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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이 작품은] 임과 이별한 여인이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한시로, 꿈속에서 임과 만나는 것을 가정하여 자신의 정서를 독창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갈래 : 한시, 7언 절구
*성격 : 고백적, 애상적
*제재 : 임과의 이별
*주제 :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특징
① 가정법을 활용하여 현실에서 꿈으로 내용을 전환함.
② 과장법을 활용하여 화자의 그리움을 효과적으로 표현함.
③ 임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섬세한 어조를 사용함.
*연대 : 조선 중기(16세기 말)
*출전 : “옥봉집(玉峰集)”
이 작품은 가정적 상황과 과장된 표현을 이용하여 임과 이별한 여인의 간절한 그리움을 표현한 칠언 절구 형식의 한시이다.
1구에서 근래의 안부를 묻는 것은 임이 그녀를 찾은 것이 이미 오래되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2구에서 달 떠오르는 밤에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빛에 하소연하고 있다. 한편, 3구에서는 시상을 전환하여 꿈속이라는 가정적 상황을 설정하고 4구의 과장된 표현을 통해 그리움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화자는 꿈속에서 밤마다 임을 만나러 길을 나서니, 만일 꿈속의 일이 자취가 남는다면 집 앞의 돌길이 다 닳아 모래로 변하기에 충분하리라는 것이다.
*사창(紗窓) : 얇은 비단으로 바른 창. 여자의 방을 이르기도 함.
소실로 있었던 시절에 옥봉은 이별과 기다림과 그리움에 익숙해 있었고, 이러한 상황은 다시 만난다는 희망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남편에게 쫓겨난 절망적인 이별의 상황에서는 달리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꿈속에서나마 임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꿈도 옥봉의 그리움을 달래 주지 못했다. 시의 내용으로 보아 그는 임의 집 문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서곤 했다. 꿈속에서 임을 만나 기쁨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문 앞에서 쓸쓸히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 옥봉의 한(恨)의 깊이가 나타난다. “문 앞의 돌길은 이미 모래가 되었겠지요.” 라는 과장된 표현은 옥봉의 한의 깊이를 구체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조선 시대 여류 문학의 작가층은 주로 양반 사대부가의 규수나 양반들의 소실, 그리고 기녀로 매우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한글과 한자를 이용해 창작 활동을 하였으며, 자신의 신분과 개인적인 처지 등을 작품에 뚜렷하게 반영하였다. 이옥봉의 시는 작가의 처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소실(小室)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그 의의가 있다.
다음 작품은 이옥봉의 대표작이라 일컫는 오언 절구의 한시 ‘규정(閨情)’인데, 찾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그리운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有約來何晩(유약래하만)
庭梅慾謝時(정매욕사시)
忽聞枝上鵲(홀문지상작)
虛畵鏡中眉(허화경중미)
조선 중기의 여류 시인. 선조 때 이봉의 서녀(庶女)로 조원의 소실(小室)이 되었다가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중국 명나라까지 이름이 알려진 여류 시인으로, 임에 대한 그리움이나 슬픔의 정서를 형상화한 작품이 많으며, 여성 시답지 않게 맑고 씩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 32편이 수록된 “옥봉집” 1권이 전한다.
16세기 후반 이옥봉은 옥천 군수를 지낸 이봉의 서녀로 태어났다. 이름은 숙원이고 옥봉은 그의 호이다. 어려서부터 부친에게 글과 시를 배웠으며 영특하고 명민하여 그녀가 지은 시는 부친을 놀라게 하였을 정도로 매우 뛰어났다. 이렇게 뛰어난 재주를 지닌 옥봉이지만 신분이 서녀였기 때문에 문장이 뛰어난 조원의 소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하루는 이웃의 아낙이 찾아와 자기 남편이 남의 소를 훔쳐 갔다는 누명을 쓰고 잡혀갔으니 옥봉의 남편에게 형조에 편지를 써서 죄를 면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옥봉은 남편에게 말하지 못하고 자기가 대신 시를 한 수 적어 주었다. 이 시를 읽은 형조의 관리들이 글솜씨에 감탄하여 그 남편을 석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일을 안 옥봉의 남편은 관청의 일에 아녀자가 간여하여 죄인을 풀어 주게 했다고 하며 옥봉을 용서하지 않고 친정집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옥봉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죽을 때까지 남편에게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사시사’는 사계절의 변화를 바탕으로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고독한 심정을 표현한 한시로 임과 이별한 여성 화자의 처지와 그에 따른 그리움의 정서가 잘 드러난다는 점이 ‘몽혼’과 유사하다. 특히 ‘사시사’는 여성 특유의 우아하고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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