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구봉산을 넘는 땡볕 남파랑길(#50~49)
2022년 8월 7일 (일) 날씨 : 맑음 기온 : 섭씨 28~35도
거리 : 18km 4시간 30분 동행 : 15명
사곡저수지-구봉산과 봉화산 고개-동광양운전학원-중동근린공원-길호대교-삼화섬공원-무지개다리-백운그린랜드공원
사곡저수지
<산은 누구나 품는다>
왜 산에 오르냐는 질문에 월악산 제비봉에서 만난 신옥자 할머니는 '산이 쓰러져 가는 나를 살렸다'고 답했다.
일만 하다 40대에 건강이 악화된 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등산이 할머니를 북한산 인수봉으로 이끌었다.
할머니는 그렇게 매일 바위산에 올랐다. 그 뒤로 히말라야에 다섯 번이나 오른 이야기,
맨손으로 암벽을 탄 이야기,
설악산에서 추락해 큰일 날 고비를 넘긴 이야기 등 많은 에피소드 역시 놀라웠지만
할머니가 인터뷰 말미에 덧붙인 한마디가 내 가슴에 깊이 박혔다.
"산은 다 품어 주잖아.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배운 사람이나 안 배운 사람이나 다 품어 주잖아.
인간도 산 같아탸 해."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왜 산에 다니는지, 어떤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는지 새삼 떠오르며 부끄러워졌다.
할머니를 섭외할 때 '히말아야', '80세 할머니' 같은 타이틀에 이끌리지 않았나.
시청률과 화제성에 쫒겨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자극적인 스토리를 좇지 않았나.
프로그램 종영 후, 지금도 매주 산에오르며 가끔 할머니를 생각한다.
할머니는 오늘도 인수봉에 올랐을까?
산처럼 편견 없이 사람을 품으라는 가름침을 준 할머니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에 다니기를 바라 본다.
-이소진 MBN 프로듀서(좋은 생각 8월호에서)-
점동마을
봉화산과 구봉산 날망 오르기
맥문동 단지
점동마을길
구봉산과 봉화산 가는 날망 언덕
구봉산 임도
<늦은 장마>
2022년의 기후는 세계적인 톱뉴스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흐른다.
알프스 몽블랑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
파미르 고원지대의 빙하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스페인과 유럽의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 대지가 불탄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캐나다의 삼림이 산불로 황폐화하고 있다.
정말 세계의 기후변화는 어떤 돌발적 변수를 계산해도 정답이 없을 정도다.
며칠 동안 한반도 북쪽과 남쪽에 전혀 다른 날씨가 계속된다.
서울과 경기, 강원에 많은 비가내리고 서울 강남에 110년 만에 시간당 140mm에 하루 400mm의 최대강수량을 보이는 재난 상황이 발생하여 많은 피해를 입혔다.
반면에 남쪽 지방은 가뭄이 극심하여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농작물이 타 죽는 극심한 상황에 이르러 호우와 가뭄이 함께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장마가 사라졌다는 몇 해 전 기상청의 발표 후 다시 생긴 초유의 일기들은 대도시가 물에 잠기는 극한의 사태에 빠지고 정치권이 소용돌이치는 일들이 생겼다.
아열대기후로 변하는 한반도의 기후변화는 식물의 생태계와 에너지 정책 그리고 물가에 미치는 심각한 사태를 유발하여 앞으로의 생존에 대비해야 되겠다.
구봉산 임도 끝자락
근린공원 산책로
육교
광양 읍내
광양제철과 이순신 대교
삼화섬 공원과 무지개 다리
가야산과 섬진강 와우 포구
<남파랑길 광양의 뜨거운 여름>
광양에 우뚝 솟은 구봉산 자락을 넘는 8월 땡볕 걷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임도라기에 평탄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봉화산과 구봉산의 중턱 고개를 넘고,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는 이글거리는 땡볕에 열기를 내뿜었다.
바다와 멀어진 남파랑길이 산 중턱을 넘는 코스로 만들어진 것도 의아하지만
별로 볼 것도 없는 임도를 걷는 기획이 어떤 의미인지도 불분명하다.
남파랑길 여정에서 너무도 동떨어진 코스의 기획 의도가 트레커들에게 불만족으로 다가온다.
광양 공단을 지나는 여정도 어색하고 쉴 곳도 전혀 없는 임도 걷기는 애당초 바닷길을 따라 간다는 취지에도 벗어났다.
섬진강 하구를 따라 섬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체육시설과 학교를 배치한 것은 좋은 시도였지만
역시 시민들과 동떨어진 사업인 양 느꼈다.
광양에 제2의 포항을 조성한 국가사업이기에 언뜻 창원을 연상했지만
지나는 길마다 느껴지는 도시의 풍경은 무척 낯설고 인간미를 찾기 어렵다.
해파랑길의 아름다운 해안과 걷기에 편안함을 느끼게 만들어진 데크들은
파도와 수평선을 바라보며 호연지기와 시원함을 선사했는데 남해안 여정은 무척 지루하다.
남해도에 이르면 그런 감정들이 해소되고 트레킹의 참맛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홀로 걸으며 한 여름의 땡볕에서 고난의 하루를 보낸 여정이 무척 아쉽다.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온 분들이 종교적 평정심을 갖지 않으면 완주하기 힘든 먼 길이라고 하는데
과연 남파랑길과 서해랑길의 긴 여정이 그치지 않고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광양제철중학교
첫댓글 동행하지 못한 코스 청산님 덕분에 함께 걸은듯 생생한 모습으로 와 닿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