.

[중경삼림(충칭/중국)]

네, 편히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더건담(세종)]

2002년 천진 골목에서 신장 사람이 팔던 양로우촬 맛이 그립습니다~ ^^

[중경삼림(충칭/중국)]

양꼬치는 아무래도 위구르족이 제대로 향신료를 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