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7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우리 여자배구 대표팀이 3위에 올랐습니다.
16일, 태국과의 4강전에서 3대0 완패를 당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지만, 최근의 강행군과 이어지는 부상 소식, 또 여자배구대표팀과 배구협회를 둘러싼 여러 잡음들 속에서 분명 박수쳐줘야 할 성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15일 대만과의 경기를 Full로 시청했는데요. 제가 응원하는 GS칼텍스의 두 선수
나현정 리베로(左)와 김유리 센터(右)를 중점적으로 지켜보고자 작정하고 꼼꼼히 봤습니다.
중계를 보신 분들은 다들 느끼셨겠지만, 나현정 리베로의 이날 경기력은 최상이었습니다.
단순히 수치로 나타나는 디그나 수비성공횟수를 넘어서서, 개인적으로는 2단으로 우리 공격수들에게 바로 올려주는 볼이 참 예쁘더군요. 정성들여 올리는 볼들이 김연경이나 김희진 등 우리 공격수들의 시원한 공격득점으로 바로바로 연결되었습니다. 해설진의 칭찬이 끊이질 않았죠.
사실, 나현정 선수. 뛰어난 실력에 비해 인지도는 조금 부족한 레어템인데... 앞으로 국가대표 리베로의 세대교체 선봉장을 맡음과 동시에 많은 팬들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김유리 선수도 부상으로 빠진 양효진 선수를 대신해 잘해줬습니다. 몇 차례 확실한 블로킹과 염혜선 선수를 빵 터지게 했던 직접 공격까지. 사실 센터 포지션에서 그렇게 눈에 띄고 화려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묵묵히 잘해주고 있습니다.
■ 이 대회와 거의 동시에 우리 여자배구대표팀을 둘러싼 시끌벅적한 이슈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김연경 선수의 발언으로 말미암은 이재영 선수의 대표팀 선발 논란이었죠.
저도 이재영 선수의 팬으로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일반팬들은 잘 알지 못하는 선수 본인의 사정이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지난 16-17 정규시즌 후반부터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어려움이 있었고, 또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한창 몸을 만들고 있었겠죠.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이재영 선수가 2017 그랜드챔피언스컵 출전을 목표로 재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죠.
누구의 팬이기를 떠나서, 대(大) 선배인 김연경 선수가 누구 한 명을 콕 찝어서 "선배들이 이렇게 힘들게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데 너는 왜 안 와?"하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면, 맞고 그르고를 떠나서 경솔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런 잡음을 만들어내게 된 총체적인 부실 관리, 배구협회의 책임이죠.
사실 조그마한 사무실(회사)에서도 이렇게 안일하게 일을 처리하진 않습니다. 한 해의 계획이 나오면 미리 전체적인 구상을 하고 준비를 하죠. 현재 우리 여자배구 대표팀이 참여하는 대회들이 갑자기 덜컥 열린 것도 아니고, 또 선수 수급과 관련해 프로팀들 사이에서 적절히 조율해나가는 것이 바로 협회의 역할 아닌가요? 가장 기본적인 일도 못해내는 협회가 왜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2017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는 끝났고, 2017 그랜드챔피언스컵(9/5~9/10)이 시작됩니다. 이재영 선수는 대표팀 명단에 새롭게 합류했고요.
부상회복은 어느 정도 마쳤는지, 준비가 생각보다 덜 된 상태에서 억지로 떠밀려 나온 것은 아닌지, 국가를 대표해 뛰면서 쏟아질 많은 팬들의 비난과 질책에 상처 받지는 않을지.. 이재영 선수가 우선 걱정입니다.
모쪼록 팬들이 중심을 잘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우리 여자(프로)배구계에 이만한 선수(스타)도 없잖아요? 일반 팬들은 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상황(선수 개인의 부상상황, 협회와 프로팀들간의 선수차출관련 조율과정 등등)들이 내막에 있을 터인데, 무턱대고 인신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비판은 좋지만 감정적이고 막연한 비난은 지양합시다.
■ 오늘(19일), 2017 그랜드챔피언스컵에 참가하는 여자배구대표팀의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었습니다.
우리의 배구협회는 또다시 일을 임시변통(臨時變通), 미봉책(彌縫策)으로 처리했습니다. 주요 선수들의 혹사 논란이 거새지자 주축 선수들을 과감히 제외시켰습니다. 김연경, 김희진, 김미연, 연혜선, 박정아, 양효진 총 6명이 빠졌습니다.
대신 선발된 선수들을 포함해 최종 엔트리 14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재은(세터·KGC인삼공사), 김연견(리베로·현대건설), 정시영(센터·흥국생명), 이고은(세터·IBK기업은행), 이재영(레프트·흥국생명), 나현정(리베로·GS칼텍스), 한수지(센터·KGC인삼공사), 김수지(센터·IBK기업은행), 유서연(레프트·한국도로공사), 김유리(센터·GS칼텍스), 하혜진(라이트·한국도로공사), 황민경(라이트·현대건설), 최수빈(레프트·KGC인삼공사), 전새얀(레프트·한국도로공사)
갑자기 선수단 전체가 확 바뀌어서 주전 선수를 고르는 것부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큰 틀은 앞선 대회들부터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조금씩 힘을 보태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몸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면 김연경 선수 자리엔 레프트 이재영 (참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요...)
김수지 선수도 내내 고생을 많이했고, 또 저는 한수지 선수의 능력치도 높게 평가하는 바 센터는 한수지
김연견 선수도 꾸준하게 잘 해주었지만, 주전 리베로는 나현정 (개인적인 팬심 조금 추가된)
지난 16-17 정규시즌에서 급성장한 이고은 세터의 오프시즌 동안의 노력과 발전된 모습을 확인하고 싶고, 또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지만 주전 세터는 일단 안정적으로 이재은
라이트 자리에는 황민경 선수 (좀 더 고생해주세요 ㅠㅠ)
그리고는 센터 김유리에 남은 한자리 레프트는 최수빈과 유서연의 대결에 최수빈 선수가 경험 등의 측면에서 조금 앞서 보이네요.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되는 선수들도 몇몇 보이는데, 이들이 얼마나 활약해줄 수 있을지
도로공사의 전 시즌을 깊고 꼼꼼히 지켜봐온 열성팬으로서 하혜진-전새얀 선수는 프로리그에서도 아직 많이 멀었습니다. 이번에 많은 경험하고 왔으면 좋겠고, 1999년생 유망주 유서연 선수도 기대가 큽니다.
다들 다치지 말고, 잘하고 돌아오세요.
2017 그랜드챔피언스컵 일정 (9/5(화) ~ 9/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