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오르한 파묵 (소설가)
“탄피나르는 이론의 여지없는 근대 터키 문학의 가장 훌륭한 작가이다. 이 위대한 작가는 『시간조정연구소』로 알레고리의 걸작을 창조해냈다. 이 작품은 터키가 어떻게 서구화를 시도했고 왜 근대화가 늦어졌는지를 온갖 군상을 통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후세인 이잇트 (터키문화원장)
터키의 주요 소설가 중 한 명인 아흐멧 함디 탄피나르의 소설이 한국에 소개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동양과 서양 문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근대 터키 사회의 모습을 매우 유머러스하면서도 성찰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한국과 터키 양국의 상호 이해와 우호 증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 속으로
“누구나 알듯이 옛날 우리의 삶은 시간에 따라 움직였다. … 유럽 시계 장인들의 최고 고객은 항상 무슬림이었고, 그들 중에서도 신을 가장 경외하는 민족, 즉 우리 민족이었다. 하루에 다섯 번 올리는 기도와 금식월인 라마단 동안 새벽에 먹는 식사인 사후르와 해가 진 후 먹는 이프타 같은 예배의식이 모두 특정 시간과 관련이 있었다. 시계는 신을 찾아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었다. 그리고 이런 관습을 가진 우리 조상들의 삶을 지배한 것이 시계였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되는 ‘터키 문학의 대부’ 아흐멧 함디 탄피나르
아흐멧 함디 탄피나르(Ahmet Hamdi Tanpınar)는 터키 근대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에세이스트이다. 1901년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1962년 세상을 떠난 탄피나르는 터키 역사의 격변기를 살았던 인물로, 문학을 통해 우의적으로 현실을 비판한 풍자적인 작품세계를 구현했다. 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터키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묵을 통해서였는데, 파묵은 이스탄불과 추억에 대해 쓴 에세이 『이스탄불』에서 ‘네 명의 외롭고 슬픈 작가’ 중 하나로 그를 언급하였다. 탄피나르는 외로운 생활을 하면서 소설과 시를 비롯하여 19세기 터키 문학사에 대한 중요한 글들을 썼고, 고대 그리스 비극을 터키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총 다섯 편의 소설을 썼는데 그중 생전에 출간된 것은 『마음의 평화』라는 한 편뿐이었다. 『시간조정연구소』는 탄피나르가 사망하고 몇 달 뒤에 세상에 나왔으며, 그의 가장 대표적이고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터키인들은 매년 ‘이스탄불 탄피나르 문학페스티벌’이라는 문학축제를 열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근대화의 시간 속 길 잃은 터키 사회의 초상
『시간조정연구소』는 터키 근대문학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터키 근대문학은 그 출발부터 서구의 모범에 의지하고 있지만, 『시간조정연구소』는 서구 소설의 모델을 따르는 동시에 터키 문학 고유의 형식과 내용을 간직하고 있다. 쇠락해가는 오스만 제국 말기에 태어난 주인공 하이리 이르달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면서 보물 추적꾼, 연금술사, 정신분석학자, 게으름뱅이, 심령술사 등등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생생한 모습은 터키의 전통 그림자극인 카라괴츠를 연상시키며,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 솜씨는 이탈리아의 소설가 이탈로 스베보에 비견되기도 한다.
‘시간조정연구소’ 부소장 하이리 이르달의 회고록 형식으로 쓰인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부분은 오스만 제국이 몰락하기 직전 몇 년 간의 터키 사회를 반영하며, 두 번째 부분은 일차대전이 끝난 뒤 공화국 수립 이후 시간조정연구소의 설립과 해체 과정을 그린다. 현란한 말솜씨로 무슨 일이든 추진력 있게 밀고나가는 근대주의자 할리트 아야르시는 시계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하이리 이르달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간조정연구소를 설립한다. 할리트 아야르시는 국가 발전과 근대적 규율이라는 명분으로 고위 공직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마침내 정부의 재정적인 후원을 얻는 데 성공한다. 그가 내세운 시간조정연구소의 목적은 터키 전역에 있는 시계, 즉 공공 시설물의 시계와 개인 시계의 시간을 1초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 다소 엉뚱한 벌금제도를 마련하여 국민들을 계도하기에 이르고, 이후 연구소의 운명은 파란만장하게 흘러가는데…….
탄피나르는 오스만 제국에서 터키 공화국으로 넘어가는 격동기를 살았던 하이리 이르달의 인생과 시간조정연구소라는 기발한 기관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좁게는 터키 사회의 서구화 과정을, 넓게는 근대성의 문제 전반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시간조정연구소 | 아흐멧 함디 탄피나르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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