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간표
정주연
아침마다 문을 열면 밤새 내린 비에
테라스가 흥건히 젖어 있다
종일토록 흘린 저 눈물로
산수유 노란 꽃잎이 터지고
진달래도 꽃망울이 부풀어 있다
소나무 밑 상상화도 엄지손가락 길이만큼
파란 고개를 쏙 내밀고
좁쌀만 한 화이트 핑크 나무눈(目)들이
어느새 손톱만큼 커져 빗방울을 털어내고 있다
잠들어 있던 생명 들이 앞다퉈 깨어나고
땅속에선 거대한 부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다시 오지 못할 봄도 아니건만
눈자위에 고인 이 눈물의 파문이라니
덩달아 바빠질 내 봄의 시간표에도
동그라미가 늘어나고 있다.
정주연_2001년 평화신문방송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선인장 화분 속의 사랑> <붉은 나무> <하늘 시간표에 때가 이르면> <그리워하는 사람들만이>가 있음. 강원작가상, 춘천여성 강원여성문학 우수상 수상. 강원문협, 춘천문협, 한국시인협회, 가톨릭문인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