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간 : 세석대피소 ←(2.0km)→ 칠성봉 ←(1.5km)→ 선비샘 ←(2.6km)→ 벽소령대피소
←(1.3km)→ 형제봉 ←(1.1km)→ 삼각고지 ←(0.9km)→ 연하천대피소숙박
2. 세석대피송에서 숙박후 연하천대피소까지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어느 대피소라도 숙박외는 준비한 음식조리외는 못하게 되어 있어 미리 준비한 반찬으로 대피소에서 파는 햇반과 쵸코파이로 식사를 하였다.
세석천 약수터에서 선비샘까지 먹을 물은 충분하여 지리산은 샘터와 대피소의 위치만 정확히 알면 산행이 굉장히 쉬워진다. 여름철이라도 물은 500ml 정도만 준비해도 충분히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학생들이 많아서 잠을 설치고 5시에 일어나 보니 비가 제법 내리고 있어 아침을 햇반으로 대충하고 천상의 평원인 세석평전을 떠나 낙동강의 김해 분산(盆山)까지 이어지는 낙남정맥의 출발점인 영신봉을 오른다.
돌아보면 지나 온 대간 능선은 아름답기 그지 없구나. 칠선녀의 집합소인 칠선봉을 지나 선비샘의 짠한 전설을 떠올리며 큰절 올리듯 엎드려 세상에서 제일 시원한 찬물을 받아 마신다.
항상 내 곁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아내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며 휴식을 취한다. 점차 가랑비는 그치고 안개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안개는 숲을 가두고, 숲은 먼 곳의 풍경을 감춘다. 이름 모를 여름 야생화들이 청순한 미소를 머금고 외로운 산객을 위로하고 푸름이 짙어진 여름 숲에 청아한 산새소리가 반긴다. 조릿대 숲의 사열을 받으며 약 1.1km를 햇볕과 맞서며 벽소령대피소에 닿는다
벽소령대피소는 공사가 한창이며 내년에는 새 단장을 한단다. 잠시 쉬면서 물만 한 잔하고, 연하천대피소로 출발한다. 편안하게 한참을 가다보면 먼 옛날 두 형제가 불도를 닦던 중 요괴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두 형제는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불도를 닦았는데, 그 자세로 굳어져 지금의 바위가 되었다고 하는 형제봉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그때서야 바쁘게만 산행을 했던 나에게 지리산에 붙어있는 캠페인 성 당부 말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안전산행을 위해 보폭을 줄이고 발을 놓을 자리를 확인하며 안전산행을 하라는 문구를 도외시하고 낭패를 당했다.
어제의 비로 아무렇게나 생긴 지리의 돌도 제 자리를 잡으면 균형미를 자랑하고 있건만 간혹은 그렇지도 않고 비에 젖어있는 돌은 생각보다 미끄러웠다. 그리고 전혀 흉기 같지 않았던 돌도 심한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자연은 아둔한 인간에게 확인시켜 준다. 넘어지고 나니 심한 공복감이 밀려온다. 힘든다는 생각을 갖고 삼각고지를 지나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했다.
어제 대피소에서 숙박을 한 경험이 있어 간단히 확인을 받고 자릴를 배정받아 내일이면 집에 간다는 편한 마음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