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 태원 소장은 갑작스런 뉴스 속보에 심각성을 감지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지켜온 자리인데,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관련 기관은 물론 알 수 없는 메시지까지 폭주하는 데다 닥치고 양계장주까지 자신을 압박했다. 다 때려 치고 사라지고만 싶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퇴장할 순 없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소리까지 참고 버텨왔는데, 여기서 무너져선 안 될 일이었다.
“지니, 뒷문 열어.”
태원은 피곤한 탓에 유난히 절룩거리는오른쪽 다리에 힘을 실으며 자율주행자동차 뒷좌석에 앉았다. 무엇부터 수습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부터 뚫어야겠어. 서둘러, 지니.”
이것부터 막아야지. 문제가 확대되면 여럿 다쳐. 다시 보도가 뜨면 연구소도, 내 인생도 끝장이다. 최대한 인맥과 자본을 동원해야 했다.
다음 날 어스름한 새벽, 태원은 인간 닭 두 마리를 트렁크에 숨긴 채 닥치고 양계장으로 들어섰다. 자율주행자동차 지니에게 경적을 명령한 채 치환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경적질이야?”
전날 밤 술을 몇 병이나 마셨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술병이 뒹구는 것을 발로 차며 대충 옷을 끼워 입고 방을 나섰다.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데다 동트기 전이라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찬 기운에 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살짝 안개 낀 새벽이지만, 이 시간에 방문할 사람은 태원 밖에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양 미간을 찌푸린 치환이 에쿠스차량에 접근했다. 그제야 태원이 차문을 열고 나왔다.
“잘 지냈나?”
잘 지냈냐니 그걸 인사라고. 치환은 열이 뻗치는 걸 간신히 참았다.
“덕분에요. 근데 뉴스 속보는 어떻게 된 겁니까?”
“아, 그거 별 일 아니네. 다신 그런 일 없을 테니 걱정 말게. 그건 그렇고...... 이번에도 자네가 받아줘야겠네. 달리 방법이 없잖은가.”
“더 이상 못 받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건 엄연한 살인입니다.”
“어허, 못하는 말이 없군. 나랑 끝내겠다고? 어디 해보시게. 나랑 척지고 양계장 할 도리가 있나 봄세. 자네 목조일 방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계속 지껄여보게.”
치환은 태원을 들이받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눌러 담았다. 그는 태원의 차가 모서리를 돌기가 무섭게 인간 닭 두 마리를 패대기쳤다. 차가운 바닥에 내쳐진 소주와 찬영이 죽는다고 기함했지만, 치환은 귀를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