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 출렁 목이 맵니다."
1977년인가 내가 근무했던 학교의 전체 교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서상현 교장 선생님이 구성지게 노래 한곡을 뽑았다. 좋아요. 잘 한다. 술만 먹고 돈만 내라 엽전 열닷냥 세월만 간다. 뭐하니 신임 교사 김근동 선생도 한 곡을 불러야지 교장 선생님까지 한곡 하시는데 말이야. 선배 교사들의 닥달이었다. 나는 일어나 "말없이 걷네 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이라면서 매몰차게 나를 걷어차고 떠났던 그녀가 동아리에서 불렀던 노래를 불렀다. 그래 그래 요새 젊은 교사들이 부르는 노래라 뽕짝과 좀 다르지만 이해해야지.
이어 서 교장 선생님은 양주를 마시는 법을 설명했다. 양주 말이야 마시는 법이 있어. 내가 좀 설명하지. 우선 양주는 향기를 즐겨야 한다. 두껑을 열고 한잔 따르게 되면 손으로 저어 냄새를 먼저 마셔야 하지. 그런후 한모금 마신후 목에 넘기면서 향기를 음미해야 한다. 양주는 술맛과 향기를 같이 즐겨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아니 튀김 몇개에 소주나 막거리를 마시는 것도 감지 덕지 한데, 소주에 입다심으로 맥주까지 마시는 호사를 부리는데 상관없는 양주 이야기를 왜 하지? 라고 나는 궁실렁 거렸다.
참 서 교장 선생님은 현명하고 어진 분이었다. 최대한 교사들의 잡무를 덜어주면서 교양과 티칭 예습 그리고 학생 지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도록 당부했던 분이었다. 젊은 교사들이 모여 티칭 학습이나 기타 공부를 많이 하도록 장려했던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교직에서 열심히 직분을 다한 분들은 대부분 교감-교장 선생님을 거쳐 정년 퇴직했다. 성균대 법대 제주대 문과대의 교수-학장을 지낸 분도 있고 시중은행의 지점장과 MBC 라디오 국장을 지낸 분도 있었다. 서 교장 선생님은 교사든 이직한 사람이든 지식을 배양한 분들은 모두 국가의 중요 자산이라고 여기셨다.
그리고서 긴 세월이 흘렀다. 나는 아들이 사온 양주를 마셨다. 니혼슈(정종) 소주 사케 등을 제조해 마시던 일본에서 약100년전 다케쯔루 라는 사람이 양주를 일본에 보급하겠다면서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다녀왔다. 산토리라는 양주 제조업체에 취업해 히비끼 야마자키 하쿠슈 등의 양주를 생산했다. 그는 독립한뒤 니카위스키 라는 회사를 세워 다케쯔루 라는 양주를 제조했다. 아빠 모두 마셔 보세요 한다. 아 그래 하면서 양주잔을 받아들고서는 오래전에 서상현 교장 선생님이 설명해 준 대로 양주를 마셨다. 과거 많이 마셨던 비즈니스용 폭탄주와는 달리 미즈와리(얼음탄)를 만들어 마시면 어떨까 싶어 먹어 봤지만 양주 그대로가 더 맛이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양주 붐이 일었다. 놀랍게도 일본 산토리의 히비끼 야마자키 하쿠슈 등의 위스키(양주)와 다케쯔루 라는 위스키가 핫한 양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고.
교직을 떠나 경험했던 직장에서는 상사들이 매우 냉정했다. 학교와 같이 인정이 흐르는 직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말그대로 직장은 돈을 벌고자 모여 일하다가 돈을 벌지 못하면 사라지는 그런 곳이었다. 공익 성격의 학교 라는 곳에 어른으로 있는 분이 교장 선생님이다. 젊은 교사 시절에 무섭게 여겼던 교장 선생님. 이제 서울교대 동기들이 교장 선생님을 역임하고서 정년 퇴직했고 나의 친한 친구 임태희씨가 경기도 교육감에 당선되어 교장 선생님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근무하고 있다 보니 옛날의 먼 곳처렴 어렵게 느껴졌던 서상현 교장 선생님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