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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화 준비에 박차를 가했던 장유정의 [형제는 용감했다]가 드디어 캐스팅을 완료짓고 촬영준비에 나섰다.
이석봉(형) : 마동석
이주봉(동생) : 이동휘
이미봉(형제의 친척) : 조우진
오로라 : 이하늬
감독 : 장유정
이동휘의 첫 영화 주연작이 됐는데 작품 자체가 전형적인 한국 특유의 웃기고 울리고 싶은 통속적인 정서라서 배우 개인기에 의지할것같다. 원작은 중반부터 늘어져서 그렇지 초반부는 재밌었다. [형제는 용감했다]는 원작 뮤지컬도 매 공연 때마다 캐스팅이 양호해서 뮤지컬에 참여했던 김동욱이 나왔어도 괜찮았을것같다. 오로라 역은 뮤지컬에선 1인 2역이었음에도 분량이 많지 않았는데 영화에선 여주인공급으로 캐스팅 된 이하늬 분량을 어떻게 조절할지 궁금하다. 미인계로 승부하는 역이라 이하늬에게 잘 어울리기는 하다. 이하늬는 장유정의 [금발이 너무해]초연 때 참여한 전력이 있다.
영화는 내년 1월에 크랭크인에 들어간다. 장유정이 인터뷰 때마다 [형제는 용감했다]의 영화화 진행상황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무산되지 않고 구체적인 영화화 진행으로 판권계약의 가치를 얻어서 다행이다. 근데 왜 장유정이 이번에도 영화까지 연출하게 되는건지 유감이다. 영화 [김종욱 찾기]를 봐서는 영화 연출가 장유정은 뮤지컬 연출가 장유정만큼이나 신뢰가 안 가는데 말이다.
[김종욱 찾기]때는 그 작품이 맛이 간듯한 여주인공의 기괴한 첫사랑 찾기 소동 때문에 이해는 안 됐어도 등장인물들의 배역상이 확실하고 원작 뮤지컬이 로맨틱코미디로써 소소한 매력이 넘쳐서 영화 각색물이 궁금했었다. 원작에서 느껴졌던 아련함, 인도 여행이라는 허황된 낭만성, 로맨틱코미디의 환상성이 영화에선 어떤 식으로 이식될까 기대됐다. 임수정,공유 캐스팅도 호기심을 부추기는데 한 몫 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원작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예산문제가 걸려들면서 애초 기획과 달리 뮤지컬 영화가 아닌 일반 극 영화로 선회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어버렸다. 원작 공연의 재미를 70프로 이상 책임졌던 멀티맨의 역할이 영화에선 제 각각 분산되면서 이 작품의 장점이었던 코미디적인 감각도 휘발됐다. 사실 이거 빼면 상당히 낯간지러운 소녀감상의 허영심으로 뭉쳐진 작품이 [김종욱 찾기]다. 영화 후반부에 임수정이 되도 않는 실력으로 난데없이 뮤지컬 연기를 하는 장면에선 어찌나 보고 있기가 민망했던지 모른다. 그 당시에도 무대에서 곡 하나 제대로 소화 못하던 전수경이 오랜 뮤지컬 경력을 바탕으로 영화에 캐스팅되어 한국 뮤지컬계의 디바급으로 나오는것도 어색하게 느껴졌고 말이다.
그저 주목이 되는건 국내에선 연극과 달리 뮤지컬은 영화로 거의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형제는 용감했다]의 영화 크랭크인 소식이 남다른 소식으로 들리는것이다. 찾아보면 국산 뮤지컬 중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작품이 많을것이다. 전에 홍대 인디밴드 얘기를 담은 [나는 공무원이다]를 보면서 홍대 인디밴드 다룬 영화를 만들거면 뮤지컬 [오디션]을 각색해도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이번 [형제는 용감했다]도 [김종욱 찾기]때처럼 뮤지컬이 아닌 일반 극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예산문제도 걸리겠고 아직까지 국내에서 국산 뮤지컬 영화는 생소한 분야라서 투자 받기도 힘들것이다. 기왕 만들어지는거 사운드트랙도 출시된 원작 뮤지컬의 음악을 알뜰히 활용한 실사 뮤지컬 영화로 각색된다면 더 좋을텐데 말이다.
호화 캐스팅으로 제작이 확정된 [남한산성]의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때 영화 이전에 김훈 원작을 준수하게 뽑아낸 뮤지컬 [남한산성]을 가지고 그대로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에이콤의 [명성황후]를 민비미화를 제거하고 음악과 분위기만 가지고 대형 뮤지컬 영화로 각색되는걸 보고 싶다. 에이콤의 [영웅]도 불순한 친일사상을 거세하고 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한 역사인식으로 무대 뮤지컬 재료를 영화로 집어 쓰면 괜찮을 작품이다. 이지나의 [바람의 나라]도 시각적으로 끝내주게 옮길 수 있는 재료가 풍부한 뮤지컬이다. 누군가 용감하게 투자 가능성을 보고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무비컬 시절의 초창기 작품인 [싱글즈]는 다시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구성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은 정준의 결말이 영화와 다르다. [하드락 카페]도 노래 구성이 좋았다.
장유정을 떠나서 [형제는 용감했다]란 작품 자체가 영화로도 전혀 기대가 안 돼서 그닥 궁금한 영화화 소식은 아니다. 장유정이 영화까지 연출한다고 하니 더 기대가 안 된다. 지금 영화 [형]이 의외로 손익분기점도 넘기며 깜짝성공을 하자 그 영향으로 [형제는 용감했다]의 영화화가 발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형제는 용감했다]보단 장유정의 [오! 당신이 잠든사이]에가 더 궁금했었다. 이 작품도 오래전에 영화 판권이 팔린걸로 알고 있는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형제는 용감했다]는 캐스팅이 영 불안하다. 마동석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이런 2인 공동주연극이나 단독주연극에선 힘을 못 써서 별로 기대는 안 된다. 마동석이 단독주연이나 2인 공동주연극으로 나온 작품 중 성공한걸 못 봤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마동석은 비중있는 조역으로 나올 때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배우같다. 화면 장악력과 별개로 주연급으로서 상업적인 가치는 떨어진다. [노리개][함정][두 남자]같은 영화가 마동석 하나 믿고 걸린 영화들인데 뭐 하나 신통찮은 경우가 없었다. 근데 영화 흥행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기 때문에 [형제는 용감했다]도 [형]과 같은 반전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 소재가 소재다 보니 1월에 촬영해서 내년 추석 기간에 개봉한다면 흥행을 노려볼만도 하다. 1월에 크랭크인 한다고 하는걸 보니 빠르면 추석 명절, 늦으면 내후년 설 명절을 노려도 좋을것같다. 작품 자체가 딱 명절용이고 웃기고 울려야 한다는 코믹 신파 강박증이 심해서 대중적으로 먹혀드는 지점이 확실하다.
[김종욱 찾기]에 이어 [형제는 용감했다]도 연출하게 된 장유정은 운이 좋은것같다. 보통 원작 무대 연출자가 영화 연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국내에선 드문 일인데 장유정은 본인의 스테디셀러 대학로 뮤지컬인 [김종욱 찾기]의 영화 각색물도 영화 경력 초짜인 상태에서 연출에 각색까지 맡아 본인 작품의 자존심을 지켰고 [형제는 용감했다]의 영화 연출도 담당하게 됐다. 이번엔 [김종욱 찾기]의 실패로 교훈을 얻어 각색은 다른 전문가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김종욱 찾기]가 비록 흥행에선 수익을 내진 못했지만 한국에서 로맨틱코미디가 100만을 넘긴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업계 사람들이 더 잘 아는 사실일것이다. 2010년 연말에 개봉한 영화 [김종욱 찾기]는 1,130,638명을 동원하며 상업 로맨틱코미디의 체면을 살렸다. 그 공으로 장유정에게 두번째 영화 연출의 기회가 부여된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