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인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2021년 12월 3일 청와대에 초청받았던 날을 회상하며 올렸던 글)
지난 연말 청와대에 초청받았다.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홍보대사 자격이었다. 한 해 활발히 활동한 열네 개의 봉사, 나눔 단체의 기관장과 대표하는 인물을 초청해 대통령이 격려하고 상징적으로 기부하는 자리였다. 처음 참석하는 청와대 공식 행사가 기대되고 긴장도 되었다.
일찌감치 경복궁에서 출발하는 청와대행 버스에 올랐다. 초청받은 사람들의 면면은 대단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봉사 단체의 대표와 더불어 홍보대사들이 격식을 갖춰 참석했다. 구세군, 월드비전, 적십자, 유니세프 등의 이사장과 티브이에서 보는 유명 연예인들이 한 버스에 있었다. 구연인 그들은 각 단체의 올 한 해 활동과 사회적 현안, 덕담을 나누었다. 대의와
선의가 함께하는 낯설고 새로운 세상이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공식 행사가 시작되었다. 장내 소개와 함께 대통령, 영부인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공식적이지만 온화한 자리였다.
그중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기부자로 참석한 한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대통령, 영부인, 비서실장, 단체의 이사장, 유명 연예인 틈의 왜소한 체격의 구순 할머니. 그 대비는 너무 뚜렷해서 영화나 만화 속 장면 같았다. 어느덧 할머니의 차례가 되자 대통령 내외는 직접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축하러 나갔다.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한 분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영부인의 손을 잡은 할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할머니는 온전히 남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었다. 당신은 남한산성 앞에서 김밥을 팔아서 번 돈과 자신의 집과 땅을 포함한 전재산 6억을 기부했다. 단순히 금전뿐이 아니었다. 스무 살 전에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당해 가족 없이 살던 할머니는 40년 전부터 길에 버려진 발달 장애인을 가족처럼 돌보며 살았다. 고령이 되자 남은 것은 거동이 불편한 몸과 셋방의 보증금 뿐이었다. 할머니는 셋방을 뺀 보증금 2천만 원마저 기부하고 거처를 옮겨, 예전 당신이 기부해 복지 시설이 된 집에서 평생 돌보던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성자였다. 할머니가 청와대에 초청받아 영부인의 손을 붙들고 우는 장면은 어느 드라마 같았지만, 현실이었다. 지극한 현실이라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먹먹한 표정으로 우리는 회담장으로 향했다. 대통령 내외는 할머니를 모시고 선두에서 이동했고, 사람들은 그 뒤를 따랐다. 대통령의 간단한 인사말과 각 단체의 발언이 이어졌다. 자리의 무게에 걸맞은 정돈된 언어들이었다. 소외된 이웃이 있는 봉사 현장과 새로운 나눔의 방향, 발전한 국가 위상과 더불어 베푸는 국가로서의 고민이 이어졌다. 이윽고 영부인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의 발언 차례가 되었다. 모두는 어떤 부채감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발언을 시작했다.
"저는 가난했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근근이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돈이 없어 배가 고팠습니다. 배가 고파서 힘들었습니다. 열 살부터 경성역에 나가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습니다. 그렇게 돈이 생겨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먹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습니다. 돈만 있으면... 그 뒤로는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주었습니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내밀어 주시는 손을 잡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팔십 년 전의 따뜻한 손을 기억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할머니, 그 손 때문에 모든 것을 남에게 내어주신 할머니, 옆자리의 영부인이 가장 크게 울고 계셨다. 그것은 압도적인 감각이었다. 그 자리의 많은 사람들 또한 치열한 선의로 살아온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높은' 무엇인가가 있었고, 앞으로도 일정 지위의 삶을 영위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따뜻한 손을 나눠주기 위해 자신이 얻은 모든 일생을 조용히 헐어서 베풀었다. 구순이 넘는 육신과 이미 모든 것을 기부했다는 사실만큼 당신을 완벽히 증명하는 것이 없었다. 그 패배가 너무 명료해 '봉사'라는 명목으로 모인 사람들은 그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떤 한 생은 지독하고도 무한히 이타적이라 무섭고 두렵기까지 하다. 그것은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존재를 직면했을 때 경험하는 경배일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청와대에서 조우한 것은 화려한 건물이나 높은 사람들도 번듯한 회의도 아니었다. 범인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혼이 펼쳐놓는 한 세계였다.
첫댓글 1빠 근무중 이라 원문은 나중에
진정 훌륭한 자세임
원문이 증헌게 아녀
한 댓글 한 댓글에
일희일비하는 글 올린이들의
갈망을 제대로 공감하는
기부댓글의 끝판왕이지
감사하오
아름다운 이야기
아니..
숭고한 삶이다.
12월 첫날이자
한 해의 마무리에
맘에
길을 내어 주는 글
고마워
르네의 댓글이 명품이네 ~~^^
내가 우리가
가고싶었지만 갈수없었던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침반인것
최소한의 방향성만은 잡아주는
1달 잘 마무리하시고
우리의 숭고한 삶은 몰까?
너무 깊게 가지 말라구?
우리의 숭고한 삶은
길냥이 안때리는거
나아가 우쭈쭈 눈한번 맞춰주는거
아파트 경비님들에게 웃음으로 대하는것
편의점 알바에게 물건 탁 내려놓지 않는것
5만년만에 간 장날 보똥 떠리쳐주는거
등등등 어때?
@아하
할머님의 삶이
아낌 없이 주는 나무네..
존경 스럽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될수없음에 가끔은, 5만년에 한번씩은 우울하곤해^&^
아하야
논문준비 하는거야?
매일 이렇게 장문의 미문으로…
극찬한데이
다시 읽자
어디 보자
한때 진짜 어렸을때 아마 중1때쯤
사설을 매일 받아쓰고 정독했다우
무려 3일간이나....
ㅡ.ㅡ
위로가되는
그래서 치유가 될것같은 마음이 생기네
많이가져서만이 남을 돕고 의로워지는것은 아니지…
그나저나 내 미래를 생각하니
떠나가신 아빠 가 늘 하셨던 말이 생각나네
친구가 밥을 사면 너는 밥에다가 차나 술까지 살수있는 마음을 가져라
늘 더불어 살아라 하셨는데…
생각하니.내 미래는 독거노인 일세 ㅠ
"중국집갔을때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회식을 갔을때
홀에 자장면이나 짬뽕 볶음밥만 보이거든 너도 그 이상은 시키지마라
불가능하면 방에들어가 시켜라
인생은 그랗게 사는거다"라고 배웠음
지켰느냐?
뭐 내가 자장면의 홀이라
기회가...쀼드득
힘들 때 진심으로 내밀어 준 손을
잡아 본 사람은 그 온기를 잊지 못하지.
대단한건 아니라해도, 생명의 온기 일수도...
그 간절한 고마움이 나눔의 기쁨을 깨닫게 된것도 그 할머니의 심성이 고았던 걸꺼야.
어려웠을 때를 한 맺힘으로 살았다면
돈과 권력에 눈 먼 괴물이 될수도 있잖아.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그런부류들...
할머니의 거친 손..나도 잡아보고 싶다.
그치 다먀?
내 거친 손도 잡아줘 ^^
아하가 그러는데 내손에 굳은살 베겼데 ㅋ
처음엔 여리허고 약하게만 봤는데 이젠 내눈이 틀렸음을 인정할때야
양방 잘 지켜줘 잔다르크야
우리 다미아^^
@미리 미리야
언제든지~꼭 잡을게.
그리고 놓지 않을게, ^^
@아하 ㅎㅎ
내가 여린 캐릭터는 아닌데~~~
더 알면 푼수기질 다분해.
잔다르크는 과분하지만 덥석~!!!
그나저나 이젠 역전의 용사 우리 아하가 조금 걱정됨 ㆍ
어느 시간대에 와서 봐도 흔적이 있단 말이지
뼈를 묻을려고 너무 고생하는것 같은데?
ㅋ ㅋ
밥은 먹었니
암!!! 밥은 먹고 다니지
이게 보통 노가단가
떠날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꼬질거리나라는
시도 있잖오?
잘 지내고있어야해 알았지?
@아하 조세희 메비우스의 띠
가물가물 ㅋ
아 그리고 다미아하고도 손잡은 사이야 우리 퀴즈방가면 딱 중거있오 ㅡ.ㅡ
@아하 그.증거 찾으려면
난 또 눈 뱅글뱅글
어리버리~ ㅋ ㅋ
찾아보리닷
@미리 퀴즈방 내 마지막 퀴즈문제얌
아이 디끝있어라 췟
@아하 그렇지~~
우리 손잡고 떠난 사이야.ㅋ
근데..
자수하는데
다시 가서 기웃대다가 또 상처 받았어. ㅋㅋ
@다미아 뿌드득 퀴즈방인간들!!! 에잇
@다미아 아하가 올린 글이 너무 감동적이여서
댓글 놀이하다가 선배랑 약속 시간을 ㅠ
맛있는 복어회 사준다 했는데
노상에서 떨게한 죄로 내가 사야할듯
참 좋은 친구들이야 ㅋ ㅋ
@미리 헉 쏘리 그거 겁나 비쌀텐뎅
@미리 헉~~나도 쏘리~~^^
@미리 뭔가 쎄~~~~혀 뭔가
@다미아 아냐 니네가 왜? ㅋ
얻어 먹는거 보다 사는게 더 편해 사실은
@미리 거어뤠??? 참고로 난 얻어먹는게 지론이얌 잘 지켜 그거 참거만하세여용
@아하 한국에만 와 뱌바~
모든 아까울까^^
또 양방 쳐다보네
돌아삐~
@미리 300달성!!!
@아하 와!진짜?
우리 아하 역활도 느므느무 커 ^^
@미리 귿은살 배긴 성구락 조바방
하이파이브!!!
@미리 이제 500으로!!!
입춘대길~~~
아니
주마가편!!!
@아하 팍 파바박~
지금쯤 조금 터프해도 됨
@다미아 상처받는 1인 추가요
당췌 그방은 못낑기게써
@양금 나두 양금아
갔다가.상처 받고 왔어 ㅋ
@양금 결정적 한방을 날려줘야는디...
쉽쟎넹 싑쟎옹
@미리 집단지성이 필요할때임
코를 납작허니!!!
다음 동화 숙제 이거 어때?
내 어린시절 최애 도서들 막 갖다 써..
갈매기의 꿈, 아낌없이 주는 나무, 꽃들에게 희망을 그리고...그리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볼아~ 엉엉
아하가 외출을 심하게 했어 ㅠ
@미리 흐음...
뭔일이래..
너무길어…. 한번에 다 읽기 힘들어. 오늘은 일단 후퇴. 내일 와서 마져 다 읽어야겠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