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광장 시계탑을 중심으로 젊은학생들은 꾸역꾸역 몰려든바, 이제는 동자동에서 서대문 영천교다리 남대문까지 교통이 완전두절되며 일반시민들까지 합세한 거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집회를 주도한 각대학 총학생회장들과 집회를 기획한 주혁조차 이처럼 예상외의 거대한 후폭풍에 경악한다. 주혁은 준비했던 “전대추” 성명서를 전대추의장에게 넘긴다. 의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에 상기된 표정으로 단상에 뛰어올라 결의문을 낭독한다. 유신헌법 철폐를 촉구하며! 전국대학생 유신철폐추진 위원회 친애하는 학우 여러분! 군부독재에 이어, 이제는 영구집권을 노리는 현정권은 유신헌법이라는 초법적인 제도를 만들어 우리의 조국을 칠흙같은 암흑의 동굴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와같은 현정국은 학생들에게 우리의 본분인 공부에만 열중하려는 우리에게 큰 고통과 좌절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상아탑에서 벗어나 이제는 할말은 하고, 부르짖고 싶은 우리의 절규를 토하고저 합니다. 기간중 현정권은 유신헌법에 반대하는것이 반정부, 혹은 불순세력으로 생각하며 경찰봉과 최류탄으로만 상대하더니 급기야는 순수한 우리학생들의 조직인 민청련을 긴급조치 4호를 발동하며 관련된 우리학우들을 군법에 회부해 중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우리는 다시한번 강력히 우리의 의사를 전합니다. 우리는 공산당이 아닙니다. 아무리 고문하고 협박해도 아닌것은 아닌것입니다. 객관적으로 공산당과 전혀 관계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이에, 공산당과 전혀 관계없는 우리들의 순수한 학우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학우 여러분! 우리의 학우들을 구출합시다. 우리와 같은 캠퍼스내에서 학문을 논하고 자유, 지성을 논하던 우리의 학우들은 지금 아무 죄없이 차디찬 감옥에서 캠퍼스를 그리며,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갈것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궐기합시다. 학우여러분. 암울한 조국의 현실을 희망찬 미래로 바꿀수있는 사람은 우리 피끓는 젊은 학도들 뿐입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감옥에서 신음하는 우리들의 학우들을 우리곁으로 우정의 세계로 구출합시다. 학우들이여! (결 의 문) ---정부는 유신헌법을 즉각 철폐하고 정상적인 헌정질서를 회복하라. ---학교당국은 교육자적 양심을 갖고 제적학생들을 전원 구제하라. ---민청련등 학생의거에 관련돼서 형을받은 전원을 석방하고 사면,복권조치를 취하라 ---안보논리에 편승한 학교교련을 폐지하며, 학교를 병영화하지 말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무시당할 때 발생되는 제반문제는 정부및 학교당국의 책임이며, 우리 백만 학우들은 우리의 결의를 조국과 민족앞에 엄숙히 선서하는 바이 다. 같은시각!!!!!!!!!!!!! 파파파파팍------경찰청 헬기가 미친듯이 낮게 서울역집회 상공을 휘젓는다. 학생여러분, 즉각 해산하라. 즉각 해산하라. 해산에 불응할시 10분후 강제해산 시킬것임을 통보합니다. 다시한번 경고합니다. 다시한번 경고합니다. 해산하십시오. 해산하십시오! 경찰국장 김치환은 헬기에서 내려다본 서울역집회 현장을 보며 위기감을 느낀다. 경찰생활40년에 처음보는 대군중의 물결이다. 심각하다. 도저히 경찰력으로는 진압불가함을 느낀다. 헬기무전은 계속 미친듯이 국장을 찾고있다. 여기는 청량리, 여기는 청량리 진압지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곧 학생들이 스크럼을 짜고 시내진입으로 돌입할것 같습니다. 시위인원은 2만명가량 추산되며 일반시민들도 합세한 상황이라 정확한 인원파악곤란. 병력증원 요청. 병력증원요청.----- 이어서 신촌상황은 더욱더 다급히 타전된다. 병력절대부족, 병력절대부족. 이어서, 무전의 혼선이 계속된다. 여기는 부산 부산 부--- 대전대전 전 전 저 대구, 광주에서 경찰총수를 찾는 각도 시경국장, 도경국장들의 다급한 무전타전이 줄을 잇는다. 같은시각!!!!!!!!!!!!! 중앙정보부 부장 이후림이 탄 헬기가 청량리, 신촌을 거쳐 막 서대문 염천교다리를 선회하며 진입한다. 경악하는 이부장! 유신정권 타도하자! 구속학생 석방하라! 구호를 외치자 시민들과 합세한 학생물결이 막 스크럼을 짜고 남대문방향으로 데모행진을 밀어붙인다. 일부대열에서는 청와대로 가자고 부치키는 함성이 요란하다. 아! 이게 아닌데 하며 생각하는 순간, 주혁의 앞대열에섰던 학생들의 비명소리 억! 소방차에서 내뿜는 희뿌연액체----- 흰 우웃빛 분말이 선두학생들의 몸에 분사되며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정도의 상황에 이른다. 이에 자극받은 군중은 빠르게 이성을 잃어간다. 이에 자극받은 군중의 물결은 더욱 사납게 돌변한다. 드르륵, 드르륵 최류탄장갑차에서 내뿜는 연발최류탄이 작열한다. 서울역광장, 남대문을 에워싼 경찰기동대로부터 쏘아대는 최류탄이 차도에 떨어지며 누렇게 피어오르는 악마같은 최류가스--------- 대열일부에서는 청와대로 청와대로 하는 구호가 우렁차게 울리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상황이 분초를 다투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이부장은 지척에 있는 청와대가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이 든다. 일인치하 만인지상 一人治下 萬人至上 의 권력의 심장부 중앙정보부장은 이러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오직 청와대 각하!!!!!!!!!!!!!!!!!!!!!!!!!!!!!!!!!!!!!!!!!!!!!!! 순간, 이부장이 타고있는 헬기무전기에서 부장을 찾는 다급한 경찰국장 김치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부장님! 부장님! 도저히 경찰병력으로는 해산불가! 해산불가! 발신기를 낚아챈 이부장은 국장에게 지시한다. 제1저지선 --- 서울시청, 제2저지선 --- 광화문 사거리를 사수하고 30분간만 경찰이 버티어 줄것을 지시한다. 김국장! 절대 제2저지선까지 뚫려서는 안되오, 만약 버티지 못하고 뚫리면 당신 작살이야! 김국장. 막으시오. 그후 상황은 내 알아서 처리하겠소. 그새 중정부장 헬기는 남산 중정 헬리포트에 요란한 굉음과 함께 내려앉고 있었다. 상황실에 급히 뛰어들자 마자, 급한김에 손수 육군본부 참모총장실 직통전화를 거뭐쥔다. 예, 총장 김승태입니다. 아! 나 부장이요. 지금즉시 수경사 30대대를 중앙청전면에 배치하고 수경사 전병력을 청와대주위로 완전무장 배치하시오. 아울러 경복궁 전차 1개중대도 중앙청정문앞에 배치시키시오. 총장! 시간이 없소 다급하오. 아니, 부장님! 각료회의와 각하 결제도 없이 군병력투입을? 여보, 당신 총장이 왜 그리 답답하오? “선조치, 후보고”도 모른다 말이요 총장! 만에 하나 지금 청와대가 데모대에 뚫리기라도 하면 당신이 책임질거요? 부장의 협박성 발언에 총장은 끗발에 눌린다. 알겠습니다 부장님! 즉시 시행하쇼. 총장! 시간이 급합니다. 경찰에는 30분만 버티라고 지시했소. 뚝 끊기는 전화------ 경찰투입과 군병력투입은 본질적으로 다른데! 항상 몰리면 군투입, 군투입? “국가의 최후의 보루”인 군을 국내정치용으로 종종 이용하는 정치인들에 대해서 푸른제복 육군대장 김승태는 환멸을 느낀다. 위력시위! 경복궁 30대대 정문을 통과한 우람찬 탱크대열은 떠나갈듯히 지축을 흔들며 중앙청정문을 향해서 전진한다. 우릉우릉 우르르르릉----- 지축을 흔드는 탱크캐터필러 궤도소리에 놀란 시민들의 얼굴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감겨든다. 중앙청 좌우 해태상과 나란히 대오를 잡은 탱크는 그 육중한 포신을 광화문을 향해 정조준한다. 위력시위를 위해서 탱크엔진은 끄지않은채 요란한 진동음을 내뱉고 있었다. 일사분란한 고도로 훈련된 군병력은 삽시간에 중앙청주위에 배치를 끝낸다. 멀리 광화문근방에서 요란하던 함성도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