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프랑스의 저술가 피에르 쌍소는 '나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게으른 상태라면
'느림'은 삶의 매순간을 구석구석 느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 선택'이라고 했다.
피에르 쌍소는 “느림의 미학”에서 행복은 빠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느림에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느림의 미학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아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빠른 변화에의 적응이 곧 발전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보편적 룰을 벗어나 '느림'의 철학을 주장하는 저자의 반론은 도태나 일탈이
아닌 '여유로움'이라는 내적 통찰과 맞닥뜨린다.
느림의 미학은 한가롭게 산책하며 다른 사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의 느낌을 즐기는 것이다.
어쩌면 느림의 미학은 게으름과 권태를 즐김으로 인해 얻는 수많은 가치들을 찾는 것이다.
속도를 늦추는 것이야말로 즐기는 비결이다.
너무 빨리 달리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없다.
속도를 늦추고 잠시 멈추어 설 때,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음식도 천천히 음미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글도 천천히 묵상하면서 읽을 때 그 글맛을 알 수 있다.
만남의 풍성함은 깊은 대화 속에 있다.
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멈추어야 한다.
우리는 멈추어 서로를 바로보고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
잠시 멈출 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달려가는 것을 잠시 멈추고 걸을 줄 안다.
비행기는 땅에 내려와 멈추기 위해 하늘을 날아간다.
비행기가 계속해서 하늘에만 있으면 큰일 난다.
비행기는 하늘에서 땅에 내려와야 한다.
또한 비행기는 땅에 내려와 기름을 넣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비행기가 멈추어서는 것은 더 멀리 더 높이 날기 위해서이다.
노래에 쉼표가 있듯이 우리는 종종 멈추어야한다.
쉼표가 없는 음악은 더 이상 음악이 아니듯, 인생은 가던 길을 멈추어야한다.
멈춤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풍성한 삶은 잠시 멈춤에 있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타이타닉호가 멈출 수 없는 속도 때문에 빙산에 부딪혀 좌초되었다.
장애물을 만난 자동차도 멈추지 않으면 사고가 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멈춤이 없는 영혼은 좌초된 타이타닉과 같다.
우리는 잠시 멈추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인생은 잠시 멈출 때, 깊은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뛰는 동안은 어느 누구도 만날 수 없다.
멈출 때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있다.
깊은 만남은 멈출 때 가능하다.
잠시 멈출 때 우리는 올바르게 볼 수 있다.
분별력은 올바로 볼 때 생긴다.
잠시 멈출 때 고요함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것은 고요함 중에 자라난다.
고요히 기다릴 때 우리는 깊은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래 엎드린 새가 더 높이 날듯이 잠시 멈출 때 더 멀리 갈수 있다.
서두른다고 앞서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천천히 가는 사람이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그 까닭은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끔 느림의 미학에 빠져본다.
전화기나 핸드폰을 꺼버리고 하루 종일 방안을 뒹굴기도 하고 바닥에 배를 깔고 이 책 저책
보면서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지나간 빛바랜 사진첩을 보면서 먼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이렇게 느림의 미학에 빠져 있으면 배고픈 줄도 모른다. 느림이 주는 행복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느림 속에서 행복을 건지고 여유를 건진다.
그 느림 속에서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희열을 맛본다.
현대는 ‘느림’의 미학이 각광받는 시대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속도’의 시대에 길들어져 있다.
그러나 진정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속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느림은 나태나 게으름과는 또 다른 것이다.
느림의 미학은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며 삶을 즐기는데 있다.
피에르 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느림의 미학을 배우기 위해 "한가로이 거닐어 볼 것" 을 권유한다.
우리는 걸으면서 사색을 즐겨야한다.
행복은 사색 가운데 꽃핀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2%가 모자라는 결핍된 듯한 갈증 속에서 끊임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나 가끔은 가던 길 멈추고 느림의 미학 속에 젖어들어 느리게 살아가는 삶의 여유를 느껴봤으면 한다.
김기포, 포항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