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두 번 장례식에 다녀왔다. 두번째엔 비까지 왔다. Wind shield가 미처 비를 닦아내지 못했다. 앞이 보이다 안 보이다 했다. 비는 장례식과 어울리는 것 같았다. 오랜 투병생활을 하던 내 또래 밖에 안 된 사돈의 장례식에 가는 길이었다. 비때문에 차가 많이 밀렸다. 드디어 도착했을땐 이미 식이 시작해 있었다. 고인은 병환 때문에 많은것을 잃었으나 가장 귀중한 것을 지킨 분이라는 목사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오랜 투병으로 여러가지로 힘들었을텐데 털털한 웃음을 잃지 않던 모습이 떠올랐다. 원망도 슬픔도 보이지 않았었다. 주님의 뜻을 받아들인 사람의 평안함이 보였달까.
Memento mori 라고 했던가. 요사이 자주 가게 된 장례식때문에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됐다. 철학적 추론이 아니었다. 나보다 젊은 사람들의 죽음으로 꼭 남의 일이 아닐수 있다는 자각이었다. 내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란 깨달음이 피부에 와 닿았다. 내가 죽는다면 어떨까 생각하며 옆에 앉아 있는 남편을 돌아보게 됐다. 한 묶음의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죽음까지 같이 할수 있는건 아니기에. 남편없는 나나 내가 없이 혼자인 남편을 상상하는건 어려웠다. 남편에게 만약 죽을 경우가 생기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니 아이들이 다 결혼해 잘 살고 있으니 자기는 여한이 없을거란다. 살려고 너무 아둥바둥하지 않겠단다. 실제 그 상황에서도 그런 말을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럴순 없다고 집착하는것 보다는 낫게 생각됐다.
삶에 대한 애착이 없을수 없겠지만 죽음을 앞에 두고 그냥 cool하게 받아들일수 있으면 좋겠다. 내 생명이 내게 속한게 아니라 그분의 뜻에 따라야함이 확실한데 무슨 말을 더 할까. 이태 전엔가 암으로 생을 마감하는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와서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정말 설레지 않니? 그리운 주님의 품에 곧 안길 일이.”
첫댓글 마지막 떠나는 길을 보면 누구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죠.
우리의 생명을 주관하시는 이는 그분 뿐이죠. 언제든 우리도 걸어가야 하는 그 길인데...
오늘을 선물로 주신 주님이니 오늘은 마음껏 행복하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