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무엇이 문제인가
-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하여
허 영 구(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
1. 투기자본이란 무엇인가
IMF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 완전 개방된 상황에서 투기자본은 일반적으로 ‘외국자본’ 또는 ‘미국계 금융자본’으로 인식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의 투기적 속성을 감안한다면 투자자본이라 하더라도 모든 자본은 투기자본일 수밖에 없다. 그 어떤 투기자본도 자신이 투기자본이라 말하는 경우는 없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해지펀드(hedge fund),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의 투자과정을 통해 투기적 속성과 본질이 드러나고 이를 두고 투기자본이라 통칭한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비공개로 투자자를 모집하여 저평가기업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차익을 남기고 재매각하는 자본인데 전형적인 투기자본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해지펀드는 파생금융상품을 교묘하게 조합해 도박성이 큰 신종상품을 개발하는 데 국제금융시장을 교란한다. 조지소로스의 퀀텀펀드나 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을 사용하는 줄리안 로버터슨의 타이거펀드가 대표적이다. 투자은행은 일반 상업은행과 달리 주식, 채권 등 직접증권의 인수 및 판매 또는 담보대부를 통하여 산업에 장기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이다. 이들이 주류를 이루는 오늘날 세계경제 체제를 ‘카지노자본주의’라 부르기도 한다.
투기자본을 ‘먹튀자본’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지난 10년간의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외환은행을 불법적으로 인수한 뒤 4조 6천억원의 차익을 얻고 떠난 론스타를 감시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만든 시사용어다. 지금 론스타는 한미FTA 투자자국가제소조항(ISD)를 근거로 한국정부에 5조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제중재기구(ICSID)에 제소(중재신청)하였고 중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현재의 투기자본은 ‘먹튀’하는 경우보다 눌러 앉아서 항구적으로 착취와 수탈을 감행한다. 철새가 아니라 텃새가 된 것 같다. 투기자본의 행태가 매우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두고 이젠 약탈자본(predatory capital), 흡혈귀 자본(vampire capital)이라고도 부른다. 당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런 자본을 빨대자본, 더 나아가 ‘죽치고 앉아 빨아먹거나 노동자가 죽을 때까지 빨아먹는다’는 뜻으로 ‘죽빨이’라고 부르는 실정이다. 전통적 산업자본주의의 노동자착취를 넘어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 약탈경제가 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2. 한국에서 벌어진 투기자본 행태
신자유주의 세계화, 투기자본의 먹튀, 수탈과 약탈은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경제 최대 화두다. 투기자본은 불법인수합병, 투자회피, 구조조정, 공적자금 활용, 차입방식 매수, 유상감자, 고배당, 자산매각, 회계부정, 환투기, 세금포탈, 기술유출, 기업청산과 직장폐쇄, 국가권력의 노동탄압 등 불공정 행위를 한다. IMF외환위기 이후 지난 18년 동안 한국에서 벌어진 투기자본의 행태, 약탈수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불법인수합병 : 2003년 외환은행의 경우가 대표적인 불법인수다. 투기자본 론스타는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금융업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외국인은 은행법에 의거, 1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법을 무시하고 주식 51%의 경영권까지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까지 조작했고 여기에 정부관료, 은행경영진, 금융감독원, 법무법인까지 공모했다.
② 투자회피 : 상하이 투기자본은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1조 2천억원을 투자하고 완전고용을 보장했다. 그러나 기술만 유출한 뒤 빠져나갔고 노동자 해고와 죽음이 있었고, 지금도 2000일 넘는 해고자복직 투쟁이 진행 중이다. 투기자본은 인수할 당시 노동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장기투자를 약속하지만 대부분 지키지 않는다. 투기자본은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들어온 자본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차익을 노린다.
③ 구조조정 : 투기자본은 단기간에 이익을 빼먹고 도망쳐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나 기술혁신 등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에 매달린다. 말하자면 팔아먹기 좋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높은 가격을 팔 수 있고 많은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MBK가 케이블 방송 C&M을 매각하기 위해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다 노숙과 고공농성 등 노동자들의 총력투쟁에 직면한 바 있다.
④ 공적자금 활용 : 부실한 기업을 인수한 뒤 정부의 역할을 요구한다. 기업을 살리고 고용을 유지할 테니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는 경제회생을 위해 국민의 혈세인 150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공적자금의 절반가량은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⑤ 차입매수 방식(LBO, Leveraged Buy-Out) :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인수할 기업의 자산이나 향후 현금흐름을 담보로 은행 등에서 돈을 차입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2005년 2월, 자본금 231억 원의 리딩투자증권이 1310억원에 브릿지증권 인수하는데 계약금 20억 원을 걸고 잔금은 브릿지와 합병한 후 보유 자산을 팔아 잔금을 갚는 LBO 방식을 택했다. LBO방식으로 성장한 사모펀드 KKR이 대표적이다.
⑥ 유상감자 : 일반적으로 기업이 경영에 실패하면 주식을 소각하거나 감자한다. 특히 경영에 실패한 대주주는 무상감자하는 것이 상식이자 원칙이다. 그런데 투기자본들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금을 모두 빼먹는다. 오히려 소액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감자를 한다.
⑦ 고배당 : 투기자본들은 단기간에 이익을 빼먹고 나가는 '먹튀"이므로 최대한 높은 배당을 실시한다. 요즈음은 한 술 더 떠서 주주총회 때 한 번 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배당'을 통해 이익금을 빼나간다. 주주에 대한 고배당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나 이사들에게 고액의 스톡옵션을 부여하여 회사 돈을 유출시킨다.
⑧ 자산매각 : 투기자본은 고배당, 고연봉, 차익매각에서뿐만 아니라 회사자산을 교묘하게 매각하여 빼돌린다. 대주주라 하더라도 자산을 일방적으로 매각해 빼돌리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이런 불법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⑨ 회계조작 : 쌍용자동차 노동자 3000명을 정리해고 하는 과정에서 회계조작이 벌어졌다. 최근 재벌들이 벌이는 부정과 부패의 핵심은 가, 차명 계좌와 이중장부를 통한 회계조작을 통한 불법이다. 투기자본은 먹고 튀어야(먹튀)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수법을 동원한다. 그런데도 이것을 그들은 '선진금융기법'이라고 포장한다.
⑩ 환투기 : 오늘날 투기자본은 단순히 투자수익인 고배당과 매각차익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추구한다. 제조업의 경우도 단순히 투자, 생산, 이윤극대화만이 아니라 국내외 환율변동에 다른 제조업의 금융화를 시도한다. 최근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현혹해 키코라는 파생상품을 판매한 것도 일종의 위험회피수단인 '환헤지'가 아니라 '환투기를 유도한 측면이 크다.
⑪ 세금회피(포탈) : 1998년 제일은행이 17조 원의 공적자금을 통해 회생된 뒤 뉴브릿지캐피털에 팔렸다. 그들이 2005년에 영국계 스탠다드차트 자본에 팔고 나가면서 1조 2000억 원의 매각차익을 남겼지만 세금 한 푼 물지 않았다. 이중과세방지협약에 의해 본사가 있는 곳에만 세금을 낸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본사를 두었지만 이곳은 세금면세(tax haven)지역이었고 이 곳에 종이회사(페이퍼컴퍼니)를 두고 한국에서 실질적인 영업을 햇던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하고 있다. 그들은 이를 절세(節稅)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세금포탈인 절세(竊稅)를 하고 있는 셈이다. 어피니티의 본사를 홍콩에 두고 주로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데 세금회피의 가능성이 크다.
⑫ 기술유출 : 대표적으로 쌍용자동차 기술을 헐값에 빼나간 것이 상하이자본이다. 자동차 한 대 생산 기술이 3000억 원에 달했는데 200억 원 정도만 내고 가져갔다. 그 외에도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전산망을 통한 모든 기술을 이전시켜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가술을 유출시켰다. 그들은 기술이전이라고 우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인도 마힌드라에 위한 상용차 매각 역시 마힌드라가 삼륜차, 농기계 회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술유출을 노리고 인수 전에 뛰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⑬ 청산 : 다 빼먹고는 공장을 폐쇄하고 도망친다. 일종의 야반도주다. 쌍용자동차의 경우는 법정관리 형식을 빌었지만 발레오 공조 같은 경우는 그냥 공장을 폐쇄하고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직후 구미 오리온 전기 같은 경우도 투기자본이 공장을 청산하고 철수함으로써 수천 명의 노동자가 길거리로 내몰린 경우다. 최근 대만계 이잉크 투기자본이 먹튀한 하이디스의 경우 노동자들이 노숙농성과 대만 원정 투쟁 중이다.
⑭ 국가권력의 노동탄압 : IMF 외환위기 직후 한라그룹(만도 등 계열사)이 투기자본에 넘어가고 구조조정을 가하자 노동자들이 이에 저항했다. 김대중 정부 최초로 공권력을 투입해 제압했다. 이명박 정부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77일간 파업을 벌이는 공장에 공권력을 투입해 폭력적으로 파업을 파괴했다. 오늘날 국가권력은 투기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이제 국가는 세계화된 자본의 하위 파트너다. 국가는 자본의 대행기관이다. 정치행태로 민주와 독재로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신자유주의 정부의 노동정책은 대동소이하다.
3. 영국TESCO의 홈플러스 매각과 투기자본/사모펀드 인수전
1) 홈플러스 회사 개요
영국 TESCO 자본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홈플러스주식회사(80.5%), 홈플러스테스코(18.3%), 홈플러스 베이커리(1.2%) 등 3개 법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장 보유수는 홈플러스(주) 대형매장 107개, SSM(홈플러스익스프레스) 377개, 편의점(365플러스) 300여개, 홈플러스테스코 대형매장 33개 등이 있다. 2013년 매출액은 9조 1,592억원, 영업이익 2,980억원당기순이익 4,993억원이었고, 2014년에는 매출 8조 7,556억원, 영업이익 1,824억원, 당기순이익은 (-)3,544억원을 기록했다.
10만여명의 노동자, 2천여개 중소기업, 수천명의 입점업체 자영업자, 1천만의 소비자 등이 관련된 시가 7조원 내외의 대형유통업계 2위인 홈플러스 매각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 1위는 매장 수 150개, 매출액 12조 3천억원의 이마트이고, 3위는 매장수 109개, 매출액 6조 5천억원인 롯데마트다.
2) 1차 입찰 인수후보 선정
지난 6월 5일 영국TESCO가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로 HSBC를 선정하고 투자업계에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6월 24일 MBK파트너스, 칼라일그룹, CVC캐피털파트너스,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골드만삭스, 오리온-TPG(텍사스퍼시픽그룹) 등 7개 업체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7월 1일 그 중 칼라일, KKR, 어피니티, MBK, 골드만삭스 등 5개 업체가 선정됐다.
① 칼라일(Carlyle Group)
1987년 지미카터 정책보좌관 출신 루벤스타인이 설립했다. 일명 ‘대통령클럽’으로 불린다. 주요수익은 군수산업에서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5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며 블랙스톤그룹에 이어 세계 2위다. 던킨도너츠 등 세계 200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IMF외환위기 당시 한미은행을 인수해 씨티그룹(씨티은행)에 매각해 8천억원의 차익을 남긴 바 있다. 당시 칼라일 한국대표가 현 MBK대표 김병주였다. 그 후 씨티은행은 노조말살정책을 폈고 노동조합의 투쟁이 있었다.
보안업체 ADT캡스를 2조 1천억원에 인수했고, 중국 관광객 유커에 인기가 큰 한국 신성 잇츠스킨 화장품(6초에 한 개씩 팔린다는 달팽이 크림)을 2조원에 인수하려다 중국정부가 화장품 보따리 장사(다이공) 규제로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칼라일의 마이클 카바나 공동대표(49세)의 연봉은 1억 6천만원에 불과했지만 현금보너스는 스톡옵션(주식 3200만주)으로 58억원이었다. 그는 최근 미국 최대 케이블업체인 컴 캐스트로 이동했다. 칼라일 측은 이를 두고 “위대한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들 눈에 한국 홈플러스도 위대한 유통업체일까? 칼라일은 마이크 듀크 월 마트 의장을 영입했다. 프로야구 선수나 감독처럼 경영성과나 연봉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있다. 칼라일은 최근 자신의 보유주가 30% 하락과 3조원의 투자손실을 입었다. 이제 홈플러스 인수를 통해 그 손해를 메우려 하는 지도 모른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공격해서 말이다.
② KKR
1976년 제롬 콜버그, 헨리 크레비스, 조지 로버츠가 설립했다. 그 중 제롬 콜버그는 1925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입사했다. 베어스턴스는 뉴욕 월가 5대 투자은행이며 미국 2대 증권사였는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파산해 JP모건 체이스 은행에 인수됐다. KKR은 1979년 LBO(Leveraged Buy-Out)을 통해 성공하게 되는데 LBO는 M&A때 인수기업의 자산이나 향후 현금 흐름을 담보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라 할 수 있다. 국내은행에서 담보대출 받을 경우 외자유치라는 선전은 거짓이 된다.
KKR은 OB맥주 인수 당시 세금회피를 위해 조세회피지역에 서류상 회사(Paper Company)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영업했는데 국세청이 7100억원 배당금에 대해 1500억원을 부과했는데 미납했다. 년 같은 방식으로 한국토지신탁 인수를 시도했는데 케이먼군도 등에 Paper Company를 세운 뒤 국내 금융자본을 끌어들여 인수하려 했다. 투기자본은 자기 돈이 아니라 국내 돈을 끌어들여 인수한 뒤 이익에 대해 세금도 내지 않고 먹튀하는 수법을 구사한다.
KKR은 매각 주관사 HSBC(홍콩상하이은행)에 홈플러스 가격 낮게 제출해 예선 탈락했다가 다시 후보가 됐다. 초기에 KKR 내 글로벌 서열 3위급으로 평가되는 조셉배 아시아 대표 통해 입찰 참여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SEC(증권거래 위원회)에서 2005~11년, 피인수기업에 막대한 부채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숨겨진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벌금 부과 받았다.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본이다. 그래서 향후 3년간 국내 금융기관은 인수할 수 없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가능하다고?
그런데 KKR이 홈플러스 노조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보면 “2009년 한국 맥주 업계 2위 OB맥주를 인수해 불과 몇 년 만에 확고한 1위 기업으로 성장,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어떠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었고, 종업원과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으로 상생 협력 문화 형성했고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 높임, 현 시점에서는 홈플러스 노조협의가 허용되지 않음을 양해바람, 향후 발전적 대화 나눌 기회가 있기를 바람”(2015.8.11. 질의에 대한 답변이 8.17 도착함)이라고 되어 있어 투기자본의 모양새는 찾아볼 수 없다.
③ 어피니티(Affinity)에퀴티 파트너스
Affinity는 ‘친화력’, ‘친밀감’이라는 영어 단어다. Affinity는 KY탕과 삼성전자 출신 박영택이 공동회장이다. MBK파트너스와 함께 소위 토종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다. 작년 OB맥주를 팔아서 공동인수자 KKR과 함께 각각 2조원 차익을 얻은 바 있다. 이 사모펀드는 2001년 해태제과 인수 후 783억원 등 2005~2010년 사이 2148억원, 그 외 하이마트 1조 5천억원, 스카이라이프 1100억원, 풀무원 1000억원 등 3조 5천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지난 10여년간 수조원의 매매차익을 남겨 ‘불패신화’를 기록 중이다.
Affinity는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한국계 실무자를 두고 한국에 주로 투자한다. 본사가 홍콩에 있다는 이유로 세금은 그 곳에 납부한다. 실질적인 영업장소는 한국이다. 세금을 어디에 내는가가 항상 쟁점이다. 서류상 회사인 Paper Company는 주로 조세회피지역(Tax Haven)에 둔다. 박영택회장은 주로 해외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일은행을 인수했던 뉴브릿지케피털이나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처럼 투기자본의 행태는 비슷하다.
Affinity는 우리은행 매각 시 지분 인수도 시도하고 있다. 산업자본처럼 비주력금융자본은 4% 이상 매입 못하나, 의결권 포기 조건으로 금융위원회 승인 얻으면 10% 보유 가능하다는 기준을 이용할 예정이다. 전 금호 렌트카 였던 KT렌탈(KT+MBK)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는데 1라운드에 최고가 9500억원 베팅하고 그 중 6000억원은 국내 금융부채로 충당하려 했다. 결과는 1조원이 넘는 베팅으로 롯데가 인수했다.
Affinity는 3조 8천억원에 달하는 블라인드 펀드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 펀드는 미리 투자자금 모집 후 투자처 물색하는 펀드다. 고객이나 운용사도 사전에 모른다. 내부 규정 10% 투자를 전제로 3800억원 + 200% 마지노선 차입하면 1조원까지 베팅 가능한 펀드다.
④ MBK파트너스
- ‘마이클 병주 김’의 이름을 땄다. 경력을 보면 1963년생, 포스코 박태준 넷째 사위, 하버드대 경영학과 및 MBA석사 출신이다. 그리고 살로먼 스미스바니(현 씨티그룹)와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한 월스트리트 맨이다. 1999년 37세 때 살로먼스미스바니 아시아 지역 투자금융 최고운영자 겸 한국사무소 상무이사를 역임했고, 칼라일 아시아본부 회장 때 한미은행 인수 후 씨티그룹에 매각해 8000억원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미래에셋 자산운용(정상기 부회장)에 이어 한국의 투자금융부문 2위다. 지난 10년간 6~7조원 사모펀드를 운영해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2013년 1월, 웅진코웨이를 1조 2천억원 인수한 뒤 매각하려 한다.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매각할 당시 주가는 3만원대였지만 현재는 9만원에 육박하고 있어 3조원이 넘는 규모다. 당시 매각 자문사는 골드만 삭스였다.
MBK는 2013년 업계 순위 3위, 240만 가입자를 가진 케이블통신업체 C&M을 2조원에 인수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후 단체협약을 파기하고 109명을 해고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177일 노숙농성을 전개했고, 작년 12월 31일 정리해고가 철회되어 임성균, 강성덕 두 조합원이 50일 만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MBK가 대주주인 C&M과 HK저축은행(구 한솔)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⑤ 골드만 삭스(투자은행, 증권회사)
골드만 삭스는 1869년 독일계 유태인 마르쿠스 골드만이 뉴욕에 설립한 약속어음 거래회사로 146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와 함께 3대 투자 회사였다. 한국 IMF외한 위기 당시 경제신탁통치 주둔군 역할을 한 빌 클린턴 당시 재무부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과 조지W부시 당시 재무부장관이었던 헨리 폴슨은 골드만 삭스 출신이었다. 이 곳 출신이 유럽중앙은행, 캐나다와 영국중앙은행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 변호사 출신 투자금융가 로이드 블랭크 파인이 회장이다.
최근 석유회사 엑슨모빌 매수하고 셰브론을 매도했다. 엑슨모빌은 1870년대 록펠러가 세운 스탠더드 오일에서 출발하였는데 20세기 초반 미국의 반독점법에 의해 쪼개지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다. 다국적기업 시가총액 기준으로 1위 애플 860조원, 2위 구글 544조원, 엑슨모빌 410조원로 3위다. 참고로 삼성전자도 221조원에 달한다.
골드만 삭스는 투자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전망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최근 중국정부 주가 폭락 사태를 전망하면서 “중국 정부가 지난 6월 이후 약화된 자국 주식시장 위해 167조원 투입했고 증시지원금이 180조원 남아 있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최근 중국의 알리바바 닷컴은 전 골드만 삭스 부회장을 영입했다. 알리바바는 중국기업가 마윈(馬雲)이 1999년 설립한 B2B 온라인 거래 서비스인데 현재 시가는 175조원에 달하고 최고 250조원까지 평가된다. 골드만 삭스는 알리바바 초기에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가 200억원을 투자할 때 50억원을 투자하는 조심성을 보일 정도로 세밀하다.
현재 MBK의 코웨이 매각 자문사이다. 1998년 초기에는 진로 매각 자문사였지만 부도난 진로채권을 700억원에 매입해 최대 주주가 되었고, 2003년 법정관리를 거쳐 2006년 하이트에 3조원대로 매각하였고 2011년 하이트진로로 바뀌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 뿐만 아니라 거대 연기금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500조원에 육박하며 세계 3대 연기금이다. 현재 해외주식 57조원, 해외 채권 20조 원 등 해외에 100조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간 국민연금보험료는 35조원이고, 투자수익이2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가면 미국 관료들보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이나 투기자본 대표들이 친분을 쌓기 위해 더 밀착하고 있다고 한다.
사모펀드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연기금이 투자되고 있다.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C&M의 4대 주주 중 하나인데 꼬박꼬박 국민연금을 낸 노동자가 바로 그 국민연금의 수익을 위해 해고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서울외곽고속도로 북부구간인 서울고속도로(주)의 경우도 국민연금이 84% 지분으로 최대 주주이다. 역시 높은 수익을 위해 남부구간보다 2.5배나 높은 통행료를 징수하고 톨게이트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차별하고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3) 2차 입찰, 분할매각과 1조원대 고배당 먹튀
8월 중순 2차 입찰과 그 이후 진행과정을 통해 MBK파트너스-국민연금관리공단-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칼라일그룹-싱가포르 투자청(GIC),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 컨소시엄의 3파전 양상이다. 테마섹과 GIC는 싱가포르 2대 국부펀드다.
2차 입찰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살펴보자.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본 입찰에 참여한 MBK파트너스에 1조원의 투자금을 제공하고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비밀스러운 투자약정을 맺었다고 한다. MBK는 2013년 업계순위 3위이자 수도권에서 240만 가입자를 가진 케이블통신업체 C&M을 인수하여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가기 위해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저항에 부딪친 바 있다. 그런데 4대 대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은 실제 국민연기금을 만든 장본인인 노동자가 해고당해 길거리와 고공에서 농성을 하든 말든 투자수익에만 골몰한 채 이를 외면하였다. 이제 다시 홈플러스에서 MBK와 국민연금이 제휴하고 거기다 싱가포르 국부자본인 테마섹까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한다.
2차 입찰과정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영국 테스코가 우선협상대상자로부터 1조원대의 고배당을 챙기는 조건으로 분할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부유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먹튀행각이고,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측면에서 보면 약탈자본의 전형적인 행태다. 테스코가 영국 국내에서의 경영손실을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에 전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테스코는 이미 홈플러스로부터 받아간 상표 사용료와 배당금 약 2000억원, 회사채 이자 수익 약 9000억원 등 이미 1조3000억원을 회수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알면서도 테스코에게 많은 이익을 남겨주면서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투기자본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또 다시 구조조정을 통한 매각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투기자본에 맞선 투쟁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홈플러스를 투기자본에 매각하지마라, 시민대책위’는 매각이 진행될 때부터 홈플러스 매각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첫째, 전형적인 먹튀매각이다. 6월초부터 매각절차를 비밀리에 진행시켜 왔다. 매각가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각 가격이나 인수업체의 적정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공론화 과정 없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사모펀드 간 경쟁을 통해 매각을 추진해 왔다. 노동자들이 소비자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 같은 것은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둘째, 철저하게 비밀 매각이다. 기업의 매각은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노조와 직원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언론을 통해 매각 진행 사실이 속속 보도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홈플러스경영진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딴청을 부렸다. 지난 8월 11일 본사를 방문한 노조 간부들이 면담을 요청했을 때 셔터문을 내린 채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일개 구멍가게가 아니다. 2만 5천 직원, 10만 간접고용 노동자 , 2천 협력업체, 1만 입점 업체, 1천만 소비자와 밀접하게 연관된 대형 유통업체이다. 이처럼 광범위한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비밀매각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
셋째, 투기자본/사모펀드로의 매각이다. 1차 입찰에서 후보로 선정된 5개 업체 모두 사모펀드이다. 그 동안 투기자본 사모펀드가 보여준 행태는 단기투자수익을 쫓아 움직였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기업 경영자가 아니다. 기업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기는 존재다. 그들은 차익을 남길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2차 입찰에서 한국의 국민연금과 싱가포르의 2대 국부펀드인 테마섹과 GIC가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전혀 다르지 않다. 연기금이 수익을 목표로 하는 한 투기자본과 전혀 다르지 않다. 앞에서 자본은 본질적으로 투기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후복지를 위한 기금의 안정성을 위해서 출발했지만 투자의 장에 나서는 순간 투자수익을 위해서는 투기적 속성이 발현된다는 점이다. 물론 직접 투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리인인 사모펀드의 행태를 묵인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칼라일, KKR 등 세계적인 사모펀드와 국민연금과 테마섹 등 세계적인 연기금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홈플러스 인수전에 참가하고 있다. 최종 인수자가 어떻게 되든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노동자들과 소비자를 배제한 졸속비밀협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매각하려는 자본이나 인수하려는 자본이나 더 많은 이윤이나 차익 외엔 관심이 없다. 경영자들이나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시민대책위는 전국의 매장과 거리에서 홈플러스를 투기자본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하는 선전, 서명 등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비밀졸속매각추진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투기자본, 약탈자본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 먹튀비밀매각 방지를 위한 입법을 넘어 유통의 공공성,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사회적 소유를 실현하는 데 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15.9.1, 국회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