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에서 박스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박스를 잘하면 과연 춤을 잘 출 수 있을것인가?
박스는 어떻게 해야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파트너에게 왈츠의 이모저모를 가르쳐주다가
다시한번 박스 연습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춤을 홀드하여 추면서 잘못된 지점을 지적질 하다가
더이상 말로는 가르칠 수 없는 한계지점에서 선택한
기본 베이직으로의 회귀다.
사실, 왈츠를 배우면서 박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그간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정립하면서 어느정도 이해하고
또한 체계를 잡았지만 이걸 가르치는 것은 또다른 영역이었다.
그냥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는데 하면서 수없이 반복해서
시범을 보여도 안되는 사람에게 잘 할 수 있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되었다.
"박스는 기본적으로 어렵다."
나는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그래야만 확실하게 팔 걷어붙이고 가르칠 의욕이 생기기 때문이다.
춤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각자 받아들이는 게 다른 이유는
그 사람이 받아들이는 자기만의 공감각적인 감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당연 이정도 설명하면 알아들었겠지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당사자가 받아들이는 수준은 극히 일부분이
뿐이라는 것.
그래서 고민끝에 생각한 것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다.
어떻게 학생에게 정확한 동작을 인지하게 하고 깨달음의
영역으로 인도할 수 있느냐는 상당히 까다롭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한 애정과 열정이 없으면 못해먹울 짓이기도 하다.
그간 학원에서 배웠고 혹은 유튜브에서 여러가지 동영상을 통한
설명을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저 수박 겉핧기 식의
요식행위가 많았던 것 같다.
파트너를 상대로 박스를 잘하게 하려다 보니,
이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었는지 충분히 알겠다.
가르치는 사람도 어렵지만 배우는 사람도 어렵고 재미없다.
사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재미있는 건 루틴이다.
재미있는 것만 입맛대로 맞춰서 가르치고 배우다 보니
전체적으로 기본기가 부실해진 모양새다.
기본적으로 박스를 연습하면서 벌어지는 잘못된 모습을
정리해 보았다.
1. 발을 밀면서 백밸런스가 만들어진다.
2. 디딤발을 끝까지 밀어주질 못한다.
3. 고관절을 접어서 상체를 반듯하게 세우지 못한다.
4. 홀드가 견고하지 못하고 출렁거린다.
5. 몸의 움직임이 일정하지 못하여 일정한 패턴을 만들지 못한다.
6. 상체 및 목의 스트레칭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7. 다운을 먼저하고 발을 밀지 않는다.
단순히 발을 밀어가는 동작인데 뭔 잡설이 이리 많이 필요한가
싶겠지만 자세히 정밀하게 동작을 분석하고 오류를 바로잡아
주려면 꼳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선 1번, 백밸런스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디딤발 딛고 밀어서 반대 발이 이동하는과정에서 몸을
수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발을 멀리
보내지 못하고 짧게 내려놓기 쉽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발을 멀리 보내기 위해서 상체를 뒤로 살짝
누위면 발을 멀리 보내기 수월해지는데 그게 몸에 익으면
잘못된 동작이 그대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발을 멀리 보낼 수 있다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문제는 그
과정속에서 밸런스가 깨지고 파트너와 컨텍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깨진 밸런스를 다시 복구해서 다시 여성을 리드하려면
그 사이 생긴 리듬의 공백을 메울 방법이 없다.
그러니 첫단추를 잘못끼면 모든 단추를 풀러내고 처음부터
다시 끼우는 정성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백밸런스가 나지않고 몸을 안정적으로 이동하려면
발이 앞으로 혹은 뒤로 그리고 옆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디딤발로 최대한 몸의 중심을 잡고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비로소 발이 디뎌지면 체중이 옮겨지면서 센터밸러스
과정을 거치게 되고, 진행한 발로 체중 즉 무게중심이 온전히
넘어가게 된다.
이게 말로는 쉬운데 초보자가 실제로 해보면 잘안된다.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발이 진행하는 발이 놓여지기까지
한발로 무게중심을 잡고 있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걸 자연스럽게 해내려면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하겠다.
2번째로 디딤발을 끝까지 밀어주지 못하는 문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은 디딤발의 허벅지 뒷근육, 햄스트링이라는 근육을
사용해서 밀어가야 하는데 그 근육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겠다.
우리가 무의적으로 체중을 옮겨 이동하는 과정은 앞 허벅지 근육과 허벅지 뒷근육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우리가 배우는 모던댄스는 허벅지 뒷 근육만을 사용하여 발을
밀고 움직여 춤을 추게된다.
이런 일상적이지 않은 근육 사용과 움직임 때문에 아주 오랜
걸음걸이 습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발바닥의 사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우선 디딤발을 딛고 밀기전에 다운을 한 상태는 발의 전체적인
부분이 바닥에 닿아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일차로 발바닥 전체로 밀어서 나가면 자연히 디딤발이
뒷꿈치 부터 떨어지기 시작해서 차차 볼로 이어지고 볼에서 토,
그리고 발가락의 끝부분 까지 동력 에너지의 흐름이 이어진다.
디딤발을 밀어가면서 바닥과 발바닥의 점진적인 밀착정도를
충분히 느끼면서 발을 밀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들면, 육상종목중에 멀리뛰기라는 게 있다.
선수가 최대한 멀리뛰기 위해서는 도움닫기 뿐만아니라 발이
지면을 박차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하겠다.
그리고 세번째, 고관절을 접고 상체를 바로 세워야 한다.
고관절을 제대로 접지 못하고 상체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파트너와의 컨택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여자의 경우도 상체의 상당 부분을 컨택에 활용해야 하고
나머지(가슴부분)를 가지고 몸을 젖혀서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한다.
리드와 팔로우의 기본 자세다.
파트너와 유기적으로 어울어지는 춤을 추기 위해서는 얼마나
견고한 바디 컨택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즉, 몸을 바로 세우고 스트레칭을 한 상태를 계속적으로
춤이 끝날 때 까지 유지하느냐가 핵심 요소라 할 수 있겠다.
네번째로 제기한 홀드의 문제는 앞서 얘기한 상체 바로세우기와 컨택의 연장선에 있다.
상체와 연결된 홀드를 견고히 하는 것은 너무나 기초적인 얘기다.
마주잡은 손에 생기는 압력을 춤추는 내내 똑같이 유지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그림자 처럼 움직이게 한다.
우리의 하체가 춤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만든다면 제대로된
홀드의 모습은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이름하여 하이라이트의 절정이다.
우리가 춤을 처음 배우면서 부터 시작해서 끝없이 반복되는
지적질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 끝까지 홀드를 유지하는 걸
어려워 한다.
그 너무나 기초적인 문제는 왈츠를 배우는 내내 배우는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
심지어 왈츠를 십년 넘게 배웠다는 사람도 홀드가 완성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사람들이 춤을 편하게 추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왈츠를 배우고 추면서 아주 편하고 재미있게 추고
싶어한다.
당연히 그러면 좋겠지만 그렇게만 추다보면 왈츠가 부르스의
영역에 걸쳐지게 마련이다.
사실, 부르스식 왈츠를 춘다고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왈츠 탱고를 소셜댄스 개념으로 접근하여 쉽게 배우고 즐겁게
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차피 나이들어 뼈마디랑 근육들이 굳어가는 마당에 너무 힘든
과정을 굳이 걸어갈 필요는 없다.
그것이 나름 타당한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댄스의 기본
원리에 대해서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리를 알고 추는 것과 모르고 추는 것은 천양지차다.
알고 추게되면 큰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모르고 추면 죽도밥도 아니고 낙동강 오리알 춤이 된다.
적당한 선에서 우리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점을 찾고
그 안에서 최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년들의 댄스라이프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다섯번째는
일정한 속도와 패던의 이야기다.
박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어느 한 부분에서 빨라지고 느려지기를 반복한다.
물론 고수가 되면 리듬의 분배를 의도적으로 변형시켜
사용하기도 하지만 춤을 배우는 입장에서의 정석은 일정한
속도와 패턴을 유지해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다시말하면, 등속으로 발을 밀어주고 등속으로 모아주고
등속으로 다운한다.
아주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으로 매끄럽게 계속계속 춤추기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왈츠의 박스 연습을 하면서 여유가 없고 뭔가 딱딱한 느낌이
들거나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면 연습이 많이 필요하구나
스스로 생각하면 된다.
박스를 잘하면 춤을 잘출 수 있느냐?
당연한 이야기다.
너무도 당연하게 춤을 잘출 수 있는 기본이 된 것이다.
그 외 배워할 단계들이 많겠지만 앞으로 계속 전진만 하면 되니
얼마나 홀가분 한 일인가.
몇년을 고생하고도 진척이 없어서 프로에게 물어보니
박스부터 다시 연습해라 한다면 지난 시간이 얼마나 허무하겠나.
실제로 왈츠 배운지 십년 이라는 사람들도
박스로 돌아가 기초를 다시 다지길 권하고 싶은 분들이 많다.
박스를 연습하라면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왈츠를 십년 아니라 이십년을 췄어도 기본 베이직을 통해서
춤의 이런저런 감각을 되살리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
이제 여섯번째,
컨택되어있는 몸에서 리드를 제대로 하고 받으려면 스트레칭이
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칠판위에 글씨를 적는데 이게 단단한 판으로 되어
있어야지 스펀지 처럼 물렁하다든가 굴곡이 있으면 글씨를
적을 수가 없다.
우리는 모던을 추면서 컨텍위에 글씨를 적는다.
이렇게 움직일거야 저리로 갈거야 아니면 멈춰설거야 등등의 마음의 글씨를 적는다.
그 미세한 진동의 울림이 있는 글을 읽고 반응하여 우리는
춤을 추게된다.
아름다운 글귀를 적어넣고 거기에 맞춰 한몸이 되어 움직인다.
그렇게 우리는 행복해지고 아름다워지고 고고해 진다.
서로 맞잡은 손을 통해서 남자는 여자의 상체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또한 방향을 제시하여 자신의 루틴을 이끌어 간다.
제대로된 바디라인과 짱짱한 홀드, 환상의 춤을 추기위한 아주 기본적인 조건들이다.
그리고 일곱번째는 다운 부터다.
다운을 먼저하고 발을 밀어라.
누군가 묻는다.
- 동영상을 보면 선수들도 나가면서 다운 하던데요.
그냥 하수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다.
제대로된 선수들은 경계가 모호해도 밸런스를 기가막히게
잘 잡으면서 춤을 춘다.
당신의 뭔 재주로 밸런스를 제대로 잡으면서 춤을 출 것인가?
먼저 자세를 낮추는 것은 선행 휘겨를 끝내고 새로운 휘겨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 와중에 균형을 잡고 다운해 멀리 도약을 이루어야 한다.
나중에는 이 과정이 단순화하여 순식간에 해치우지만
배우는 과정은 절대 그냥 대충으로는 절대 넘어설 수 없다.
그냥 가르치는대로 묵묵히 정확한 동작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정말 고수가 되면,
그때서는 그냥 니멋대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