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눈에 갇히다
조성림
생각만 해도 눈에 선한
한눈에 바다까지
쫙 끌어안던 수평선
나도 한때
그 겨울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그 순하디순한 양 떼의 목장을 오르니
양털들의 세상을 지나
온천지가 설국의 극치였다
그 옛날 선비들이 괴나리봇짐을 등에 메고
과거시험에 나서기도 했다는 영嶺은
온갖 눈물의 사연들이
바람처럼 넘었겠지만
아무튼
지난겨울에는 유독 폭설이 많이 내려
환상의 절정이었으리
게다가 등산객 몇
어둠까지 뒤엉켜 길을 잃고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설경은
가히 선경仙境이었으리
나도 이제 그 황홀에 빠져
저 설원 속에서도 잊지 못해
봄의 꽃들을 무슨 맹세처럼
목놓아 부르고 싶은 것이다
조성림_2001년 《문학세계》 신인상 등단. 시집으로 <지상의 편지> 외 7권. 시선집으로 <낙타를 타고 소금 바다를 건너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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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시
조성림/선자령 눈에 갇히다(2024년 여름호)
양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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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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