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복 한 실 버 ---노 영 숙
요즘 노인층 인구가 너무 많다. 노인들이 보람 있게 시간을 보내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려고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4개월 전에 우리 부부가 인천서구문화원에서 실시하는 실버문화학교 도예교실에서 도예를 배우게 되었다. 정부의 목표는 노인들을 도예강사로 길러내어 각급 학교와 문화원의 도예반 보조강사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우리 25명은 16주 동안 벽제 고 상순 선생과 보조강사 두 분이 열심히 가르쳐주신 덕택으로 서로 경쟁하면서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수료증을 받던 날 그 결과물들 중에서 선발하여 졸업 작품전시회를 가졌다. 구청장님을 비롯하여 여러 유지들이 와서 관람하면서 놀랍다고 칭찬해 주어서 우리들은 행복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더구나 실버라는 칭호를 정면에 달고 사는 우리들에게 숨은 솜씨들이 이렇게 훌륭하게 표출된다는 것은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10월 13일 강경젓갈축제에 가서 논산문화원 사람들을 만나서 폐교에 설치한 우 대경 작가의 공방에 가서 공동작품시현을 한 후에 손수 만들어 간 작품을 일대일로 전해주던 일을 계기로 서로 우의를 돈독하게 하였던 일은 뜻 깊은 행사였다.
마지막 행사로 전국 70여개 문화원에서 출품한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렸던 전국적인 전시회는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였다. 우리 팀에서는 관람객들이 도자기 만드는 체험을 하게 했다. 우리 전시코너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줄을 서서 인기가 대단하였다. 어느 코너에서나 느끼는 점은 노인들이 짧은 시일에 익힌 솜씨가 참으로 놀랍도록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문화방송 텔레비전에 매주 일요일 오전 6시 40분부터 50분까지 방영하는 [6070 취업 도전기]라는 프로가 있다. 문화방송에서 모범 실버 활동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적합한 단체나 개인을 찾고 있던 차에 우리 도예반이 선정되었다. 도예반에서 같이 배운 25명의 노인들이 논의 끝에 어렵사리 우리 부부가 [6070취업도전기]라는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결정되었다.
이 10분짜리 짧은 프로를 찍는 데 4일이나 걸렸다. 작가와 만나고, 피디와 만나 대화하면서 서로의 취지를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였다. 장소도 한 곳이 아니라 벽제도예원, 인천서구문화원, 이천 도예박물관, 유치원, 당하중학교 등 여러 곳을 옮겨 다녀야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9월9일 일요일 아침에 [전형진-노영숙 부부 도예강사 도전기]가 방영되었다.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가 빗발쳤다. 유선전화, 내 휴대전화, 남편의 휴대전화 이렇게 세 대의 전화기에 불이 날 정도로 수십 통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느라고 부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친구, 대구 친척, 고등학교 때 친구, 여러 친목단체 친구들, 등등 사방에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정신없이 오전을 보냈다. 교회에 갔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늘 푸른 인생] 프로그램을 잘 보았다고 인사를 했다. 문방구에 복사물 때문에 갔을 때도 주인 여자가 “텔레비전에 나오셨죠?” 하며 반색을 했다.
우리 남편은 올해 칠순이다. 여러 사람을 부담스럽게 하는 잔치 대신에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로 정하였다. 아들들에게 일체의 행사를 하지 말도록 엄명을 내렸다.
감사하게도 바로 방송이 나간 3일 후인 9월 12일이 남편 생일이었다. “내 칠순을 거하게 치렀다. 전국에 우리 부부의 건재함을 알렸으니...”하며 남편은 정말 만족해했다.
방송국의 요청에 따라 [노년을 보람 있게 일하면서 보냅시다]하고 외치면서 [전형진-노영숙 부부 도예강사도전기]는 끝맺었다. 비교적 만족스럽게 이 일을 마친 것은 여러분들의 도움 덕택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오랜 교직생활 경험이 다소 도움이 된 것 같다.
우리 집 식탁에는 그동안 만든 질그릇이 즐비하다. 밥, 국 그리고 반찬이 거의 우리가 만든 그릇에 담겨있다. 우리 집안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작품들(90여점)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즈음 녹화된 비디오를 보면서 매일 즐겁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