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종주 12일차 (2023년 9월 9일, 토)
1) 코스 : 버리미기재~장성봉~막장봉갈림길~악희봉갈림길~은티재~은티마을
2) 거리 : 약 12.0km (백두대간 구간 : 9.3km)
3) 산행 : 10:00 ~ 17:00 (7시간)
4) 일정 : 06:30 동대문역사공원역 => 버리미기재 (거인산악회 버스)
10:00 버리미기재 => 은티마을 (km)
17:00 => 저녁 식사
18:30 => 서울(양재, 21:00 도착)
지난 10회차 백두대간 종주가 대야산 정상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이어지는 촛대봉과 곰넘이봉 그리고 버리미지개까지 약 4.1km는 비법정탐방 구간(가파른 암릉)으로 이번에는 남겨두고 진행되는 산행입니다.
1. 버리미기재에서 장성봉까지 (2.0km)
들머리인 버리미기재에서 장성봉까지 구간 역시 비법정탐방 구간, 회원들은 버스 안에서 산행 준비를 하고 내리면 곧바로 무인 카메라가 없는 울타리를 넘어 장성봉으로 향합니다.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숨죽이며 오릅니다. 이번 산행의 선두엔 백두대간을 10회를 진행하는 산행팀장께서 인솔합니다. 늘 후미에서 산행하든 필자는 하차 순서에 따르다 보니 의도치 않게 선두그룹으로 장성봉까지 올랐습니다.
해발 약 500m 버리미기재에서 9915.3m의 장성봉까지는 약 2km, 줄곧 오르막으로 일부 구간은 암릉을 통과해야 하기에 결코 쉬운 코스는 아니지만, 비법정탐방 구간을 통과함에 따른 예기치 않는 상황이 닥칠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인지 산행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좌측으로는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전경이 펼쳐지고 우측으로는 앞면 대부분이 하얀 암봉을 드러낸 희양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펼쳐집니다.
그렇게 1시간가량 오르니 작은 공터에 장성봉(長城峰)의 작은 표지석이 보입니다. 각자 개인 인증샷을 남기곤 21기 플랜카드를 펼쳐 사진 촬영을 하는데, 항상 선두그룹에 속해 있던 회원께서 플랜카드를 펼치고 단체 사진을 찍은 것이 처음(?)이라는 하소연(?)이 들립니다. 그동안 선두그룹의 단체 사진이 없었던 이유인 듯합니다.
2. 장성봉에서 막장봉/악휘봉 갈림길까지 (5.2km)
오늘의 최고봉인 장성봉을 출발, 막장봉 삼거리까지 줄곧 내리막입니다. 중간 지점에서 갑자기 ‘뱀이다!’라는 외침. 어릴 땐 자주 보았던 뱀임에도 불구하고 도심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뱀.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지나가는 우리 일행을 바라봅니다. 한편으로 백두대간 산길이 건강함을 방증하고 있는 게 아닐는지.
곧바로 악휘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산길은 많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꾼들 외에 좀처럼 다니지 않은 산길은 푹신한 감각과 고유한 숲 향기를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어쩌면 이런 묘한 느낌이 산꾼들로 하여금 백두대간 마루금을 걷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산행 시작 2시간, 약 5km 지점이 되자 아침을 일찍 먹은 회원들이 점심을 먹자는 요청(?)이 있자, 대간 길을 손바닥 보듯 아는 팀장님께서 시야가 탁 트인 넓은 바위에서 선두그룹 10여 명 회원이 삼삼오오 점심 도시락을 펼칩니다. 그렇게 끝날 때쯤 중위 그룹 10여 명이 도착하지 선두그룹은 이동하고, 마지막 후미 그룹이 도착하자 중위 그룹은 그 자리를 내어주고 떠납니다. 마치 릴레이 달리기를 하듯이….
3. 악휘봉 갈림길에서 악휘봉까지 왕복 (0.2km 왕복 = 0.4km)
악휘봉 삼거리에 도착하자 선두그룹은 이미 악휘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중위 그룹은 배낭은 벗어놓고 선바위가 있는 악휘봉으로 향합니다. 약 10분 거리, 눈 앞에 펼쳐진 선바위(일명 촛대바위)는 과연 압권입니다. 푸른빛 배경으로 서 있는 촛대바위. 마치 애국가에 나오는 동해의 촛대바위와 유사합니다. 동해의 촛대바위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다면 이곳 악휘봉의 촛대바위는 푸른 산을 배경으로 선 있음이 다를 뿐.
악휘봉에 올라 보니 사방에 펼쳐진 산들…. 남으로는 지나온 백두대간(대야산 등)이라면 북동쪽으로는 가야 할 백두대간(백화산 등). 뭐라 말할 수 없는 광경. ‘글과 말이 느낌을 전할 수 없음(書言不盡感)’이 아닐는지.
4. 악휘봉 삼거리에서 은티재 그리고 은티마을까지 (4.4km)
악휘봉 삼거리에 돌아오니 후미 그룹 네 분이 도착합니다. 지쳐있는 모습이지만 방금 찍은 사진을 보며 주며 힘들지만 다녀오시라 권유해봅니다. 그렇게 삼거리를 출발하여 은티재까지 가파른 하산길, 가파른 암벽 구간엔 두 세 번의 밧줄에 의지하여 내렸습니다. 은티재에 도착하니 우측엔 철망으로 출입금지 표지판이 보입니다. 봉암사로 내려가는 산길입니다. 함께 있던 장군님 부모님이 독실한 불자라며 봉암사가 부처님 오신 날에만 산문을 여는 사찰이며, 성철스님이 한국불교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결사 정진하신 곳이라고 귀띔해 주십니다.
은티마을까지는 2.3km, 숲은 마치 원시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조금 내려오니 물소리가 들립니다. 물소리와 새소리 외에 고요한 은티 계곡(?)을 약 30분 걸어 내려오니 오후 5시를 알려줍니다.
5. 은티마을 주차장에서 삼겹살 파티(?)
은티마을에 도착하니 계곡을 따라 띄엄띄엄 집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펜션처럼 꾸민 집들이 있지만, 반면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집들도 있습니다. 마을 어귀에 수령 2~3백 년 된 전나무가 서 있는데, 그곳에 남근석을 상징하는 돌이 세워져 있다. 이는 ‘은티마을’의 형세가 마치 여성의 성기와 같은 여근곡(女根谷)으로 여궁혈(女宮穴)이라고 표현하는데, 센 음기(陰氣)를 막기 위한 풍수로 남근석을 세워 놓은 것이라 합니다.
계곡 옆 주차장에 도착하니 일찍 도착한 일행들이 사전에 갖고 온 버너 위에 달구어진 프라이팬엔 특급 생삼겹살(?)이 구워지고 여기저기 웃음꽃이 파란 은티마을 저녁 하늘에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릅니다. 그렇게 12회차 백두대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6. 마무리
12차 종주 계획은 버리미기재에서 출발 은티재를 거처 구왕봉 그리고 지름티재를 거쳐 은티마을로 하산하는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덥고 힘든 산행이 진행되어 진행팀에서도 빠른 판단에 따라 은티재에서 하산하게 되었습니다. 다소 아쉬움은 남은 부분도 있었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과감한 결단도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록은 과거의 행적을 통해 미래의 길을 밝혀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하기에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기록되어야만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흔히 역사란 승자들의 기록이기에 관점에 따라 왜곡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필자 역시 산행기를 쓰는 것도 기록을 통한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백두대간 12회차이면서 육십갑자 지나 1,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흔히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라고 합니다.
오늘로 백두대간 종주 12회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산꾼이 지나갔을 그리고 지나갈 이 마루금에서 무엇을 찾고 느꼈는지 또 다른 나에게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2023년 9월 9일(토)
백두대간 종주 12차 산행 후기.
PS : 사진과 함께 올려진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eric1960/223207447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