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금대동과 신림면 금창리, 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 운학리의 경계에 솟은 벼락바위봉은 제천시계종주코스의 한 봉우리로, 남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구력재로 내려섰다가 다시 구학산(983m), 주론산(902.7m)을 거쳐 파랑재, 박달재를 지나 시랑산으로 힘찬 능선을 이어간다. 서쪽으로는 더욱 힘차게 뻗어 가는데, 수리봉(909.9m), 보름갈이봉(860m), 백운산(1,087.1m), 오두봉(966.6m) 지나 오두치로 내려섰다가 십자봉(984.8m)으로 이어지며 1000미터를 넘나드는 장쾌한 마루금을 이어준다. 벼락바위봉 주위로 늘어선 이 우람한 산줄기들은 제천시 북쪽을 부드럽게 감싸며 이어져 제천을 지키며 섰다.
정상부는 저마다 전망이 빼어난 이웃한 세 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다. 하나는 백운면 쪽으로 트인 바위봉우리이며, 또 하나는 정상인 벼락바위봉, 그 뒤 조금 떨어진 곳에 벼락바위가 솟았다. 벼락바위에 오르면 발 아래로 치악산자연휴양림이 한 눈에 들어오고, 멀리 치악산국립공원의 산세도 가늠할 수 있다. 북으로 깊고 길게 패여져 나간 금대리 계곡 끝으로 원주시내가 아스라이 조망되고, 그 오른쪽 영원사 계곡 위로 향로봉, 망경대, 남대봉이 멀리 비로봉과 함께 짝하며 솟았다. 휴양림 아래로 또아리굴을 빠져나온 중앙선 철길과 중앙고속국도, 5번 국도가 훤하게 보인다. 동쪽으로 788봉(찰방망이봉) 너머 가리파고개에서 시계방향으로 감악산(885.9m), 석기암봉(905.7m), 용두산(871m)이 멀리 소백산과 함께 광활한 파노라마를 펼치며 눈을 즐겁게 한다.
명물 구멍바위 이름은 '산부인과바위'
벼락바위 바로 아래엔 ‘산부인과바위'라 불리는 재미있는 바위구멍이 있다. 어른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자연바위에 뚫렸는데, 그 구멍에서 사람들이 빠져 나오는 모습이 마치 아이를 낳는 모습 같다하여 이름 붙여졌다.
이름도 흥미로운 벼락바위봉은 충청북도 제천시와 강원도 원주시를 가르는 경계지역에 콧대 높게 솟은 봉우리다.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에도 벼락바위봉(812m)이 있지만, 제천의 벼락바위봉이 높이로나 지형적으로나, 그 웅장함으로 볼 때 형님뻘이다. 삼척 벼락바위봉의 유래가 벼락이 많이 떨어지는 곳이라 그렇게 불리는데, 제천의 벼락바위봉도 마찬가지다. 주변의 산세보다 유독 뾰족 솟은 봉우리라 벼락이 그냥 지나칠 리 만무하다. 예로부터 이 바위로 벼락이 자주 떨어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벼락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임도가 많은 산이지만 그 임도조차 아름다운 산과 하나가 되어 걷기 좋은 산길이 된다. 정상 부근의 독립된 세 곳의 봉우리는 제각각 보여주는 경치가 달라 마치 세 산을 오른 듯 착각이 들 정도. 능선에 오르면 물을 구할 수 없기에 중산골에서 미리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차도리 방면 : 차도리∼정상∼거문골
총 산행시간 3시간 20분
구간별 산행시간
차도리 - (30분) - 중산골 독가(절) - (20분) - 마지막 묵밭(중산) - (10분) - 억새밭 - (5분) - 회론재 - (20분) - 안부 - (15분) - 정상 -(35분) - 임도 - (15분) - 거문골 갈림길 - (10분) - 첫 무덤 - (10분) - 세 번째 무덤 - (15분) - 사방댐 - (12분) - 차단기(거문골 민박)
벼락바위봉 산행은 제천시 백운면 끝 마을인 차도리에서 시작한다. 마을 회관 왼쪽의 차도리 계곡길을 버리고 오른쪽 계곡을 따라 길을 이어야 한다.
잘 닦여진 임도 따라 30분 들어서면 옛 탄광촌 폐막사 네댓 채가 모인 곳을 지나 지름골과 중산골 갈림길에 닿는다. 지름골로 오르면 한해재를 지나 수리봉회론재벼락바위봉으로 산행을 이어갈 수 있고, 한해재에서 왼쪽 보름갈이봉으로도 길이 이어진다.
중산골로 들어서는 갈림길 사이엔 축대 위에 파란색 지붕의 조립식 건물이 한 채 들어섰는데, 어떤 스님이 절을 지으려고 터를 봐둔 곳이라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건물 모서리마다 풍경이 걸려 바람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사방이 폐쇄되어 있어 절이기보다는 무슨 공장 같아 보인다. 건물 입구에 큰 바위가 천왕상 마냥 지키고 섰다.
조립식 건물(절) 앞을 지나 오른쪽 중산골로 접어들면 넓은 농로가 이어진다. 곧 좌우로 밭뙈기가 나오고, 그 끝에 잡풀이 키높이로 자라는 묵밭을 만난다. 지름골 갈림길에서 20분 걸린다. 농로는 장마가 질 때마다 흙이 씻겨 내려가 군데군데 깊이 패였다.
농로는 묵밭을 지나며 끝나고, 곧 옛길이 이어진다. 이 길도 오랜 세월 돌보지 않아 바닥이 패이고, 돌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옛길이 주는 정감은 고스란히 전해온다. 옛길로 접어들어 1분 가면 길 옆으로 막돌로 쌓은 축대가 많이 보인다. 제천시청에 근무하는 박준수씨의 말에 의하면 화전민들이 살던 터라고 한다. 이 곳을 가로질러 억새 무성히 자라는 지능선까지는 10분 걸린다. 여기서 회론재는 왼쪽 잣나무 숲으로 가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이 이어져 있어 헷갈리기 쉬운 곳이다.
억새밭 바로 뒤 능선을 따라 푹신한 낙엽 깔린 울창한 잣나무 숲을 5분 오르면 곧 회론재다. 왼쪽으로 오르면 910미터의 수리봉이다. 회론재에서 오른쪽 능선을 이어 20분 가면 안부에 닿고, 여기서 벼락바위봉은 큰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 오름길로 15분 걸린다.
벼락바위봉 주변엔 비슷비슷한 봉우리가 지척으로 세 개 늘어 서 있다. 모두 1분 내 거리다. 첫 번째로 만나는 오른쪽 봉우리는 남서쪽으로 20미터 넘는 낭떠러지를 이루는 바위로, 발 아래로 중산골과 멀리 차도리까지 올라 온 길이 손바닥처럼 훤히 보인다. 오른쪽으로 철벽 같은 능선을 따라 뻗어 간 곳에 보름갈이봉, 백운산, 십자봉이 솟았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5만분의 1 지형도의 벼락바위봉은 중간에 있는 봉우리다. 충북 ‘986 산악회'에서 만들어 둔 스테인레스 이정표가 졸참나무 가지에 걸려 있고, 삼각점이 박힌 3평방미터 정도의 좁은 정수리를 가졌다. 정상에 적힌 높이(860m)와 구판 지형도(939.8m·2004년 4월 이전 인쇄), 신판 지형도(937.6m)의 높이가 모두 달라 어리둥절하게 한다. 남쪽으로 구력재 지나 구학산과 주론산이 우뚝 솟아 힘찬 하늘금을 이루고 있다.
벼락바위봉 북쪽으로 또 하나의 바위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솟았다. 이 봉우리가 ‘벼락바위'다. 줄을 잡고 오른 정수리엔 널따란 바위봉우리 위에 큰 바위가 하나 더 얹혀 있다.
20미터 수직 절벽인 바위 위에 오르면 정북으로 치악산국립공원이 떡하니 버티고 섰고, 그 사이 금대리 골짜기엔 중앙고속국도, 5번 국도, 그리고 또아리굴 지나 한 숨 돌린 중앙선이 좁은 협곡을 따라 바쁘게 뻗었다. 벼락바위 북쪽 자락엔 치악산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다. 휴양림에서 벼락바위로 오를 경우 구멍바위(일명 산파바위 또는 산부인과바위)라는 재미있는 바위구멍을 지나야 한다. 조금이라도 큰 배낭을 메었다면 벗고 지나야 하는 인색한 넓이가 쳐다보면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다시 벼락바위봉으로 돌아와 구력재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은 세상에 이보다 더 부드럽고 여유로운 산길이 있을까 싶을 만큼 고즈넉하고 사람의 발길 닿지 않은 능선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너무 부드럽고 비슷비슷한 능선이 여기저기로 뻗어 있어 지형도 또는 GPS를 자주 점검하며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35분을 이어가다 오른쪽 아래로 지나는 임도가 보이면 곧장 내려선다. 4분이면 닿는 잘 정비된 임도에서 왼쪽으로 15분 가면 오른쪽 아래로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깊고 긴 거문골이 보인다. 큰 바위가 버틴 작은 능선의 희미한 길을 따라 10분 내려서면 첫 번째 무덤이 나오고, 10분 더 내려가면 세 번째 무덤을 만난다. 여기까지 길은 잡목으로 인해 사납다.
무덤 오른쪽 바위를 돌아가면 옛 임도를 만나는데, 길 중앙에 풀이 무성하고, 군데군데 길이 패이고, 돌이 많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걷기엔 분위기가 더 없이 좋다. 갯버들 자라는 길 따라 15분 가면 콘크리트 임도를 만나고, 곧 충북 산림환경연구소에서 2003년에 만든 사방(砂防)댐이 나온다.
다시 10여 분이면 몇 채의 폐가를 지나 그 끝에 자동차 통행 차단기가 나오고, 바로 오른쪽에 하기원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거문골 민박집 담벼락이 붙었다.
<가이드포인트>
들머리 찾기-차도리에서 중산골(오른쪽 계곡) 방향으로 난 임도를 따르면 된다. 약 30분 간 뒤 만나는 갈림길에 좌우 양쪽 모두 벼락바위봉으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치악산자연휴양림 방면 : 자연휴양림∼정상∼휴양림
총 산행시간 3시간 40분
구간별 산행시간
휴양림매표소 - 샘터 - 사거리안부 - 안내판삼거리 - 산파바위 - 벼락바위 - 벼락바위봉 -산파바위 - 동릉삼거리 - 휴양림 야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