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년 2월 15일 수요일이다.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간 듯한 하루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대학캠퍼스에서 젊음이 만발한 졸업식 있었네요.
졸업생들의 멋진 출발과 도약을 기원합니다!
졸업식 행사를 뒤로하고 신학기가 시작되면 아무래도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기계유문 선조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러 경기도박물관으로 향했어요.
따사로운 햇볕과 봄을 재촉하듯이 꽃망울과 새싹을 머금은 수목을 바라보면서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길은 상큼한 향내음으로 가득했습니다.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경기 사대부의 삶과 격, 지석(誌石) Memorial Tablet : The Noble Life of Gyeonggi Literati)
들어가며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권력과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의리와 명분을 추구하는 삶을 최고라고 여겼습니다. 몸과 마을을 다해 어버이를 모셔야 한다는 효심, 굶어도 책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교육열, 힘센이에게 비굴하지 말라는 자존감,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애국심 등 그들이 끊임없이 추구한 삶의 지표와 덕목들은 오늘날 한류를 뒷받침하는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경기도박물관에는 1,300여점에 달하는 조선시대 지석이 있습니다. 대다수가 경기 사대부의 삶을 기록한 것인데, 그 작은 유물을 대하노라면 가문의 영예와 나라의 명운을 짊어져야 했던 경기 사대부들의 화려한 듯 고단한 삶이 우주처럼 다가옵니다. '나'를 버리고 '우리'를 택한 그들을 기리기 위해 자손은 지석 제작에 무진 정성을 기울였고, 그 마음이 또한 유물을 통해 전해집니다.
지석은 어떤 삶이 보람찬 삶인지 우리에게 웅변합니다. 부질없는 허위와 위대한 지혜를 가려줍니다. 죽음 앞에서 초라해진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그렇기에 수백 년이 지났는데도 지석의 위력은 여전합니다. 여기 수십 명 경기 사대부들의 지석이 있습니다. 그들의 삶과 격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2022년 12월
경기도박물관장 김기섭
경기도 사대부의 삶과 격, 지석(誌石) 특별전시장 입구에서 만난 기계유문의 선현인 저암 유한준공의 글귀가 한눈에 들어온다.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
알면 정말 사랑하게되고, 사랑하면 잘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유한준의 글 중에서 -
석농화원 발문 맨 끝 해당부분 원문 번역 :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되게 보게 되며,
보이게 되면 이를 소장하게 되는데
이것은 그저 쌓아두는 것과는 다르다"
<저암 유한준>
이 글은 유홍준 교수가 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에서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는
말로 일반인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글이다.
이것은 저암 유한준이 지은 <석농화원石農畵苑>의 발문을 발견하고 재해석한 글입니다.
유한준 [兪漢雋]
1732(영조 8)∼1811(순조 11). 조선 후기의 문장가·서화가. 본관은 기계(杞溪). 초명은 한경(漢炅). 자는 만청(曼倩) 또는 여성(汝成), 호는 저암(著菴) 또는 창애(蒼厓). 1768년(영조 44) 진사시에 합격한 뒤 김포군수 등을 역임하고 형조참의에 이르렀다. 남유용(南有容)의 제자로 송시열(宋時烈)을 추모하여 ≪송자대전 宋子大全≫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당대에 뛰어난 문장가로 손꼽혔으며 저서로 ≪저암집≫이 전해온다.
내 마음의 명문장 <1>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중앙일보 입력 2014.01.04 00:33 (인용)
「나는 조선시대 화론(畵論)을 연구하면서 서화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던 유한준의 『저암집』을 읽다가 뜻밖에도 정조시대 최대 수장가였던 석농 김광국 컬렉션에 부친 이 글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것은 석농과 유한준의 관계라는 미술사적 의의도 의의였지만 이 글 자체가 워낙 명문이어서 가슴속 깊이 새기게 되었다.
그리고 10여 년쯤 지났을까. 갑자기 생각에도 없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창비)를 쓰게 됐을 때 책의 서문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제를 내걸면서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되게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그때 수장하는 것은 한갓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인용하고 싶었다.
그러나 규장각에서 복사해 온 그 원문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 같으면 『한국문집총간』도 있고, 인터넷에서 ‘한국고전종합 데이터베이스’로 들어가면 바로 검색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런 문명이 없었다. 내 비좁은 연구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지러워 한번 못 찾으면 대검 중수부의 유능한 수사관이 와도 못 찾게 되어 있었다.
원고 마감은 다가왔고 이 글을 포기하기는 싫어 그냥 내 기억대로 쓴다는 것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그럴듯했다. 그러나 내 인용이 정확하지 않을 것 같아 ‘조선시대 한 문인의 글’이라고만 했다. 게다가 유한준은 내 이름과 비슷하고 같은 기계 유씨여서 조상을 내세운다고 할까 봐 밝히기도 꺼려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13557062#home
나의 선현유적답사기(경기도박물관) 1편은 여기까지~
언제 이어질지 모르지만 2편도 기대해주세요.
귀휴당(歸休堂)에서 소강(紹崗) 유영식
2023.2.16.(목)
첫댓글 좋아요 ^^
일가님들도 한번 방문해보세요.
전시기간은 2023년 3.26일까지입니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나의 선현 유적답사
다녀 오셨네요.
경기도 박물관 다녀오시고 글과 사진으로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또한 기계유씨포럼의 존재 목적에 부합되는 사업인것 같습니다.
글을 읽고 나면 반드시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번 정독 할때도 있습니다.
기계유씨의 희망을 보는 것 같아 기쁨니다.
감사드립니다.
번역 오류인가
창발적 해석인가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
을 "알면 정말 사랑하게되고, 사랑하면 잘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해버렸으니,
원문의 마지막 구절 "看則畜之而非徒畜也(간즉축지이비도축야)를
看則不比以前也(간즉불비이전야)"로 바꾼 셈입니다.
곧 "그때보이는 것은 이전에 견줄수 없다"
번역 오류임에는 틀림없지만,
자의적으로 문장을 바꾸어서 오히려 더 유명해졌죠
말씀하신 창발적 해석이 맞을듯해요. 유홍준교수가 자수? 하셨으니..
그런데, 문제는 역사를 다룬다는 경기도박물관에서 아무 검증없이 그런 글을 올렸다는 것이죠. ㅎㅎ
아는 만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