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서 길을 잃다 악몽의 핀에어 2편

[drake2me]

어디까지 썼더라.... ㅡ,.ㅡ

짐이 안나와서 배기지 클레임이 가서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리포트를 주면서 내일 전화해 보랍니다. 전화 시간은 아침 열시에서 오후 네시까지.
그리고 게이트로 나왔습니다. 우선 급한 건 레이캬빅행 항공편을 처리하는 거죠.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아이슬란드에어 데스크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어보니 여기는 직원이 없고 협력관계인 스칸디나비아 항공 sas 에서 대행한다는군요. 그래서 sas 티켓 데스크로 갔더니자기들은 좌석을 확보해 줄 수 없으니
아이슬란드 에어로 전화해 보라며 레이캬빅 전화전호를 가르쳐줍니다. 걔네 아침 5시 반이면 나올 거라며.
아니 지금 나보고 국제전화 하라는 거임? 레이캬빅행 출발은 아침 7시 50분, 오후 두시, 저녁 7시 45분에 있습니다.
고민하다가 편의점 가서 공중전화 걸게 유로를 동전으로 좀 바꿔달랬더니 비닐백 하나 사면 나머진 동전으로 주겠답니다.
우선 가까운 덴마크 사무소 전화. 자동응답기가 근무시간은 아침 9시부터 블라블라.... 10크로네 철컥. 뭐 한 이천원 되겠네요.
그다음은 영국 사무소 전화. 역시 동일, 뭔지 알 수 없는 금액이 광속으로 역시 철컥.
레이캬빅 사무소 전화. 이건 알아들을 수 없는 아이슬란드어로 블라블라... 잠시 당황하는 순간 나머지 금액 오링. ㅡ,.ㅡ
그렇게 가볍게 만오천원쯤 날리고 아침까지 전화를 미루기로 합니다. 최대한 빨리 떠야 하는 거고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는 거고
그러자면 아침 5시 정도에는 접촉이 되어야 하니 밖에 나가 호텔 잡고 뭐 이런 건 꿈도 못꾸는 거죠.

여기까지 하고 이젠 이 악몽에 대한 불만을 접수하러 핀에어 카운터로 갑니다. 직원들 다 퇴근하고 없네요.
아 재밌는 건 수하물 처리나 티켓 판매 같은 건 sas 제외한 대부분 항공사들이 직접 안하고 대행사를 통해서 하더군요.
코펜하겐은 novia 인지 뭐시긴지 하는 회사가 핀에어를 비롯해 한 열댓개쯤 되는 항공사들을 대행합니다.
흰머리 할머니 직원은 인자할것 같은 인상과 달리 너 separate ticket 이면 핀에어는 책임 안진다며 항의해봤자 시간낭비라고
차갑고 도도하게 얘기해 줍니다. 아니 한국에선 핀에어 본사에 따지라며?
마음이 덜컹 내려않습니다.

그렇게 공항에서 밤을 새며 앉아있자니 오만 생각이 다들더군요. 와중에 경찰 두놈이 돌아다니면서 자고 있는 승객들 깨우며
여기 도미토리 아니야 일 없으면 썩 나가 뭐 이러는 거 보면서 괜히 쫄기도 하고.
저한테는 한참 째려보더니 멀뚱하게 제가 깨어 있기도 하고 말도 안 통할 것 같던지 그냥 가긴 했지만요.
공항에 난방도 안하고 화전문 다 열어놔서 찬바람 솔솔 들어오지 않나.

어찌어찌 새벽 다섯시가 됐습니다. 공중전화는 너무 비싼 것 같아 이만원짜리 선불 유심칵드를 샀습니다.
그런데 아이폰 유심을 어떻게 꺼내나.... 한참 헤매다가 결국 인포메이션 언니한테 부탁하니 고맙게 클립 하나 줍니다.
지금까지 여정에서 유일하게 감사했던 순간이었죠. 그러나 역시 동일현상 반복, 알고보니 덴마크와 아이슬란드는 시차가 두시간잊니다.
그러니까 여기 다섯시라도 레이캬빅은 새벽 세시인거죠. 뭐 이렇게 아침 비행기도 상콤하게 못탑니다.
다시 다섯시간 넘게 기다릴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더군요.

그다음에 아침 일곱시에 연다는 배기지 클레임에 갑니다. 저보다 앞선 손님은 대충 들어보니 짐이 아예 바뀌어서 사라져버렸다는군요.
다시 가슴이 덜컹. 배낭에 두달간 팔요한 모든 게 들어 있는데..... 게다가 그게 아예 없어지면 배상한도에 걸려서 엄청난 금액을 손해보는데......
따라가서 조회해보니 니 짐 오늘 올거야 라는군요. 일단 안도했지만 이건 착각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지지요.

아침 아홉시까지 기다려 간신히 덴마크 사무소와 통화했습니다. 이건 no show 고 따라서 니 잘못이니 무상 변경은 안된다네요.
새벽에 트윗 날렸을 때는 우리 사무소 중 어디에 전화해 봐, 방법을 찾아보자 뭐 이러더니 헛된 기대였던 거죠.
결국 편도 금액에 해당하는 돈을 더 지불하고 오후 지행기표를 끊었습니다. 더 기다려서 본사에 전화해 보려다가 좌석 거의 다 찼다는 말에 쫄아서.

생각해보니 핀에어에 대한 분노가 가중됩니다. 핀에어가 직접 레이캬빅행 항공편을 조정해 줄 순 없더라도 최소한 제가 직접 아이슬란드 에어에
연락해서 조정할 여지는 줄 수 있었는데 금방 해결해 줄 것처럼 하다가 좀 있다 뜬다 다시좀 있다 뜬다 하면서 코펜하겐 도착 시간을
확실히 해준지 않았으니까요. 만일 확실히 네시간 지연된다고 처음부터 말해줬으면 최소한 no show로 편도항공권 날리기 전에
변경 수수료만 지불하고 아침 비행기로 출발할 수도 있었고, 그렇다면 마음 편하게 호텔 잡고 잘 수도 있었는데.....

한 삼십만원쯤 되는 편도 항공료와 전화비 삼만원, 게스트하우스 1박 비용을 날려버리는데 이런 손해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정말 화가 납니다.
핀에어에다 불만 트윗을 날렸더니 한국 지사에서 니 케이스 조사하고 답변 줄거랍니다,
그렇게 이메일이 오긴 왔는데 정중한 장문의 메일이었지만 요약하자면 미안해, 근데 규정상 어쩔 수 없어. 짐 늦어진 건 세면도구나 뭐 이런 거 사서
영수증 나중에 내면 70유로 한도에서 보상해 줄게.... 할말을 잃었습니다. 열받아서 다 됐고, 열받아서 니네 비행기 못타겠으니까
돌아가는 항공편은 환줄해 줘 답신 날렸더니 이틀동안 생까다가 오늘 다시 본사에 트윗 날리니 그제서야 답장으로 같은 얘기 반복하네요.

아 정말 웬만하면 참고 싶었는데 문제는 코펜하겐 도착한지 7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짐이 도착을 안했다는 겁니다.
짐 상태 확인하라고 보내준 url에는 아무리 검색해봐도 추적중이니 나중에 다시 접속해 봐 라는 메시지만 뜨고,
핀에어 본사, 한국지사, 헬싱키 배송부서, 코펜하겐 배송부서, 레이캬빅 배송부서 돌아가면서 계속 전화하고 이메일쓰고 트윗 날리는데도
수요일 코펜하겐 도착했단 거 말고는 아무도 어딨는지 아는 사람이 없고 이쪽으로 문의해봐 하면서 서로 이메일과 던화번호 알려주기
뺑뺑이만 사흘동안 반복하다 보니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이 말할 수가 없네요. 언제 도착할질를 모르니 당장 내일 계획을 짤 수가 없는 겁니다.
원래 지금 민박집엔 2박만 하고 나머지는 섬 일주를 할 계획이었는데 짐 여기로 보내달라고 했으니 짐이 도착하지 않는 한 떠날 수가 없는거죠.

짐 속에모든 옷가지 다 들어 있고 한국은 늦여름이라 여기 올 때는 남방 하나에 여름 바지, 혹시 몰라 얇은 자켓 하나만 입고 왔는데
지금 레이캬빅은 한국 11월 중순 날씨라 밖에 추워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속옷 양말도 갈아입지도 못하고,
오늘은 못참고 속옷, 양말 티셔츠 사러 시내 나갔더니 속옷 파는데가 없네요. 죄다 디자이너 가개들 뿐이고, 그런 거 살려면 버스타고 십분쯤 가서 몰에 가야 한다고. ㅡ,.

몰에 갔는데도 가격이 상상초월. 한국에서 만원쯤 하는 속옷 하나 이만 오천원쯤 주고 사고 나이키 양말 세개들이 이만원두고 사고,
티셔츠는 기본이 십만원쯤 해서 엄두가 안나 못사구요. 아, 어제 8만원 주고 다녀온 다섯ㅁ시간짜리 버스 투어가 싼거였구나...ㅠㅠ

그렇게 해서 못참고 나가기 전에 핀에어 본사에다 마지막 트윗을 날렸더니 몰에 다녀와 보니 답장이 왔습니다. 니 짐 오늘 레이캬빅 간다 미안해...
하지만 그게 오늘 저녁에 받을 수 있다는 말은 아나죠. 저녁 비행기로 오면 꼼짝없이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결국 내일도 어디 투어 나가지 못하고 대기 타야 한다는 말.

아 그 전에, 아침 코펜하겐 배송부서에 국제전화 했는데 대기 11명을 눈물나게 돈 떨어지는 소리 들으며 기다린 끝에 짐이 어딨는지 물어봤습니다.
잠시만, 잠시만, 잠시만 하더니 어, 아직 여기 있어 라고 쏘쿨하게 얘기하네요. 멘붕해서 그게 왜 아직도 거깄는데?
어 우리 열라 바쁘거든. 그럼 언제 출발하냐? 지금 항공편 알아보고 있으니 기다려, 때되면 레이캬빅 배송회사가 너한테 연락할거야.
그럼 출발 시간 잡히면 알려줄 수 있냐? 너 내말 안듣는구나 우리 바쁘고 맨날 있는 일이니까 그냥 기다려.... 뭐 이런 xx들이....

오늘 몰에 다녀오면서 제 뒤에서 떠들던 10대 커플들의 언어를 듣고 있자니 한동안 잊고 있던 욕이 생각나네요. 왓더X .
지금 상황이 딱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For your information :

댄마크 크로나는 한화로 약 200원. 아이슬란드 크로나는 약 9원.
레이캬빅 시내버스는 편도 350 크로나. 현금으로 크로나만 받음. 버스 여러번 탈거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파는 welcome 카드 구입이 나음.
24,48,72시간 짜리가 있는데 24시간짜리가 1500 크로나 정도 하고 시내버스 시간 안에 무제한, 박물관 등 무료입장 가능.
크로나 지폐는 최소가 500짜리이고 그 이하는 동전임. 서브웨이나 뭐 이런 데서 파는 콜라 한잔은 약 300 크로나.
저녁 6시가 지나면 주유소 편의점, 식당과 술집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음. 인포메이션 센터도 예외는 아님.
단, 버스터미널 매표소는 새벽 네시부터 밤 12시까지.

[yana]

맨날 걱정이 되어서 들어와봅니다.
레이캬빅에서 짐은 받았습니까?
그 동안의 불편함은 말할 수가 없지요?
저는 이틀에 한번 도착하는 뱅기의 짐 찾으러 공항까지 가니 한개만 오고 또 한개는 이틀후에 가서 찾아 왔었습니다.
시리아의 하마에서 4일만에 짐찾았던 악몽이 ...

그래도 돈과 여권은 있으니 다행으로 생각하시고 즐겁게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drake2me]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짐은 금요일 밤에 받았고 일요일부터 섬 일주를 시작하여 지금 이틀째 달리고 있습니다 버스에서 와이파이가 되니 좋네요 ㅎㅎ 어딜가나 눈을 뗄수 없는 풍광은 그간의 분노를 싹 잊게 해 주네요 종종 얘기 남기겠습니다

[가그린]

분노 날리며 여행 중이시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

[lost]

와.. 읽다가 저도 옛기억이 나면서... 전 로마에 도착. .짐은 파리에 남아있었죠.. 3일만에.. ...그래도 그래도..'눈을 뗄 수 없는 풍광'에서.. 안도의 마음이.. 고생한 시작이었으니.. 더욱.. 좋은 여행이 남아았을 거에요~~

[willy]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예전에 트랜짓했는데 짐이 도착안해서 다음 비행기 도착할때까지 공항에서 묵여 있었거든요..
호텔에 가 있으면 글로 보내준다고는 하는데.. 믿을수가 있어야지요..

[pitta]

진짜 고생하셨어요..ㅠ
에고.. 암튼 남은 여행 잘 마치시길.....에효....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