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아니 보다 정확히는 ‘ 홍대앞’엘 가면 돈 냄새만 자욱한 강남과는 다른 문화가 분명 있었다. 그 곳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는 불길한 소문이 무성하다. 이를테면 대안공간 루프나 쌈지 스페이스, 아트스페이스 휴 같은 예술 공간이 자아내는 영기(靈氣ㆍ아우라)가 휘발해 버렸다는. 1990년대만 해도 인디 문화의 메카로 불린 거기는 대안 문화, 클럽 문화의 산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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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과 작가를 구분하기 위해 ‘작가 등록’이란 깐깐한 절차가 생기기도 했다 한다. 아트벼룩 시장의 첫 멤버이면서 프리마켓의 큰 언니벌인 그녀는 6년 전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광고회사에서 우연찮게 쥬얼리 디자인 제작을 맡으면서 이 일과 인연을 맺었다 한다. 아트벼룩시장은 백지현씨처럼 전공과는 다르게 순수 창작에의 열정으로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한다. 기따씨라는 별명을 굳이 고집하는 이십대 후반의 작가도 그래픽 프리랜서와 하자센터 프로젝트 강사를 하다 우연히 프리마켓의 인형작가가 되었다 한다. “저는 떠돌아다니는 잡상인”이라며 자신을 표현하는 그는 홍대 96학번 시절부터 현재까지 홍대의 변천사를 몸소 겪은 인물이기도 하다. “프리마켓의 처음 시작은 소박함에서 비롯됐어요. 작가도 그렇고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 모두 같은 맘이었죠.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할까요. 노점상들이 작가들을 따라 가판대에서 물건을 팔면서부터 이곳이 상업성을 띤 공간으로 변해갔죠. 그러면서 구청에서는 쓰레기 문제와 놀이터 사용 문제를 거론했고, 작가들은 어느새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된 거예요.”
- 노점상과 작가 구분 절실해져
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창작품을 만들던 시장에 갑자기 학원 수강생들이 개입, 개성 없는 상품이 전시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사건 또한 이들을 불쾌하게 했다. 젊은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도용된 사건은 아트벼룩시장 작가들에게 새로운 문제점으로 다가왔다. 작가들의 아이디어와 디자括?베껴 공장제품으로 생산하는 약은 장사치 때문에 작가들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비주류 문화가 어설픈 유행에 휩쓸려 사장될까봐 걱정이죠.” .
“ 홍대는 예전의 홍대가 아니예요.” 홍대 마니아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장비호씨는 홍대에서 활동한지 올해로 10년이 넘는 클럽 DJ이다. 그는 요즘은 강남에서 파티 플래너를 일을 하지만 마음은 늘 홍대에 있다고 한다.그가 알던 홍대는 지금 홍대 클럽처럼 단순히 술을 마시고 춤을 추기 위한 공간을 넘어선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는 장이었다. 실제로 전위예술이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들의 독특하고 이색적인 춤을 선보인 장소가 바로 홍대였다. 하지만 지금 홍대 클럽은 가벼운 댄스풍의 힙합이나 하우스 뮤직이 주를 이룬다. 클럽을 찾는 손님들도 예전과는 많이 변했다 한다. 예전처럼 음악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다기 보다는 단순히 즉석 만남을 가지거나, 유행하는 스타일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그의 씁쓸한 한마디 “맞아요. 불과 2-3년 전보다 사람들이 배로 불어난 건 사실이죠. 그러니 클럽 업주들에겐 어느 때보다 황금시장이죠. 하지만 그럴수록 홍대가 점점 자신의 색을 잃어가는 것이 아쉬울 뿐이죠.”
- 인디문화 산실… 옛 소리
“오픈한 가게 앞에서 열??춤을 추고 노래해 주는 홍보도우미처럼, 파티에 끌려 다니는 문화”라고 그는 현재 홍대앞의 문화를 규정한다. 파티 문화. 섬짓한 규정이다. 인디 밴드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열정을 잃어가고, 점점 대중에게 다가가려 하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인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기는 하되, 클럽이 속속들이 생성되면서 홍대앞은 유흥에 몸을 내맡겼다. 1970년대 산업화 시대 자연과 더불어 살던 사람들이 어느 날 자기 고장의 산이 깎이고 뛰어 놀던 놀이터에 공장이 들어서자, 적응하지 못하고 하나 둘 떠나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거기서 난장이는 절망의 몸짓으로 공을 쏘아 올리지 않았던가.
대안 공간 루프의 문희채씨도 홍대 앞에 대한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현재 홍대 앞이 문화지구 타당성 조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프리마켓이나 희망시장이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는 것. 현행법의 잣대로는 불법 행위가 될 수 밖에 없는 문화 행사들이라는 지적이다. 루프와 같은 문화공간은 화랑등록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법규 단속과의 마찰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루프도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작년 5월 도로 정비법에 따라 간판이 철거당해 현재는 간이 간판으로 대체를 한 것이다. “홍대거리가 점점 상업화가 되면서 급박하게 상승하는 임대료 때문에 문제가 많아요. 쌈지나 아티누스처럼 자체 건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요즘 새로 생기는 홍대의 대안공간들은 건물 일부를 임대하여 공간 활용을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이 되죠.”
- "홍합"의 절치부심… 홍대앞 문화예술인
대안 공간 루프가 위치한 골목은 지난 한 해 동안 주택가에 가까웠던 상가건물들이 상업 구역으로 변모했고, 재계약시 임대료가 상승할 것은 이미 예견된 사실이다. 이에 대비해 홍대앞 문화예술인 협동조합, 이른바 ‘ 홍합’은 각 공간의 현 계약 상황과 임대료에 관한 실사를 마치고 지가 상승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학교 미대를 나온 그녀는 “ 홍대 앞과 홍대는 다르다”며 “ 미대의 성격이 강한 홍대라지만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 학교와는 여타의 전시나 행사에 대한 교류가 미약한 상황 ”이라고 말한다. 상황은 난감하다. 현 미술계에 대안공간이 맡고 있는 역할과 순기능에 대해 문화관광부나 문예진흥원, 서울시 등에서는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마포구 당국에서는 현황 파악 외에는 어떠한 지원도 없다는 것이다.
홍대는 지금 성장의 과도기에 있다. 홍대가 앓고 있는 몸살은 갑작스레 성장기를 맞이한 청소년기의 성장통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서서히 사춘기에 접어들어 가치관의 혼란과 아노미 현상을 맞이한 사춘기의 불안한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말이다. 위기는 기회를 만들고 한계는 선택하게 만드는 법이다.
작가들은 구청과의 마찰로 인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고, 대안공간 큐레이터도 신진작가 발굴 기획전과 국제 교류에 중점을 둔 다양한 사업을 진행시키면서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또한 클럽의 인디 밴드에게는 홍대를 벗어날 기회를 던져주었다. 그들이 활동무대를 넓혀 가면서 대중과 화합하는 기회를 가진다면 그들의 성장에 좀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어디가나 성장통은 있게 마련이다. 다만, 건강한 성장을 기대할 뿐이다.
비비고 굽는 거리, ‘홍대앞’ 6월 18일 밤 10시. 서울 홍익대 앞 클럽 거리의 금요일 밤은 여름 방학을 맞은 대학생, 주말을 맞은 직장인으로 넘쳐 나고 있었다. 거기서 힙합 클럽 ‘ 엔비(nb)’를 모르면 인간이 아니다. 이 일대에 늘어 선 30여 클럽 중에서 가장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 아닌가. 또 5월 20일에는 ‘ 일반 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아 놓고는 음악 틀고 춤을 춘다’는 이유로 경찰의 단속을 받아, 논란이 인 덕분에 뜻밖의 홍보 효과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대학생, 직장인의 댄스 특구…언더그라운드는 옛말
디제잉 등 독특한 클럽 문화의 문화상품화 노력 절실
발을 디딘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번쩍이는 조명 아래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쏟아지고, 혈기 넘치는 몸과 몸은 이리저리 출렁댔다. 50평 남짓한 홀 안에는 300명도 넘는 젊은이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 달아 올랐다.
- 미군 행패 사라진 곳에 노골적 상업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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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은 일종의 자생적 문화에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우리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뿐인데 이를 왜 단속하려 하죠? 성추행이 빈발하고 살인이 난다면 모르겠지만.”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온 대학생 문두열(26)씨는 경찰의 단속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분통을 터트린다. “ 3~4년 전 클럽의 문제는 미군들의 행패때문이었죠. 지금은 아예 그런 사람들의 출입이 안 돼잖아요.”이 같은 태도는 홍대앞 클럽연합체인 클럽문화협회와 문화환경운동 시민단체인 공간문화센터 등이 지난달 28일부터 20여 개 클럽 앞에 ‘ 클럽을 지켜주세요’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펼쳤던 서명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행정 소송은 물론, 17대 국회 문화관광위를 대상으로 클럽의 제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같은 날 오후 12시 30분, 음악 수준이 높은 테크노 클럽으로 알려진 ‘조커레드’를 찾았다. 현란한 기계음에 맞춰 군데군데 6~7명의 사람들이 반복되는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 클럽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야 할 시간이지만, 요즘 인기몰이를 하는 힙합 클럽들과 달리 내부는 여유롭다 못해 한산한 기운이 감돈다.
“약간 음악이 어려운 편이에요. 그래도 자꾸 듣다 보면 필이 꽂혀 빠지게 되는 그런 음악인데…. 그래서 음악적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죠.”이 클럽을 자주 찾는 클러버(클럽문화 마니아)이었다가 매니저를 맡게 됐다는 박은희(32)씨는 “ 주로 외국에서 살았거나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음악 마니아들 위주이고, 20대에서 30대 후반, 40대 넥타이 부대가 더러 있다”며 “ 과거에는 이들처럼 클럽의 실험적 음악을 진지하게 듣고 느끼려는 마니아들이 많았으나, 클럽이 많아지고 음악적 안목이 적은 일반인들이 많이 흘러 들면서 대중 취향의 클럽들이 각광을 받는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 "물" 좋은 곳만 찾는 대학생 의식이 한술더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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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홍대앞 클럽은 번창하고 있지만, 진정한 대안 문화의 핵심인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대한 갈증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10년 DJ 경력으로 클럽 ‘SAAB’를 운영하는 손동월 씨는 “ 요즘 힙합이 인기를 끌면서 20대 초반 젊은이들 취향에 맞춰 음악을 틀고 있다”며 “ 귀에 익숙한 음악만 쫓는 풍토가 아쉽다. 다소 낯선 실험적 음악이라도 DJ를 믿고 따라오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정한 클럽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창조적인 젊은이들은 다름 아닌 클럽에서 축출되는 형국이다. 대신, 인물이 좋은 20대들이 많이 찾는 소위 ‘물’ 좋은 곳을 찾아 떠도는 ‘모래알 손님’이 늘고 있다고 자조적 한탄이 흘러 나온다.
급속한 상업화의 물결을 타고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곳은 비단 클럽만이 아니다. 동교동에서 당인리 발전소로 이어지는 ‘ 주차장 골목’은 2002년 서울시에서 홍대앞의 유일한 ‘ 걷고 싶은 거리’로 지정되며, 1~2년 사이 평당 최고 1,000만 원 정도 땅값이 뛰어 올랐다. 때문에 급상승한 건물세를 감당 못하는 공연장은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거리 전체가 삼겹살과 갈비 등으로 간판으로 뒤덮이게 됐다. ‘(사람이) 걷고 싶은 거리’가 사라진 자리, ‘(고기를) 굽고 싶은 거리’가 대체했다.
‘비주류’ 문화는 홍대 앞의 가장 고유한 밑천이다. 그래서 홍대앞을 아끼는 문화인들은 자유분방한 문화를 행정의 시각으로 재단하려는 작금의 세태를 염려한다. 그러나 식품위생법 등과 같은 막연한 잣대가 이 지역의 예술적ㆍ상업적 흐름과 불화하는 상황이라면 독창적 대안문화는 질식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 인터뷰 - 클럽문화협회 최정한 대표 | ||||
"규제가 없어져야 클럽을 지킬 수 있다"
‘공간 문화 센터’의 대표이기도 한 시민운동가 최 씨는 “홍대앞 클럽은 월드컵 기간에 서울시와 함께 ‘월드 클럽 데이’ 행사를 열기도 한 독특한 실험문화 공간”이라며 “클럽에서 DJ가 틀어주는 음악을 일종의 문화상품으로 인정하고 육성하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는 매달 둘째주 금요일에 ‘사운드 데이’ 행사를 신설, 평소 접하기 힘든 일렉트로닉 장르의 음악이나 크로스오버 공연을 펼치는 등 경계를 허문 음악축제를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최 대표는 “ 최근 클럽의 질이 저하되고 상업화되는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클럽이 성장하는 하는 한 과정으로 봐 달라”고 호소했다. 홍대앞은 자정 능력이 있는 한, 여전히 문화생산자로서의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 홍대앞 14개 클럽의 연합체인 클럽문화협회는 홍대앞 문화예술인의 희망으로 통한다. 벌써 37회째 ‘ 문화 뷔페’란 부제로 ‘클럽 데이’(1만5,000원짜리 티켓 한 장으로 클럽들을 옮겨 다니며 즐길 수 있는 행사,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를 개최하는 등 대안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클럽을 중심으로 소품집과 옷집, 음식점 등 일종의 클럽경제권이 형성됨에 따라 이들을 연계한 지역화폐 도입을 검토 중이고, 소외된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푸드뱅크 사업 등 지역운동도 펼치고 있다. |
이 시대, 서울 신촌은 청년 문화의 산실이라는 영광의 호칭이 버겁다. 이제 학생들은 그 거추장스런 유물일랑 벗어 버리고 찬란한 소비의 대열에 기꺼이 동참했다. 보라, ‘천민자본주의’적으로 얼마나 활기에 차고 아름다운가. 여관방은 낮에도 비디오가 뜨겁고, 야심한 밤은 고성방가와 무단방뇨가 반긴다. 어린이 놀이터 벤치에 엉겨 붙은 남녀 대학생을 노숙자들이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을 뿐. 이 동네 아이들에겐 이미 일상의 풍경이다. |
- 세계 최다 술집 보유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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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라고 해서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라는 법은 없다. 고도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논리에 협공 받고 있는 21세기 한국 문화의 지형도가 고스란히 재현된다는 데 문제는 도사리고 있다. 물론, 이름이 비슷한 신천에는 훨씬 많은 러브 호텔과 비디오방 등 말초적 유흥 문화가 보다 노골적으로 포진해 있다. 그러나 신천 지역만은 제 모습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은 배반당해야 한다.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서강대 등 한국의 대표적 대학가 밀집 지역인 신촌에는 ‘대학’이 없다. 일반 서점에는 없는 좌파적 이론서 등을 목말라 했던 학생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였던 ‘오늘의 책’, ‘일산서점’등은 스러졌다. 비단 연세대 앞뿐일까. 이화여대 앞에서 사회과학 서적의 샘물 같은 존재로 기능하던 ‘이화서점’도, 서강대앞의 ‘서강서점’의 명예도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다. 서점 없는 대학가라는 희한한 풍물이 드디어 이 시대에 만들어 진 것이다.
교통 중심지이기도 한 이 일대의 유동 인구는 하루 평균 30만여명. 그 가운데 7~8할은 20~30대의 차지다. 이들을 겨냥한 음식, 술, 놀이 등 소비 산업이 덩달아 각광 받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 그 같은 현상의 저변에는 사회 경제적 요인이 잠복해 있다. 신촌의 땅값이 20년전에 비해 수십배는 올랐다는 주민들의 증언은 불야성을 구가하고 있는 이 지역의 경제적 호황과 잘 맞아 떨어진다. 덕분에 연세대 앞은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술집수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영광의 기록 하나를 갖게 됐다.
- "관련 볍규 미비탓", 비판도
대학 관계자들은 우리 대학의 환경이 이렇듯 황폐화된 것이 우선 관련 법규의 미비때문이라고 입 모은다. 현행 ‘학교 보건법’ 제 5조 1항에 의하면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 거리로 50m까지의 지역은 절대 정화 구역으로,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 거리 200m까지의 지역은 상대 정화 구역으로 지정된다. 특히 유흥 업소와 같이 별도의 영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업종들은 이 법이 정하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안에서의 영업이 기본적으로 제한되거나 교육청의 심의를 거쳐 영업 허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연대앞에 즐비한 각종 유흥업소들은 이 법이 규정하는 바의 유흥업소에 해당되지 않아, 구청에서 규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에서 규정하는 바 유흥음식점이란 접대부를 고용하는 음식점으로, 연대앞의 호프나 바는 일반 음식점으로 취급돼 영업신고만 하면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다 ‘문화지구나 특화된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 한 구청은 사유 재산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는 제한 규정도 한몫 한다. 실제로, 한동안 이 일대를 문화의 거리로 인식케 했던 ‘신촌문화축제’도 예산 등의 이유로 폐지 상태다.
대학문화의 1번지, 신촌 일대의 문화 양상이 하락 곡선을 내리 긋고 있는 것은 그 일대의 특수 상황이 아니다. 학생들의 소비 패턴도 기성 세대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닮아 가고 있다는 개탄은 여타 학원가에서 봤을 때는 어찌 보면 가증스러운, 배부른 소리일 지도 모른다. 문제는 전반적 불황으로 인해 일반 대학가에서 아예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 5만원을 둘러싼 눈물겨운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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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불씨를 당긴 것은 세종대학생. 올 초 학교측이 등록금 7.2% 인상안을 제시한 데 반발, 3월부터 본관을 점거하고 등록금 납부 거부 운동을 벌여 13일만에 등록금 동결 결정을 받아 내는 등 승리를 거뒀던 것. 이어 올해 8.9%의 등록금 인상안을 제시한 단국대는 학생들과의열띤 협상끝에인상률을 3%로 낮추고 그 차액을 학생들에게 돌려 주기로 결정했다. 또 원광대 학생들은 올 초 학교측의 등록금 7.2% 인상안 제시에 반발, 1달간의 본간 점거 농성 끝에 해결책을 끌어 냈다. 1학기 등록금 인상분과 이자 등을 2학기 등록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
우리 시대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이렇듯 얄팍한 주머니와 씨름하며 힘겨운 젊은날을 보내고 있다. 그것은 곧 자의든 아니든 우리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는 과정이다. 이 힘든 시간속에서 그들은 결국 유의미한 무언가를 길어 올릴 것이다. 등록금 환불 투쟁속을 좀 더 따라가 보자.
환불은 학생 및 학부모 계좌로 환불금을 입금해 주거나, 다음 학기 등록금에서 인상분만큼 삭감해 주는 방식을 통해서 이뤄진다. 그러나 환불금이 학생들 계좌로 입금되는 경우, 학생들이 이 금액을 유흥비 등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 인상분을 환불해 주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하는 경우도 있다. 평균 5만원대의 돈이란 사실 보기에 따라서는 가벼운 액수다. 실제로 적잖은 학생들은 술을 마시거나 PC방값 등으로 ‘탕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문제는 학교 주변에 만연한 소비 문화탓에 눈만 높아진 학생들의 발길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있다. 해당 학교에서는 지금 환불금의 용도와 관련, 다음 학기 등록금 삭감이나 장학금 조성 등의 실제적 방안을 놓고 고민중이다.
- "기존 주민들과 이뤄 낼 새 문화에 기대"
그것은 결국 대학가에서 소비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려내리라는 전망이다. 연세대 도시문제연구소장 이은국 교수는 “특징적 문화를 소유한 인사동이나 대학로와 달리, 신촌 일대는 단일한 문화 이미지가 없고 기존 상권이 너무나 강해 어려움이 많다”며 “게임, 영화, 음반 등 첨단 문화 산업을 진흥ㆍ육성ㆍ집적시킨 공간의 설립이 대안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촌 아트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임정택 교수(연세대 독문과)는 “대학인과 기존 주민의 상충하는 논리를 잘 융합시켜내기 위해 생산적인 충돌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며 성급한 결론을 경계했다.
환란보다 더한 이 난국의 시대, 생활에서 면제 받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당장 맞닥뜨리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돈의 의미’를 캐묻는 일이다. 이념 과잉이라는 시대적 부채 의식에서 벗어난 그들은 사회와 경제를 몸으로 학습하고 있다. 쾌락을 좇는 ‘선택받은’ 소수, 빈익빈부익부의 현실 등 그들을 낙담케 하는 덫은 도처에 깔려 있다. 그러나 주머니가 얇으니 그만큼 날렵하다는 두둑한 뱃짱으로, 그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낼 것이다.
첫댓글 **^^**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