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에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공동주최한 집회가 보수세력의 대동단결을 가져오기는커녕 오히려 분열을 야기한 것 같아 걱정되는 바 크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몇몇 보수단체들은 뉴라이트전국연합과의 공동주최에 불만을 품고 그 전날 종로 3가에서 집회를 가졌다. 3월 1일 집회 자체도 이회창 씨를 고문으로 추대하는 문제를 두고 심각한 혼선을 빚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뉴라이트전국연합만 득을 본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는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전선을 이끌어 왔지만, 이제는 그런 운동이 거의 한계점에 오지 않았나 한다. 노무현 정부는 이제 어차피 끝나가고 있는 데다, 전시작전권 북 핵실험 등 많은 문제가 터져 나와서 이제는 대중이 피로감마저 느끼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기존의 보수운동은 외연을 확대하는데 실패했다.
중장년 및 청년층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데도 실패했고, 전문지식인층을 끌어들이지도 못했다. 수천만 원 씩 들여 광고를 내지만 기사에는 전혀 오르지 못하는 전략적 빈곤을 여지없이 노정하고 말았다. 다른 쪽에서는 단돈 백만원 들여 세미나를 열어 뉴스를 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쪽에선 신문사에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셈이다.
보수 시민운동을 하는 층에 무조건 이승만과 박정희를 숭앙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문제가 아닌가 한다. 보수운동이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지나간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것이다.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 매력을 주는 보수 인물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지 냉철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유신 정권 등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세대가 보수운동을 주도해야만 ‘올드 라이트’라는 경멸적 명칭을 벗어날 텐데, 보수진영은 그런 차세대 리더를 키우지 못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명박계와 박근혜계로 나누어지고 만 것도 보수운동에 나쁜 영향을 주었다. 보수세력 자체가 한나라당을 따라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하다가, 별안간 어느 한 후보를 은연중 치켜세우거나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등 일관성을 상실한 논리가 성행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뉴라이트전국연합이 공식적으로는 이명박과 박근혜 등 어느 누가 후보가 되어도 좋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고단수라 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독자노선을 걸어온 지만원 박사가 (가칭) 시스템 21 정당을 창당한다는 소식이다.
흔히 현재 좌파세력은 특별한 대선 주자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낭만적인 생각이다. 그들은 때가 되면 뭉칠 것이 틀림없다. 그들이 새로운 리더를 내세우고, 온갖 미디어를 동원해서 공세를 취해 올 때 과연 거기에 맞설 보수세력이 있을지 알 수가 없다.(Konas)
이상돈(중앙대 법대 교수)
출처 : http://www.freedom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