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내용
- 詩감상 : 「어처구니」(마경덕)
- 수필 : 「투캅스와 유감」(정순자)
- 시 :「애도」「삼악산 케이블카에서」「두문동재에서」(최재순), 「두문동연가」(이희주)
○ 다음(3.25) 계획 : 강원문학 당선작 소개(최동순), 자작 詩 / 글 발표 및 評
지난 주 토요일에는 번개모임으로 춘천 김유정문학촌과 삼악산을 다녀왔습니다. 이어서 2학년 출석수업 참석한 학우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서로가 모이기 힘든만큼 틈날때마다 몇 명이라도 대면하여 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강원지역의 특성 상 오지에 있는 학우님들이 많이 있기에 기회가 된다면 그런 학우님들의 지역으로 찾아가는 번개모임을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어제는 같은 소재를 다룬 글도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고, 같은 사람이라도 그 때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바로 글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있는 토론을 했습니다. 참석해 주신 학우님들께 감사드리고, 다음 주에도 건강하게 다시 뵙기를 기다리겠습니다.
투캅스와 유감
정순자
아침부터 기분이 나빴다. 새 자동차를 사서 대문 앞에 세워뒀는데 아침에 나가보니 좌측 빽 밀러가 깨져서 땅에 떨어져 있었다. 우리 차만 그런 게 아니라 앞차도 그렇고 남부시장 쪽으로 내려가면서 줄지어서 있는 자동차 10여 대가량이 모두가 후사경이 박살이 났다. 우리 동네 자동차도로에는 범죄단 속 CCTV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누가 신고했는지 경찰이 왔다. 경찰은 동네 미용실 앞에서 피해자를 불러 명단을 적는다고 해서 달려갔더니 인적 사항을 기록해 갔다. 경찰은 CCTV를 조사 한다고 했고 그 후 피해자가 무더기로 조사를 해 달라고 들락였지만, 몇 년이 지나도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투캅스와 유감이 생겼다.
투캅스와 또 유감스러운 일이 있었다. 그 당시 가정에 생수기를 사용하기 전에 일이다. 집 집마다 물통을 몇 개씩 가지고 약수터에서 물을 떠다가 먹었을 때다. 물을 떠 오려고 자동차 트렁크에 큰 물통을 싣고 나가는데 남편이 내다보며 심부름을 시켰다. 나가는 김에 돈을 100만 원을 찾아오라며 치질 수술을 하기로 되어 있다고 했다. 그길로 바로 은행 먼저 들러 돈을 찾아서 핸드백에 넣고 ‘국형사’ 밑에 있는 약수터에 갔다.
한여름이라 자동차 문을 열어놓고 달려서 약수터에 도착했다. 사람들 모두 오는 순서대로 물통 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동차도 빼곡한 가운데 빈자리가 하나 있어 차를 세우고 내려서 뒤 트렁크를 열고 물통을 꺼내는 중인데 옆으로 청년이 지나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사람이겠지 했다. 자동차 트렁크 문을 쾅 닫고 보니 그 청년이 내 자동차 앞자리에 있는 핸드백을 들고 뛰어가는 것이다. 바로 물통을 집어 던지고 따라가며 “도둑이야!” 하며 소리쳤다. 핸드백을 들고 산으로 도망치는 날치기 도둑을 몇 걸음 앞세우고 쫓아가며 가방을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뛰는 도둑을 약수터 줄을 서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집중해 보고 있었다.
그 도둑놈은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산속으로 올라갔다. 도둑의 뒤를 더 이상 좇아 따라가기가 무서웠다. 포기하고 약수터로 되돌아왔다. 사람들은 경찰에게 빨리 신고하라 했고, 그중에 한 아저씨가 가까이 오더니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를 해줬다.
날치기 도둑이 들어간 산속 숲을 바라보며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무려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경찰 두 사람이 왔다. 경찰 한 사람은 운전석에서 내리지도 않고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피식피식 웃고 있었고, 한 사람만 수첩을 들고 내려왔다. 자기소개를 하더니만 주민등록증을 보자는 것이다. 가방을 날치기당해 없다고 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말하라고 했다. 마음은 급한데 신분 확인하느라고 시간을 보내고 도둑은 잡을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았다.
그까짓 인적 사항이야 나중에 적어도 상관없을 것 같았지만 경찰이 묻는 말에 정신없이 대답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핸드백에는 돈 100만 원 이외에 카드와 신분증 구두, 표, 그 가방도 명품인데 라고 했다. 경찰이 하는 말이“범인이 숲으로 들어가면 못 잡아요.” 하며 퉁명스럽게 말 한마디를 던지고 바로 발길을 돌렸다.
민생을 보살펴야 할 경찰이 기껏 피해자의 주소나 적어 가지고 가다니. 자동차에서 내릴 때 돈 가방을 먼저 챙겨 들고 내렸으면 그런 일이 그것이 누구를 탓하랴. 스스로 책했던 일이 잊어버려지지 않았다.
요즘 인터넷이나 뉴스 보면 사명감이 투철한 경찰도 많다. 칼부림 난 곳에 출동했다가 다치는가 하면 자살을 하려는 사람을 설득해 마음을 돌려놓기도 한다. 인천에 한 경찰관은 학교 폭력을 단속하기 위해 20년이 넘도록 학생들에게 강의한다. 자비로 장학금을 주면서 열정으로 학교 폭력을 없애기 위해 앞장서서 사회 봉사한다.
우리 동네 뒷 거울 집단파손 사건을 당하고 보니 경찰이 이 사건을 얼마나 시민 편에서서 도와주는지 자못 기대 기대된다. 자기 임무를 묵묵히 이행하는 경찰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없어야겠지만, 기본의무를 소홀히 하는 경찰도 없어야겠다.
두문동 연가 戀歌 ㅡ 이정표
옆구리를 세게 걷어차인 함백산이
아직 눈물도 훔치지 못했을 적에
자작나무는 덩굴을 밀어내고
굽고 메마른 길을 내려놓았다
태백의 삼수동을 지나 정선군 고한읍 사이
두문동 고갯길에서 삐딱하게 서있던 불량한 이정표는
바람이 건들때 마다 이편 저편을 오가며 몸을 흔든다
이산 어딘가에는 천년 간 두문불출한 세월도 묻혀 살고 있다는데 기억을 이름처럼 내 건 두문동이야
여기면 어떻고 또 저기면 어떠랴
사람의 경계선은 한사코 구분하지 못해 안달이지만
고도는 오를수록 높아지는 숨 소리의 겸손함에
알고있는 것마저 놓아버리는 안타까움이 전부이다
바다가 가까워 지거나 저 산이 멀어지는 것 일뿐
시시한 일상에도 새벽은 일어나고
낯선 이방의 계절은 밤 늦어 제 집으로 돌아갔다
두문동에서는 일체의 외박을 허용 하지 않는다더니...
애도(김유정문학관에서) - 최재순
천재 유정은
왜 죽었나
폭풍처럼
서른편 이상의 소설을 쓰던 그해
스물아홉의 짧은 호흡으로
긴어둠을 쫓은 진짜 이유는
가난
일제의 핍박
속설의 폐해
무엇일까?
이상처럼
아직도
그를 그린다
삼악산 케이블카에서 - 최재순
태양이 강물에 스며들면
은빛물결은
황금망또를 갈아입고
설레임을 준비한다
굵은 웨이브의
태양광 발전소는
검은그림자를 안고
밤새 파아란 꿈을 꾼다
산등성이에
듬성듬성 남은
겨울의 흔적은
무슨 얘기가 남아서인지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너
지금도 가고있는 나
그렇게 우린 또 엇갈린다
두문동재에서 - 최재순
자작나무 핵을 그리며
하늘과 맞닿은 고개
그림자로 더크게 채용된
그곳엔 내가 없다
일그러진 욕망은
엄청난 기세로 흔적을 남기고
문명이 만든 또다른 길은
미처 감상이 물들기도전
바람으로 할퀴고 갔다
우두커니 멈춘 너
갈길을 잊은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