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칸방
빠리에 머무는 동안 또한번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고
두달동안 늘어난 세간으로 한주내내 지하철을 이용해서 이사를 해야했다
한국의 유학생이 잠시 한국으로 나간 사이에 빌려쓴 그 방은
파리의 부자들만 산다는 16구였다
커다란 철대문의 비밀번호를 때리면 철커덕 문이 열리고
작은 마당이 나타난다
그 마당에는 파란눈의 금발을 가진 귀여운 여자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뱅뱅꼬인 원형의 낡은 나무계단은 유난히 삐꺼덕 소리를 내면서
조심스레 올라가는 동양여자를 당혹케 만들었다
100년도 더 된것같은 낡은 원룸에는 여러개의 방이 있었고
방마다 세든 사람으로 꽉차 있었다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자 낡은 카페트위로
몇마리의 바퀴벌레가 흩어지고 있었다
5평정도의 룸에는 작은 테이블 하나와 일인용의 초라한 침대가
엉성하게 놓여져 있었고
일인용 샤워 부스와 작은 부얶하나가 고작인 룸에는
그래도 화장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다시 그 방을 꾸미기 위해서 약간의 돈을 투자 해야했고
며칠 사이에 그럭저럭 살만하게 꾸며졌다
심플한것보다 내 성향에 맞게끔 엔틱풍으로 만들어 나갔다
두개의 화분을 창가에 비치하고
아랍인 슈퍼에가서 창가에 두를 커텐과 샤워부스에 두를
비닐커텐을 싼값에 장만했다
보잘것없지만 불망으로 된 레이스를 덮은 1인용 식탁도 앙증맞았고
퐁피두 뒷골목에서 마련한 작은화병에 꽂힌 장미도 한몫했다
낡고 빛이 퇴색한 카페트에는 일본식 다다미를 깔았고
실내에서는 신발을 신지 않았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10_cafe_2008_10_30_02_00_490896920a9c2)
파리의 고결한 빛속으로
나는 다시 그곳에서 안식을 찾기시작했고 작은 아치형의
창을 통해서 바깥을 내다보는 일이 잦았다
바로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었고 작은 공원도 있었다
휴일에는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도하고 마트로 찬거리를 사러 가기도했다
프랑스인들처럼 장바구니에 가득채우지는 못해도
그들 틈바구니에 줄을 서 있는 자신이 넉넉하게 느껴졌다
가끔씩 재래시장에 들러 희귀한 과일과 해물,치즈 ,햄을 사서
바게트빵과 한끼 식사를 대신하기도 했지만
주로 김치찌게와 송아지고기를 삶아서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이
주식이었고
블랙로즈의 빛깔을 닮은 체리는 유일한 간식이었다
언젠부터인가
서울집 거실에 걸려있는 고급벨벳 커텐보다 초라한
나이롱커텐이 더 정감스러워지고
내 가방속에 들어있는 원룸의 열쇠가 소중하게 생각될때
나는 스스로 고색창연한 빠리의 빛속에 젖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지금껏 이토록 완벽한 행복을 누려본적이 있었던가
영속되지 않는 시간속에서의 막연한 슬픔과 기쁨을 누리며
어느새 빠리라는 도시속에 혼이 박히고 있었다
혼자임에도 외롭지 않았고 무섭도록 나를 옭아매던 방황도 없어졌다
불망으로 드리워진 고급아파트에 살지 않아도 마음은 풍요로웠고
심장이 터질듯한 희열속에 눈물이 날만큼 행복을 느끼면서
내 입에서 저절로 감사의 기도가 쏟아져 나오기도했다
빠리의 번화가와 뒷골목을 속속들이 음미하면서
빌딩과 담벼락에 스프레이 레커로 황당한 벽화를 그려놓고 사라져버린
거리화가들의 그림앞에서 뭔가모를 야릇한 열정과 힘을 얻기도하며
빠리의 예술세계를 강하게 흡수하는 나자신을 발견하기도했다
빠리의 거리가 더이상 낯설지 않고
아침마다 버스에서 만나는 동네사람들과 눈인사를 주고 받을때쯤
나는 더이상 빠리의 이방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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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대단하시다..............ㅇ___ㅇ!!!""" 어떻게 저런 색감을 살릴 수 있는지....!! ㅡ,ㅡ""" 그저 감동이네요...마치 사물의 표정과 감정을 읽어 내는 듯하네요...
저는 풍랑객님의 살아있는 시를 읽으면서 거의 매일 혼절을 합니다 ㅎㅎ
최고 세요, 새벽님~~~~~!!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겠슴니다 감사합니다.
새벽님 분홍장미 그림 내가 훔쳐갑니다~ 최고의 화가^^~ 노을이도 엄지손가락 치켜 세웁니다~~ 새벽님 최고^^
장미를 좋아하시는 노을님 훗~없어지면 책임~
순결해진 님의 영혼에서 빚어내는 흔적들은 이미 최고가 되었습니다. 최고입니다.
하상님 감사합니다 .또 다시 힘이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