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통과의례
① 출생
이슬람 사회에서 출산은 신의 은총이며, 사회적으로는 가계의 승계, 노동력의 증가, 전사의 확보 등의 의미를 갖는다. 이슬람의 관점에서는 임신 순간부터 출산에 이르는 산모의 전 과정을 성스러운 투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심지어는 출산 중에 목숨을 잃은 산모에게 순교자로 간주하여 천국에서의 보상을 약속한다. 이러한 출산의 중요성 때문에 임신을 위해서 각종 기원행위가 행해지고 출산을 위해서도 각종 비이슬람적 주술행위가 성행한다. 임신을 위한 기원행위로는 산모의 젖이나 시체를 씻은 물로 목욕하기, 새로 판 우물의 첫 물 마시기, 사고사를 당한 남자 시체 위로 건너가기 등이 있다. 일단 임신이 확인되면, 임산부는 유산을 막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한 각종 미신에 빠져든다. 출산이 임박해 오면 공동체 내에서 평판이 좋고 노련한 조산원을 고용하여 작은 칼과 명주실 등 필요한 출산 준비를 한다. 조산원이 출산의 소식을 전하면 아버지는 첫 번째 의식으로 아기 머리가 메카 쪽으로 향하도록 안고 오른쪽 귀에 ‘아잔’(예배를 알리는 낭송)을 왼쪽 귀에 ‘이까마’(아잔과 비슷한 내용으로 모스크내에서 예배 직전에 낭송된다)를 불러주며 알라에게 아기의 탄생을 고한고 알라의 은총을 구한다. 산모는 여아를 출산한 경우 즉시 가사로 복귀할 준비를 해야 하지만, 남아를 출산한 경우 최소 3~6일간 침대에서 산후 조리를 하며 그 뒤 40일간 휴식을 취한다. 산모는 출산 후 40일이 되는 날, 신부 옷을 꺼내 입고 신부와 같은 대접을 받으며 남아 출산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그리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출생의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생후 7일째 행해지는 탄생축제와 작명의식이다. 성대한 잔치가 병행되는 작명의식에 비로소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들이 선물을 준비한 채 처음 아기를 보러 온다. ‘하렘’(여성거주 공간)에 여인들이 들어오면 조산원은 아기 침대에 묶어둔 소금 주머니를 풀어 뿌리면서 “예언자의 은총을 받지 못한 자의 눈 속에 소금이 들어가기를…”이라고 중얼거린다. 소금을 뿌리는 행위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부정하고 사악한 것, 특히 손님 중에 숨어 들어올지 모르는 악귀의 해악으로부터 아기와 산모를 보호해 달라는 기원의 표시이다. 이대 여인들은 자수 손수건의 한 모퉁이에 금화를 싸서 선물로 아기 침대 위에 놓는다. 그리고 여인들이 아기에게 덕담을 한다.
축제가 시작되면 상류 사회에서는 여성 가수와 밴드가 동원되어 산모를 위로하며, 아기의 출산을 위해 직접, 간접으로 관계된 여인들이 한바탕 함께 즐긴다. 이때 아기도 그 소음을 경험하게 되는데, 특히 여인들은 두 금속을 아기 옆에서 부딪치어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는 대범한 기개를 길러준다. 이런 절차가 끝난 후에는 아기를 체 속에 담아 심하게 흔들어 댄다. 이런 행위는 아기의 복통을 방지해 주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민간 습속에서 비롯되었다. 작명은 전통에 따라 일정한 형식을 취하지만, 많은 지방에서는 아직도 아이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상당기간 동안 동물이나 곤충의 이름, 혐오스러운 표현, 발음하기 어려운 낱말을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생후 7일째 작명하는 날, 아기의 머리털을 정수리만 남기고 자르고 그 머리털의 무게에 해당하는 금이나 은을 가난한 사람에게 희사한다. 이러한 의식은 작명과 함께 새로운 삶과 세계로의 입문을 의미한다. 그런 다음 주인은 손님들을 초대하여 동물들을 희생한다. 보통 남아인 경우에는 양 2마리를 여아인 경우에는 양 1마리를 희생한다.
② 할례
이슬람 사회에서 할례의 시기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아랍 사회에서는 작명의례를 행한 직후인 생후 8일째 할례를 행한다. 그러나 아랍권 일부에서와 비 아랍권에서는 생후 40일째 또는 아이가 좀더 성장한 후인 5~7세 때 할례를 행한다. 상류층 자제가 할례를 할 때는 가진 자의 비용으로 수십 명의 고아와 가난한 자의 자식들이 함께 할례를 행하는 것이 미덕으로 되어 있다. 성대한 잔치와 할례 복의 준비에 많은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할례 일이 공고되면 대상자들은 터번과 새 옷으로 단장하고 악사들과 함께 동네 주위를 말이나 낙타를 타고 배회하면서 자신들이 곧 진정한 사회구성원으로 입문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린다. 할례 일에는 많은 친지들이 지켜보고 축송을 하는 가운데 마취 없이 간단한 수술을 행한다. 어린 나이에도 결코 울지 않는 강건함을 보여 줌으로써 남성의 세계에 입문할 자격을 인정 받는다. 갖가지 선물과 함께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하나가 되어 최고의 관심과 축하를 표명한다. 여아의 할례는 이슬람 학파들의 견해와 지역 특성에 따라 그 적용 되는 방법과 정도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수단과 이집트에서는 아직도 여아 할례가 매우 보편적인데 반해, 메카와 메디나를 중심으로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아프리카, 터키, 이란, 파키스탄 등지에서는 거의 소멸되어 가고 있다. 할례의 방식도 수단에서는 소음순과 클리토리스의 돌출 부분을 포함한 광범위한 부위를 제거하는데 반해,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클리토리스의 일부(1~3mm)를 예리한 칼로 제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대의 많은 이슬람 학자들이 여아 할례를 이슬람 이전시대의 비종교적 의미로 배척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일부의 아랍인들은 관습적으로 이를 행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여성 할례가 여성의 성적 기능과 충동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③ 성장
아이는 의례적인 무수한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성장해 간다. 첫 이가 났을 때, 첫걸음거리,
첫돌 의식 등이 그것이다. 산모는 코란의 규정에 의해 만 2년 이상 모유로 양육할 책무를 진다. 건강상의 이유로 수유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런 경우 우유나 분유대신 유모를 고용한다. 모유의 신성함 때문에 같은 유모의 젖을 빨았던 유아들은 후일 아무런 인척관계가 없음에도 결혼이 엄격히 금지된다. 유아기의 성장에서 어머니의 역할이 특히 강조된다. 이슬람은 그의 자식을 ‘샤하다’를 암송할 수 있는 나이까지 잘 키워 부모에게 복종하고 신을 경외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든 어머니에게 천국을 보장하고 있다.
자식이 갖는 소중함과 의미가 크면 클수록 부모는 질병을 유도하는 사악한 기운이나 흉안의 해악으로부터 자식을 보호하고자 미신에 가까운 여러 가지 방책을 강구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아이의 몰골을 지저분하게 하거나 현란한 장식을 달아 흉안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터키 동부나 쿠웨이트,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남아를 여장시켜 악귀의 눈을 피하도록 하고 있다. 가난하고 지저분한 아이보다 부유층 자제가, 여아보다 남아가 더욱 흉안의 시기를 받기 쉽다고 믿기 때문에 왕족이나 상류층 자제는 거위 취학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하렘에 칩거하면서 외부인과의 접촉을 제한하였다.
할례 이후부터는 아버지에게 절대적 복종과 존경심의 바탕에서 예절, 사회의 관습과 관레, 종교적 지식 등의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게 된다. ‘쉐이크’라는 가정교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말하기 시작할 때 처음 받는 교육은 신앙의 고백, 즉 ‘샤하다’를 외우며 무슬림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5세부터 세정과 예배의식을 행하고 어머니나 할머니로부터 선조의 영웅담이나 신화적 전설을 전해 듣는다. 7세가 되면 남녀가 유별하여 하렘에 함부로 왕래할 수 없으며, 여아는 바깥 출입시 베일을 쓴다. 이때부터 남자는 학교에서 ‘코란’을 비롯하여 체계적으로 이슬람 교육을 받는다. 이에 비해 여아는 남자에 비해 교육 혜택을 덜 받는 경우도 있다. 일류 상류층에서는 여교사를 초빙하여 가정에서 글자를 익히고 코란 낭송 및 종교적 교육을 받게 하지만, 대부분의 집안에서는 엄격한 통제 속에 수예, 방직, 카페트 짜기 등의 기술 교육을 익히게 한다.
④ 결혼
이슬람에서 결혼은 도덕틀의 유지를 통한 사회결속과 가족연대를 강화하는 기능, 그리고 성적 욕구의 충족이라는 본능을 제도화 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슬람권의 혼례가 다른 문화권의
혼례와 확연히 구별되는 것은 신분과 직업에 상응하는 중매혼, 일부다처제의 허용, 결혼지참금
제도, 사촌 결혼, 남성 위주의 결혼생활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전통사회에서 결혼은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가족이나 혈연공동체 모두에게 관련되는 공통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자유연애 결혼은 거의 상상할 수 없다. 남자 18~20세, 여자 16~18세의 적령기에 도달하면
흔히 그 마을에서 가장 명망이 높고 평판이 좋은 사람이 중매쟁이가 되어 양가의 사회적 신분,
재산, 직업, 결혼 당사자의 교육 정도나 됨됨이를 고려해서 신랑 신부의 혼담이 진행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아기에 이미 양가 사이에 약혼을 하는 관례가 남아 있다. 신랑감은 아버지가,
신부감은 어머니가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만, 배우자의 최종 결정권은 아버지가 갖는다.
신부에게 아버지가 없는 경우에는 남자 형제가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지만 신부는 남자
형제가 고른 신랑감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침묵은 종종 동의로 받아들여진다. 여자는
부모가 선택해 준 신랑 후보를 거절할 수 있으나,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할 권리는
결혼이 금지되는 근친의 범위는 어머니, 딸, 여자형제, 배다른 누이, 장모, 아버지의 다른 부인들, 며느리 등이며, 두 자매와의 동시 결혼, 같은 유모의 젖을 공유했던 사람과의 결혼도 금지된다. 또한 남녀 공히 부부 생활을 위협하는 지병이나 신체적 결함이 없어야 하고, 남자는 4명의 아내를 갖지 않은 상태, 여자는 이혼한 후 전 남편과의 관계가 청산되고 재혼 금지 기간을 충족한 상태여야 한다. 부족에 따라서는 처가 사망한 경우 처제나 처형과의 결혼이 보편적이고, 형제가 사망하는 경우 형수나 제수를 아내로 맞이하는 수계혼 제도가 성행하기도 한다.
종교적인 제한으로는 무슬림 남자는 이교
도 여인 중 기독교도와 유대교도와의 결혼이 허용되지만, 무슬림 여자의 이교도 남자와의 결혼은 허용되지 않는다.
결혼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쌍방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신랑, 신부는 보호자와 각각 두 사람의 증인이 참석한 가운데 ‘까디’(판관)에 의해 결혼의 합법성이 공표된다. 전통 관습법은 서면 양식 없이 판관에 의해 쌍방의 합의가 공동체에 공표됨으로써 효력을 발생했으나, 지금은 여성 보호차원에서 모든 조건을 세부적으로 명시한 혼인계약서가 작성되어 공개된다. 성혼의 절차는 주례인 판관에 의해 결혼계약의 구체적 사실이 확인되고 동의된 다음에, 결혼의 의미와 이슬람적 가르침에 대한 설법이 있은 후, 신랑, 신부가 오른손 엄지를 세워 서로 누르며 손수건으로 그 위를 덮는다. 그리고 신랑, 신부가 코란의 첫 장을 함께 낭송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러한 법적인 절차와 함께 관습적인 절차의 충족도 결혼의 성립에 매우 중요한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부의 처녀성 문제이다. 이는 흔히 첫날 밤을 지낸 후, 하얀 천에 묻은 혈흔을 대중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처녀성이 증명되고 그 결혼이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절차로 나타난다. 그러나 요즘은 혈흔을 직접적으로 공개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슬람 사회의 권장된 결혼 관습 중의 하나는 ‘사촌결혼’의 성행이다. 사촌 중에서도 부계사촌, 즉 숙부의 딸을 신부로 맞이한다. 부계사촌 누이 동생에 대한 그의 권리와 의무는 거의 절대적이어서 그가 그녀와의 결혼 의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이 그녀와 결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신랑이 가족들의 압력에 의해 부계사촌 누이와 내키지 않는 결혼을 했을 때, 그는 자신의 의사로 두 번째 부인을 얻음으로써 그 보상을 얻기도 한다. 사촌 결혼 풍습은 크게 가족 연대의 강화, 상속에 따른 재산권 보호, 결혼 후의 원만한 가족 관계의 기대, 과다한 결혼 지참금의 지불이라는 경제적 압박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겠지만, 남녀가 철저히 분리되고 교제가 통제된 사회구조에서 사촌누이는 내외하지 않고 자유로이 교통할 수 있는 유일한 근친 이성이라는 현실적 측면도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신랑이 신부를 데려오는 대가로 신부측에 일정화 재화를 지불하는 ‘마흐르’ 제도는 이슬람 이전 아랍 사회에서도 잔존하던 유습이다. 애초에 마흐르는 부족이나 가문간의 연대 표시를 위한 기능이 강했으나, 이슬람 이후 이 제도는 종교적인 강제규범으로 승화되어 순수하게 이혼이나 재해시에 여성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금의 의미로 정착되었다. 따라서 마흐르는 남편과 함께 사는 동안에는 친정에서 관리 하고, 필요시에 여성에게 전달된다. 마흐르의 액수는 신부 집안의 사회적 신분이나 신부의 교육 정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부모의 도움 없이 독신 남성이 준비 하기에는 매우 벅찬 금액이다. 따라서 나이든 노총각과 이혼녀의 결혼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편견 없이 행해진다. 또한 초혼과 재혼에 따라 그 비율도 달라 처녀일 경우를 100으로 할 때 이혼녀는 75%, 미망인은 50%에 해당하는 마흐르를 받을 수 있다. 마흐르는 결혼 성립을 위한 절대 필요 충분 조건이며, 쌍방이 합의 하는 경우 액수가 조정되거나 3분의 2를 결혼 시에 지불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이혼 시에 지불하기도 한다. 또, 4촌혼의 경우에서 마흐르는 상징적인 액수에 그치기도 한다
한편 외국인이 결혼식에 초대 되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간단한 선물과 축하카드를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또는 200~500디람 정도의 축하금을 주어도 좋을 것이다. 서구화된 결혼식에서 선물이나 축하금을 전달하려면 결혼식장(집 또는 전문 결혼식장) 앞에서 신랑 신부의 친지(
외국인 친구를 결혼식에 초대한다는 것은 모로코인에게도 자랑이다. 그러므로 외국인들은 체류 기간 동안 적어도 몇 번은 결혼식에 참여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호기심으로 참여하기에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로코의 결혼식은 보통
⑤ 장례
이슬람에서의 죽음의 개념은 종말이나 생명의 손상이 아닌, 영혼과 육체의 일체감의 소멸을
의미한다. 따라서 죽은 자를 화장하는 경우 영혼의 안식처가 소멸된다고 보아 매장하여 무덤이라는 영혼의 거주 공간을 만들어 주도록 가르친다. 또한 죽은 자의 무덤을 방문하여 고인을 추모할 때 두 영혼의 교감으로 영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영혼이 분리된 이후에도 육체와 영혼간의 사랑은 끝나지 않고 그 후로도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보기 때문에 사체에 대한 손상이나 무덤 위를 밟고 다니는 행위는 금기시 된다. 이런 이유에서 이슬람 사회에서의 장례의 특징은 빠른 매장(보통 24시간 이내), 간단하고 엄숙한 상례, 내세에 대한 강한 믿음 등으로 규정된다. 자신의 죽음을 인지한 자는 세정의식을 행하고 얼굴을 메카 방향으로 향한 상태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샤하다’(신앙고백)를 낭송한다. 그런 기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샤하다를 낭송하여 들을 수 있게 한다. 운명하면 죽은자의 얼굴이나 머리를 메카로 향하게 한다. 사체의 수습을 위해 우선 눈을 감기고 입을 다물게 한다. 발목을 묶고 두 손은 가슴 위에 놓는다. 가족이나 장의사가 사체를 향료를 넣은 비눗물로 세정한 후 염을 한다. 이때 남편이 아내의 시신을 혹은 아내가 남편의 시신을 세정하는 것은 허용된다. 고인의 머리털과 체모를 깍는 풍습이 일반적이다. 그런 다음 솜으로 입과 귀, 코 등을 막으며 염습을 하고 하얀 무명천이나 자루를 이용해 한 겹 또는 여러 겹으로 둘러싼다. 이 때 하나의 천을 사용하고 천을 서로 연결해 쓰지 않는다.
임종 순간 통곡으로 애도가 시작된다. 죽음을 알리기 위해 즉시 부고를 하되, 큰 소리로 울거나 비탄에 젖어 울부짖거나 빰을 때리고, 옷을 찢는 등의 행위는 금기시 된다. 다만 조용히 흐느낀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가족 중 여자(부인)가 큰 소리로 곡을 시작 함으로써 죽음을 알린다.
장례 절차는 아침에 시신이 관에 실려 집을 나설 때 모든 친지와 이웃이 상여꾼이 되어 모스크까지, 또는 그곳에서 묘지까지 운반한다. 상여꾼을 별도로 고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것은 강력한 사회연대의식의 표현이다. 상여 행렬에는 상주그룹, 그 뒤를 이어 여자그룹, 그리고 고용된 대곡자들이 통곡하며 따른다. 부유한 집인 경우에는 음식을 실은 낙타 떼가 동원되는데, 일부는 무덤에 넣고 나머지는 이웃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서다.심지어 무덤가에서 동물을 잡아 희생제를 치르기도 하는데, 이런 풍습은 고기를 가난한 참석자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고인의 죄가 경감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신을 관에 넣은 채로 매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화장을 하지 않고 매장을 하는 풍습은 내세에서 영혼과 함께 육신도 부활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장례식 당일에는 고인의 집에서 일체의 음식을 만들지도 대접하지도 않는다. 음식은 모두 동네 사람들이 분담하여 만들어 온다. 장례 후 첫 3일간 밤새 내내 코란을 낭송하는 관습이 일반적이고, 지역에 따라 3일째, 40일 째, 1년째 가족들이 고인의 추모집회나 기도 의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통상 장례식 후 40일간 추모 의례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된다. 유족들은 화려한 차림을 피하면서 주로 금요일에 가족과 친지가 모여 음식을 장만하고 코란을 독경하는 주기적인 추모의식을 행한다. 1주기가 돌아올 때까지 가족들은 근신하는 자세로 경건하고 검소한 일상을 보낸다. 추모기간 동안 집에서 음주 가무는 몰론 축제, 결혼식 같은 모음도 유보되며 붉은색 옷이나 진한 화장, 천박한 행동은 삼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마을 사람들을 초대하여 1주기 추모식을 치름으로써 고인을 위한 일련의 통과의례는 끝이난다.
때로는 외국인인 여러분이 장례식에 가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장례식을 초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일을 하던 co-worker 또는 기관의 가까운 사람들, 친한 모로코 친구의 직계 가족들이 사망하였을 때 그들을 위로하는 것은 또 하나의 국제 협력이 아닐 수 없다.
장례식에 갈 때 먼저 의상을 점검하라. 검은 양복, 검은 드레스가 장례식에 어울리는 옷임을 상기하자. 색깔 있는 옷은 삼가 하되 검은 색이 없을 경우는 어두운 색깔의 단색 옷을 차선책으로 권한다. 결혼식처럼 선물이나 조의금은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 만큼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500 디람 정도의 조의금을 전달하는 것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성의 표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