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꽉 막힌 생애주기
부모들은 “교육이 자녀들에게 사회경제적 지위를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과 “일류대 졸업장이 좋은 직업과 중산층 생활에의 입장권”이라는 생각으로 유치원 취학 전부터 영재교육, 영어몰입교육 등 엄청난 시간과 재정을 투여한다. 그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대입수능을 위한 선행학습과 입시지옥으로 표현되는 중·고등학교는 무슨 수도승들의 고행보다 심한 전쟁을 치루고 있다.
그 전쟁에서 승리하여 대학을 졸업하여도 좋은 일자리는 하늘에서 별따기로 노동자의 절반은 비정규직으로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에서 살아가고 있다. 운 좋게 취업을 한 사람들은 평가와 경쟁을 통한 성과연봉제로 늘 동료 및 상사들과의 경쟁 스트레스로 힘든 직장 생활에 힘겨워 한다.
많은 청춘남녀들은 아예 결혼을 포기하거나 전세방 얻을 돈을 마련할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상황이다. 정말 힘들게 결혼을 한 사람들은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과 가정이 모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생활을 해야만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
거기서 살아남은 자들은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하여 모든 신용대출과 최대한의 소비를 줄이며 평생을 살아야 겨우 성냥갑 같은 아파트 한 채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자녀교육과 주택 마련을 위해 모든 행복을 유예하며 청장년을 지내고 노년이 되면, 더욱 비참한 노후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2. 비참한 노후가 밀려온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그동안 고도의 경제 성장의 과실을 향유하던 720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향후 5년 이내에 대거 일시에 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퇴직 후 생활의 최소한의 안전판이 될 연금, 건강보험, 노인요양 등은 이들의 노후를 책임져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의 삶의 질은 파탄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사회에서 청년 실업자, 반실업자, 비정규직들은 심각한 삶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은퇴한 노년층,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은 이들보다도 훨씬 힘든 여생을 살아갈 것이 명약관하하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청년층들과 저임금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일 것이기 때문에, 점점 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간적 기본권마저 유린당할 수밖에 없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이에 더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진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고령(65세 이상)비율이 2013년 약 12%에서 2016년 약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에는 인구 20%가 고령인구일 것으로 보이며, 도달 속도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매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베이비부머 720만 명이 고령인구에 속하게 되면서,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소득절벽의 도래
향후 5년 이내에 720만 명의 베이비부머들은 모두 퇴직하게 된다.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은 당장은 매월 나오는 월급이지만 퇴직 후는 정말로 막막하다. 이들은 심각한 소득절벽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노후를 지탱해줄 자원은 한 채의 아파트, 국민연금, 개인저축, 개인연금이 전부이다. 이들의 보유자산의 70% 이상이 주택이다. 주택가격의 폭락 가능성을 이들의 삶을 더욱 불확실한 상태에 놓는다. 그리고 경제가 나빠지고 국가가 복지재정 지출을 축소할 경우, 국민연금도 국가가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이미 국가 보장 조항이 삭제되었다). 한편 부모에게 계속 의존하는 캥거루족 자녀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퇴직하여 소득이 줄어들면 부모와 자녀가 동시에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다 세계대공황과 그에 따른 수출 및 내수부진에 따른 저성장은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를 야기하여 노동자들의 일반적 생활 조건을 악화시키며, 이와 아울러 연금, 건강보험, 노인요양보험 재정을 급격히 악화시켜 소득절벽과 함께 노후보장의 안전망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3. 비참한 노후를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은 전무하다
700만명의 베이비부머의 퇴직, 8-90세의 초고령화가 맞물리면서, 더 이상 기존의 얄팍한 복지로는 인구 상당수의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게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표 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이미 48.51%일 정도로 심각하다. 이는 다른 OECD 국가의 2배 이상이다. 문제는 지금 추세로 보았을 때, 이 정도의 빈곤율조차 무색할 정도로 노인 빈곤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다수의 노동자와 서민들이 소득절벽과 비인간적인 노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대다수가 은퇴 후 소득절벽에 떨어져 비참한 노후를 맞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심각성을 더하는 점은 이를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은 전무한 상태라는 점이다.
노후를 전혀 책임질 수 없는 상태인 연금, 건강보험, 노인요양
현재 공무원 사회를 뒤흔든 공무원연금 개악에서 보듯이, 그나마 국민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보장이 안정적인 공무원연금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을 사실상 해체하고, 국가의 책임을 해소하며, 개인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되는 사적연금으로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도 초고령화, 환경오염 등으로 지출이 증가하여 엄청난 적자가 예상되며, 노인들은 연금소득 중 가장 큰 비중이 의료비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는 의료비 지출을 증가시켜 그나마 있는 연금조차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여기에 21세기 신고려장이라 일컬어지는 노인요양 문제를 보면, 고령화에 따른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의 급속한 증가가 가족전체를 힘겨운 노후와의 전쟁에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것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본의 이윤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연금
세계적으로 금융자본의 폭발적 증가에 가장 많은 기여한 기관들이 연기금과 보험회사들이다. 이들 연기금들이 소유한 자산의 규모가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전세계의 40%이상이었다. 민간연기금이 주식시장의 30%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500조에 달하는 연금기금이 자본시장 활성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의 사적연금을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도 의료민영화와 함께 민간건강보험(독일식, 네덜란드식)을 끊임없이 도입하려 시도하고 있다. 거기다가 노인요양보험은 소위 신성장동력인 ‘실버산업’으로 명명된 채 사적 영세자본들에게 장악되어 노후에 대한 제대로 된 보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와 함께 더욱 악화될 노후보장 체제
자본주의 국가는 경제위기를 악용하여 대대적인 사회보장해체에 들어갔다. 연금의 경우는 연금지급액을 줄이거나, 은퇴연령을 높이거나, 정년을 연장하거나, 연금지급 시기를 늦추거나, 납입기간을 늘리거나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용돈연금’으로 전락되어 결코 노후를 보장하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개인연금이 없는 사람들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간다운 노후는 가장 절박한 요구이다
노동자들의 노후는 사회보장이 전무한 상태에서 끝없는 빈곤의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직은 초기단계에 있지만, 앞서 통계에서처럼 이미 노인 빈곤율은 전체 노인 인구의 절반에 달하고 있으며, 빈곤한 노후 상태에서 자살로 생을 마무리하는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노후보장이 매우 절박한 노동자들의 생존권임을 분명히 하고, 인간다운 노후보장 쟁취를 목표로 투쟁해야 한다.
아쉽지만 글의 분량 상 어떠한 목표와 요구를 가지고 어떻게 싸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룰 것이다. 다만 노후보장투쟁과 반자본주의 투쟁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의 일차적 투쟁 목표는 노동자들의 노년을 위협하는 현실에 맞서 싸우고 인간다운 노후를 보장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지닌 투쟁은 자본주의 자체와 충돌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노동자들의 노년을 위협하는 원인은 바로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사회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유린하는 자본주의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다운 노후보장을 요구하는 투쟁도 결국 문제는 자본주의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