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글씨에 가장 적합한 노트를 찾아 헤맨지 근 3년, 맘에 드는 노트를 찾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내건 조건은
첫째,시중에서 판매하는 국산 보급형이어야 한다는 것
둘째,스프링제본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스프링제본은 펜글씨와는 상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번짐이 적어야하며 특히 뒷면에 비치는 정도가 미미할 것 등입니다.
이 가운데 세번째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제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입니다.
펜글씨는 만년필글씨와 달리 수시로 잉크에 딥핑을 해야하고 딥핑을 한 순간의 첫 글씨는 잉크를 가장 많이 머금고 있어서
번짐에 취약한 종이는 이내 굵은 글씨로 변해버리더군요.
지금까지 써 본 수십권의 노트 중 단연 펜글씨에 최고라고 결론 내린 노트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3610244CFB746F28)
가로17센티,세로23.5센티 연한 미색느낌이 나는 지질입니다.강남역 문구점에서 1,500원 주고 샀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6727274CFB75291B)
지난 10월말일 중국어교재 '고사성어'필사를 시작할 때의 그 느낌,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번짐에 완벽하고 필기감 좋고, 떡제본이라 스프링노트의 불쾌감도 없고 ---
![](https://t1.daumcdn.net/cfile/cafe/1106B8254CFB75F718)
한달 넘게 걸려서 '고사성어','사기','중국어 시사토픽','삼국연의(상)'을 필사했습니다.이 노트로 총 122페이지. 한페이지당 평균적으로 약 700자를 써넣은 것으로 계산할 수 있어서 팔만오천자를 필사한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다행이 마지막장 한장을 남기고 '삼국연의(상)'교재필사가 끝났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한 장에 과감하게 번짐테스트를 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78ED264CFB775F18)
테스트에 사용된 펜은 1)다치가와 둥근펜촉,2)화신 더블펜촉, 3)몽블랑(유감스럽게도 모델명을 모릅니다),4)일제 펜텔수성펜(리필가능),5)파카45,6)그리고 일제 니코마루펜촉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3CE2244CFB787A23)
당연히 앞장에서는 번짐에 완벽합니다.제가 소장하고 있는 만년필 중 가장 굵게나오는 몽블랑(과연 오리지날인지 늘 의심스럽습니다만)과 그간 어떤 노트도 당하지 못했던 화신 더블펜촉도 다 소화해내는 깜찍한 노트입니다.
자 이제 뒷면을 확인해보겠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636A274CFB79F22F)
![](https://t1.daumcdn.net/cfile/cafe/110DEA284CFB7A1619)
역시 펜촉으로 쓴 부분은 만년필이나 수성펜으로 쓴 부분보다 많이 비칩니다.물론 100% 안비치는 종이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두꺼운 아트지나 크라프트지 등이 대표적이지요.그러나 앞서 말씀드린대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저가형 국내산 일반제품이어야 한다는 기준 하에서 찾다보니 저 정도의 비침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집니다.왼쪽은 니코마루펜촉으로 쓴 펜글씨입니다.다치가와 마루펜촉보다 굵은 일반펜촉으로 잉크도 많이 먹고 왠만한 종이는 이 펜촉의 풍부한 잉크량에 맞닥뜨리면 선혈이 낭자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면의 글씨와 맞당김없이 충분히 제 필적을 유지해줍니다. 좀 더 가까이 당겨보겠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6C6C2E4CFB7D6B25)
이 정도면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쉽게도 두 권밖에 사놓질 못해서 내일은 당장 달려가 재고 남아있는 대로 다 쓸어올 예정입니다.
아, 정말 마음이 뿌듯합니다.
첫댓글 호 좋은 공책을 사셨군요. 그런데 전부터 궁금했던 것이지만, 필사를 왜 하시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어려운 질문이시네요,허나 제 자신 필사를 통한 학습방법만큼 좋은 학습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랍니다.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필사의 장점에 대한 많은 글들이 있더군요.필사는 가장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기억법이기도 하고요.
필사하면 그 명문을 마치 그 사람이 말해주는 듯이, 그 사람과 대화하는 듯이 느낄 수 있죠. 예전에 정독 도서관에 앉아 도서관 문 닫는 지 모르고 논어 맹자 도덕경 등을 여러 번 필사한 기억이 나는군요. 참 즐거운 기억입니다.
모닝글로리의 3hole노트도 정말 좋던데요
예,3공노트도 괜찮더군요, 다만 화신펜촉이나 니코마루펜촉으로 쓰면 번짐이 이 노트보다 심한 면이 있더군요.
스프링노트는 흔들림때문에 안좋은건가요?
필사는 끈기와의 싸움인 거 같습니다. 쓰다보면 사소한 트러블에도 평정심을 잃게되고 걸리적거리는게 있으면 글씨체를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스프링노트는 중철인 경우 오른쪽 스프링부분에 손목이 걸려 정상적인 자세유지가 불가능합니다.적어도 오른쪽 여백 5센티 이상을 포기해야 할겁니다.상철인 경우에도 뒷장을 쓸 때 아랫부분에서 동일한 불편이 야기됩니다.저는 딱딱한 받침대를 이용해보기도 했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그래서 펜글씨 필사용으로는 절대 스프링제본을 사지 않는답니다.
훌륭한 글씨는 댓가 없이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듭니다.... ^^
아마도 동아시아의 가장 오랜 전통이자 전승의 직접적 방법인 필사를 통해 마음을 수양하고 동시에 공부도 하시는 방법을 실천하시는 것 같습니다. 군자의 중요한 덕목이죠. 쓰신 내용을 그대로 인쇄하여 책으로 만들어도 되겠습니다.^^ 소강 상강 모래톱에 내려 앉는 날렵한 기러기 같습니다. 이름하여 '평사낙안체'....
과찬의 말씀이십니다.요즘 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습니다.일본은 의외로 글쓰기가 많이 보급되어 있더군요.특히 아이들 학습의 일환으로 말이지요.그래서 작은 책을 하나 내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필사를 같이 즐겼으면 하는 소박한 계획을 가지고 있답니다.
검은색 잉크는 어떤 걸 사용하셨나요?
파이로트 블랙입니다.작년만해도 문방구에서 2,600원이었는데 요즘은 3,000원 하더군요.
만년필 잉크로는 국산 파이로트를 피드막힘 때문에 잘 쓰시지 않던데 만년필 잉크도 혹시 파이로트 블랙인가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 노트 덕분에 평사낙안님의 필사를 더 자주 많이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다호라님,전 만년필이건 딥펜이건 무조건 파이로트 블랙과 블루만 사용해왔어요,그런데 여기와서 보니 만년필에는 좀 좋은 걸 넣어야겠다는 걸 깨달았답니다.직원 중 파카Quink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 회사에서 가끔 그걸 주입하기도 한답니다.
노트에 정보가 반갑고, 놓인 펜을 보니 또한 반갑습니다. 제 방에 놓인 친구들이 있군요. 글쓰는 사람의 취향은 알게 모르게 닮라 가는가 봅니다.
사람의 손글씨가 저렇게도 나올 수 있군요
강하면서도 아름답기까지하네요. 존경할 뿐 저는 흉내도 힘들겠어요
그리고 저도 필사는 좋은 공부법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냥 눈으로 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평사낙안님 글씨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종이에 대한 정보를 구하려고 들어왔다가
평사낙안님의 필체에 감동먹고 갑니다.
손 글씨가 아주 예술적이네요..
저 글씨의 반만이라도 쓰고 싶네요.
멋진 손글씨입니다. 어쩜 저렇게 자리잡고 있는지요. 필사는 공부와 자기 수양이 동시에 되는 좋은 방법임을 알고 있지만 한 두장 정도 하면 못 하겠더군요 ㅜㅜ 끈기를 기르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도전해 볼까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