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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향을 떠나 수십년째 광주에 살고 있습니다. 업무차 매주 영암을 내왕하고 있어서 금정가는 길을 이용할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 강진에 볼 일이 생겨 가는 길에 사진과 함께 간단히 몇자 올립니다.
그럼, 여기는 출발점인 백운동 교차로 목포방면입니다. 여기부터 금정까지는 약 35~40분정도 소요됩니다. 예전에는 나주,영산포를 거쳐 금정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에 완행버스로 2시간 정도 소요되지 않나 싶습니다.
5~7분이면 남평오거리에서 멈춰섭니다. 우회전하면 나주 방향입니다만, 저는 특별한 일이 없는한 영암,강진,해남,완도,진도방면으로 갈경우 직진하여 봉황을 거쳐 세지 길을 이용합니다. 가깝기도 하고 신호대기가 없어 편리하지요.
그러나 월요일 아침이나 주말 러시아워 시간대는 피합니다. 출퇴근 이용자들이 많아 이 시간대는 굉장히 번잡합니다. 봉황방면으로 가는 길입니다. 길 양편의 가로수가 3~4월경에는 하얀눈이 쌓인 듯 벚꽃이 만발하고, 오뉴월에는 쌀밥덩이가 소복히 쌓인 것처럼 만개한 이팝나무에 핸들이 가볍습니다.
작년에 개통된 세지터널입니다. 이 터털로 인해 동창을 거치는 것보다 5분정도 절약됩니다. 명절때면 동창사거리에서 많이 정체되었지만 지금은 수월한 길이 되었습니다. 속도 무제한 아우토만 기분을 내어 곧바로 고개를 넘으면 내고향 금정분지가 보입니다. 어떤 대도시 진입로마냥 확 터져 좋습니다. 앗! 카메라 조심하구요.
드디어 금정입니다. 근데 얼마안가서 뻥 뚫린 길이 맥주병목처럼 갑자기 줄어듭니다. 언제쯤이나 쭉 뻗는 도로가 이어질련지... 금정면 상징인 대봉감나무 가로수입니다. 가을철에는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령 달려 있어 보기에도 좋습니다만, 일부 몰지각한 손이 있어 말썽을 일으킨 일도 있나봅니다. 도중에 대봉감 집산지 표지판도.. 또, 이쁜 이정표도... 아시다시피, 직진하연 초교,남송리 국산봉 덤재를 넘어 유치 장흥 길이지요. 금정면 번화가이고 행정 중심지 용머리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잉크 뭍힌 면사무소입니다. 지금도 당당히 제 역활을 다하고 있죠. 어릴적 다리밑에서 미역감던 용머리 (구)다리입니다. 다리난간에 올라가 뛰어내리기도 하고(전 겁나서 못뛰어 내렸음), 팔뚝만한 메기 서넛마리쯤 노닐던 깨끗한 냇물이었습니다만, 지금은 물빛이 그렇지 못하게 보이니 안타깝습니다.
저의 신앙의 근원인 금정교회입니다. 그때는 유리구슬이 빠질만큼 슝슝한 예배당 마루였는데. 지금은 말끔히 단장되었고 사회복지사업도 하나 봅니다.
1원짜리 풍선뽑기에 어린 가슴을 조였던 장승뱅이 가게앞 길입니다. 겨울철 한 낮이면 얼었던 땅이 녹아 검정 고무신이 푹푹 빠지고, 군데군데 움푹움푹 퍠인 멀고먼 등하교 길이었는데, 지금은 몇초면 지나칩니다. 제가 심어놓은 쌍구렁이 감나무 밭입니다. 올부터 여가삼아 농사일도 해보려하는데, 땀만 뻘뻘 흘리는 초보 농사꾼이라 잡초와의 싸움에서 기진맥진하여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렸습니다. 비가 자주 내려서인지 예초한 뒷 일주일이면 다른 풀들이 무릎까지 차올라 원상복구됩니다. 잡초 군단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진정한 농사꾼이 되는가 봅니다. 지금 농촌에서 농사일 하신분들은 꾼이 아니라 실력있는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냉천저수지 주변 6.25희생자 위령탑입니다. 우리편에 의해 억울하게 무참히 죽임을 당하신 우리 할아버지,아버지 이웃분들을 위로하기 위한 탑입니다. 현대사적 이념분쟁으로 그저 빨갛게 보였고 슬픔과 증오가 뒤엉켰던 금정이기도 합니다. 뒷면에는 위령탑 전망대에서 바라본 냉천저수지 전경입니다. 지금은 여름철이라 무성한 나무만 봅니다만, 사계절마다 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이름 모를 새도 쉬어가는 시원한 냉천약수터입니다. 요녀석이 한참동안 날개를 펴고 넋놓고 물길질을 하더니만, 인기척을 느끼고 옆에있는 배롱나무 가지에 폴짝 날아앉아 창피했던지 요리조리 눈치본 후에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냉천약수터는 강진,해남에서 광주 가는길 중간지점에 있고, 일년내내 마르지 않아 언제든지 운전자에게 시원한 쉼터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쉼터에는 영보에서 오신 아주머니가 수년동안 경영한 판매소에는 커피뿐만아니라 옥수수,찐빵,오뎅 등등, 번데기도 있습니다. 단골손님이 많아서인지 심하게 궂은 날씨외는 언제나 쉼터를 지키고 계십니다. 지나다 쭐쭐할때면 천원짜리 한장으로 요긴하게 해소합니다. 그 맛도 일품이구요. 쉼터에서 활성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입니다. 정상부근까지 포장되어 차량 진입이 가능하고 5분정도 소요됩니다. 잠깐, 활성산 정상부에 올라봅니다. 북쪽 좌 우측에 백룡산 궁성산으로 둘러진 금정분지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동쪽 국사봉의 당당한 자태가 눈앞에 있는 듯 가까이 보입니다. 남쪽에는 5~6년전에 수많은 소떼가 한가로이 풀 뜯었을 목장이 그대로 있어 고요함을 더해줍니다. 서쪽을 보니 저멀리 얕은 산 사이로 하얀 비단천이 바람에 휘날리 듯 서해 바다와 영산강이 엷은 구름속에 비칩니다. 예전에는 정상부에 약용식물인 설모초(구절초,들국화)가 자생군락지가 넓게 분포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잡초만 무성하군요 저희 부모님께서는 가을철에 설모초를 꺾어다가 말린후 달여드시거나 사량방에 찜질용으로 쓰셨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 곳을 생태자연환경으로 복원하여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산하여 여운제를 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운제는 변함없이 금정의 문지기 역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저너머 영암 세상을 성년이 되서야 밟아보았습니다. 그때서야 영암이 형님이고 금정은 동생인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영산포 문화권에서 살았나 봅니다.
어린시절 한두번 소풍을 왔었을 여운사입니다. 그떄나 지금이나 이 곳이 꽤나 볼만한 장소이었나 봅니다.
여운사에서 바라본 월출산과 영암읍 전경입니다. 지금은 안개구름에 흐리하게 보이지만, 가을철 아침녁에 이 곳에서 바라본 월출산은 구름위 무주공산처럼 둥둥 떠 있습니다.
이만, 저는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내려가 영암 장암리 뒷길을 이용하여 강진으로 갑니다. 감사합니다.
P.S: 어쭙잖게 써놓은 글과 사진입니다. 그냥 편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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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시 멋진 모습은 우리에 고향입니다
고향 사진을 보니 잡힐듯한 고향의 어릴적 추억들과 정겨운 들녁 그리고 학창시절의 기억들을 함께 느낄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참 자세하게도 설명이 되어 있네요
수고 하셧어요
사진을 보니 금정이 더 그리워지네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완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35.gif)
감사^^*
청년회장님께 감사를 드림니다. 고향소식 반갑습니다. 자주 들리겠읍니다. 임진년 구정을 맞이하여 조상님의 만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