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1 [사탄이 욥을 시험하다]
1 우스라는 곳에 욥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흠이 없고 정직하였으며,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이었다.
2 그에게는 아들 일곱과 딸 셋이 있고,
3 양이 칠천 마리, 낙타가 삼천 마리, 겨릿소가 오백 쌍, 암나귀가 오백 마리나 있고, 종도 아주 많이 있었다. 그는 동방에서 으뜸가는 부자였다.
4 그의 아들들은 저마다 생일이 되면, 돌아가면서 저희 집에서 잔치를 베풀고, 세 누이들도 오라고 해서 함께 음식을 먹곤 하였다.
5 잔치가 끝난 다음날이면, 욥은 으레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을 깨끗하게 하려고, 자식의 수대로 일일이 번제를 드렸다. 자식 가운데서 어느 하나라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라도 하나님을 저주하고 죄를 지었을 수도 있다고 늘 그렇게 하였다. 욥은 모든 일에 늘 이렇게 신중하였다.
6 하루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와서 주님 앞에 섰는데, 사탄도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7 주님께서 사탄에게 “어디를 갔다가 오는 길이냐?” 하고 물으셨다. 사탄은 주님께 “땅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오는 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8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종 욥을 잘 살펴보았느냐? 이 세상에는 그 사람만큼 흠이 없소 정직한 사람, 그렇게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9 그러자 사탄이 주님께 아뢰었다. “욥이,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겠습니까?
10 주님께서, 그와 그의 집과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울타리로 감싸 주시고, 그가 하는 일이면 무엇에나 복을 주셔서, 그의 소유를 온 땅에 넘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11 이제라도 주님께서 손을 드셔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치시면, 그는 주님 앞에서 주님을 저주할 것입니다.”
12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네게 맡겨보겠다. 다만, 그의 몸에는 손을 대지 말아라!” 그 때에 사탄이 주님 앞에서 물러갔다.
[욥이 자녀와 재산을 잃다]
13 하루는, 욥의 아들과 딸들이 맏아들의 집에서 음식을 먹으며, 포도주를 마시고 있는데,
14 일꾼 하나가 욥에게 달려와서, 다급하게 말하였다. “우리가 소를 몰아 밭을 갈고, 나귀들은 그 근처에서 풀을 뜯고 있는데,
15 스바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가축들을 빼앗아 가고, 종들을 칼로 쳐서 죽였습니다. 저 혼자만 여우 살아남아서, 주인어른께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16 이 일꾼이 아직 말을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사람이 달려와서 말하였다. “하늘에서 하나님의 불이 떨어져서, 양 떼와 목동들을 살라 버렸습니다. 저 혼자만 겨우 살아남아서, 주인어른께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17 이 사람도 아직 말을 다 마치지 않았는데, 또 다른 사람이 달려와서 말하였다. “갈대아 사람 세 무리가 갑자기 낙타 떼에게 달려들어서 모두 끌어가고, 종들을 칼로 쳐서 죽였습니다. 저 혼자만 겨우 살아남아서, 주인어른께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18 이 사람도 아직 말을 다 마치지 않았는데, 또 다른 사람이 달려와서 말하였다. “주인어른의 아드님과 따님들이 큰 아드님 댁에서 한참 음식을 먹으며 포도주를 마시는데,
19 갑자기 광야에서 강풍이 불어와서, 그 집 네 모퉁이를 내리쳤고, 집이 무너졌습니다. 그 때에 젊은 사람들이 그 속에 깔려서, 모두 죽었습니다. 저 혼자만 겨우 살아남아서, 주인어른께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20 이 때에 욥은 일어나 슬퍼하며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민 다음에, 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려 경배하면서,
21 이렇게 말하였다. “모태에서 빈손으로 태어났으니, 죽을 때에도 빈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주신 분도 주님이시요, 가져가신 분도 주님이시니, 주님의 이름을 찬양할 뿐입니다.”
22 이렇게 욥은, 이 모든 어려움을 당하고서도 죄를 짓지 않았으며, 어리석게 하나님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욥기 2 [사탄이 다시 욥을 시험하다]
1 하루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와서 주님 앞에 서고, 사탄도 그들과 함께 주님 앞에 섰다.
2 주님께서 사탄에게 “어디를 갔다가 오는 길이냐?” 하고 물으셨다. 사탄은 주님께 “땅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오는 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3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종 욥을 잘 살펴보았느냐? 이 세상에 그 사람만큼 흠이 없고 정직한 사람, 그렇게 하나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사람이 없다. 네가 나를 부추겨서, 공연히 그를 해치려고 하였지만, 그는 여전히 자기의 온전함을 굳게 지키고 있지 않느냐?”
4 사탄이 주님께 아뢰었다. “가죽은 가죽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생명을 지키는 일이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립니다.
5 이제라도 주님께서 손을 들어서 그의 뼈와 살을 치시면, 그는 당장 주님 앞에서 주님을 저주하고 말 것입니다!”
6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그를 너에게 맡겨 보겠다. 그러나 그의 생명만은 건드리지 말아라!”
7 사탄은 주님 앞에서 물러나 곧 욥을 쳐서, 발바닥에서부터 정수리에까지 악성 종기가 나서 고생하게 하였다.
8 그래서 욥은 잿더미에 앉아서, 옹기 조각을 가지고 자기 몸을 긁고 있었다.
9 그러자 아내가 그에게 말하였다. “이래도 당신은 여전히 신실함을 지킬 겁니까? 차라리 하나님을 저주하고서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10 그러나 욥은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당신까지도 어리석은 여자들처럼 말하는구려. 우리가 누리는 복도 하나님께로부터 받았는데, 어찌 재앙이라고 해서 못 받는다 하겠소?” 이렇게 하여, 욥은 이 모든 어려움을 당하고서도, 말로 죄를 짓지 않았다.
[친구들이 욥을 찾아오다]
11 그 때에 욥의 친구 세 사람, 곧 데만 사람 엘리바스와 수아 사람 빌닷과 나아마 사람 소발은, 욥이 이 모든 재앙을 만나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욥을 달래고 위로하려고, 저마다 집을 떠나서 욥에게로 왔다.
12 그들이 멀리서 욥을 보았으나, 그가 욥인 줄 알지 못하였다. 그들은 한참 뒤에야 그가 바로 욥인 줄을 알고, 슬픔을 못 이겨 소리 내러 울면서 겉옷을 찢고, 또 공중에 티끌을 날려서 머리에 뒤집어썼다.
13 그들은 밤낮 이레 동안을 욥과 함께 땅바닥에 앉아 있으면서도, 욥이 겪는 고통이 너무도 처참하여, 입을 열어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욥기 3 [욥이 하나님께 불평하다]
1 드디어 욥이 말문을 열고, 자기 생일을 저주하면서
2 울부짖었다.
3 내가 태어나던 날이 차라리 사라져 버렸다면, ‘남자 아이를 배었다’ 고 좋아하던 그 밤도 망해 버렸더라면,
4 그 날이 어둠에 덮여서,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께서도 그 날을 기억하지 못하셨더라면, 아예 그 날이 밝지도 않았더라면,
5 어둠과 사망의 그늘이 그 날을 제 것이라고 하여, 검은 구름이 그 날 덮었더라면, 낮을 어둠으로 덮어서, 그 날을 공포 속에 몰아넣었더라면,
6 그 밤도 흑암에 사로잡혔더라면, 그 밤이 아예 날 수와 달수에도 들지 않았더라면,
7 아, 그 밤이 아무도 잉태하지 못하는 밤이었더라면, 아무도 기쁨의 소리를 낼 수 없는 밤이었더라면,
8 주문을 외워서 바다를 저주하는 자들이, 리워야단도 길들일 수 있는 마력을 가진 자들이, 그 날을 저주하였더라면,
9 그 밤에는 새벽 별들도 빛을 잃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려도 밝지를 않고, 동트는 것도 볼 수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10 어머니의 태가 열리지 않아, 내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그래서 이 고난을 겪지 않아야 하는 건데!
11 어찌하여 내가 모태에서 죽지 않았던가? 어찌하여 어머니 배에서 나오는 그 순간에 숨이 끊어지지 않았던가?
12 어찌하여 나를 무릎으로 받았으며, 어찌하여 어머니가 나를 품에 안고 젖을 물렸던가?
13 그렇게만 하지 않았더라도, 지금쯤은 내가 편히 누워서 잠들어 쉬고 있을 텐데,
14 지금은 폐허가 된 성읍이지만, 한때 그 성읍을 세우던 세상의 왕들과 고관들과 함께 잠들어 있을 텐데,
15 금과 은으로 집을 가득 채운 그 통치자들과 함께 잠들어 있을 텐데,
16 낙태된 핏덩이처럼, 살아 있지도 않을 텐데, 햇빛도 못 본 핏덩이처럼 되었을 텐데!
17 그 곳은 악한 사람들도 어 이상 소란을 피우지 못하고, 삶에 지친 사람들도 쉴 수 있는 곳인데,
18 그 곳은 갇힌 사람들도 함께 평화를 누리고, 노예를 부르는 감독관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인데,
19 그 곳은 낮은 자와 높은 자의 구별이 없고, 종까지도 주인에게서 자유를 얻는 곳인데!
20 어찌하여 하나님은, 고난당하는 자들을 태어나게 하셔서 빛을 보게 하시고, 이렇게 쓰디쓴 인생을 살아가는 자들에게 생명을 주시는가?
21 이런 사람들은 죽기를 기다려도 죽음이 찾아와 주지 않는다. 그들은 보물을 찾기보다는 죽기를 더 바라다가
22 무덤이라도 찾으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데,
23 어찌하여 하나님을 길 잃은 사람을 붙잡아 놓으시고, 사방으로 그 길을 막으시는가?
24 밥을 앞에 놓고서도, 나오느니 탄식이요, 신음 소리 그칠 날이 없다.
25 마침내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일이 밀어닥치고, 그렇게도 무서워하던 일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26 내게는 평화도 없고, 인정도 없고, 안식마저 사라지고, 두려움만 끝없이 밀려온다!
욥기 4 [엘리바스의 첫 번째 발언]
1 데만 사람 엘리바스가 대답하였다.
2 누가 네게 말을 걸면 너는 짜증스럽겠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참을 수가 없다.
3 생각해 보아라. 너도 전에 많은 사람을 가르치기도 하고, 힘없는 자들의 두 팔을 굳세게 붙들어 주기도 했으며,
4 쓰러지는 이들을 격려하여 일어나게도 하고, 힘이 빠진 이들의 무릎을 굳게 붙들어 주기도 했다.
5 이제 이 일을 정작 네가 당하니까 어는 짜증스러워하고, 이 일이 정막 네게 닥치니까 낙담하는구나!
6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네 믿음이고, 온전한 길을 걷는 것이 네 희망이 아니냐?
7 잘 생각해 보아라. 죄 없는 사람이 망한 일이 있더냐? 정직한 사람이 멸망한 일이 있더냐?
8 내가 본 대로는, 악을 갈아 재난을 뿌리는 자는 그대로 거두어라.
9 모두 하나님의 입김에 쓸려가고, 그의 콧김에 날려 갈 것들이다.
10 사자의 울부짖음도 잠잠해지고, 사나운 사자의 울부짖음도 그치는 날이 있다. 힘센 사자도 이빨이 부러진다.
11 사자도, 늙어서 먹이를 잡지 못하면, 어미를 따르던 새끼 사자들이 뿔뿔이 흩어진다.
12 한번은 조용한 가운데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데, 너무도 조용하여 겨우 알아들었다.
13 그 소리가 악몽처럼 나를 괴롭혔다.
14 두려움과 떨림이 나를 엄습하여, 뼈들이 막 흔들렸다.
15 어떤 영이 내 앞을 지나가니,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16 영이 멈추어 서기는 했으나 그 모습은 알아볼 수 없고, 형체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는데, 죽은 듯 조용한 가운데서 나는 이런 소리를 들었다.
17 “인간이 하나님보다 의로울 수 있겠으며, 사람이 창조주보다 깨끗할 수 있겠느냐?
18 하나님은 하늘에 있는 당신의 종들까지도 믿지 않으시고, 천사들에게 마저도 허물이 있다고 하시는데,
19 하물며, 흙으로 만든 몸을 입고 티끌로 터를 삼고, 하루살이에게라도 눌려 죽을 사람이겠느냐?
20 사람은, 아침에는 살아 있다가도, 저녁이 오기 전에 예고도 없이 죽는 것, 별수 없이 모두들 영원히 망하고 만다.
21 생명 줄만 끊기면 사람은 그냥 죽고, 그 줄이 끊기면 지혜를 찾지 못하고 죽어간다.”
욥기 5
1 어서 부르짖어 보아라. 네게 응답하는 이가 있겠느냐? 하늘에 있는 거룩한 이들 가운데서, 그 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수 있겠느냐?
2 미련한 사람은 자기의 분노 때문에 죽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의 질투 때문에 죽는 법이다.
3 어리석은 사람의 뿌리가 뽑히고, 어리석은 자의 집이 순식간에 망하는 것을, 내가 직접 보았다.
4 그런 자의 자식들도 도움을 받을 데가 없어서, 재판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구해 주는 이가 없었고,
5 그런 자들이 거두어들인 것은, 굶주린 사람이 먹어 치운다. 가시나무 밭에서 자란 것까지 먹어 치운다. 목마른 사람이 그의 재산을 삼켜 버린다.
6 재앙이 흙에서 일어나는 법도 없고, 고난이 땅에서 솟아나는 법도 없다.
7 인간이 고난을 타고 태어나는 것은, 불티가 위로 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8 나 같으면 하나님을 찾아서, 내 사정을 하나님께 털어놓겠다.
9 그분은 우리가 측량할 수 없는 큰일을 하시며,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기이한 일을 하신다.
10 땅에 비를 내리시며, 밭에 물을 주시는 분이시다.
11 낮은 사람을 높이시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구원을 보장해 주시며,
12 간교한 사람의 계획을 꺾으시어 그 일을 이루지 못하게 하신다.
13 지혜롭다고 하는 자들을 제 꾀에 속게 하시고, 교활한 자들의 꾀를 금방 실패로 돌아가게 하시니,
14 대낮에도 어둠을 만날 것이고, 한낮에도 밤중처럼 더듬을 것이다.
15 그러나 하나님을 가난한 사람들을 그들의 칼날 같은 입과 억센 손아귀로부터 구출하신다.
16 그러니까, 비천한 사람은 희망을 가지지만, 불의한 사람은 스스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17 하나님께 징계를 받은 사람은, 그래도 복된 사람이다. 그러니 전능하신 분의 훈계를 거절하지 말아라.
18 하나님은 찌르기도 하시지만 싸매어 주기도 하시며, 상하게도 하시지만 손수 낫게도 해주신다.
19 그는 여섯 가지 환난에서도 너를 구원하여 주시며, 일곱 자기 환난에서도 재앙이 네게 미치지 않게 해주시며,
20 기근 가운데서도 너를 굶어 죽지 않게 하시며, 전쟁이 벌어져도 너를 칼에서 구해 주실 것이다.
21 너는 혀의 저주를 피할 수 있어, 파멸이 다가와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22 약탈과 굶주림쯤은 비웃어 넘길 수 있고, 들짐승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23 너는 들에 흩어진 돌과도 계약을 맺으며, 들짐승과도 평화롭게 지내게 될 것이다.
24 그래서 너는 집안이 두루 평안한 것을 볼 것이며, 가축우리를 두루 살필 때마다 잃은 것이 없는 것을 볼 것이다.
25 또 자손도 많이 늘어나서, 땅에 풀같이 많아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26 때가 되면, 곡식단이 타작마당으로 가듯이, 너도 장수를 누리다가 수명이 다 차면, 무덤으로 들어갈 것이다.
27 이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이니 틀림없는 사실이다. 부디 잘 듣고, 너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명심하기 바란다.
욥기 6 [욥의 대답]
1 욥이 대답하였다.
2 아, 내가 겪은 고난을 모두 저울에 달아 볼 수도 있고, 내가 당하는 고통을 모두 저울에 올릴 수 있다면,
3 틀림없이, 바다의 모래보다 더 무거울 것이니, 내 말이 거칠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4 전능하신 분께서 나를 과녁으로 삼고 화살을 쏘시니, 내 영혼이 그 독을 빤다. 하나님이 나를 몰아치셔서 나를 두렵게 하신다.
5 풀이 있는데 나귀가 울겠느냐? 꼴이 있는데 소가 울겠느냐?
6 싱거운 음식을 양념도 치지 않고 먹을 수 있겠느냐? 달걀 흰자위를 무슨 맛으로 먹겠느냐?
7 그런 것들은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난다. 냄새조차도 맡기가 싫다.
8 누가 내 소망을 이루어 줄까? 하나님이 내 소원을 이루어 주신다면,
9 하나님이 나를 부수시고, 손을 들어 나를 깨뜨려 주시면,
10 그것이 오히려 내게 위로가 되고, 이렇게 무자비한 고통 속에서도 그것이 오히려 내게 기쁨이 될 것이다. 나는 거룩하신 분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았다.
11 그러나 내게 무슨 기력이 있어서 더 견뎌 내겠으며, 얼마나 더 살겠다고, 더 버텨 내겠는가?
12 내 기력이 돌의 기력이라고 되느냐? 내 몸이 놋쇠라도 되느냐?
13 나를 도와줄 이도 없지 않느냐? 도움을 구하러 갈 곳도 없지 않느냐?
14 내가 전능하신 분을 경외하든 말든, 내가 이러한 절망 속에서 허덕일 때야말로, 친구가 필요한데,
15 친구라는 것들은 물이 흐르다가도 마르고 말랐다가도 흐르는 개울처럼 미덥지 못하고, 배신감만 느끼게 하는구나.
16 얼음이 녹으면 흙탕물이 흐르고, 눈이 녹으면 물이 넘쳐흐르다가도,
17 날이 더워지면 쉬 마르고, 날이 뜨거워지면 흔적조차 없어지고 마는 개울,
18 물이 줄기를 따라서 굽이쳐 흐르다가도, 메마른 땅에 이르면 곧 끊어지고 마는 가울,
19 데마의 대상들도 물을 찾으려 했고, 스바의 행인들도 그 개울에 희망을 걸었지만,
20 그들이 거기에 이르러서는 실망하고 말았다. 그 개울에 물이 흐를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것을 오히려 부끄러워하였다.
21 너희가 이 개울과 무엇이 다르냐? 너희도 내 몰골을 보고서, 두려워서 떨고 있지 않느냐?
22 내가 너희더러 이거 내놓아라, 저거 내놓아라, 한 적이 있느냐? 너희의 재산을 떼어서라도, 내 목숨 살려 달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
23 아니면, 원수의 손에서 나를 건져 달라고 하길 했느냐, 폭군의 세력으로부터 나를 속량해 달라고 부탁하기라도 했느냐?
24 어디, 알아듣게 말 좀 해 보아라. 내가 귀 기울여 듣겠다. 내 잘못이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
25 바른 말은 힘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 너희는 정말 무엇을 책망하는 것이냐?
26 너희는 남의 말꼬투리나 잡으려는 것이 아니냐? 절망에 빠진 사람의 말이란, 바람과 같을 뿐이 아니냐?
27 너희는, 고아라도 제비를 뽑아 노예로 넘기고, 이익을 챙길 일이라면 친구라도 서슴지 않고 팔아넘길 자들이다.
28 내 얼굴 좀 보아라. 내가 얼굴을 맞대고 거짓말이야 하겠느냐?
29 너희는 잘 생각해 보아라.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더 돌이켜라. 내 정직이 의심받지 않게 해야 한다.
30 내가 혀를 놀려서, 옳지 않은 말을 한 일이라도 있느냐? 내가 입을 벌려서, 분별없이 떠든 일이라도 있느냐?
욥기 7
1 인생이 땅 위에서 산다는 것이, 고된 종살이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 그의 평생이 품꾼의 나날과 같지 않으냐?
2 저물기를 몹시 기다리는 종과도 같고, 수고한 삯을 애타게 바라는 품꾼과도 같다.
3 내가 바로 그렇게 여러 달을 허탈 속에 보냈다. 괴로운 밤은 꼬리를 물고 이어 같다.
4 눕기만 하면, 언제 깰까, 언제 날이 샐까 마음 졸이며, 새벽까지 내내 뒤척거렸구나.
5 내 몸은 온통 구더기와 먼지로 뒤덮였구나. 피부는 아물었다가도 터져 버리는구나.
6 내 날이 베틀의 북보다 빠르게 지나가니, 아무런 소망도 없이 종말을 맞는구나.
7 내 생명이 한낱 바람임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내가 다시는 좋은 세월을 못 볼 것입니다.
8 어느 누구도 다시는 나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눈을 뜨고 나를 찾으려고 하셔도 나는 이미 없어졌을 것입니다.
9 구름이 사라지면 자취도 없는 것처럼, 스올로 내려가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다시는 올라올 수 없습니다.
10 그는 자기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도 못할 것이고, 그가 살던 곳에서도 그를 몰라볼 것입니다.
11 그러나 나는 입을 마물고 있을 수 없습니다. 분하고 괴로워서, 말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습니다.
12 내가 바다 괴물이라도 됩니까? 내가 깊은 곳에 사는 괴물이라도 됩니까? 어찌하여 주님께서는 나를 감시하십니까?
13 잠자리에라도 들면 편해지겠지, 깊이 잠이라도 들면 고통이 덜하겠지 하고 생각합니다만,
14 주님께서는 악몽으로 나를 놀라게 하시고, 무서운 환상으로 저를 떨게 하십니다.
15 차라리 숨이라도 막혀 버리면 좋겠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살아 있기 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습니다.
16 나는 이제 사는 것이 지겹습니다. 영원히 살 것도 아닌데, 제발, 나를 혼자 있기 내버려 두십시오. 내 나날이 허무할 따름입니다.
17 사람이 무엇이라고, 주님께서 그를 대단하게 여기십니까? 어찌하여 사람에게 마음을 두십니까?
18 어찌하여 아침마다 그를 찾아오셔서 순간순간 그를 시험하십니까?
19 언제까지 내게서 눈을 떼지 않으시렵니까? 침 꼴깍 삼키는 동안만이라도, 나를 좀 내버려 두실 수 없습니까?
20 사람을 살피시는 주님, 내가 죄를 지었다고 하여 주님께서 무슨 해라도 입으십니까? 어찌하여 나를 주님의 과녁으로 삼으십니까? 어찌하여 나를 주님의 짐으로 생각하십니까?
21 어찌하여 주님께서는 내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시고, 내 죄악을 용서해 주시지 않으십니까? 이제 내가 숨져 흙 속에 누우면, 주님께서 아무리 저를 찾으신다 해도, 나는 이미 없는 몸이 아닙니까?
욥기 8 [빌닷의 첫 번째 발언]
1 수아 사람 빌닷이 대답하였다.
2 언제까지 네가 그런 투로 말을 계속할 테냐? 네 입에서 나오는 말 거센 바람과도 같아서 걷잡을 수 없구나.
3 너는, 하나님이 심판을 잘못하신다고 생각하느냐? 전능하신 분께서 공의를 거짓으로 판단하신다고 생각하느냐?
4 네 자식들이 주님께 죄를 지으면, 주님께서 그들을 벌하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
5 그러나 네가 하나님을 간절히 찾으며 전능하신 분께 자비를 구하면,
6 또 네가 정말 깨끗하고 정직하기만 하면, 주님께서는 너를 살리시려고 떨치고 일어나셔서, 네 경건한 가정을 회복시켜 주실 것이다.
7 처음에는 보장 것 없겠지만 나중에는 크게 될 것이다.
8 이제 옛 세대에게 물어 보아라. 조상들의 경험으로 배운 진리를 잘 생각해 보아라.
9 우리는 다만 갓 태어난 사람과 같아서, 아는 것이 없으며, 땅 위에 사는 우리의 나날도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10 조상들이 네게 가르쳐 주며 일러주지 않았느냐? 조상들이 마음에 깨달은 바를 말하지 않았느냐?
11 늪이 아닌 곳에서 왕골이 어떻게 자라겠으며 물이 없는 곳에서 갈대가 어떻게 크겠느냐?
12 물이 말라 버리면, 왕골은 벨 때가 아직 멀었는데도 모두 말라 죽고 만다.
13 하나님을 잊는 모든 사람의 앞길이 이와 같을 것이며, 믿음을 저버린 사람의 소망도 이와 샅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14 그런 사람이 믿는 것은 끊어질 줄에 지나지 않으며, 의지하는 것은 거미줄에 지나지 않는다.
15 기대어 살고 있는 집도 오래 서 있지 못하며, 굳게 잡고 있는 집도 버티고 서 있지 못할 것이다.
16 비록 햇빛 속에서 싱싱한 식물과 같이 동산마다 그 가지를 뻗으며,
17 돌무더기 위에까지 그 뿌리가 엉키어서 돌 사이에 뿌리를 내린다고 해도,
18 뿌리가 뽑히면, 서 있던 자리마저 ‘나는 너를 본 일이 없다’고 모르는 체할 것이다.
19 살아서 누리던 즐거움은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그 흙에서는 또 다른 식물이 돋아난다.
20 정말 하나님은, 온전한 사람 물리치지 않으시며, 악할 사람 손잡아 주지 않으신다.
21 그분께서 네 입술을 웃음으로 채워 주시면, 네 입술은 즐거운 소리를 낼 것이니,
22 너를 미워하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당할 것이며, 악인의 장막은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욥기 9 [욥의 대답]
1 욥이 대답하였다.
2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주장할 수 있겠느냐?
3 사람이 하나님과 논쟁을 한다고 해도, 그분의 천 마디 말씀에 한 마디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4 하나님이 전지전능하시니, 그를 거역하고 온전할 사람이 있겠느냐?
5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산을 옮기시며, 진노하셔서 산을 뒤집어엎기도 하신다.
6 지진을 일으키시어 땅을 그 밑뿌리에서 흔드시고, 땅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을 흔드신다.
7 해에게 명령하시어 뜨지 못하게도 하시며, 별들을 가두어서 빛을 내지 못하게도 하신다.
8 어느 누구에게 도움을 받지도 않고 하늘을 펼치시며, 바다 괴물의 등을 짓밟으신다.
9 북두칠성과 삼성을 만드시고, 묘성과 남방의 밀실을 만드시며,
10 우리가 측량할 수 없는 큰일을 하시며,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기이한 일을 행하시는 분이다.
11 하나님이 내 곁을 지나가신다 해도 볼 수 없으며, 내 앞에서 걸으신다 해도 알 수 없다.
12 그가 가져가신다면 누가 도로 찾을 수 있으며, 누가 감히 그에게 왜 그러시냐고 할 수 있겠느냐?
13 하나님의 진노를 풀지 아니하시면 라합을 돕는 무리도 무릎을 꿇는데,
14 내가 어찌 감히 그분에게 한 마리라도 대답할 수 있겠으며, 내가 무슨 말로 말대꾸를 할 수 있겠느냐?
15 비록 내가 옳다 해도 감히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다. 다만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나를 심판하실 그분께 은총을 비는 것뿐이다.
16 비록 그분께서 내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신다 해도, 내가 부르짖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실까?
17 그분께서 머리털 한 오라기만한 하찮은 일로도 나를 이렇게 짓눌러 부수시고, 나도 모를 이유로 나에게 많은 상처를 입히시는데,
18 숨 돌릴 틈도 주시지 않고 쓰라림만 안겨 주시는데, 그분께서 내 간구를 들어 주실까?
19 강한 쪽이 그분이신데, 힘으로 겨룬다고 한들 어떻게 이기겠으며, 재판에 붙인다고 한들 누가 그분을 재판정으로 불러올 수 있겠느냐?
20 비록 내가 옳다고 하더라도, 그분께서 내 입을 시켜서 나를 정죄하실 것이며, 비록 내가 흠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분께서 나를 틀렸다고 하실 것이다.
21 비록 내가 흠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고, 다만, 산다는 것이 싫을 뿐이다.
22 나에게는 모든 것이 한 가지로만 여기진다. 그러므로 나는 “그분께서는 흠이 없는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다 한 가지로 심판하신다.” 하고 말할 수밖에 없다.
23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다들 죽게 되었을 때에도, 죄 없는 자마저 재앙을 받는 것을 보시고 비웃으실 것이다.
24 세상이 악한 권세자의 손에 넘어가도, 주님께서 재판관의 눈을 가려서 제대로 판결하지 못하게 하신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그렇게 하는 이가 누구란 말이냐?
25 내 일생이 달리는 경주다보다 더 빨리 지나가므로, 좋은 세월을 누릴 겨를이 없습니다.
26 그 지나가는 것이 갈대배와 같이 빠르고, 먹이를 덮치려고 내려오는 독수리처럼 빠릅니다.
27 온갖 불평도 잊어버리고, 슬픈 얼굴빛을 고쳐서 애써 명량하게 보이려고 해도,
28 내가 겪는 이 모든 고통이 다만 두렵기만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나를 죄 없다고 여기지 않으실 것임을 압니다.
29 주님께서 나를 정죄하신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애써서 헛된 수고를 해야 합니까?
30 비록 내가 비누로 몸을 씻고, 잿물로 손을 깨끗이 닦아도,
31 주님께서 나를 다시 시궁창에 처넣으시니, 내 옷인들 나를 좋아하겠습니까?
32 하나님이 나와 같은 사람이기만 하여도 내가 그분께 말을 할 수 있으련만, 함께 법정에 서서 이 논쟁을 끝낼 수 있으련만,
33 우리 둘 사이를 중재할 사람이 없고, 하나님과 나 사이를 판결해 줄 이가 없구나!
34 내게 소원이 있다면, 내가 더 두려워 떨지 않도록, 하나님이 채찍을 거두시는 것,
35 그렇게 되면 나를 두려움 없이 말하겠다. 그러나 나 스스로는, 그럴 수가 없는 줄을 알고 있다.
욥기 10 [계속되는 욥의 대답]
1 산다는 것이 이렇게 괴로우니, 나는 이제 원통함을 참지 않고 다 털어놓고, 내 영혼의 괴로움을 다 말하겠다.
2 내가 하나님께 아뢰겠다. 나를 죄인 취급하지 마십시오. 무슨 일로 나 같은 자와 다투시는지 알려 주십시오.
3 주님께서 손수 만드신 이 몸은 학대하고 멸시하시면서도, 악인이 세운 계획은 잘만 되게 하시니 그것이 주님께 무슨 유익이라도 됩니까?
4 주님의 눈이 살과 피를 가진 사람의 눈이기도 합니까? 주님께서도 매사를 사람이 보듯이 보신단 말입니까?
5 주님의 날도 사람이 누리는 날처럼 짧기라도 하단 말입니까? 주님의 햇수가 사람이 누리는 햇수와 같이 덧없기라도 하단 말입니까?
6 그렇지 않다면야, 어찌하여 주님께서는 기어이 내 허물을 찾아내려고 하시며, 내 죄를 들추어내려고 하십니까?
7 내게 죄가 없다는 것과, 주님의 손에서 나를 빼낼 사람이 없다는 것은, 주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8 주님께서 손수 나를 빚으시고 지으셨는데, 어찌하여 이제 와서, 나에게 등을 돌리시고, 나를 멸망시키려고 하십니까?
9 주님께서는, 진흙을 빚듯이 몸소 이 몸을 지으셨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어찌하여 주님께서는 나를 티끌로 되돌아가게 하십니까?
10 주님께서 내 아버지에게 힘을 주셔서, 나를 낳게 하시고, 어머니가 나를 품에 안고 젖을 물리게 하셨습니다.
11 주님께서 살과 가죽으로 나를 입히시며, 뼈와 근육을 엮어서, 내 몸을 만드셨습니다.
12 주님께서 나에게 생명과 사랑을 주시고, 나를 돌보셔서, 내 숨결까지 지켜 주셨습니다.
13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주님께서는 늘 나를 해치실 생각을 몰래 품고 계셨습니다.
14 주님께서는, 내가 죄를 짓나 안 짓나 지켜보고 계셨으며, 내가 죄를 짓기라도 하면 용서하지 않으실 작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15 내가 죄를 짓기만 하면 주님께서는 가차 없이 내게 고통을 주시지만, 내가 올바른 일을 한다고 해서 주님께서 나를 믿어 주시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러니 나는 수치를 가득 덮어쓰고서, 고통을 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16 내 일이 잘 되기라도 하면, 주님께서는 사나운 사자처럼 나를 덮치시고, 기적을 일으키면서까지 내게 상처를 주려고 하셨습니다.
17 주님께서는 번갈아서, 내게 불리한 증인들을 세우시며, 내게 노여움을 키우시고, 나를 공격할 계획을 세우셨습니다.
18 주님께서 나를 이렇게 할 것이라면 왜 나를 모태에서 살아 나오게 하셨습니까? 차라리 모태에서 죽어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나 않았더라면, 좋지 않았겠습니까?
19 생기지도 않은 사람처럼, 모태에서 곧바로 무덤으로 내려갔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20 내가 살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나를 좀 혼자 있게 내버려 두십시오. 내게 남은 이 기간만이라도, 내가 잠시라도 쉴 수 있게 해주십시오.
21 어둡고 캄캄한 땅으로 내려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그리로 가기 전에 잠시 쉬게 해주십시오.
22 그 땅은 흑암처럼 캄캄하고,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져서 아무런 질서도 없고, 빛이 있다 해도 흑암과 같을 뿐입니다.
욥기 11 [소발의 첫 번째 발언]
1 나아마 사람 소발이 욥에게 대답하였다.
2 네가 하는 헛소리를 듣고서, 어느 누가 잠잠할 수 있겠느냐? 말이면 다 말인 줄 아느냐?
3 네가 혼자서 큰소리로 떠든다고 해서, 우리가 대답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네가 우리를 비웃는데도, 너를 책망할 사람이 없을 줄 아니냐?
4 너는 네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고 주님 보시기에 네가 흠이 없다고 우기지만,
5 이제 하나님이 입을 여셔서 네게 말씀하시고,
6 지혜의 비밀을 네게 드러내어 주시기 바란다. 지혜란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다. 너를 하나님이 네게 내리시는 벌이 네 죄보다 가볍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7 네가 하나님의 깊은 뜻을 다 알아낼 수 있느냐? 전능하신 분의 무한하심을 다 측량할 수 있느냐?
8 하늘보다 높으니 네가 어찌 미칠 수 있으며, 스올보다 깊으니 네가 어찌 알 수 있겠느냐?
9 그 길이는 땅 끝까지의 길이보다 길고, 그 넓이는 바다보다 넓다.
10 하나님이 두루 지나다니시며, 죄인마다 쇠고랑을 채우고 재판을 여시면, 누가 감히 막을 수 있겠느냐?
11 하나님은, 어떤 사람이 잘못하는지를 분명히 아시고, 악을 보시면 곧바로 분간하신다.
12 미련한 사람이 똑똑해지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들 나귀가 사람 낳기를 기다려라.
13 네가 마음을 바르게 먹고, 네 팔을 그분 쪽으로 들고 기도하며,
14 악에서 손을 떼고, 네 집안에 불의가 짓들 지 못하게 하면,
15 너도 아무 부끄러움 없이 얼굴을 들 수 있다. 네 마음이 편안해져서, 두려움이 없어질 것이다.
16 괴로운 일을 다 잊게 되고, 그것을 마치 지나간 일처럼 회상하게 될 것이다.
17 네 생활이 한낮보다 더 환해지고, 그 어둠은 아침같이 밝아질 것이다.
18 이제 네게 희망이 생기고, 너는 확신마저 가지게 될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격정할 것이 없어서, 안심하고 자리에 누울 수 있게 될 것이다.
19 네가 누워서 쉬어도 너를 깨워서 놀라게 할 사람이 없고, 많은 사람이 네게 잘 보이려고 할 것이다.
20 그러나 악한 사람은 눈이 멀어서, 도망 칠 길마저 찾지 못할 것이다. 그의 희망이라고는 다만 마지막 숨을 잘 거두는 일뿐일 것이다.
욥기 12 [욥의 대답]
1 욥이 대답하였다.
2 지혜로운 사람이라곤 너희 밖에 없는 것 같구나. 너희가 죽으면, 지혜도 너희와 함께 사라질 것 같구나.
3 그러나 나도 너희만큼 알고 있다. 내가 너희보다 못할 것이 없다. 너희가 한 말을 모를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4 한때는 내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하신 적도 있지만, 지금 나를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의롭고 흠 없는 내가 조롱을 받고 있다.
5 고통을 당해 보지 않은 너희가 불행한 내 처지를 비웃고 있다. 너희는 넘어지려는 사람을 떠민다.
6 강도들은 제 집에서 안일하게 지내고, 하나님을 멸시하는 자들도 평안히 산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나님까지 자기 손에 넣었다고 생각한다.
7 그러나 이제 짐승들에게 물어 보아라. 그것들이 가르쳐 줄 것이다. 공중의 새들에게 물어 보아라. 그것들이 일러줄 것이다.
8 땅에게 물어 보아라. 땅이 가르쳐 줄 것이다. 바다의 고기들도 일러줄 것이다.
9 주님께서 손수 이렇게 하신 것을, 이것들 가운데서 그 무엇이 모르겠느냐?
10 모든 생물의 생명이 하나님의 손 안에 있고, 사람의 목숨 또한 모두 그분의 능력 안에 있지 않느냐?
11 귀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느냐? 혀가 음식 맛을 알지 못하겠느냐?
12 노인에게 지혜가 있느냐? 오래산 사람이 이해력이 깊으냐?
13 그러나 지혜와 권능은 본래 하나님의 것이며, 슬기와 이해력도 그분의 것이다.
14 하나님 헐어 버리시면 세울 자가 없고, 그분이 사람을 가두시면 풀어 줄자가 없다.
15 하나님이 물길을 막으시면 땅이 곧 마르고, 물길을 터놓으시면 땅을 송두리째 삼킬 것이다.
16 능력과 지혜가 그분의 것이니, 속는 자와 속이는 자도 다 그분의 통치 아래에 있다.
17 하나님은 고관들을 벗은 몸으로 끌려가게 하시는가 하면, 재판관들을 바보로 만드시기도 하신다.
18 하나님은 왕들이 결박한 줄을 풀어 주시고, 오히려 그들의 허리를 포승으로 묶으신다.
19 하나님은 제사장들을 맨발로 끌려가게 하시고, 권세 있는 자들을 거꾸러뜨리신다.
20 하나님은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던 사람을 말문이 막히게 하시며, 나이 든 사람들의 분별력도 거두어 가시고,
21 귀족들의 얼굴에 수치를 쏟아 부으시며, 힘 있는 사람들의 허리띠를 풀어 버리신다.
22 하나님은 어둠 가운데서도 은밀한 것들을 드러내시며, 죽음의 그늘조차도 대낮처럼 밝히신다.
23 하나님은 민족들을 강하게도 하시고, 망하게도 하시고, 뻗어 나게도 하시고, 흩어 버리시기도 하신다.
24 하나님은 이 땅 백성의 지도자들을 얼이 빠지게 하셔서, 길 없는 거친 들에서 방황하게 하신다.
25 하나님은 그들을 한 가작 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더듬게도 하시며,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게도 하신다.
욥기 13 [계속되는 욥의 대답]
1 내가 이 모든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내 귀로 다 들어서 안다.
2 너희가 아는 것만큼은 나도 알고 있으니, 내가 너희보다 못할 것이 없다.
3 그러나 나는 전능하신 분께 말씀드리고 싶고, 하나님께 내 마음을 다 털어놓고 싶다.
4 너희는 무식을 거짓말로 때우는 사람들이다. 너희는 모두가 돌팔이 의사나 다름없다.
5 입이라도 좀 다물고 있으면, 너희의 무식이 탄로 나지는 않을 것이다.
6 너희는 내 항변도 좀 들어 보아라. 내가 내 사정을 호소하는 동안 귀를 좀 기울여 주어라.
7 너희는 왜 허튼 소리를 하느냐? 너희는 하나님을 위한다는 것을 빌미 삼아 알맹이도 없는 말을 하느냐?
8 법정에서 하나님을 변호할 셈이냐? 하나님을 변호하려고 논쟁을 할 셈이냐?
9 하나님이 너희를 자세히 조사하셔도 좋겠느냐? 너희가 사람을 속이듯, 그렇게 그분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으냐?
10 거짓말로 나를 고발하면, 그분께서 너희의 속마음을 여지없이 폭로하실 것이다.
11 그분의 존엄하심이 너희에게 두려움이 될 것이며, 그분에 대한 두려움이 너희를 사로잡을 것이다.
12 너희의 격언은 한낱 쓸모없는 잡담일 뿐이고, 너희의 논쟁은 흙벽에 써 놓은 답변에 불과하다.
13 이제는 좀 입을 다물고, 내가 말한 기회를 좀 주어라. 결과가 어찌 되든지, 그것은 내가 책임지겠다.
14 나라고 해서 어찌 이를 악물고서라도 내 생명을 스스로 지키려 하지 않겠느냐?
15 하나님이 나를 죽이려고 하셔도, 나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 그러나 내 사정만은 그분께 아뢰겠다.
16 적어도 이렇게 하는 것이, 내게는 구원을 얻는 길이 될 것이다. 사악한 자는 그분 앞에 감히 나서지도 못할 것이다.
17 너희는 이제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라.
18 나를 좀 보아라. 나는 이제 말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내게는, 내가 죄가 없다는 확신이 있다.
19 하나님, 나를 고발하시겠습니까? 그러면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죽을 각오를 하고 있겠습니다.
[욥의 기도]
20 내가 하나님께 바라는 것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들어주시면, 내가 주님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21 나를 치시는 그 손을 거두어 주시고, 제발 내가 이렇게 두려워 떨지 않게 해주십시오.
22 하나님, 하나님께서 먼저 말씀하시면, 내가 대답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시면 내가 먼저 말씀드리게 해주시고, 주님께서 내게 대답해 주십시오.
23 내가 지은 죄가 무엇입니까? 내가 무슨 잘목을 저질렀습니까? 내가 어떤 범죄에 연루되어 있습니까?
24 어찌하여 주님께서 나를 피하십니까? 어찌하여 주님께서 나를 원수로 여기십니까?
25 주님께서는 줄곧 나를 위협하시렵니까? 나는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 같을 뿐입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마를 지푸라기 같은 나를 공격하고 계십니다.
26 주님께서는 지금, 내가 어릴 때에 한 일까지도 다 들추어내시면서, 나를 고발하십니다.
27 내 발에 차꼬를 채우시고, 내가 가는 모든 길을 낱낱이 지켜보시며, 발바닥 닿는 자국까지 다 조사하고 계십니다.
28 그래서 저는 썩은 물건과도 같고, 좀먹은 의복과도 같습니다.
욥기 14
1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그 사는 날이 짧은데다가, 그 생애마저 괴로움으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2 피었다가 곧 시드는 꽃과 같이, 그림자 같이, 사라져서 멈추어 서지를 못합니다.
3 주님께서는 이렇게 미미한 것을 눈여겨 살피시겠다는 겁니까? 더욱이 저와 같은 것을 심판대로 데리고 가셔서, 심판하시겠다는 겁니까?
4 그 누가 불결한 것에서, 정결한 것이 나오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5 인생이 살아날 날 수는 미리 정해져 있고, 그 달 수도 주님께서는 다 헤아리고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사람이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한계를 정하셨습니다.
6 그러므로 사람에게서 눈을 돌리셔서 그가 숨을 좀 돌리게 하시고, 자기가 살 남은 시간을 품꾼만큼이라도 한 번 마음껏 살게 해 주십시오.
7 한 그루 나무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찍혀도 다시 움이 돋아나고, 그 가지가 끊임없이 자라나고,
8 비록 그 뿌리가 땅 속에서 늙어서 그 그루터기가 흙에 묻혀 죽어도,
9 물 기운만 들어가면 다시 싹이 나며, 새로 심은 듯이 가지를 뻗습니다.
10 그러나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도 한 번 죽으면 사라지게 되어 있고, 숨을 거두면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11 물이 말라 버린 강처럼, 바닥이 드러난 호수처럼,
12 사람도 죽습니다. 죽었다 하면 다시 일어나지 못합니다. 하늘이 없어지면 없어질까, 죽은 사람이 눈을 뜨지는 못합니다.
13 차라리 나를 스올에 감추어 두실 수는 없으십니까? 주님이 진노가 가실 때까지 만이라도 나를 숨겨 주시고, 기한을 정해 두셨다가 뒷날에 다시 기억해 주실 수 없습니까?
14 아무리 대장부라 하더라도 죽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더 좋은 때를 기다리겠습니다. 이 고난의 때가 지나가기까지 기다리겠습니다.
15 그 때에 주님께서 나를 불러 주시면, 내가 대답하겠습니다. 주님께서도 손수 지으신 나를 보시고 기뻐하실 것입니다.
16 그러므로 지금은 주님께서 내 모든 걸음걸음을 세고 계시지만, 그 때에는 내 죄를 살피지 않으실 것입니다.
17 주님께서는 내 허물을 자루에 넣어 봉하시고, 내 잘못을 덮어 주실 것입니다.
18 산이 무너져 내리고, 큰 바위조차 제 자리에서 밀려나듯이,
19 물이 바위를 굴려 내고 폭우가 온 세상 먼지를 급류로 씻어 내듯이,
20 주님께서는 연약한 사람의 삶의 희망도 그렇게 끊으십니다. 주님께서 사람을 끝까지 억누르시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주님 앞에서 쫓겨 날 것입니다.
21 자손이 영광을 누려도 그는 알지 못하며, 자손이 비천하게 되어도 그 소식을 듣지 못합니다.
22 그는 다만 제 몸 아픈 것만을 느끼고, 제 슬픔만을 알 뿐입니다.
욥기 15 [엘리바스의 두 번째 발언]
1 데만 사람 엘리바스가 대답하였다.
2 지혜롭다는 사람이, 어찌하여 열을 올리며 궤변을 말하느냐?
3 쓸모없는 이야기로 논쟁이라 일삼고, 아무 유익도 없는 말로 다투기만 할 셈이냐?
4 정말 너야말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도 내던져 버리고, 하나님 앞에서 뉘우치며 기도하는 일조차도 팽개쳐 버리는구나.
5 네 죄가 네 입을 부추겨서, 그 혀로 간사한 말만 골라서 하게 한다.
6 너를 정죄하는 것은 네 입이지, 내가 아니다. 바로 네 입술이 네게 불리하게 증언한다.
7 네가 맨 처음으로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기라도 하며, 산보다 먼저 생겨난 존재라도 되느냐?
8 네가 하나님의 회의를 엿듣기라도 하였느냐? 어찌하여 너만 지혜가 있다고 주장하느냐?
9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을 너 혼자만 알고 있기라도 하며,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그 무엇을 너 혼자만 깨닫기라도 하였다는 말이냐?
10 우리가 사귀는 사람 가운데는, 나이가 많은 이도 있고, 머리가 센 이도 있다. 네 아버지보다 나이가 더 든 이도 있다.
11 하나님이 네게 위로를 베푸시는 데도, 네게는 그 위로가 별것 아니란 말이냐? 하나님이 네게 부드럽게 말씀하시는데도, 네게는 그 말씀이 하찮게 들리느냐?
12 무엇이 너를 그렇게 건방지게 하였으며, 그처럼 눈을 부라리게 하였느냐?
13 어찌하여 너는 하나님께 격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하나님께 함부로 입을 놀려 대느냐?
14 인생이 무엇이기에 깨끗하다고 할 수 있겠으며,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무엇이기에 의롭다고 할 수 있겠느냐?
15 바로 그것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천사들마저도 반드시 신뢰할 수 있다고 여기지는 않으신다. 그분 눈에는 푸른 하늘도 깨끗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16 하물며 구역질나도록 부패하여 죄를 물마시듯 하는 사람이야 어떠하겠느냐?
17 네게 가르쳐 줄 것이 있으니, 들어 보아라. 내가 배운 지혜를 네게 말해 주겠다.
18 이것은 내가 지혜로운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이고, 지혜로운 사람들도 자기 조상에게서 배운 공개된 지혜다.
19 그들이 살던 땅은 이방인이 없는 땅이고, 거기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곁길로 꾀어내서 하나님을 떠나게 하지 못하였다.
20 악한 일만 저지른 자들은 평생 동안 분노 속에서 고통을 받으며, 잔인하게 살아온 자들도 죽는 날까지 같은 형벌을 받는다.
21 들리는 소식이라고는 다 두려운 소식뿐이고, 좀 평안해졌는가 하면 갑자기 파괴하는 자가 들이닥치는 것이다.
22 그런 사람은, 어디에선가 칼이 목숨을 노리고 있으므로, 흑암에서 벗어나서 도망할 희망마저 가질 수 없다.
23 날짐승이 그의 주검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으니, 더 이상 앞날이 없음을 그는 깨닫는다.
24 재난과 고통이, 공격할 준비가 다 된 왕처럼, 그를 공포 속에 몰아넣고 칠 것이다.
25 이것은 모두 그가, 하나님께 대항하여 주먹을 휘두르고, 전능하신 분을 우습게 여긴 탓이 아니겠느냐?
26 전능하신 분께 거만하게 달려들고, 방패를 앞세우고 그분께 덤빈 탓이다.
27 비록, 얼굴에 기름이 번지르르 흐르고, 잘 먹어서 배가 나왔어도,
28 그가 사는 성읍이 곧 폐허가 되고, 사는 집도 폐허가 되어서, 끝내 돌무더기가 되고 말 것이다.
29 그는 더 이상 부자가 될 수 없고, 재산은 오래 가지 못하며, 그림자도 곧 사라지고 말 것이다.
30 어둠이 엄습하면 피하지 못할 것이며, 마치 가지가 불에 탄 나무와 같을 것이다. 꽃이 바람에 날려 사라진 나무와 같을 것이다.
31 그가 헛것을 의지할 만큼 어리석다면, 악이 그가 받을 보상이 될 것이다.
32 그런 사람은 때가 되지도 않아, 미리 시들어 버릴 것이며, 마른 나뭇가지처럼 되어, 다시는 움을 틔우지 못할 것이다.
33 익지도 않은 포도가 마구 떨어지는 포도나무처럼 되고, 꽃이 다 떨어져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올리브나무처럼 될 것이다.
34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리는 이렇게 메마르고, 뇌물로 지은 장막은 불에 탈 것이다.
35 재난을 잉태하고 죄악만을 낳으니, 그들의 뱃속에는 거짓만 들어 있을 뿐이다.
욥기 16 [욥의 대답]
1 욥이 대답하였다.
2 그런 말은 전부터 많이 들었다. 나를 위로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너희는 하나같이 나를 괴롭힐 뿐이다.
3 너희는 이런 헛된 소리를 끝도 없이 계속할 테냐? 무엇에 홀려서, 그렇게 말끝마다 나를 괴롭히느냐?
4 너희가 내 처지가 되면, 나도 너희처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너희에게 마구 말을 퍼부으며, 가엾다는 듯이 머리를 내저을 것이다.
5 내가 입을 열어 여러 가지 말로 너희에게 격려하며, 입에 발린 말로 너희에게 위로하였을 것이다.
6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이 고통 줄어들지 않습니다. 입을 다물어 보아도 이 아픔이 떠나가지 않습니다.
7 주님께서 나를 기진맥진하게 하시고, 내가 거느리고 있던 자식들을 죽이셨습니다.
8 주님께서 나를 체포하시고, 주님께서 내 적이 되셨습니다. 내게 있는 것이라고는, 피골이 상접한 앙상한 모습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나를 치신 증거입니다. 사람들은 피골이 상접한 내 모습을 보고, 내가 지은 죄로 내가 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9 주님께서 내게 분노하시고, 나를 미워하시며, 내게 이를 가시며, 내 원수가 되셔서, 살기 찬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시니,
10 사람들도 나를 경멸하는구나, 욕하며, 뺨을 치는구나. 모두 한패가 되어 내게 달려드는구나.
11 하나님이 나를 범법자에게 넘겨 버리시며, 나를 악한 자의 손아귀에 내맡기셨다.
12 나는 평안히 살고 있었는데, 하나님이 나를 으스러뜨리셨다. 내 목덜미를 잡고 내던져서, 나를 부스러뜨리셨다. 그가 나를 세우고 과녁을 삼으시니,
13 그가 쏜 화살들이 사방에서 나에게 날아든다. 그가 사정없이 내 허리를 뚫으시고, 내 내장을 땅에 쏟아 내신다.
14 그가 나를 갈기갈기 찢고 또 찢으시려고 용사처럼 내게 달려드신다.
15 내가 맨살에 베옷을 걸치고 통곡한다. 내 위세를 먼지 못에 묻고, 여기 이렇게 시궁창에 앉아 있다.
16 하고 울어서, 얼굴마저 핏빛이 되었고, 눈꺼풀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덮여 있다.
17 그러나 나는 폭행을 저지른 일이 없으며, 내 기도는 언제나 진실하였다.
18 땅아, 내게 닥쳐온 이 잘못된 일을 숨기지 말아라! 애타게 정의를 찾는 내 부르짖음이 허공에 흩어지게 하지 말아라!
19 하늘에 내 증인이 계시고, 높은 곳에 내 변호인이 계신다!
20 내 중재자는 내 친구다. 나는 하나님께 눈물로 호소한다.
21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변호하듯이, 그가 하나님께 내 사정을 아뢴다.
22 이제 몇 해만 더 살면, 나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로 갈 것이다.
욥기 17
1 기운도 없어지고, 살 날도 얼마 남지 않고, 무덤이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2 조롱하는 무리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으니, 그들이 얼마나 심하게 나를 조롱하는지를 내가 똑똑히 볼 수 있다.
3 주님, 주님께서 친히 내 보증이 되어 주십시오. 내 보증이 되실 분은 주님 밖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4 주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마비시키셔서 다시는 내게 우쭐대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5 옛 격언에도 이르기를 ‘돈에 눈이 멀어 친구를 버리면, 자식이 눈이 먼다’ 하였다.
6 사람들이 이 격언을 가지고 나를 공격하는구나. 사람들이 와서 내 얼굴에 침을 뱉는구나.
7 근심 때문에 눈이 멀고, 팔과 다리도 그림자처럼 야위어졌다.
8 정직하다고 자칭하는 자들이 이 모습을 보고 놀라며, 무죄하다고 자칭하는 자들이 나를 보고 불경스럽다고 규탄하는구나.
9 자칭 신분이 높다는 자들은, 더욱 더 자기들이 옳다고 우기는구나.
10 그러나 그런 자들이 모두 와서 내 앞에 선다 해도, 나는 그들 가운데서 단 한 사람의 지혜자도 찾지 못할 것이다.
11 내가 살날은 이미 다 지나갔다. 계획도 희망도 다 사라졌다.
12 내 친구들의 말이 ‘밤이 대낮이 된다’ 하지만, ‘밝아온다’ 하지만, 내가 이 어둠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13 내 유일한 희망은, 죽은 자들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거기 어둠 속에 잠자리를 펴고 눕는 것뿐이다.
14 나는 무덤을 ‘내 아버지’라고 부르겠다. 내 주검을 파먹는 구더기를 ‘내 어머니, 내 누이들’이라고 부르겠다.
15 내가 희망을 둘 곳이 달리 더 있는가? 내가 희망을 둘 곳이 달리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가?
16 내가 죽은 자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갈 때에, 희망이 나와 함께 내려가지 못할 것이다.
욥기 18 [빌닷의 두 번째 발언]
1 수아 사람 빌닷이 대답하였다.
2 너는 언제 입을 다물 테냐? 제발 좀 이제라도 눈치를 채고서 말을 그치면, 우리가 말을 할 수 있겠다.
3 어찌하여 너는 우리를 짐승처럼 여기며, 어찌하여 우리를 어리석게 보느냐?
4 화가 치밀어서 제 몸을 갈기갈기 찢는 사람아, 네가 그런다고 이 땅이 황무지가 되며, 바위가 제자리에서 밀려나느냐?
5 결국 악한 자의 빛은 꺼지게 마련이고, 그 불꽃도 빛을 잃고 마는 법이다.
6 그의 집 안을 밝히던 빛은 점점 희미해지고, 환하게 비추어 주던 등불도 꺼질 것이다.
7 그의 힘찬 발걸음이 뒤뚱거리며, 제 꾀에 제가 걸려 넘어지게 될 것이다.
8 제 발로 그물에 걸리고, 스스로 함정에 걸어 들어가니,
9 그의 발뒤꿈치는 덫에 걸리고, 올가미가 그를 단단히 죌 것이다.
10 땅에 묻힌 밧줄이 그를 기다리고 길목에 숨겨진 덫이 그를 노린다.
11 죽음의 공포가 갑자기 그를 엄습하고, 그를 시시각각으로 괴롭히며, 잠시도 그를 놓아 주지 않을 것이다.
12 악인이 그처럼 부자였어도, 이제는 굶주려서 기운이 빠지며, 그 주변에 재앙이 늘 도사리고 있다.
13 그의 살갗은 성한 곳이 없이 썩어 들어가소, 마침내 죽을병이 그의 팔다리를 파먹을 것이다.
14 그는, 믿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서, 죽음의 세계를 통치하는 왕에게로 끌려갈 것이다.
15 그의 것이라고는 무엇 하나 집에 남아 있지 않으며, 그가 살던 곳에는 유황이 뿌려질 것이다.
16 밑에서는 그의 뿌리가 마르고, 위에서는 그의 가지가 잘릴 것이다.
17 이 땅에서는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하고, 어느 거리에서도 그의 이름을 부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18 사람들이 그를, 밝은 데서 어두운 곳으로 몰아넣어, 사람 사는 세계에서 쫓아낼 것이다.
19 그의 백성 가운데는, 그의 뒤를 잇는 자손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의 집안에는 남아 있는 이가 하나도 없을 것이다.
20 동쪽 사람들이 그의 종말을 듣고 놀라듯이, 서쪽 사람들도 그의 말로를 듣고 겁에 질릴 것이다.
21 악한 자의 집안은 반드시 이런 일을 당하며,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가 사는 곳이 이렇게 되고 말 것이다.
욥기 19 [욥의 대답]
1 욥이 대답하였다.
2 네가 언제까지 내 마음을 괴롭히며, 어느 때까지 말로써 나를 산산조각 내려느냐?
3 너희가 나를 모욕한 것이 이미 수십 번이거늘, 그렇게 나를 학대하고도 부끄럽지도 않으냐?
4 참으로 내게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 문제일 뿐이고, 너희를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5 너희 생각에는 너희가 나보다 낫겠고, 내가 겪는 이 모든 고난도 내가 지은 죄를 증명하는 것이겠지.
6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나를 궁지로 몰아넣으신 분이 하나님이시고, 나를 그물로 덮어씌우신 분도 하나님이시다.
7 “폭력이다!” 하고 부르짖어도 듣는 이가 없다. “살려 달라!” 고 부르짖어도 귀를 기울이는 이가 없다.
8 하나님이, 내가 가는 길을 높은 담으로 막으시니, 내가 지나갈 수가 없다. 내 가는 길을 어둠으로 가로 막으신다.
9 내 영광을 거두어 가시고, 머리에서 면류관을 벗겨 가셨다.
10 내 온몸을 두들겨 패시니, 이젠 내게 희망도 없다. 나무뿌리를 뽑듯이, 내 희망을 뿌리째 뽑아 버리셨다.
11 하나님이 내게 불같이 노하셔서, 나를 적으로 여기시고,
12 나를 치시려고 군대를 보내시니 그 군대는 나를 치려고 길을 닦고, 내 집을 포위하였다.
13 그가 내 가족을 내게서 멀리 떠나가게 하시니, 나를 아는 이들마다, 낯선 사람이 되어 버렸다.
14 친척들도 나를 버렸으며, 가까운 친구들도 나를 잊었다.
15 내 집에 머무르는 나그네와 내 여종들까지도 나를 낯선 사람으로 대하니, 그들의 눈에, 나는 완전히 낯선 사람이 되고 말았다.
16 종을 불러도 대답조차 안 하니, 내가 그에게 애걸하는 신세가 되었고,
17 아내조차 내가 살아 숨 쉬는 것을 싫어하고, 친형제들도 나를 역겨워한다.
18 어린 것들까지도 나를 무시하며, 내가 일어나기만 하면 나를 구박한다.
19 친한 친구도 모두 나를 꺼리며, 내가 사랑하던 이들도 내게서 등을 돌린다.
20 나는 피골이 상접하여 뼈만 앙상하게 드러나고, 잇몸으로 겨우 연명하는 신세가 되었다.
21 너희는 내 친구들이니, 나를 너무 구박하지 말고 불쌍히 여겨다오. 하나님이 손으로 나를 치셨는데,
22 어찌하여 너희마저 마치 하나님이라도 된 듯이 나를 핍박하느냐? 내 몸이 이 꼴인데도,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느냐?
23 아,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기억하여 주었으면!
24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비망록에 기록하여 주었으면! 누가 있어 내가 한 말이 영원히 남도록 바위에 글을 새겨 주었으면!
25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내 구원자가 살아 계신다. 나를 돌보시는 그가 땅 위에 우뚝 서실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26 내 살갗이 다 썩은 다음에라도, 내 육체가 다 썩은 다음에라도, 나는 하나님을 뵈올 것이다.
27 내가 그를 직접 뵙겠다. 이 눈으로 직접 뵐 때에, 하나님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내 간장이 다 녹는구나!
28 나는 너희가 무슨 말을 할지 잘 알고 있다. 너희는 내게 고통을 줄 궁리만 하고 있다. 너희는 나를 칠 구실만 찾고 있다.
29 그러나 이제 너희는 칼을 두려워해야 한다. 칼은 바로 죄 위에 내리는 하나님의 분노다. 너희는, 심판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욥기 20 [소발의 두 번째 발언]
1 나아마 사람 소발이 대답하였다.
2 입을 다물고 있으려 했으나, 네 말을 듣고 있자니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3 네가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모두 나를 모욕하는 말이다. 그러나 깨닫게 하는 영이 내게 대답할 말을 일러주었다.
4 너도 이런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땅에 사람이 생기기 시작한 그 옛날로부터,
5 악한 자의 승전가는 언제나 잠깐뿐이었으며, 경건하지 못한 자의 기쁨도 순간일 뿐이었다.
6 교만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머리가 구름에 닿는 것 같아도,
7 마침내 그도 본토처럼 사라지고 말며, 그를 본 적이 있는 사람도 그 교만한 자가 왜 안 보이느냐고 물으리라는 것쯤은,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8 꿈같이 잊혀 져 다시는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며, 마치 밤에 본 환상처럼 사라질 것이다.
9 그를 본 적이 있는 사람도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으며, 그가 살던 곳에서도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 것이다.
10 그 자녀들이 가난한 사람에게 용서를 구할 것이며, 착취한 재물을 가난한 사람에게 배상하게 될 것이다.
11 그의 몸에 한때는 젊음이 넘쳤어도, 그 젊음은 역시 그와 함께 먼지 속에 눕게 될 것이다.
12 그가 혀로 악을 맛보니, 맛이 좋았다.
13 그래서 그는 악을 혀 밑에 넣고, 그 달콤한 맛을 즐겼다.
14 그러나 그것이 뱃속으로 내려가서는 쓴맛으로 변해 버렸다. 그것이 그의 몸속에서 독사의 독이 되어버렸다.
15 그 악한 자는 꿀꺽 삼킨 재물을 다 토해 냈다. 하나님은 이렇게 그 재물을 그 악한 자의 입에서 꺼내어서 빼앗긴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신다.
16 악한 자가 삼킨 것은 독과고 같은 것, 독사에 물려 죽듯이 그 독으로 죽는다.
17 올리브기름이 강물처럼 흐르는 것을 그는 못 볼 것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것도 못 볼 것이다.
18 그는 수고하여 얻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도 못하고 되돌려 보내며, 장사해서 얻은 재물을 마음대로 누리지도 못할 것이다.
19 이것은, 그가 가난한 이들을 억압하고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며, 자기가 세우지도 않은 남의 집을 강제로 빼앗았기 때문이다.
20 그는 아무리 가져도 만족하지 못한다. 탐욕에 얽매여 벗어나지를 못한다.
21 먹을 때에는 남기는 것 없이 모조리 먹어 치우지만, 그의 번영은 오래 가지 못한다.
22 성공하여 하늘 끝까지 이를 때에, 그가 재앙을 만나고, 온갖 불운이 그에게 밀어닥칠 것이다.
23 그가 먹고 싶은 대로 먹게 놓아 두어라. 하나님이 그에게 맹렬한 진노를 퍼부으시며, 분노를 비처럼 쏟으실 것이다.
24 그가 철 무기를 피하려 해도, 놋 화살이 그를 꿰뚫을 것이다.
25 등을 뚫고 나온 화상을 빼낸다 하여도, 쓸개를 휘젓고 나온 번쩍이는 활촉이 그를 겁에 질리게 할 것이다.
26 그가 간직한 평생 모은 재산이 삽시간에 없어지고, 풀무질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타오르는 불길이 그를 삼킬 것이며, 그 불이 집에 남아 있는 사람들까지 사를 것이다.
27 하늘이 그의 죄악을 밝히 드러내며, 땅이 그를 고발할 것이다.
28 하나님이 진노하시는 날에, 그 집의 모든 재산이 홍수에 쓸려가듯 다 쓸려갈 것이다.
29 이것인, 악한 사람이 하나님께 받을 몫이며, 하나님이 그의 것으로 정해 주신 유산이 될 것이다.
욥기 21 [욥의 대답]
1 욥이 대답하였다.
2 너희는 내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말아라. 너희가 나를 위로할 생각이면,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그것이 내게는 유일한 위로이다.
3 내게도 말할 기회를 좀 주어라. 조롱하려면, 내 말이 다 끝난 다음에나 해라.
4 내가 겨우 썩어질 육신을 두고 논쟁이나 하겠느냐? 내가 이렇게 초조해하는 데에는, 그럴 이유가 있다.
5 내 곤경을 좀 보아라.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가 막혀 손으로 입을 먹고 말 것이다.
6 내게 일어난 일은 기억에 떠올리기만 해도 떨리고, 몸에 소름이 끼친다.
7 어찌하여 악한 자들이 잘 사느냐? 어찌하여 그들이 늙도록 오래 살면서 번영을 누리느냐?
8 어찌하여 악한 자들이 자식을 낳고, 자손을 보며, 그 자손이 성장하는 것까지 본다는 말이냐?
9 그들의 가정에는 아무런 재난도 없고, 늘 평화가 깃들며, 하나님마저도 채찍으로 치시지 않는다.
10 그들의 수소는 틀림없이 새끼를 배게 하며, 암소는 새끼를 밸 때마다 잘도 낳는다.
11 어린 자식들은, 바깥에다가 풀어 놓으면, 양 떼처럼 뛰논다.
12 소구와 거문고에 맞춰서 목청을 돋으며, 피리 소리에 어울려서 흥겨워하는구나.
13 그들은 그렇게 일생을 행복하게 살다가, 죽을 때에는 아무런 고통도 없이 조용하게 스올로 내려간다.
14 그런데도 악한 자들은, 자기들을 그냥 좀 내버려 두라고 하나님께 불평을 한다. 이렇게 살면 되지, 하나님의 뜻을 알 필요가 무엇이냐고 한다.
15 전능하신 분이 누구이기에 그를 섬기며, 그에게 기도한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한다.
16 그들은 자기들의 성공이 자기들 힘으로 이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들의 생각을 용납할 수 없다.
17 악한 자들의 등불이 꺼진 일이 있느냐? 과연 그들에게 재앙이 닥친 일이 있느냐? 하나님이 진노하시어, 그들을 고통에 빠지게 하신 적이 있느냐?
18 그들이 바람에 날리는 검불과 같이 된 적이 있느냐? 폭풍에 날리는 겨와 같이 된 적이 있느냐?
19 너희는 “하나님이 아버지의 죄를 그 자식들에게 갚으신다” 하고 말하지만, 그런 말 말아라! 죄 지은 그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가 제 죄를 깨닫는다.
20 죄인은 제 스스로 망하는 꼴을 제 눈으로 보아야 하며, 전능하신 분께서 내리시는 진노의 잔을 받아 마셔야 한다.
21 무너진 삶을 다 살고 죽을 때가 된 사람이라면, 제 집에 관해서 무슨 관심이 더 있겠느냐?
22 하나님은 높은 곳에 있는 자들까지 심판하는 분이신데, 그에게 사람이 감히 지식을 가르칠 수 있겠느냐?
23 어떤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기력이 정정하다. 죽을 때에도 행복하게, 편안하게 죽는다.
24 평소에 그의 몸은 어느 한 곳도 영양이 부족하지 않으며, 뼈마디마다 생기가 넘친다.
25 그러나 어떤 사람은 행복 하고는 거리가 멀다. 고통스럽게 살다가, 고통스럽게 죽는다.
26 그러나 그들 두 사람은 다 함께 티끌 속에 눕고 말며, 하나같이 구더기로 덮이는 신세가 된다.
27 너희의 생각을 내가 다 잘 알고 있다. 너희의 속셈은 나를 해하려는 것이다.
28 너희의 말이 “세도 부리던 자의 집이 어디에 있으며, 악한 자가 살던 집이 어디에 있느냐?” 한다.
29 너희는 세상을 많이 돌아다닌 견문 넓은 사람들과 말을 해 본 일이 없느냐? 너희는 그 여행자들이 하는 말을 알지 못하느냐?
30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아라. 하나님이 진노하셔서 재앙을 내리셔도, 항상 살라 남는 사람은 악한 자라도 한다.
31 그 악한 자를 꾸짖는 사람도 없고, 그가 저지른 대로 징벌하는 이도 없다고 한다.
32 그가 죽어 무덤으로 갈 때에는, 그 화려하게 가꾼 무덤으로 갈 때에는,
33 수도 없는 조객들이 장례 행렬을 따르고, 골짜기 흙마저 그의 시신을 부드럽게 덮어 준다고 한다.
34 그런데 어찌하여 너희는 빈말로만 나를 위로하려 하느냐? 너희가 하는 말은 온통 거짓말뿐이다.
욥기 22 [엘리바스의 세 번째 발언]
1 데만 사람 엘리바스가 대답하였다.
2 사람이 하나님께 무슨 유익을 끼쳐드릴 수 있느냐? 아무리 슬기로운 사람이라고 해도, 그 분께 아무런 유익을 끼쳐드릴 수가 없다.
3 네가 올바르다고 하여 그것이 전능하신 분께 무슨 기쁨이 되겠으며, 네 행위가 온전하다고 하여 그것이 그분께 무슨 유익이 되겠느냐?
4 네가 하나님을 경외한 것 때문에, 하나님이 너를 책망하시며, 너를 심판하시겠느냐?
5 오히려 네 죄가 많고, 네 죄악이 끝이 없으니, 그러한 것이 아니냐?
6 네가 까닭 없이 친독의 재산을 압류하고, 옷을 빼앗아 헐벗게 하고,
7 목마른 사람에게 마실 물 한 모금도 주지 않고,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8 너는 권세를 이용하여 땅을 차지하고, 지위를 이용하여 이 땅에서 거들먹거리면서 살았다.
9 너는 과부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고, 고아들을 혹사하고 학대하였다.
10 그러기에 이제 네가 온갖 올무에 걸려들고, 공포에 사로잡힌 것이다.
11 어둠이 덮쳐서 네가 앞을 볼 수 없고, 홍수가 너를 뒤덮는 것이다.
12 하나님이 하늘 높은 곳에 계시지 않느냐? 저 공중에 높이 떠 있는 별들까지도, 하나님이 내려다보고 계시지 않느냐?
13 그런데도 너는 “하나님이 무엇을 아시겠으며, 검은 구름 속에 숨어 계시면서 어떻게 우리를 심판하실 수 있겠느냐?
14 짙은 구름에 그가 둘러싸여 어떻게 보실 수 있겠느냐? 다만 하늘에서만 왔다 갔다 하실 뿐이겠지!” 하는구나.
15 너는 아직도 옛 길을 고집할 셈이냐? 악한 자들이 걷던 그 길을 고집할 셈이냐?
16 그들은 때가 되기도 전에 사로잡혀 갔고, 그 기초가 무너져서 강물에 떠내려가 버렸다.
17 그런데도 그들은 하나님께 말하기를 “우리를 좀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전능하신 분이라고 하여 우리에게 무슨 일을 더 하실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18 그들의 집에 좋은 것을 가득 채워 주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신데도 악한 자들이 그렇 생각을 하나니, 나는 이해할 수 없다.
19 그런 악한 자가 형벌을 받을 때에, 의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기뻐하며, 죄 없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비웃기를
20 “과연 우리 원수는 전멸되고, 남은 재산은 불에 타서 없어졌다” 할 것이다.
21 그러므로 너는 하나님과 화해하고, 하나님을 원수로 여기지 말아라. 그러면 하나님이 너에게 은총을 베푸실 것이다.
22 하나님이 친히 말씀하여 주시는 교훈을 받아들이고, 그의 말씀을 네 마음에 깊이 간직하여라.
23 전능하신 분에게로 겸손하게 돌아가면, 너는 다시 회복될 것이다. 온갖 불의한 것을 네 집안에서 내버려라.
24 황금도 티끌 위에다가 내버리고, 오빌의 정금도 계곡의 돌바닥 위에 내던져라.
25 그러면 전능하신 분이 네 보물이 되시고, 산더미처럼 쌓이는 은이 되실 것이다.
26 그 때가 되어야 비로소 너는, 전능하신 분을 진정으로 의지하게 되고, 그분만이 네 기쁨의 근원이심을 알게 될 것이다.
27 네가 그분에게 기도를 드리면 들어 주실 것이며, 너는 서원한 것을 다 이룰 것이다.
28 하는 일마다 다 잘되고, 빛이 네가 걷는 길을 비추어 줄 것이다.
29 사람들이 쓰러지거든, 너는 그것이 교만 때문이라고 일러주어라. 하나님은 겸손한 사람을 구원하신다.
30 그분은 죄 없는 사람을 구원하신다. 너도 깨끗하게 되면, 그분께서 구해 주실 것이다.
욥기 23 [욥의 대답]
1 욥이 대답하였다.
2 오늘도 이렇게 처절하게 탄식할 수밖에 없다니! 내가 받는 이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그분이 무거운 손으로 여전히 나를 억누르시는구나!
3 아, 그분이 계신 곳을 알 수만 있다면, 그분의 보좌까지 내가 이를 수만 있다면,
4 그분 앞에서 내 사정을 아뢰련만, 내가 정당함을 입이 닳도록 변론하련만,
5 그러면 그분은 무슨 말로 내게 대답하실까? 내게 어떻게 대답하실까?
6 하나님이 힘으로 나를 억누르실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말씀을 드릴 때에, 귀를 기울여 들어 주실 것이다.
7 내게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 하나님께 떳떳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을 다 들으시고 나서는, 단호하게 무죄를 선언하실 것이다.
8 그러나 동쪽으로 가서 찾아보아도, 하나님은 거기에 안 계시고, 서쪽으로 가서 찾아보아도, 하나님을 뵐 수가 없구나.
9 북쪽에서 일을 하고 계실 터인데도, 그분을 뵐 수가 없고, 남쪽에서 일을 하고 계실 터이니, 나를 시험해 보시면 내게 흠이 없다는 것을 아실 수 있으련만!
10 내 발은 오직 그분의 발자취를 따르며, 하나님이 정하신 길로만 성실하게 걸으며, 길을 벗어나서 방황하지 않았건만!
12 그분의 입술에서 나오는 계명을 어긴 일이 없고,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을 늘 마음속 깊이 간직하였건만!
13 그러나 그분이 한번 뜻을 정하시면, 누가 그것을 돌이킬 수 있으랴? 한번 하려고 하신 것은, 반드시 이루고 마시는데.
14 하나님이 가지고 계신 많은 계획 가운데, 나를 두고 세우신 계획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고야 마시겠기에
15 나는 그분 앞에서 떨리는구나. 이런 것을 생각할 때마다, 그분이 두렵구나.
16 하나님이 내 용기를 꺾으셨기 때문이고, 전능하신 분께서 나를 떨게 하셨기 때문이지.
17 내가 무서워 떤 것은 어둠 때문도 아니고 흑암이 나를 덮은 탓도 아니다.
욥기 24
1 어찌하여 전능하신 분께서는, 심판하실 때를 정하여 두지 않으셨을까? 어찌하여 그를 섬기는 사람들이 정당하게 판단 받을 날을 정하지 않으셨을까?
2 경계선까지 옮기고 남의 가축을 빼앗아 제 우리에 집어넣는 사람도 있고,
3 고아의 나귀를 강제로 끌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부가 빚을 갚을 때까지, 과부의 소를 끌어가는 사람도 있구나.
4 가난한 사람들이 권리를 빼앗기는가 하면, 흙에 묻혀 사는 가련한 사람들이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가서 숨기도 한다.
5 가난한 사람들은 들나귀처럼 메마른 곳으로 가서 일거리를 찾고 먹거리를 얻으려고 하지만, 어리 아이들에게 먹일 것을 찾을 곳은 빈들뿐이다.
6 가을걷이가 끝난 남의 밭에서 이삭이나 줍고, 악한 자의 포도밭에서 남은 것이나 긁어모은다.
7 잠자리에도 덮을 것이 없으며, 추위를 막아 줄 이불 조각 하나도 없다.
8 산에서 쏟아지는 소낙비에 젖어도, 비를 피할 곳이라고는 바위 밑밖에 없다.
9 아버지 없는 어린 아이를 노예로 빼앗아 가는 자들도 있다. 가난한 사람이 빚을 못 갚는다고 자식을 빼앗아 가는 자들도 있다.
10 가난한 사람들은 입지도 못한 채로 헐벗고 다녀야 한다. 곡식단을 지고 나르지만, 굶주림에 허덕여야 한다.
11 올리브로 기름을 짜고, 포도로 포도주를 담가도, 그들은 여전히 목말라 한다.
12 성읍 안에서 상처받은 사람들과 죽어 가는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도, 하나님을 그들의 간구를 못 들은 체하신다.
13 빛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빛이 밝혀 주는 것을 알지 못하며, 빛이 밝혀 주는 길로 가지 않는다.
14 살인하는 자는 새벽에 일어나서 가난한 사람과 궁핍한 사람을 죽이고, 밤에는 도둑질을 한다.
15 간음하는 자는 저물기를 바라며,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얼굴을 가린다.
16 도둑들은 대낮에 털 집을 보아 두었다가, 어두워지면 벽을 뚫고 들어간다. 이런 자들은 하나같이 밝은 한낮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17 그들은 한낮을 무서워하고, 오히려 어둠 속에서 평안을 누린다.
18 악한 사람은 홍수에 떠내려간다. 그의 밭에는 하나님의 저주가 내리니, 다시는 포도원에 갈 일이 없을 것이다.
19 날이 가물고 무더워지면 눈 녹은 물이 증발하는 것 같이, 죄인들도 그렇게 스올로 사라질 것이다.
20 그러면 그를 낳은 어머니도 그를 잊고, 구더기가 그를 달게 먹는다. 아무도 그를 다시 기억하지 않는다. 악은 결국, 잘린 나무처럼 멸망하고 마는 것이다.
21 과부를 등쳐먹고, 자식 없는 여인을 학대하니, 어찌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겠느냐?
22 하나님이 그분의 능력으로 강한 사람들을 휘어잡으시니, 그가 한번 일어나시면 악인들은 생명을 건질 길이 없다.
23 하나님이 악한 자들에게 안정을 주셔서 그들을 평안하게 하여 주시는 듯하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행동을 낱낱이 살피신다.
24 악인들은 잠시 번영하다가 곧 사라지고, 풀처럼 마르고 시들며, 곡식 이삭처럼 잘리는 법이다.
25 내가 한 말을 부인할 사람이 누구냐? 내가 한 말이 모두 진실이 아니라고 공격할 자가 누구냐?
욥기 25 [빌닷의 세 번째 발언]
1 수아 사람 빌닷이 대답하였다.
2 하나님께서는 주권과 위엄이 있으시다. 그분은 하늘나라에서 평화를 이루셨다.
3 그분이 거느리시는 군대를 헤아릴 자 누구냐? 하나님의 빛이 가서 닿지 않는 곳이 어디에 있느냐?
4 그러니 어찌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하겠으며, 여자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어찌 깨끗하다고 하겠는가?
5 비록 달이라도 하나님에게는 밝은 것이 아니며, 별들마저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청명하지 못하거늘,
6 하물며 구더기 같은 사람, 벌레 같은 인간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욥기 26 [욥의 대답]
1 욥이 대답하였다.
2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하여 주니, 고맙다. 나처럼 가난하고 힘없는 자를 도와주다니!
3 너는 우둔한 나를 잘 깨우쳐 주었고, 네 지혜를 내게 나누어 주었다.
4 그런데 누가, 네가 한 그런 말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너는 누구에게 영감을 받아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5 죽은 자들이 떤다. 깊은 물 밑에서 사는 자들이 두려워한다.
6 스올도 하나님께는 훤하게 보이고, 멸망의 구덩이도 그분의 눈에는 훤하게 보인다.
7 하나님이 북쪽 하늘을 허공에 펼쳐 놓으시고, 이 땅덩이를 빈 곳에 매달아 놓으셨다.
8 구름 속에 물을 채우시고, 물이 구름 밑으로 터져 나오지 못하게 막고 계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다.
9 하나님은 보름달을 구름 뒤에 숨기신다.
10 물 위에 수평선을 만드시고, 빛과 어둠을 나누신다.
11 그분께서 꾸짖으시면,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 흔들린다.
12 능력으로 ‘바다’를 정복하시며, 지혜로 라합을 쳐부순다.
13 그분의 콧김에 하늘이 맑게 개며, 그분의 손은 도망치는 바다 괴물을 찔러 죽인다.
14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분이 하시는 일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우리가 그분에게서 듣는 것도 가냘픈 속삭임에 지나지 않는다. 하물며 그분의 권능에 찬 우레 소리를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
욥기 27 [세 친구에 대한 욥의 대답]
1 욥이 비유로 말하였다.
2 내가 살아 계신 하나님 앞에서 맹세한다. 그분께서 나를 공정한 판결을 받지 못하게 하시며, 전능하신 분께서 나를 몹시 괴롭게 하신다.
3 내게 호흡이 남아 있는 동안은, 하나님이 내 코에 불어 넣으신 숨결이 내 코에 남아 있는 한,
4 내가 입술로 결코 악한 말을 하지 않으며, 내가 혀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
5 나는 결코 너희가 옳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죽기까지 내 결백을 주장하겠다.
6 내가 의롭다고 주장하면서 끝까지 굽히지 않아도, 내 평생에 양심에 꺼림칙한 날은 없을 것이다.
7 내 원수들은 악한 자가 받는 대가를 받아라. 나를 대적하는 자는 악인이 받을 벌을 받아라.
8 하나님이 경건하지 않은 자의 생명을 끊고, 그의 영혼을 불러 가실 때에, 그의 희망이란 과연 무엇이겠느냐?
9 환난이 그에게 닥칠 때에, 하나님이 그의 부르짖음을 들어주시겠느냐?
10 그들은 전능하신 분께서 주시는 기쁨을 사모했어야 했고 그분께 기도했어야 했다.
11 날더러도 하나님의 응답이 얼마나 큰지 가르치라고 해 보아라. 전능하신 분께서 계획하신 바를 설명하라고 해 보아라.
12 그러나 그만두겠다. 이런 일은 너희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런데 너희는, 어찌하여 그처럼 터무니없는 말을 하느냐?
13 하나님이 악한 자에게 주시는 벌이 무엇인지, 전능하신 분께서 폭력을 행하는 자에게 주시는 불이 무엇인지 아느냐?
14 비록 자손이 많다 해도, 모두 전쟁에서 죽고 말 것이다. 그 자손에게는 배불리 먹을 것이 없을 것이다.
15 살아남은 사람은 또 염병으로 죽어 매장되니, 살아남은 과부들은 기가 막혀서 울지도 못할 것이다.
16 돈을 셀 수도 없이 긁어모으고, 옷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아도,
17 엉뚱하게도 의로운 사람이 그 옷을 입으며, 정직한 사람이 그 돈더미를 차지할 것이다.
18 악한 자들이 지은 집은 거미집과 같고 밭을 지키는 일꾼의 움막과 같다.
19 부자가 되어서 잠자리를 들지만, 그것으로 마지막이다. 다음날에 눈을 떠 보면, 이미 알거지가 되어 있다.
20 두려움이 홍수처럼 그들에게 들이닥치며, 폭풍이 밤중에 그들을 쓸어 갈 것이다.
21 동풍이 불어와서 그들을 그 살던 집에서 쓸어 갈 것이다.
22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써도, 동쪽에서 오는 폭풍이 사정없이 불어 닥쳐서, 그들을 날려 버릴 것이다.
23 도망가는 동안에 폭풍이 불어 닥쳐서, 무서운 파괴력으로 그들을 공포에 떨게 할 것이다.
욥기 28 [지혜를 찬양하다]
1 은을 캐는 광산이 있고, 금을 정련하는 제련소도 있다.
2 철은 흙에서 캐어 내며, 그리는 광석을 녹여서 얻는다.
3 광부들은 땅 속을 깊이 파고 들어가서, 땅 속이 아무리 캄캄해도 그 캄캄한 구석구석에서 광석을 캐어 낸다.
4 사람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 사람의 발이 가 닿지 않는 곳에, 사람들은 갱도를 판다. 줄을 타고 매달려서 외롭게 일을 한다.
5 땅 위에서는 먹거리가 자라지만, 땅 속은 같은 땅인데도 용암으로 들끓고 있다.
6 바위에는 사파이어가 있고, 돌가루에는 금이 섞여 있다.
7 솔개도 거기에 이르는 길을 알지 못하고, 매의 날카로운 눈도 그 길을 찾지 못한다.
8 겁 없는 맹수도 거기에 발을 들여 놓은 일이 없고, 무서운 사자도 그 곳을 밟아 본 적이 없다.
9 사람은 굳은 바위를 깨고, 산을 그 밑뿌리까지 파들어 간다.
10 바위에 굴을 뚫어서, 각종 진귀한 보물을 찾아낸다.
11 강의 근원을 찾아내고, 땅에 감추어진 온갖 보화를 들추어낸다.
12 그러나 지혜는 어디에서 얻으며, 슬기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13 지혜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어느 누구도 지혜의 참 가치를 알지 못한다.
14 깊은 바다도 “나는 지혜를 감추어 놓지 않았다”고 말한다. 넓은 바다도 “나는 지혜를 감추어 놓지 않았다”하고 말한다.
15 지혜는 금을 주고 살 수 없고, 은으로도 그 값을 치를 수 없다.
16 지혜는 오빌의 금이나 값진 루비나 사파이어로도 그 값을 치를 수 없다.
17 지혜는 금보다 값진 것, 금잔이나 값진 유리잔보다 더 값진 것이다.
18 지혜의 값은 산호보다, 수정보다 비싸다. 지혜를 얻는 것은 진주를 가진 것보다 값지다.
19 에티오피아의 토파즈로도 지혜와 비교할 수 없고, 정금으로도 지혜의 값을 치를 수 없다.
20 그렇다면 지혜는 어디에서 오며, 슬기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21 모든 생물의 눈에 숨겨져 있고, 공중의 새에게도 감추어져 있다.
22 멸망의 구덩이와 죽음도 지혜를 두고 이르기를 “지혜라는 것이 있다는 말은 다만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다” 하고 말한다.
23 그러나 하나님은, 지혜가 있는 곳에 이르는 길을 아신다. 그분만이 지혜가 있는 곳을 아신다.
24 오직 그분만이 땅 끝까지 살피실 수 있으며, 하늘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을 보실 수 있다.
25 그분께서 저울로 바람의 강약을 달아 보시던 그 때에, 물의 분량을 달아 보시던 그 때에,
26 비가 내리는 규칙을 세우시던 그 때에, 천둥 번개가 치는 길을 정하시던 그 때에,
27 바로 그 때에 그분께서, 지혜를 보시고, 지혜를 칭찬하시고, 지혜를 튼튼하게 세우시고, 지혜를 시험해 보셨다.
28 그런 다음에, 하나님은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요, 악을 멀리하는 것이 슬기다.”
욥기 29 [욥의 마지막 발언]
1 욥이 다시 비유를 써서 말을 하였다.
2 지나간 세월로 되돌아갈 수만 있으면, 하나님이 보호해 주시던 그 지나간 날로 되돌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3 그 때에는 하나님이 그 등불로 내 머리 위를 비추어 주셨고, 빛으로 인도해 주시는 대로, 내가 어둠 속을 활보하지 않았던가?
4 내가 그처럼 잘 살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집에서 하나님과 친밀하게 사귀던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5 그 때에는 전능하신 분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내 자녀들도 나와 함께 있었건만.
6 젖소와 양들이 젖을 많이 내어서, 내 발이 젖으로 흠뻑 젖었건만, 돌짝밭에서 자란 올리브나무에서는, 올리브기름이 강물처럼 흘러나왔건만,
7 그 때에는 내가 성문 회관에 나가거나 광장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8 젊은이들은 나를 보고 비켜서고, 노인들은 일어나서 내게 인사하였건만,
9 원로들도 하던 말을 멈추고 손으로 입을 가렸으며,
10 귀족들도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기나 한 것처럼 말소리를 죽였건만,
11 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내가 한 일을 칭찬하고, 나를 직접 본 사람들은 내가 한 일을 기꺼이 자랑하고 다녔다.
12 내게 도움을 청한 가난한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구해 주었는지, 의지할 데가 없는 고아를 내가 어떻게 잘 보살펴 주었는지를 자랑하고 다녔다.
13 비참하게 죽어 가는 사람들도, 내가 베푼 자선을 기억하고 나를 축복해 주었다. 과부들의 마음도 즐겁게 해주었다.
14 나는 늘 정의를 실천하고, 매사를 공평하게 처리하였다.
15 나는 앞을 못 보는 이에게는 눈이 되어 주고, 발을 저는 이에게는 발이 되어 주었다.
16 궁핍한 사람들에게는 아버지가 되어 주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하소연도 살펴보고서 처리해 주었다.
17 악을 행하는 자들의 턱뼈를 으스러뜨리고, 그들에게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빼내어 주었다.
18 그래서 나는 늘 ‘나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건장하게 살 것이다 소털처럼 많은 나날 불사조처럼 오래 살 것이다.
19 나는, 뿌리가 물가로 뻗은 나무와 같고, 이슬을 머금은 나무와 같다.
20 사람마다 늘 나는 칭찬하고, 내 정력은 쇠하지 않을 것이다’하고 생각하였건만,
21 사람들은 기대를 가지고 내 말을 듣고, 내 의견을 들으려고 잠잠히 기다렸다.
22 내가 말을 마치면 다시 뒷말이 없고, 내 말은 그들 위에 이슬처럼 젖어들었다.
23 사람들은 내 말을 기다리기를 단비를 기다리듯 하고, 농부가 봄비를 기뻐하듯이 내 말을 받아들였다.
24 내가 미소를 지으면 그들은 새로운 확신을 얻고, 내가 웃는 얼굴을 하면 그들은 새로운 용기를 얻었다.
25 나는 마치 군대를 거느린 왕처럼,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해 주는 사람처럼, 사람들을 돌보고, 그들이 갈 길을 정해 주곤 하였건만,
욥기 30
1 그런데 이제는 나보다 어린 것들까지 나를 조롱하는구나. 내 양떼를 지키는 개들 축에도 끼지 못하는 쓸모가 없는 자들의 자식들까지 나를 조롱한다.
2 젊어서 손에 힘이 있을 듯하지만, 기력이 쇠하여서 쓸모가 없는 자들이다.
3 그들은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여서 몰골이 흉하며, 메마른 땅과 황무지에서 풀뿌리나 씹으며,
4 덤불 속에서 자란 쓴 나물을 캐어 먹으며, 대 싸리 뿌리로 끼니를 삼는 자들이다.
5 그들은 사람 축에 끼지 못하여 동네에서 쫓겨나고, 사람들이 마치 도둑을 쫓듯이 그들에게 “도둑이야!” 하고 소리를 질러 쫓아 버리곤 하였다.
6 그들은, 급류에 패여 벼랑 진 골짜기에서 지내고, 땅굴이나 동굴에서 살고,
7 짐승처럼 덤불 속에서 움츠리고 있거나, 가시덤불 밑에 몰려서 웅크리고 있으니,
8 그들은 어리석은 자의 자식들로서, 이름도 없는 자의 자식으로서, 회초리를 맞고 제 고장에서 쫓겨난 자들이다.
9 그런데 그런 자들이 이제는 돌아와서 나를 비웃는다. 내가 그들의 말거리가 되어 버렸다.
10 그들은 나를 꺼려 멀리하며 마주치기라도 하면 서슴지 않고 침을 뱉는다.
11 하나님이 내 활시위를 풀어 버리시고, 나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하시니, 그들이 고삐 풀린 말처럼 내 앞에서 날뛴다.
12 이 천한 무리들이 내 오른쪽에서 나와 겨루려고 들고 일어나며, 나를 잡으려고 내가 걷는 길에 덫을 놓고, 나를 파멸시키려고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13 그들은 내가 도망가는 길마저 막아 버렸다. 그들이 나를 파멸시키려고 하는데도, 그들을 막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
14 그들이 성벽을 뚫고, 그 뚫린 틈으로 물밀 듯 들어와서, 성난 파도처럼 내게 달려드니,
15 나는 두려워서 벌벌 떨고, 내 위엄은 간곳없이 사라지고, 구원의 희망은 뜬구름이 사라지듯 없어졌다.
16 나는 이제 기력이 쇠하여서,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나는 괴로운 나날들에 사로잡혀서, 편하게 쉬지 못하였다.
17 밤에는 뼈가 쑤시고, 뼈를 깎는 아픔이 그치지 않는다.
18 하나님이 그 거센 힘으로 내 옷을 거세게 잡아당겨서, 나를 옷깃처럼 휘어 감으신다.
19 하나님이 나를 진흙 속에서 던지시니, 내가 진흙이나 쓰레기보다 나을 것이 없다.
20 주님, 내가 주님께 부르짖어도, 주님께서는 내게 응답하지 않으십니다. 내가 주님께 기도해도, 주님께서는 들은 체도 않으십니다.
21 주님께서는 내게 너무 잔인하십니다. 힘이 세신 주님께서, 힘이 없는 나를 핍박하십니다.
22 나를 들어 올려서 바람에 날리게 하시며, 태풍에 휩쓸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십니다.
23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계십니다. 끝내 나를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만나는 그 죽음의 집으로 돌아가게 하십니다.
24 주님께서는 어찌하여 망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이 몸을 치십니까? 기껏 하나님의 자비나 빌어야 하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보잘 것 없는 이 몸을, 어찌하여 그렇게 세게 치십니까?
25 고난 받는 사람을 보면, 함께 울었다. 궁핍한 사람을 보면, 나도 함께 마음 아파하였다.
26 내가 바라던 행복은 오지 않고 화가 들이닥쳤구나. 빛을 바랐더니 어둠이 밀어닥쳤다.
27 근심과 고통으로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하루도 고통스럽지 않은 날이 없이 지금까지 살아왔다.
28 햇빛도 비치지 않는 그늘진 곳으로만 침울하게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이르면 도와 달라고 애걸이나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29 나는 이제 이리의 형제가 되고, 타조의 친구가 되어 버렸는가? 내가 내 목소리를 들어 보아도, 내 목소리는 구슬프고 외롭다.
30 살갗은 검게 타서 벗겨지고, 뼈는 열을 받아서 타 버렸다.
31 수금 소리는 통곡으로 바뀌고, 피리 소리는 애곡으로 바뀌었다.
욥기 31
1 젊은 여인을 음탕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겠다고 나 스스로 엄격하게 다짐하였다.
2 여자나 유혹하고 다니면, 위에 게신 하나님이 내게 주실 몫이 무엇이겠으며, 높은 곳에 계신 전능하신 분께서 내게 주실 유산은 무엇이겠는가?
3 불의한 자에게는 불행이 미치고, 악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재앙이 닥치는 법이 아닌가?
4 하나님은 내가 하는 일을 낱낱이 알고 계신다. 내 모든 발걸음을 하나하나 세고 계신다.
5 나는 맹세할 수 있다. 여태까지 나는 악한 일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속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6 하나님이 내 정직함을 공평한 저울로 달아 보신다면, 내게 흠이 없음을 아실 것이다.
7 내가 그릇된 길로 갔거나, 나 스스로 악에 이끌리어 따라갔거나, 내 손에 죄를 지은 흔적이라도 있다면,
8 내가 심은 것을 다른 사람이 거두어 먹어도, 내가 이는 농사가 망하더라도, 나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9 남의 아내를 탐내서, 그 집 문 근처에 숨어 있으면서 그 여인을 범할 기회를 노렸다면,
10 내 아내가 다른 남자의 노예가 되거나,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다 해도, 나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11 남의 아내를 범하는 것은, 사형선고를 받아야 마땅한 범죄다.
12 그것은 사람을 파멸시키는 불, 사람이 애써서 모은 재산을 다 태우는 불이다.
13 내 남종이나 여종이 내게 탄원을 하여 올 때마다, 나는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평하게 처리하였다.
14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무슨 낯으로 하나님을 뵈며, 하나님이 나를 심판하러 오실 때에, 내가 무슨 말로 변명하겠는가?
15 나는 창조하신 바로 그 하나님이 내 종들도 창조하셨다.
16 가난한 사람들이 도와 달라고 할 때에, 나는 거절한 일이 없다. 앞길이 막막한 과부를 못 본 체 한 일도 없다.
17 나는 배부르게 먹으면서 고아를 굶긴 일도 없다.
18 일찍부터 나는 고아를 내 아이처럼 길렀으며, 철이 나서는 줄곧 과부들을 돌보았다.
19 너무나도 가난하여 옷도 걸치지 못하고 죽어 가는 사람이나, 덮고 잘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을 볼 때마다,
20 내가 기른 양 털을 깎아서, 그것으로 옷을 만들어 그들에게 입혔다. 시린 허리를 따뜻하게 해주었더니, 그들이 나를 진심으로 축복하곤 하였다.
21 내가 재판에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아를 속이기라도 하였더라면,
22 내 팔이 부러져도 할 말이 없다. 내 팔이 어깻죽지에서 빠져 나와도 할 말이 없다.
23 하나님이 내리시는 심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차마 그런 파렴치한 짓은 할 수 없었다.
24 나는 황금을 믿지도 않고, 정금을 의지하지도 않았다.
25 내가 재산이 많다고 하여 자랑하지도 않고, 벌어들인 것이 많다고 하여 기뻐하지도 않았다.
26 해가 찬란한 빛을 낸다고 하여, 해를 섬기지도 않고, 달이 밝고 아름답다고 하여, 달을 섬기지도 않았다.
27 해와 달을 보고, 그 장엄함과 아름다움에 반하여 그것에다가 절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와 달을 경배하는 표시로 제 손에 입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28 그런 일은 높이 계신 하나님을 부인하는 것이므로, 벌로 사형을 받아도 마땅하다.
29 내 원수가 고통 받는 것을 보고, 나는 기뻐한 적이 없다. 원수가 재난을 당할 때에도, 나는 기뻐하지 않았다.
30 나는 결코 원수들이 죽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여 죄를 범한 적이 없다.
31 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내가 언제나 나그네를 기꺼이 영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32 나는 나그네가 길거리에서 잠자도록 내버려 둔 적이 없으며, 길손에게 내 집 문을 기꺼이 열어 주지 않은 적도 없다.
33 다른 사람들은 자기 죄를 감추려고 하지만, 그러나 나는 내 허물을 아주 감추지 않았다.
34 사람들이 무슨 말로 나를 헐뜯든지, 나는 그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남에게서 ㅂ웃음을 받을까 하여, 입을 다물거나 집 안으로만 머무르거나 하지도 않았다.
35 내가 한 이 변명을 들어줄 사람이 없을까? 맹세코 나는 사실대로만 말하였다. 이제는, 전능하신 분께서 말씀하시는 대답을 듣고 싶다.
36 내 원수가 나를 고발하면서, 뭐라고 말하였지? 내가 저지른 죄과를 기록한 소송장이라도 있어서, 내가 읽어 볼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어깨에 메고 다니고, 그것을 왕관처럼 머리에 얹고 다니겠다.
37 나는, 내가 한 모든 일을 그분께 낱낱이 말씀드리고 나서, 그분 앞에 떳떳이 서겠다.
38 내가 가꾼 땅이 훔친 것이라면, 땅 주인에게서 부당하게 빼앗은 것이라면,
39 땅에서 나는 소산을 공짜로 먹으면서 곡식을 기른 농부를 굶겨 죽였다면,
40 내 밭에서 밀 대신 찔레가 나거나 보리 대신 잡초가 돋아나더라도, 나는 기꺼이 받겠다.
이것으로 욥의 말이 모두 끝났다.
욥기 32 [엘리후의 발언]
1 욥이 끝내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므로, 이 세 사람은 욥을 설득하려고 하던 노력을 그만두었다.
2 욥이 이렇게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잘못을 하나님께 돌리므로, 옆에 서서 듣기만 하던 엘리후라는 사람은, 듣다 못하여 분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엘리후는 람 족속에 속하는 부스 사람 바라겔의 아들이다.
3 엘리후는 또 욥의 세 친구에게도 화를 냈다. 그 세 친구는 욥을 정죄하려고만 했지, 욥이 하는 말에 변변한 대답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4 그들 가운데서 엘리후가 가장 젊은 사람이므로, 그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였다.
5 그런데 그 세 사람이 모두 욥에게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으므로, 그는 화가 났다.
6 부스 사람 바라겔의 아들 엘리후가 말하였다.
[엘리후의 말]
나는 어리고, 세 분께서는 이미 연로하십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께 선뜻 나서서 내 견해를 밝히기를 망설였습니다.
7 나는 듣기만 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래 사신 분들은 살아오신 것만큼 지혜도 쌓으셨으니까, 네 분들께서만 말씀하시도록 하려고 생각하였습니다.
8 그러나 깨닫고 보니, 사람에게 슬기를 주는 것은 사람 안에 있는 영 곧 전능하신 분의 입김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9 사람은 나이가 많아진다고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며, 나이를 많이 먹는다고 시비를 더 잘 가리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10 그래서 나도, 생각하는 바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내가 하는 말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11 세 분이 말씀하시는 동안에, 나는 참으며 듣기만 하였습니다. 세 분이 지혜로운 말씀을 찾으시는 동안에, 나는 줄곧 기다렸습니다.
12 나는 세 분이 하시는 말씀을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세 분께서는 어느 한 분도, 욥 어른의 말을 반증하거나 어른의 말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셨습니다.
13 그러고서도 어떻게 지혜를 발견했다고 주장하실 수 있으십니까? 세 분께서 이 일에 실패하였으니, 내가 이제 욥 어른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대답을 들으시도록 하겠습니다.
14 욥 어른이 나에게 직접 말을 걸어 온 것이 아니므로, 나는 세 분께서 말씀하신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욥 어른께 대답하겠습니다.
15 욥 어른께서는 들으십시오. 네 분 친구가 놀라서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분들은 어른께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합니다.
16 그런데도 내가 그들이 입을 다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이제 그들은 할 말도 없으면서, 그냥 서 있기만 합니다.
17 그럴 수 없습니다. 이제는 내가 대답하겠습니다. 내가 생각한 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8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고, 말을 참을 수도 없습니다.
19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하면, 새 술이 가득 담긴 포도주 부대가 터지듯이, 내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습니다.
20 참을 수 없습니다. 말을 해야 하겠습니다.
21 이 논쟁에서 어느 누구 편을 들 생각은 없습니다. 또 누구에게 듣기 좋은 말로 아첨할 새악도 없습니다.
22 본래 나는 아첨할 줄도 모르지만, 나를 지으신 분이 지체하지 않고 나를 데려가실까 두려워서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욥기 33 [엘리후가 욥에게 하는 말]
1 욥 어른은 부디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2 이제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말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내 입 속에서 혀가 말을 합니다.
3 나는 지금 진지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진실을 말하려고 합니다.
4 하나님의 영이 나를 만드시고, 전능하신 분의 입김이 내게 생명을 주셨습니다.
5 대답하실 수 있으며, 대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토론할 준비를 하고 나서기를 바랍니다.
6 보십시오,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어른이나 나나 똑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흙으로 지음을 받았습니다.
7 그러므로 어른들께서는 나를 두려워하실 까닭이 없습니다. 내게 압도 되어서 기를 펴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8 어른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9 “내게는 잘못이 없다. 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나는 결백하다. 내게는 허물이 없다.
10 그런데도 하나님은 내게서 흠 잡을 것을 찾으시며, 나를 원수로 여기신다.
11 하나님이 내 발에 차꼬를 채우시고,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하신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12 그러나 내가 욥 어른께 감히 말합니다. 어른은 잘못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어떤 사람보다도 크십니다.
13 그런데 어찌하여 어른께서는, 하나님께 불평을 하면서 대드시는 겁니까? 어른께서 하시는 모든 불평에 일일이 대답을 하지 않으신다고 해서, 하나님께 원망을 할 수 있습니까?
14 사실은 하나님이 말씀을 하시고 또 하신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그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할 뿐입니다.
15 사람이 꿈을 꿀 때에, 밤의 환상을 볼 때에, 또는 깊은 잠에 빠질 때에, 침실에서 잠을 잘 때에,
16 바로 그 때에, 하나님은 사람들의 귀를 여시고, 말씀을 듣게 하십니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경고를 받고 두려워하십니다.
17 하나님은 사람들의 죄를 짓지 않도록 하십니다. 교만하지 않도록 하십니다.
18 하나님은 사람의 생명을 파멸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 주시며, 사람의 목숨을 사방에서 건져 주십니다.
19 하나님은 사람에게 질병을 보내셔서 잘못을 고쳐 주기도 하시고, 사람의 육체를 고통스럽게 해서라도 잘못을 고쳐 주기도 하십니다.
20 그렇게 되면, 병든 사람은 입맛을 잃을 것입니다. 좋은 음식을 보고도 구역질만 할 것입니다.
21 살이 빠져 몸이 바짝 마르고, 전에 보이지 않던 앙상한 뼈만 두드러질 것입니다.
22 이제, 그의 목숨은 무덤에 다가서고, 그의 생명은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23 그 때에 하나님의 천사 천 명 가운데서 한 명이 그를 도우러 올 것입니다. 그 천사는 사람들에게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킬 것입니다.
24 하나님은 그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천사에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가 무덤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그를 살려 주어라. 내가 그의 몸값을 받았다.”
25 그렇게 되면, 그는 다시 젊음을 되찾고, 건강도 되찾을 것입니다.
26 그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면, 하나님은 그에게 응답하여 주실 것입니다. 그는 기쁨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은 그를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주실 것입니다.
27 그는 사람들 앞에서 고백할 것입니다. “나는 죄를 지어서, 옳은 일을 그르쳤으나, 하나님이 나를 용서하여 주셨습니다.
28 하나님이 나를 무덤에 내려가지 않게 구원해 주셨기에, 이렇게 살아서 빛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하고 말할 것입니다.
29 이 모두가 하나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두 번, 세 번, 이렇게 되풀이하시는 것은,
30 사람의 생명을 무덤에서 다시 끌어내셔서 생명의 빛을 보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31 어른은 귀를 기울여, 내 말을 들으십시오. 내가 말하는 동안은 조용히 듣기만 해주십시오.
32 그러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내가 듣겠습니다. 서슴지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어른이 옳으시다는 것을 들어내고 싶습니다.
33 그러나 하실 말씀이 없으시면, 조용히 들어 주시기만 바랍니다. 그러면 내가 어른께 지혜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욥기 34
1 엘리후가 욥의 세 친구에게 말하였다.
2 지혜를 자랑하시는 어른들께서는 내 말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아는 것이 많다고 자부하시는 세 분께서 내게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3 어른들께서는 음식을 맛만 보시고도, 그 음식이 좋은 음식인지 아닌지를 아십니다. 그러나 지혜의 말씀은 들으시고도, 잘 깨닫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4 이제는 우리 모두가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알아보고, 진정한 선을 함께 이룩하여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5 욥 어른은 이렇게 주장하십니다. “나는 옳게 살았는데도, 하나님은 나의 옳음을 옳게 여기지 않으신다.”
6 또 욥 어른은 “내가 옳으면서도, 어찌 옳지 않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겠느냐? 나는 심하게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나는 죄가 없다”하고 말씀하십니다.
7 도대체 욥 어른과 같은 사람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는 하나님을 조롱하는 말을 물마시듯 하고 있지 않습니까?
8 그리고 그는 나쁜 일을 하는 자들과 짝을 짓고 악한 자들과 함께 몰려다니면서
9 “사람이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린다 해도, 덕 볼 것은 하나도 없다!”하고 말합니다.
10 분별력이 많으신 여러분은 내가 하는 말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악한 일을 하실 수 있습니까? 전능하신 분께서 옳지 않은 일을 하실 수 있습니까?
11 오히려 하나님은 사람에게, 사람이 한 일을 따라서 갚아 주시고, 사람이 걸어온 길에 따라서 거두게 하시는 분입니다.
12 전능하신 하나님은 악한 일이나, 정의를 그르치는 일은, 하지 않으십니다.
13 어느 누가 하나님께 땅을 주관하는 전권을 주기라도 하였습니까? 어느 누가 하나님께 세상의 모든 것을 맡기기라도 하였습니까?
14 만일 하나님이 결심하시고, 생명을 주는 영을 거두어 가시면,
15 육체를 가진 모든 것은 일시에 죽어, 모두 흙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16 욥 어른, 어른께서 슬기로우신 분이면, 내가 하는 이 말을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으시기 바랍니다.
17 욥 어른은 아직도 의로우신 하나님을 비난하십니까? 하나님이 정의를 싫어하신다고 생각하십니까?
18 하나님만은 왕을 보시고서 “너는 쓸모없는 인간이다!” 하실 수 있고, 높은 사람을 보시고도 “너는 악하다!” 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19 하나님은 통치자의 편을 들지도 않으시고, 부자라고 하여, 가난한 사람보다 더 우대해 주지도 않으십니다. 하나님이 손수 이 사람들을 지으셨기 때문입니다.
20 사람은 삽시간에, 아니 한밤중에라도 죽습니다. 하나님이 사람을 치시면, 사람은 죽습니다. 아무리 힘센 것이라고 하더라도, 하나님을 그것을 간단히 죽이실 수 있습니다.
21 참으로 하나님의 눈은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시며, 그의 발걸음을 낱낱이 지켜보고 계십니다.
22 악한 일을 하는 자들이 하나님을 피하여 숨을 곳은 없습니다. 흑암 속에도 숨을 곳이 없고, 죽음의 그늘이 드리운 곳에도 숨을 곳은 없습니다.
23 사람이 언제 하나님 앞으로 심판을 받으러 가게 되는지, 그 시간을 하나님은 특별히 정해 주지 않으십니다.
24 하나님은 집권자를 바꾸실 때에도, 일을 미리 조사하지 않으십니다.
25 하나님은 그들이 한 일을 너무나도 잘 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하룻밤에 다 뒤엎으시니, 그들이 일시에 쓰러집니다.
26 하나님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악인들을 처벌하십니다.
27 그들이 하나님을 따르던 길에서 벗어나고, 하나님이 지시하시는 어느 길로도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28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의 하소연이 하나님께 다다르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의 부르짖음이 그분께 들리는 것입니다.
29 그러나 하나님이 침묵하신다고 하여, 누가 감히 하나님을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이 숨으신다고 하여, 누가 그분을 비판할 수 있겠습니까?
30 경건하지 못한 사람을 왕으로 삼아서 고집 센 민족과 백성을 다스리게 하신들, 누가 하나님께 항의할 수 있겠습니까?
31 욥 어른은 하나님께 죄를 고백하고서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32 잘못이 무엇인지를 일러 달라고 하나님께 요구하시면서, 다시는 악한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33 어른은 하나님이 하시는 것을 반대하시면서도, 어른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나님이 해주실 것이라고 기대하십니까? 물론, 결정은 어른께서 하실 일이고, 내가 할 일이 아니지만, 지금 생각하고 계신 것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34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면, 내 말에 분명히 동의할 것입니다. 내 말을 들었으니 지혜가 있는 사람이면,
35 욥 어른이 알지도 못하면서 말을 하고, 기껏 한 말도 모두 뜻 없는 말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36 욥 어른이 한 말을 세 분이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 분께서는, 그가 말하는 것이 악한 자와 같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37 욥 어른은 자신이 지은 죄에다가 반역까지 더하였으며, 우리가 보는 앞에서도 하나님을 모독하였습니다.
욥기 35
1 엘리후가 다시 말을 이었다.
2 욥 어른은 ‘하나님께서도 나를 옳다고 하실 것이다’하고 말씀하셨지만,
3 또 하나님께 “내가 죄를 짓는다고 하여, 그것이 하나님께 무슨 영향이라도 미칩니까? 또 제가 죄를 짓지 않는다고 하여, 내가 얻는 이익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시는데, 그것도 옳지 못합니다.
4 이제 어른과 세 친구 분들께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5 욥 어른은 하늘을 보시기 바랍니다. 구름이 얼마나 높이 있습니까?
6 비록 욥 어른께서 죄를 지었다고 한들 하나님께 무슨 손해가 가며, 어른의 죄악이 크다고 한들 하나님께 무슨 영향이 미치겠습니까?
7 또 욥 어른께서 의로운 일을 하셨다고 한들 하나님께 무슨 보탬이 되며, 하나님이 어른에게서 얻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8 욥 어른께서 죄를 지었다고 해도, 어른과 다름없는 사람에게나 손해를 입히며, 욥 어른께서 의로운 일을 했다고 해도, 그것은 다만, 사람에게나 영향을 미칠 뿐입니다.
9 사람들은 억압이 심해지면 부르짖고, 세력이 있는 자들이 억누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청하면서 울부짖지만,
10 그들을 창조하신 하나님께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어두운 때에도 희망을 주시는 그 창조주 하나님께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11 하나님이 우리에게 짐승이나 새가 가진 지혜보다 더 나은 지혜를 주시는데도 하나님께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12 그들이 거만하고 악하므로, 하나님께 “도와주십시오.”하고 부르짖어도, 하나님은 들은 체도 않으십니다.
13 전능하신 하나님은 악한 자들을 보지도 않으시고, 그들의 호소를 들어 주지도 않으시므로, 그 악한 자들의 울부짖음에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14 욥 어른은 하나님을 볼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참고 기다리십시오. 어른께서 걸어 놓은 소송장이 하나님 앞에 놓여 있습니다.
15 어른은, 하나님이 벌을 내리지 않으시고, 사람의 죄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십니다.
16 그러나 명심하십시오. 어른께서 말씀을 계속하시는 것은, 쓸데없는 일입니다. 어른은 자기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욥기 36
1 다시 엘리후가 말을 이었다.
2 조금만 더 참고 들으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하나님을 대신하여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3 나는 내가 가진 지혜를 모두 다 짜내서라도 나를 지으신 하나님이 의로우시다는 것을 밝히겠습니다.
4 내가 하는 이 말에는 거짓이 전혀 없습니다. 건전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지금 욥 어른과 더불어 말하고 있습니다.
5 하나님은 큰 힘을 가지고 계시지만, 흠이 없는 사람을 멸시하지 않으십니다. 또 지혜가 무궁무진 하시므로,
6 악한 사람을 살려 두지 않으시고, 고난 받는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십니다.
7 의로운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으시며, 그들을 보좌에 앉은 왕들과 함께 자리를 길이 같이하게 하시도, 그들을 존경을 받게 하십니다.
8 그러나 의로운 사람이라도 하나님께 복종하지 않으면, 쇠사슬에 묶이게 하시고, 고통의 줄에 얽매여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십니다. 그러는 동안에
9 하나님은 그들에게 그들이 한 일을 밝히시며, 그들이 교만하게 지은 죄를 알리십니다.
10 하나님은 또한, 그들의 귀를 열어서 경고를 듣게 하시고, 그들이 악을 버리고 돌아오도록 명하십니다.
11 만일 그들이 하나님께 순종하고, 그분을 섬기면, 그들은 나날이 행복하게 살고, 평생을 즐겁게 지낼 것입니다.
12 그러나 그들이 귀담아 듣지 않으면 결국 죽음의 세계로 내려갈 것이고, 아무도 그들이 왜 죽었는지를 모를 것입니다.
13 불경스러운 자들은 하나님께 형벌을 받을 때에, 오히려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도와주시기를 간구하지 않습니다.
14 그들은 한창 젊은 나이에 죽고, 남창들처럼 요절하고 말 것입니다.
15 그러나 사람이 받는 고통은, 하나님이 사람을 가르치시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고통을 받을 때에 하나님은 그 사람의 귀를 열어서 경고를 듣게 하십니다.
16 하나님은 욥 어른을 보호하셔서, 고통을 받지 않게 하셨습니다. 평안을 누리면서 살게 하시고, 식탁에는 언제나 기름진 것으로 가득 차려 주셨습니다.
17 그러나 이제 욥 어른은 마땅히 받으셔야 할 형벌을 받고 계십니다. 심판과 벌을 면할 길이 없게 되었습니다.
18 욥 어른은 뇌물을 바쳐서 용서받을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십시오. 속전을 많이 바친다고 하여 용서받은 것은 아닙니다.
19 재산이 많다고 하여 속죄 받을 수 없고, 돈과 권력으로도 속죄를 받지 못합니다.
20 밤이 된다고 하여 이 형벌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니, 밤을 기다리지도 마십시오.
21 악한 마음을 품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어른께서는 지금 고통을 겪고 계십니다마는, 이 고통이 어른을 악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지켜 줄 것입니다.
22 하나님이 능력이 얼마나 큰지를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위대한 스승이십니다.
23 하나님께 이래라 저래라 할 사람도 없고 “주님께서 옳지 못한 일을 하셨습니다.” 하고 하나님을 꾸짖을 사람도 없습니다.
24 하나님의 업적은 늘 찬양받아 왔습니다. 욥 어른도 하나님이 하신 일을 찬양하셔야 합니다.
25 온 인류가 하나님이 하신 일을 보았습니다. 사람은 멀리서 하나님이 하신 일을 봅니다.
26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위대하셔서, 우리의 지식으로는 그분을 알 수 없고, 그분의 햇수가 얼마인지도 감히 헤아려 알 길이 없습니다.
27 물을 증발시켜서 끌어올리시고, 그것으로 빗방울을 만드시며,
28 구름 속에 싸 두셨다가 뭇 사람에게 비로 내려 주십니다.
29 하나님이 구름을 어떻게 펴시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며, 그 계신 곳 하늘에서 나는 천둥소리가 어떻게 해서 생기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30 온 하늘에 번개를 보내십니다. 그러나 바다 밑 깊은 곳은 어두운 채로 두십니다.
31 이런 방법으로 사람을 기르시고, 먹거리를 넉넉하게 주십니다.
32 두 손으로 번개를 쥐시고서, 목표물을 치게 하십니다.
33 천둥은 폭풍이 접근하여 옴을 알립니다. 동물은 폭풍이 오는 것을 미리 압니다.
욥기 37
1 폭풍이 나의 마음을 거세게 칩니다.
2 네 분은 모두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십시오.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천둥과 같은 소리를 들으십시오.
3 하나님이 하늘을 가로지르시면서, 번개를 땅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가로지르게 하십니다.
4 천둥과 같은 하나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번갯불이 번쩍이고 나면, 그 위엄찬 천둥소리가 울립니다.
5 하나님이 명하시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기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6 눈에는 명하시면 땅에 눈이 내리고, 소나기에게 명하시면 땅이 소나기로 젖습니다.
7 눈이나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봅니다.
8 짐승들도 굴로 들어가서, 거기에서 눈비를 피합니다.
9 남풍은 폭풍을 몰고 오고, 북풍은 찬바람을 몰고 옵니다.
10 하나님이 쉬시는 숨으로 물이 얼고, 넓은 바다까지도 꽁꽁 얼어 버립니다.
11 그가 또 짙은 구름에 물기를 가득 실어서, 구름 속에서 번갯불이 번쩍이게 하십니다.
12 구름은 하나님의 명을 따라서 뭉게뭉게 떠다니며, 하나님이 명하신 모든 것을 이 땅 위에 어디에서든지 이루려고 합니다.
13 하나님은 땅에 물을 주시려고 비를 내리십니다. 사람을 벌하실 때에도 비를 내리시고, 사람에게 은총을 베푸실 때에도 비를 내리십니다.
14 욥 어른은 이 말을 귀담아 들으십시오. 정신을 가다듬어서, 하나님이 하시는 신기한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15 하나님이 어떻게 명하시는지, 그 구름 속에서 어떻게 번갯불이 번쩍이게 하시는지를 아십니까?
16 구름이 어떻게 하늘에 떠 있는지를 아십니까? 하나님의 이 놀라운 솜씨를 알기라도 하십니까?
17 모르실 것입니다. 뜨거운 남풍이 땅을 말릴 때에, 그 더위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신 것이 고작일 것입니다.
18 어른께서 하나님을 도와서 하늘을 펴실 수 있습니까? 하늘을 번쩍이는 놋 거울처럼 만드실 수 있습니까?
19 어디 한 번 말씀하여 보십시오. 하나님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우리는 무지몽매하여 하나님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20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하여,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하나님께 나를 멸하실 기회를 드린단 말입니까?
21 이제 하늘에서 빛나는 빛이 눈부십니다.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밝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하늘이 맑아 졌습니다.
22 북쪽에는 금빛 찬란한 빛이 보이고, 하나님의 위엄찬 영광이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23 하나님의 권능이 가장 크시니, 우리가 전능하신 그분께 가까이 나아갈 수 없습니다. 사람을 대하실 때에, 의롭게 대하시고, 정의롭게 대하여 주십니다.
24 그러므로 사람이 하나님을 경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나님은 스스로 지혜롭다고 하는 사람을 무시하십니다.
욥기 38 [주님께서 욥에게 대답하시다]
1 그 때에 주님께서 욥에게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서 대답하셨다.
2 “네가 누구이기에 무지하고 헛된 말로 내 지혜를 의심하느냐?
3 이제 허리를 동이고 대장부답게 일어서서, 묻는 말에 대답해 보아라.
4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거기에 있기라도 하였느냐? 네가 그처럼 많이 알면, 내 물음에 대답해 보아라.
5 누가 이 땅을 설계하였는지, 너는 아느냐? 누가 그 위에 측량줄을 띄웠는지, 너는 아느냐?
6 무엇이 땅을 버티는 기둥을 잡고 있느냐? 누가 땅의 주춧돌을 놓았느냐?
7 그 날 새벽에 별들이 함께 노래하였고, 천사들은 모두 기쁨으로 소리를 질렀다.
8 바닷물이 땅 속 모태에서 터져 나올 때에, 누가 문을 닫아 바다를 가두었느냐?
9 구름으로 바다를 덮고, 흑암으로 바다를 감싼 것은, 바로 나다.
10 바다가 넘지 못하게 금을 그어 놓고, 바다를 가두고 문빗장을 지른 것은 바로 나다.
11 “여기까지는 와도 된다. 그러나 더 넘어서지는 말아라! 도도한 물결을 여기에서 멈추어라!” 하고 바다에게 명한 것이 바로 나다.
12 네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네가 아침에 명령하여, 동이 트게 해 본 일이 있느냐? 새벽에 명령하여, 새벽이 제자리를 지키게 한 일이 있느냐?
13 또 새벽에게 명령하여, 땅을 옷깃 휘어잡듯이 거머쥐고 마구 흔들어서 악한 자들을 털어 내게 한 일이 있느냐?
14 대낮의 광명은 언덕과 계곡을 옷의 주름처럼, 토판에 찍은 도장처럼, 뚜렷하게 보이게 한다.
15 대낮의 광명은 너무나도 밝아서, 악한 자들의 폭행을 훤히 밝힌다.
16 바다 속 깊은 곳에 있는 물 근원에까지 들어가 보았느냐? 그 밑바닥 깊은 곳을 거닐어 본 일이 있느냐?
17 죽은 자가 들어가는 문을 들여다본 일이 있느냐? 그 죽음의 그늘이 드리운 문을 본 일이 있느냐?
18 세상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느냐?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어디 네 말 한 번 들어 보자.
19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아느냐? 어둠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
20 빛과 어둠이 있는 그 곳이 얼마나 먼 곳에 있는지, 그 곳을 보여 줄 수 있느냐? 빛과 어둠이 있는 그 곳에 이르는 길을 아느냐?
21 암, 알고말고. 너는 알 것이다. 내가 이 세상을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네가 살아왔고, 내가 세상 만드는 것을 네가 보았다면, 네가 오죽이나 잘 알겠느냐?
22 눈을 쌓아 둔 창고에 들어간 일이 있느냐? 우박 창고를 들여다본 일이 있느냐?
23 이것들은 내가 화난이 생겼을 때에 쓰려고 간직해 두었고, 전쟁할 때에 쓰려고 준비해 두었다.
24 해가 뜨는 곳에 가 본 적이 있느냐? 동풍이 불어오는 그 시발점에 가 본 적이 있느냐?
25 쏟아진 폭우가 시내가 되어서 흐르도록 개울을 낸 이가 누구냐? 천둥과 번개가 가는 길을 낸 이가 누구냐?
26 사람이 없는 땅, 인기척이 없는 광야에 비를 내리는 이가 누구냐?
27 메마른 거친 땅을 적시며, 굳은 땅에서 풀이 돋아나게 하는 이가 누구냐?
28 비에게 아버지가 있느냐? 누가 이슬방울을 낳기라도 하였느냐?
29 얼음은 어느 모태에서 나왔으며, 하늘에서 내리는 서리는 누가 낳았느냐?
30 물을 돌같이 굳게 얼리는 이, 바다의 수면도 얼게 하는 이가 누구냐?
31 네가 북두칠성의 별 떼를 한데 묶을 수 있으며, 오리온성좌를 묶은 띠를 풀 수 있느냐?
32 네가 철을 따라서 성좌들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큰곰자리와 그 별 떼를 인도하여 낼 수 있느냐?
33 하늘을 다스리는 질서가 무엇인지 아느냐? 또 그런 법칙을 땅에 적용할 수 있느냐?
34 네 소리를 높여서, 구름에게까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느냐? 구름에게 명령하여, 너를 흠뻑 적시게 할 수 있느냐?
35 번개를 내보내어, 번쩍이게 할 수 있느냐? 그 번개라 네게로 와서 “우리는 명령만 기다립니다.” 하고 말하느냐?
36 강물이 범람할 것이라고 알리는 따오기에게 나일 강이 넘칠 것이라고 말해 주는 이가 누구냐? 비가 오기 전에 우는 수탉에게 비가 온다고 말해 주는 이가 누구냐?
37 누가 구름을 셀 만큼 지혜로우냐? 누가 하늘의 물주머니를 기울여서 비를 내리고,
38 누가 지혜로워서, 티끌을 진흙덩이로 만들고, 그 진흙덩이들을 서로 달라붙게 할 수 있느냐?
39 네가 사자의 먹이를 계속하여 댈 수 있느냐? 굶주린 사자 새끼들의 식욕을 채워 줄 수 있느냐?
40 그것들은 언제나 굴속에 웅크리고 있거나, 드러나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가 덮친다.
41 까마귀 떼가 먹이가 없어서 헤맬 때에, 그 새끼들이 나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를 때에, 그 까마귀 떼에게 먹이를 마련하여 주는 이가 누구냐?
욥기 39
1 너는 산에 사는 염소가 언제 새끼를 치는지 아느냐? 들 사슴이 새끼를 낳는 것을 지켜 본 일이 있느냐?
2 들 사슴이 몇 달 만에 만삭이 되는지 아느냐? 언제 새끼를 낳는지 아느냐?
3 언제 구푸려서 새끼를 낳는지를 아느냐? 낳은 새끼를 언제 광야에다가 풀어 놓는지를 아느냐?
4 그 새끼들은 튼튼하게 자라나면, 어미 곁을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5 누가 들 나귀를 놓아 주어서 자유롭게 해주었느냐? 누가 날쌘 나귀에게 매인 줄을 풀어 주어서, 마음대로 뛰놀게 하였느냐?
6 들판을 집으로 삼게 하고 소금기 있는 땅을 살 곳으로 삼게 한 것은, 바로 나다.
7 들 나귀가 시끄러운 성읍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아무도 들 나귀를 길들이지 못하고, 일을 시키지도 못한다.
8 산은 들 나귀가 마음껏 풀을 뜯는 초장이다. 푸른 풀은 들 나귀가 찾는 먹이다.
9 들소가 네 일을 거들어 주겠느냐? 들소가 네 외양간에서 잠을 자겠느냐?
10 네가 들소에게 쟁기를 매어 주어서, 밭을 갈게 할 수 있느냐? 들소들이 네 말을 따라서 밭을 갈겠느냐?
11 들소가 힘이 센 것은 사실이지만, 네가 하기 힘든 일을 들소에게 떠맡길 수 있겠느냐?
12 들소가, 심은 것을 거두어들여서 타작마당에 쌓아 줄 것 같으냐?
13 타조가 날개를 재빠르게 치기는 하지만, 황새처럼 날지는 못한다.
14 타조가 땅바닥에다가 알을 낳는 것은, 흙이 그 알을 따스하게 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15 그러나 그 알이 발에 밝혀서 깨어질 수 있음을 알지 못한다. 들짐승이 그 알을 짓밟을 수도 있음을 알지 못한다.
16 타조는 알을 거칠게 다루기를 마치 제가 낳은 날이 아닌 것같이 하고, 날을 낳는 일이 헛수고가 되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도 하지 못하니,
17 이것은 나 하나님이 타조를 어리석은 짐승으로 만들고, 지혜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18 그러나 타조가 한 번 날개를 치면서 달리기만 하면, 말이나 날 탄 사람쯤은 우습게 여긴다.
19 욥은 대답해 보아라. 말에게 강한 힘을 준 것이 너냐? 그 목에 흩날리는 갈기를 달아 준 것이 너냐?
20 네가 말을 메뚜기처럼 뛰게 만들었냐? 사람을 두렵게 하는 그 위세 당당한 콧소리를 네가 만들어 주었느냐?
21 앞발굽으로 땅을 마구 파대면서 힘껏 앞으로 나가서 싸운다.
22 그것들은 두려움이라는 것을 모른다. 칼 앞에서도 돌아서지 않는다.
23 말을 탄 용사의 화살통이 덜커덕 소리를 내며, 긴 창과 짧은 창이 햇빛이 번쩍인다.
24 나팔 소리만 들으면 머물러 서 있지 않고, 흥분하여, 성난 모습으로 땅을 박차면서 내달린다.
25 나팔을 불 때마다, “힝힝” 하고 콧김을 뿜으며, 멀리서 벌어지는 전쟁 냄새를 맡고, 멀리서도 지휘관들의 호령과 고함 소리를 듣는다.
26 매가 높이 솟아올라서 남쪽으로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것이 네게서 배운 것이냐?
27 독수리가 하늘 높이 떠서 높은 것에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이 네 명령을 따른 것이냐?
28 독수리는 바위에 집을 짓고 거기에서 자고, 험한 바위와 요새 위에 살면서,
29 거기에서 먹이를 살핀다. 그의 눈은 멀리서도 먹이를 알아본다.
30 독수리 새끼는 피를 빨아먹고 산다. 주검이 있는 곳에 독수리가 있다.
욥기 40
1 주님께서는 또 욥에게 말씀하셨다.
2 전능한 하나님과 다투는 욥아, 네가 나를 꾸짖을 셈이냐? 네가 나를 비난하니, 어디, 나에게 대답해 보아라.
3 그 때에 욥이 주님께 대답하였다.
4 저는 비천한 사람입니다. 제가 무엇이라고 감히 주님께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손으로 입을 막을 뿐입니다.
5 이미 말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더 할 말이 없습니다.
6 그러자 주님께서 폭풍 가운데서 다시 말씀하셨다.
7 이제 허리를 동이고 대장부답게 일어서서,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여라.
8 아직도 너는 내 판결을 비난하려느냐? 네가 자신을 옳다고 하려고, 내게 잘못을 덮어씌우려느냐?
9 네 팔이 하나님의 팔만큼 힘이 있느냐? 네가 하나님처럼 천둥소리 같은 우렁찬 소리를 낼 수 있느냐?
10 어디 한 번 위엄과 존귀를 갖추고, 영광과 영화를 갖추고,
11 교만한 자들을 노려보며, 네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들에게 쏟아 내고, 그들의 기백을 꺾어 보아라.
12 모든 교만한 자를 살펴서 그들을 비천하게 하고, 악한 자들을 그 서 있는 자리에서 짓밟아서
13 모두 땅에 묻어 보아라. 모두 얼굴을 천으로 감아서 무덤에 뉘어 보아라.
14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는 너를 찬양하고, 네가 승리하였다는 것을 내가 인정하겠다.
15 베헤못을 보아라. 내가 너를 만든 것처럼, 그것도 내가 만들었다. 그것이 소처럼 풀을 뜯지만,
16 허리에서 나오는 저 억센 힘과, 배에서 뻗쳐 나오는 저 놀라운 기운을 보아라.
17 꼬리는 백향목처럼 뻗고, 넓적다리는 힘줄로 단단하게 감쌌다.
18 뼈대는 놋처럼 강하고, 갈비뼈는 쇠빗장과 같다.
19 그것은, 내가 만든 피조물 가운데서 으뜸가는 것, 내 무기를 들고 다니라고 만든 것이다.
20 모든 들짐승이 즐겁게 뛰노는 푸른 산에서 자라는 푸른 풀은 그것의 먹이다.
21 그것은 연꽃잎 아래에 눕고, 갈대 밭 그늘진 곳이나 늪 속에다가 몸을 숨긴다.
22 연꽃잎 그늘이 그것을 가리고, 냇가의 버드나무들이 그것을 둘러싼다.
23 강물이 넘쳐도 놀라지 않으며, 요단 강의 물이 불어서 입에 차도 태연하다.
24 누가 그것의 눈을 감겨서 잡을 수 있으며, 누가 그 코에 갈고리를 꿸 수 있느냐?
욥기 41
1 네가 낚시로 리워야단을 낚을 수 있으며, 끈으로 그 혀를 맬 수 있느냐?
2 그 코를 줄로 꿸 수 있으며. 갈고리로 그 턱을 꿸 수 있느냐?
3 그것이 네게 살려 달라고 애원할 것 같으냐? 그것이 네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빌 것 같으냐?
4 그것이 너와 언약을 맺기라도 하여, 영원히 네 종이 되겠다고 약속이라도 할 것 같으냐?
5 네가 그것을 새처럼 길들여서 데리고 놀 수 있겠으며, 또 그것을 끈으로 매어서 여종들의 노리개로 삼을 수 있겠느냐?
6 어부들이 그것을 가지고 흥정하고, 그것을 토막 내어 상인들에게 팔 수 있느냐?
7 네가 창으로 그것의 가죽을 꿰뚫을 수 있으며, 작살로 그 머리를 찌를 수 있겠느냐?
8 손으로 한 번 만져만 보아도, 그것과 싸울 생각을 못할 것이다.
9 리워야단을 보는 사람은, 쳐다보기만 해도 기가 꺾이고, 땅에 고꾸라진다.
10 그것이 흥분하면 얼마나 난폭하겠느냐? 누가 그것과 맞서겠느냐?
11 그것에게 덤벼들고 그 어느 누가 무사하겠느냐? 이 세상에는 그럴 사람이 없다.
12 리워야단의 다리 이야기를 어찌 빼놓을 수 있겠느냐? 그 늠름한 체구를 어찌 말하지 않고 지나겠느냐?
13 누가 그것의 가죽을 벗길 수 있겠느냐? 누가 두 겹 갑옷 같은 비늘 사이를 뚫을 수 있겠느냐?
14 누가 그것의 턱을 버릴 수 있겠느냐? 빙 둘러 돋아 있는 이빨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15 등 비늘은, 그것이 자랑할 만한 것, 빽빽하게 짜여 있어서 돌처럼 단단하다.
16 그 비늘 하나하나가 서로 이어 있어서 그 틈으로는 바람도 들어가지 못한다.
17 비늘이 서로 연결되어 꽉 달라붙어서, 그 얽힌 데가 떨어지지도 않는다.
18 재채기를 하면 불빛이 번쩍거리고, 눈을 뜨면 그 눈꺼풀이 치켜 올라가는 모양이 동이 트는 것과 같다.
19 입에서는 횃불이 나오고, 불똥이 튄다.
20 콧구멍에서 펑펑 쏟아지는 연기는, 끓는 가마 밑에서 타는 갈대 연기와 같다.
21 그 숨결은 숯불을 피울 만하고, 입에서는 불꽃이 나온다.
22 목에는 억센 힘이 들어 있어서, 보는 사람마다 겁에 질리고 만다.
23 살갗은 쇠로 입힌 듯이, 약한 곳이 전혀 없다.
24 심장이 돌처럼 단단하니, 그 단단하기가 맷돌 아래짝과 같다.
25 일어나기만 하면, 아무리 힘센 자도 벌벌 떨며, 그 몸부림치는 소리에 기가 꺾인다.
26 칼을 들이댄다 하여도 소용이 없고, 창이나 화상이나 표창도 맥을 쓰지 못한다.
27 쇠도 지푸라기로 여기고, 놋은 썩은 나무 정도로 생각하니,
28 그것을 쏘아서 도망치게 할 화살도 없고, 무릿매 돌도 아예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다.
29 몽둥이는 지푸라기쯤으로 생각하며, 창이 날아오는 소리에는 코웃음만 친다.
30 뱃가죽은 날카로운 질그릇 조각과 같아서, 타작기가 할퀸 진흙 바닥처럼, 지나간 흔적을 남긴다.
31 물에 뛰어들면, 깊은 물을 가마솥의 물처럼 끓게 하고, 바다를 기름 가마처럼 휘젓는다.
32 한 번 지나가면 그 자취가 번쩍번쩍 빛을 내니, 깊은 바다가 백발을 휘날리는 것처럼 보인다.
33 땅 위에는 그것과 겨룰 만한 것이 없으며, 그것은 처음부터 겁이 없는 것으로 지음을 받았다.
34 모든 교만한 것들을 우습게보고, 그 거만한 모든 것 앞에서 왕 노릇을 한다.
욥기 42 [욥의 회개]
1 욥이 주님께 대답하였다.
2 주님께서는 못하시는 일이 없으시다는 것을,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주님의 계획은 어김없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저는 깨달았습니다.
3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히 주님의 뜻을 흐려 놓으려 한 자가 바로 저입니다. 깨닫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였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일들이었습니다.
4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들어라. 내가 대답하겠다. 내가 물을 터이니, 내게 대답하여라.” 하셨습니다.
5 주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지금까지는 제가 귀로만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가 네 눈으로 주님을 뵙습니다.
6 그러므로 저는 제 주장을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잿더미 위에 앉아서 회개합니다.
[결론]
7 주님께서는 욥에게 말씀을 마치신 다음에, 데만 사람 엘리바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와 네 두 친구에게 분노한 것은, 너희가 나를 두고 말을 할 때에, 내 종 욥처럼 옳게 말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8 그러므로 이제 너희는, 수송아지 일곱 마리와 숫양 일곱 마리를 마련하여, 내 종 욥에게 가지고 가서, 너희가 용서받을 수 있도록 번제를 드려라. 내 종 욥이 너희를 용서하여 달라고 빌면, 내가 그의 기도를 들어줄 것이다. 너희가 나를 두고 말을 할 때에, 내 종 욥처럼 옳게 말하지 않고, 어리석게 말하였지만, 내가 그대로 갚지는 않을 것이다.”
9 그래서 데만 사람 엘리바스아 수아 사람 빌닷과 나아마 사람 소발이 가서, 주님께 그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하니, 주님께서 욥의 기도를 들어 주셨다.
[주님께서 욥에게 복을 주심]
10 욥이 주님께, 자기 친구들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를 드리고 난 다음에, 주님께서 욥의 재산을 회복시켜 주셨는데, 욥이 이전에 가졌던 모든 것보다 배나 더 돌려주셨다.
11 그러자 그의 모든 형제와 자매와 전부터 그를 아는 친구들이 다 그를 찾아와, 그의 집에서 그와 함께 기뻐하면서, 먹고 마셨다. 그들은 주님께서 그에게 내리신 그 모든 재앙을 생각하면서, 그를 동정하기도 하고, 또 위로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저마다, 그에게 돈을 주기도 하고, 금반지를 끼워 주기도 하였다.
12 주님께서 욥의 말년에 이전보다 더 많은 복을 주셔서, 욥이, 양을 만 사천 마리, 낙타를 육천 마리, 소를 천 겨리, 나귀를 천 마리나 거느리게 하셨다.
13 그리고 그는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낳았다.
14 첫째 딸은 여미마, 둘째 딸은 긋시아, 셋째 딸은 게렌합북이라고 불렀다.
15 땅 위의 어디에서도 욥의 딸들처럼 아리따운 여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그들의 아버지는, 오라비들에게 준 것과 똑같이, 딸들에게도 유산을 물려주었다.
16 그 뒤에 욥은 백사십 년을 살면서, 그의 아들과 손자 사 대를 보았다.
17 욥은 이렇게 오래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첫댓글 2023년 10월 14일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