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라기엔 무더운 오후, 홍대입구역에서 문돌님 작업실(현재는 사용하지 않으신다고 함)까지 걸어갔습니다. 대전에서 KTX를 타고 올라와 다시 공항철도를 타고 그 다음 도보로 20분을 걸으니 좀 힘들긴 했어도 학인들 만날 기대에 행복한 여정이었어요. 아직 문돌님이 도착하지 않아 계단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좀 지쳤었나 봐요. 문돌님이 택시에서 내리는 걸 보고도 벌떡 일어나서 반기지 못했거든요. 더운 날씨에도 멋지게 차려 입은 문돌의 미모에 정신을 살짝 놓았나 싶기도 하구요. 시간이 좀 지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미안해졌습니다. 괜한 변명 같아서 말은 못했어요. 이 글을 읽는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바라요.
곧 여정과 눈썹달이 왔어요. 눈썹달은 집에서 정성껏 쿠키를 구워 왔어요. 쿠키를 구으면서 학인들을 생각한 그 순간들이 떠올라서 참 고마웠습니다. 여정은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사가지고 와서 나누었어요. 알고 있었지만 새삼 참 좋은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딸과의 여행을 반토막내어 서울로 올라온 나의 시간이 이 아름다운 사람들 덕분에 빈틈없이 꽉 채워졌습니다.
6월 모임에 나눈 책은 『돌봄 선언』이었습니다. 책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모두가 비슷했어요. 번역체라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것, 어쩌면 논리가 부족한 구호들의 나열에 그친다라는 점 등이요.
또, 아직 글로 다 쓰지 못한 여정과 문돌의 돌봄 사례 등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돌봄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한 돌봄의 행위자가 갖는 여러 가지 인식과 마음 상태 등에 대해 밀도 깊은 이야기를 했답니다. 참석자 모두 글을 충분히 읽고 이해한 후 모임에 임해서인지 나눈 이야기들이 풍성했구요, 그래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값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소 헐거운 자리가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좀더 알찬 모임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진정으로 힘이 되는 그런 관계가 되려면 더 많은 책임이 필요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책의 내용을 가장 간명하게 보여주는 글을 덧붙일까 합니다. 그럼 다음 달에 만나요.
'돌봄'은 사회적 역량이자, 복지와 번영하는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살피는 사회적 활동이다. 무엇보다도 돌봄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우리의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을 인지하고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첫댓글 서로가 서로에게 진정한 힘이 되는 관계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말, 쿡 와서 박힙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일주일을 묵혔네요. 어쨌든 풀어내 보았습니다.
일주일 묵힌 그 마지막 문단에 저도 마음이 욱씬 거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