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신체 이미지에 대한 고찰
김경호 (이미지메이킹 센터 소장,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연대 이미지메이킹 스쿨 책임교수, 이대 이미지컨설턴트 자격증 과정 책임교수 )
현대인에게 있어서 외모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대다수의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와 계층에 상관없이 외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몸을 가꾸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 현상이 옷, 머리손질, 피부관리, 화장, 심지어는 성형수술을 통해 자신의 외모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외모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신체를 갖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요즈음은 어느 시대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헬스클럽, 피부관리실, 단식원 등 신체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인간은 남에게, 특히 이성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므로 이성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나 사랑을 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이성관계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이때 신체적 외모를 통하여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된다.
현대인의 신체는 과거 노동의 도구, 생산의 수단으로 치중되던 것이 휴식이나 아름다움을 주어야 하는 배려의 대상으로서의 요소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신체의 아름다움과 건강을 유지하고 획득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능력의 하나로 되어 몸을 비만하게 놓아두는 사람은 자신을 조절하고 관리할 수 없는 무능한 존재로 인식되며 날씬한 몸은 몸에 대한 통제와 조절을 통해 정신적인 힘을 나타낸다.
이제는 신체관련산업의 발달로 아름다움에 대한 평등화가 증가되고 있다. 즉, 성형수술로 대변되는 가꾸는 미, 인공미로 아름다움의 개념이 변하게 되었다. 매력적인 신체는 많은 성격적 장점을 가지고 있고, 데이트나 배우자로 적합하며, 피고용인으로 더욱 적합하다고 지각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매스미디어는 소위 좋은 신체적 외모 = 행복과 성공이라는 이미지로 융합하여 아름다운 신체를 통해 자신감과 능력을 증가시키며 나아가서는 사회적 성공과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신체에 대한 문화적 이상을 강화하고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사회적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멋진 신체적 이미지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해 졌다. 이제는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회적 성공에 많은 도움이 됨을 인식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가 갖고 있는 신체적 매력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 즉 “beauty is good"을 사회화의 과정을 통해 내면화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급격한 신체변화와 발달로 자신의 신체와 외모에 몰두하게 된다는 보고도 나왔다.
우리들의 외모는 개인을 이루는 여러 특성 중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현출한 속성이다.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self-awareness)는 약 2세기 경부터 시작되는데, 신체의 모습과 감각, 운동지각으로부터 비롯되는 신체 경험을 통하여 자신을 독립된 주체로 인식하게 된다(Amsterdam). 이후 3-4세 정도에 아이들은 ‘여자’ 혹은 ‘남자’와 같이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 때에도 역시 신체 모습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 성별 구분의 기반이 된다. 이와 같이 자신을 타인과 구분되는 독특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자신을 대상화하여 지각하는 ‘거울에 비친 자기(looking-grass self)'의 형성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자기 신체에 대한 심리적, 물리적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자신의 신체 경험으로부터 형성하게 되는 신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신체 이미지(body image)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신체 이미지는 신체의 감각과 기능, 능력에 대한 지각경험과 신체를 매개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얻는 사회경험이 복합된 심리적 경험의 산물로서, 개인이 그가 속한 사회 문화적 환경속에서 형성한 신체에 대한 인지와 정서가 응축된 개념이다. 그러므로 개인이 자신에 대해 형성하고 있는 신체 이미지는 주관적인 것으로, 물리적인 신체와는 차이가 있다(Head).
신체 이미지 구성 개념은 신체의 능력(ability), 기능(function), 및 외모(appearance)의 세 측면으로 구분되고, 외모는 다시 크기와 형태에 대한 지각과 평가로 세분된다. 그리고 신체 이미지 중에서 신체에 대한 정서적 평가(affective evaluation) 부분은 특히 신체 존중감(body- esteem)이라 부른다.
개인이 자신의 신체이미지를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가는 그 사람의 사고와 행동, 심리적 안녕감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개인의 체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에 따라 체중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다르고, 신체 불만족 수준이 높을수록 대인관계 불안(social anxiety) 정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는 자기 신체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개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기능의 중요성을 짐작하도록 한다.
신체이미지(body image)는 신체적 자아 즉 신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상(mental image)으로서 자아개념의 근본적인 핵심요소일 뿐 아니라 자아개념의 평가적 구성요소로 작용한다. 신체이미지는 신체크기, 체중, 그리고 얼굴을 포함하는 각 부분들의 생김새와 의복과 화장과 같은 외모를 결정하는 신체의 다른 면들에 대한 지각과 평가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신체이미지는 주관적인 것으로서 그 시대의 이상적인 미와 유행 등의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받으며, 청소년기 동안에 경험하는 빠른 신체적․심리적 변화는 신체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신체이미지는 크게 지각적(감성적) 신체이미지와 태도적(인지적/행동적) 신체이미지의 두 가지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지각적인 신체이미지는 개인이 자신의 신체 크기를 얼마나 정확하게 또는 왜곡하여 지각하는가에 대한 것이며, 이것은 태도적인 신체이미지, 자기우울감, 섭식장애 등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태도적인 신체이미지는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하여 갖고 있는 느낌, 평가, 행위 등을 말한다. 태도적인 신체이미지에 대한 측정도구들은 대부분 특별한 신체 부분이나 전체적인 외모에 대한 느낌 또는 만족에 초점을 두고 있다.
태도적인 신체이미지는 자아존중감과 의복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이미지는 개인의 자아개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신체에 만족할수록 자존심이 높으며, 또한 자아존중감이 높을수록 자신의 신체에 대한 평가가 높다. 이 시기에 비교적 마른 체형을 이상적인 신체상으로 선호하여 자신이 실제보다 뚱뚱하다고 왜곡하여 지각하는데 이러한 경향은 여자에게서 두드러진다는 연구도 있다.
마른 체형의 신체이미지가 정형화되고 강화되어 그 외의 다양한 신체이미지들은 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놀림을 받으며 자신의 개성과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정체성에 빠지게 되는 것은 특히 청소년기라면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즉 신체이미지가 왜곡되어 자신의 외모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여 자기지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선천적인 자신의 신체와 외모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적으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모습이므로 스스로가 독창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개체 즉,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개성덩어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