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브래지어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 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 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 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 해 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을 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활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덜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권순진 엮음 『맛있게 읽는 시 』, 《도처출판 그루》에서
아내라는 말 앞에 이유와 변명같은 말은 내걸고 싶지 않다. 서투른 삶을 살다보니 아이 하나 낳고 10년을 살다가 헤어졌다. 그리고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새로운 여자와 혼인신고만 하고 나는 처지다. 아내를 위해 진솔한 마음을 내비치는 시를 읽을 때 마다 늘 부끄러움이 먼져 든다. 무의식 중에 죄책감이 있다. 잘해주지 못한 마음, 고생이란 고생 다 한 여자, 지금은 무엇을할까 궁금하지만, 나는 아이만을 생각하며 산다. 사랑이라는 게 그런 미련조차도 사랑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박영희 시인은 아내의 브래지어를 빨며, 그것도 눈물로 빨며, 피죤 두 방울 떨어트려 마음의 향기를 전하는 모습에 애잔한 마음을, 사랑의 진솔함을 느낀다. 사랑이라는 게 꽃이 피어 떨어지고 열매 맺고, 그 다음 무엇이 내 목구멍에 걸려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많은 날을 그렇게 몸을 뒤척였지만 뒤척인 날 만큼 온전한 사랑이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적이 없다. 그게 내 사랑의 죄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