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하나를 먹기엔 좀 물리기도 하고, 다양한 걸 먹고 싶기도 하고.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메뉴가 있다. 바로 짬짜면. 좌뇌와 우뇌를 연상시키는 특이한 그릇에 0.5인분씩 담긴 짜장면과 짬뽕은 간단하지만 놀라운 발상이었다. 무한 변주도 가능했다. 탕볶밥, 탕짜면 등 중국 요리를 반씩 넣으면 최적의 페어링이 완성됐다. 최근엔 반반 죽도 출시됐다. 모 프랜차이즈에서 두 가지 죽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쮹’이라는 메뉴를 출시한 것이다. ‘따로 또 같이’ 전략은 요식업계에서 쏠쏠한 효과를 불러왔다.
‘따로 또 같이’를 택한 건 비단 음식만은 아니다. 국내 OTT 서비스도 생존을 위해 이를 택했다. 쿠팡플레이는 구독료 인상과 오리지널 시리즈 감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따로’를 택했고, 티빙과 웨이브는 넷플릭스가 대거 차지한 파이에 밀려 뜻을 ‘같이’ 하기로 협의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완전한 하나가 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수년간의 적자는 ‘어쨌든 답은 ‘같이’’를 가리키고 있다.
반반 음식과 국내 OTT 기업이 택한 전략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1+1=2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존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을 조금 내려놨다. 음식들은 각자의 양을 절반씩 줄였다. 티빙과 웨이브는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미래를 위한 투자로 당장의 큰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티빙은 내달 중순까지만 OTT 서비스 파라마운트+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무리해서 거액을 들여 프로야구 중계권을 따내기도 했다. 웨이브도 OTT 서비스 HBO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따로 또 같이’ 전략에는 따로가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단서가 존재한다. 그러지 않고선 따로는 같이가 될 수 없다.
따로는 전문인데 같이에는 영 소질이 없는 게 우리 사회다. 각자의 삶에 익숙해진 현대인은 ‘따로 또 같이’의 단서 조항을 모르고 있다. 아무도 양보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은 채 도저히 같이가 될 수 없다며 불평한다. 언제까지나 따로로 남을 순 없기에, 우린 변주할 줄 알아야 한다.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해 주고 배려하는 것은 당장의 손해로 보일 수 있지만, 그래야 함께할 수 있다. 지구상에 인간이 열 명 남아도 협력은 필수일 텐데, 79억 인구에게 협력이 선택일 리 없다. 공존의 열쇠는 단서가 쥐고 있다.
첫댓글 가영님 작문 잘 읽었습니다. 따로 또 같이를 주제로 새로운 형식으로 써주셔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특히 요즘 요식업의 트렌드를 활용한 후킹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의 OTT상황으로 이어져, 감독관들이 충분히 호기심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두 문단에서 약간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같이를 택한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한발씩 양보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읽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문단에 공감하면서도, 앞선 잘하고 있는 사례가 있기에 ‘같이에 영 소질 없는 우리 사회’가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 연결만 자연스럽게 고쳐주시면 더 좋은 글이 될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