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역(Sanctuary)의 월드맵. 성역은 인간들의 세상이다. 곳곳에 낯익은 이름들이 보이니 잘 찾아보자.
제 4 부: 칸두라스의 비극
칸두라스의 수도원 지하에 파묻힌 디아블로의 영혼석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다. 영혼석에 담겨 있던 디아블로의 사악한 영혼은 서서히 세상으로 풀려 나왔고, 아직 육체가 없는 디아블로는
적당한 육체를 물색한다. 그 결과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칸두라스를 통치하고 있는 레오릭 왕이었다.
레오릭 왕은 얼마 전 칸두라스를 점령하고 왕이 된 자였다. 처음에 칸두라스의 주민들은 침략자인 레오릭 왕을
싫어했지만 점차 그가 강인하고 성실하며 매우 신실한 인물임을 알고 그를 존경하게 된다. 하지만 디아블로의
마수가 그의 영혼에 뻗치자 선량한 왕이었던 레오릭 왕은 서서히 미쳐가기 시작했다. 디아블로의 별명인
'공포의 군주' 답게 그는 희생자의 잠재 의식에 공포의 씨앗을 심는 수법을 즐겨 사용했고 그 끝없는
공포의 환각 속에서 레오릭 왕은 어느 새 자기 앞에서 눈만 치켜 뜨더라도
그 자리에서 칼을 뽑아 목덜미를 찌르는 폭군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레오릭 왕의 영혼은 너무나도 강인했기에 디아블로는 그의 영혼을 완전히 지배하는 걸 포기했다.
대신 그는 좀 더 쉽게 굴복할 만한 연약한 영혼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레오릭 왕의 외동아들인
알브레히트 왕자가 적임자임을 알아냈다. 강철 같은 영혼을 지닌 레오릭 왕의 영혼을 거의 지배할 뻔 했던
디아블로였기에 겁 많은 알브레히트의 영혼은 손 쉽게 디아블로에게 제압당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디아블로는 인간계에 환생하는 데 성공한다.
환생한 디아블로는 일단 힘을 회복하는 동안 레오릭 왕의 궁전 지하에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그 안에
은둔한다. 그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디아블로는 대주교 라자루스를 타락시켜 그로 하여금 지옥의 군대를
만들 것을 명한다. 라자루스는 공포의 군주의 뜻에 부합하여 대성당 지하에 어둠의 왕국을 건설하고
그 왕국을 채울 지옥의 병사들을 만들 준비를 한다. 라자루스는 디아블로가 환생함으로써 사라져 버린
알브레히트 왕자가 대성당 지하에 감금되어 있다는 말로 칸두라스의 영웅들을 유혹했고, 진짜 왕자가 대성당
지하에 감금되었다고 믿은 영웅들은 대성당 지하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이내 악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한편 레오릭 왕은 디아블로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지만, 공포의 군주의 사악한 영혼과 오랫동안 격렬한 싸움을 한 탓에 그의 영혼은 거의 갈기갈기 찢어져 버렸고 여기에 그가 사랑하는 왕자 알브레히트가 사라졌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더해지자 그는 결국 완전히 미쳐 버렸다. 이 불행한 왕은 후일 그가 가장 신임하고 아꼈던
부하 중 하나인 경비대장 라크다난의 손에 죽게 된다.
(디아블로 3의 트리스트럼 대성당에 라크다난의 일지가 편지 형식의 음성으로 스토리 제공을 한다)
왕자는 행방불명, 왕은 부하의 칼에 죽고, 게다가 알 수 없는 공포의 안개가 서서히 온 왕국을 뒤덮어 가자
칸두라스의 주민들은 하나 둘 그들의 삶의 터전을 내팽겨치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번영하던
마을이었던 트리스트람은 폐허로 변했고 몇몇 사람들만이 텅 빈 마을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 쓸쓸한 트리스트럼에 찾아오는 방문객은 보물과 전리품을 노리고 악마 사냥을 하러 온 철없는
모험가들뿐이었다. 이 별볼일없는 모험가들은 하루가 다르게 그 수가 늘어났고 그만큼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수도 늘어났다. 하지만 어느 날 변함없이 트리스트럼을 찾아온 모험가들 중 특별한 이가 최후의
호라드림 단원인 데커드 케인의 눈에 들어오게 된다. 데커드 케인의 일지를 잠시 살펴보자.
케자니력 1265년, 담하르 달 스물 일곱 째 날
동이 틀 때마다 더 많은 모험가가 우리에게로 온다. 그러나 영웅이라 부를만한 자는 아직 없다. 나는 때를 기다리면서 해답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낡은 문서를 뒤적였다. 여기에 담긴 내용을 좀 더 진지하게 여겼더라면,
그냥 경솔히 넘겨버리진 않았을 텐데...
케자니력 1265년, 라쌈 달 첫째 날
마침내 모험가 중에 다른 사람보다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비록 말수는 적지만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침착함과 집중력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압도할 정도이다. 전리품이나 보물에만 관심이 있는 이들 모험가와는 달리
이 사람, 아니 이 영웅은 무언가 달랐다. 나는 이 방랑자를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나는 그에게 내가 겪었던
지난 이야기도 해 주었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도 나누어 주었다. 모든 게 잘 되기를 바란다.
여기서 보물을 노리고 온 모험가들 사이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방랑자란 바로 디아블로 1을 막 설치하고
캐릭터를 생성한 뒤 게임에 들어온 플레이어를 뜻한다. 데커드 케인은 마침내 트리스트럼에 주목할 만한
영웅이 왔음을 깨닫고 그에게 그가 아는 지식을 아낌 없이 나누어 주었다.
왕자의 실종 사건과 왕자를 찾아 대성당으로 갔던 용사들이 실종된 사건에서 데커드 케인은
대주교 라자루스를 의심했다. 그는 우리의 영웅(플레이어)에게 라자루스의 물증을 찾아 볼 것을 요청했고
우리의 영웅은 대성당의 지하 15층에서 라자루스의 지팡이를 발견한다. 레오릭 왕가와 대성당을 아우르는
타락의 중심에 타락한 대주교 라자루스가 있다는 확증을 얻은 데커드 케인은 영웅에게 그를 처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의 은거지로 가는 포탈을 열어 준다. 우리의 영웅은 어렵지 않게 라자루스의 은거지에
침투하여 그의 밀실로 가는 잠금 장치를 풀고 마침내 그의 밀실로 들어가 그를 처단한다.
라자루스를 처치한 영웅에게 데커드 케인은 라자루스를 타락시킨 장본인 -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 를 처단할 것을 요청한다. 디아블로는 아직 힘을 회복하지 못한 채 대성당 지하에 숨어 있었고, 영웅은 지하에 잔뜩 깔린 악마의 군대를 물리치고 마침내 디아블로와 대적하여 그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다. 공포의 군주를 쓰러뜨린 영웅은
영혼석 안에 다시 그의 영혼을 봉인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전과 같이 영혼석에서 또 다시 그의 영혼이
빠져나올 것을 우려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그건 바로...
자신의 몸을 영혼석으로 하여 디아블로의 영혼을 봉인하는 것이었다. 디아블로 1의 엔딩 동영상을 보면
디아블로를 쓰러뜨린 용자가 그의 영혼이 담긴 영혼석을 자신의 머리에 찔러 넣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찌됐건 그는 적의 피로 온통 피범벅이 된 채 트리스트럼으로 귀환했고, 공포의 군주가 마침내 최후를
맞이했다는 기쁨에 트리스터름은 흥겨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트리스트럼이 다시 활기를 찾아갈수록
공포의 군주를 물리친 우리의 영웅은 점점 생기를 잃고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데커드 케인의 일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케자니력 1265년, 에수나르 달 열여덟 번째 날
디아블로를 물리친 이후 몇 주 동안 흥겨움에 젖은 트리스트럼은 이전에는 한 번도 못 본 모습이었다.
내가 자랑스럽게 친구라 부르는, 조용하고 생각 많은 이 영웅은 겸손한 자세로 축하 행사를 치러냈다.
하지만 교회 지하에서 그가 얻은 흉터는 살갗 아래로 깊숙히 파고들어 그를 변화 시킬 것이 분명했다. 이에 대해
조언을 몇 마디 건넸지만 그는 그럴 수록 나를 멀리 피할 뿐이었다. 아마 시간이 유일한 해결책인 듯 싶다.
케자니력 1265년, 에수나르 달 스무 번째 날
왜 난 보고도 몰랐을까? 그 친구가 보였던 우울한 모습이 그저 끔찍한 일을 겪은 다음에 따라오는
후유증 같은 것이라고 믿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친구의 몸 안에 공포의 군주 - 디아블로라는
존재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그는 디아블로를 물리친 뒤 밤에 비명을 지르며 잠을 깨는 일이 잦았다. 그의 고함은 잘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동쪽' 이라는 단어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는 그 이후 점점 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더니 어느 날 밤 우리를 떠나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가 지르던 비명의 내용을 보아 그는 아마 동쪽으로 가지 않았나 생각된다.
첫댓글 재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