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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순석/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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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무렵이었다. 쓰던 휴대전화에 문제가 생겨 마침 바꾸려고 생각하던 차에 스마트 폰이 등장했다. ‘스마트폰.’ 이름도 얼마나 상큼한지 몰랐다. 말 그대로 똑똑한 놈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매장에 들어갔을 때부터 뭔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아버님.’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그럼 내가 아버님? 속된 말로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 호칭이었다. 내 나이에 벌써 모르는 이로부터 ‘아버님’ 소리를 들은 것이다. 기분이 정말 묘했다.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뵈나? 뭐 이런 거야 혼자 속으로 새기면 되는 거니까 조용히 지나갔다. ‘스마트폰 좀 보고 싶은데.’ ‘그런데 아버님한테는 좀 적합하지 않은데요.’ 이 망할 녀석이 계속 아버님이란다. 그런데 적합하지 않은 이유가 아주 단순했다. 내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서란다. 더 있을 기분이 아니어서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흔한 말로 내 딴에는 내가 그래도 내 세대에서는 ‘얼리 어답터’라고 자부했는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한테 시대에 뒤떨어진 시골 노인네 대접을 받은 것이다. 이래뵈도 남들이 손으로 종이에다 끄적거릴 때 난 벌써(?) 타자기를 사용했고, 남들 워드프로세서 사용할 때 난 이미(?) 아래 한글 초판 버전부터 사용한 사람이었다. 윈도우 기능도 내가 있던 직장에서 그래도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던 사람인데, 그런데 아버님에겐 적합하지 않다구? 망할 녀석같으니라구. 고등학교 졸업반 때 과학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우리가 장가 갈 때쯤 되면 숫자로 표시된 시계가 등장할 거라던 말씀이었다. 그러나 그 예언도 틀렸었다. 장가갈 때가 아니라 졸업하고 1년도 안 돼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또 그 숫자 시계가 어느날 보니 제일 싸구려 시계가 돼 세숫대야 속에 방수기능을 자랑하며 물속에 있을 줄은 어떻게 알았으랴. 된장녀? 난 솔직히 지금도 된장녀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 된장녀가 있으면 고추장녀도 있을까 하고 참 단순한 생각도 해본다. 혼자 생각해도 정말 웃음만 나오지만 인터넷을 하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별별 새로운 용어들이 줄을 잇는다. 이루 다 열거하기도 버겁다. 영어 이니셜로 된 것들 몇 개만 알면 신문이 정말 안 어려웠던 것이 지금은 우리말로 된 이니셜들이 클릭할 때마다 등장한다. ‘따도남’이 뭘까. 넌센스 퀴즈처럼 볼 때마다 갸우뚱거리다가 알고 나면 허망하기만 하다. 그나마 쩍벌남처럼 머리 굴리면 대충 뜻풀이가 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머리 몇 번 굴려도 답이 안 나오는 건 그냥 포기하고 만다. 한때 스피드가 내 사고의 정점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 능력 범위 내에서 얼마나 남보다 앞서 있었는가가 내 사전 첫 페이지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 세월이 이만큼 지난 지금, 꼭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슬로우 라이프(Slow life)가 귀에 좋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자발적 접근이라고 강변하고 싶어도 이놈의 따도남과 스마트폰만 보면 작아지는 내가 어쩔 수 없다. ‘아빠 어플 받아 놓았어요.’ 아들놈이 스마트폰에 뭘 깔아 놓았단다. 스피드는 이제 내 사전 맨 뒤에 있다.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 싫건 좋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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