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녹색농촌체험마을 부안군 통정리 수련마을 [우슬재황토촌]

[하늘땅]

녹색농촌 체험마을 부안군 통정리 수련마을 [우슬재황토촌]

[복된 동네 정있는 마을] 궁벽한 산골오지에서 녹색농촌체험마을로

1. 통정리 수련마을

	기사인쇄

시민기자실 제공 

수련마을 전경. 열여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정겨운 산골 마을이다.

범바우 전설 속에 수련은 피고

통정리 수련마을은 상서면 소재지 지방도 705선을 따라 하서면 방향으로 가다가 지방도 736호선과 만나는 도화마을 사거리에서 내변산 도로를 따라 2킬로미터 지점 해발 120미터 우슬재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는 산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16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작은 마을이다. 예전에는 늦가을 우슬재를 넘어가면서 수백그루에 달린 빨간 감들이 매우 아름다워 어렸을 적 향수를 느끼게 했으나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

수련마을의 유래는 연꽃형국의 작은 봉분이 뒷산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고 있어 이 모양이 마을을 지켜주는 명당이라고 전해진다. 내변산을 가려면 반드시 이 마을을 지나 해발120m의 우슬재를 넘어가는데 예전에는 오솔길이었으나 일제 때 변산의 벌목을 위해 길을 넓혔다. 6·25이후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변산의 생키(소나무 속껍질)로 연명할 때 그 생키를 벗기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고 한다. 소리개재 밑에서 시작한 조그만 시내를 사이로 양쪽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70년대에는 40여 가구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16가구만이 살 뿐이다. 대대로 장수마을인 수련마을은 예전부터 노인분들이 아흔을 넘긴 경우가 허다하고 지금도 라명길(노인회장) 씨 모친 김양수 할머니는 95세의 노구임에도 아들의 밭일을 도울 정도로 정정하다. 예전의 이마을 어른들은 아흔 전후로 장수하였다니 맑은 공기, 수려한 산천 때문이리라.

자연석으로 쌓아 잘 가꾸어진 마을 하천.

최장수 김양수 할머니(95세)

녹색농촌체험마을 방문자센터(황토방).

운치있는 마을회관.

라현환 씨의 우슬재 황토촌.

살림살이 이모저모

개발위원장인 김상기(부인 유영희-순창댁) 씨는 대대로 유명한 천주교 집안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한 품성을 지녔다. 20여두의 소를 키우며 논과 밭을 일구고 뽕나무도 재배해 살림이 튼튼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마을이장인 이병석씨(부인 양갑자)는 40대 중반의 젊은이답게 녹색농촌체험마을 지정을 받아낸 일꾼으로 10여년 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농차 고향에 내려와 돼지 사육으로 꽤 많은 부를 쌓은 성실한 마을지도자다. 노인회장 라명길씨(부인 정앵순-신기리댁)는 젊어서부터 부안 일대에 일잘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논일은 물론 겨울 한철 빼고는 쉬는 날 없이 밭일에 매달려 살림 또한 튼튼한 가운데 마을 살림도 알뜰살뜰해서 젊은 사람들이 여간 조심스러하지 않는 분이다. 부녀회장 김윤임(원천댁) 씨는 원래는 상서 동림부락 부자동네에서 이곳 가난한 산골로 시집와 오십여년을 살았는데 수년전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들은 다 장성해서 도회지로 갔지만 논밭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면서 남의 집 일까지 도와주는 ‘의리파’ 부녀회장님이시다. 몇 년 전 KBS 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했는데 둘째며느리인 필리핀 이주여성 핀키씨 사연 때문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수련가든을 운영하고 있는 라봉식씨는 (부인 강양순-관선물댁) 한 때 자리를 예약해야 할 정도로 식당이 성업했으나 최근에 몸이 편찮아서 지금은 개점휴업상태다. 그래도 예전의 그 오리맛 때문에 심심찮게 외부손님이 많이 찾아온다.

이 동네는 라씨의 집성촌으로 라종환씨(부안 채희순-개나리댁)의 부친 라정백 선생은 부안 일대의 거부로서 어려울 때 이웃을 많이 도운 분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라종환 씨의 막내인 라현환(부인 이혜순-대전댁) 씨는 대학을 마치고 고향에 내려와 수정사로 수년간 부안 일대 소가축 농가의 소득에 일조해 왔고 지금은 우슬재 황토촌이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양계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인이다. 그는 부인과 함께 농악에도 깊은 조예가 있어 부부가 꽹과리치고 태평소를 부는 모습이 뭇사람들을 부럽게 하고 있다.

이병석 이장댁.

대목이 지었다는 라종환 씨 고택.

김경민 씨의 황토벽돌집.

6.25 참전용사 문태천 옹.

라명길 씨의 자제인 라운규(부인 김미야-대구댁) 씨는 부안중앙농협 창고장으로 있으며 아버지 못지 않은 성실성으로 주위의 높은 평을 받고 있다. 6·25참전 용사인 문태천(84세·부인 강연순-홍은이댁) 씨는 무공훈장을 받을 만큼 나라을 위해 몸을 던진 분으로 한시도 놀지 않고 일하는 분인데 요즈음 건강이 안 좋으셔서 부인 강연순 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따님 문순임(사창댁) 씨는 자주 부모님을 찾아 뵙는 효녀로 인근에 소문이 나 있다.

이 마을 토박이인 정용안(부인 홍득순-새앙골댁) 씨는 젊어서 서울 일대에서 장사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귀향하여 자녀들을 다 가르치고 지금은 격포음식점에 일 나가시는 부인과 오손도손 살고 있다. 송계이 씨는 비록 남편과 사별했지만 딸을 훌륭하게 키워 얼마 전 건실한 사위를 맞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상서인수당에 봉사하고 있는 마음씨 착한 황산댁이다.

동네 맨 위쪽에 살고 있는 최옥례 할머니도 구십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도 정정하게 버스를 타고 다니시고 유입분(산내댁) 씨도 노인회관에 자주 마실을 나와 서로 훈훈한 정을 나눈다. 이 동네에 몇 년 전에 이사 온 유수만 씨는 오랫동안 대학노동 운동을 했던 분으로 건강회복차 왔으나 이제는 정이 많이 들었고 시골마을의 일처리들을 자상하게 처리해주는 학식 있는 분이다.

원래 상서 소재지 출신이나 5년 전에 이 마을에 이사와 황토벽돌집을 거의 스스로 짓다시피한 김경민(부인 송영선- 서울댁) 씨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러번 실패했던 분으로 부인은 주산중학교 미술교사로 있다. 16가구밖에 안 되는 동네지만 2,3년 전부터 노인회장, 개발위원장, 전현직 이장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 발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노력한 결과 마을 외관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시냇물에 자연석 쌓기, 동네 마을회관 신축 현대식 다리 두 개와 나무다리, 여기에 각각의 집을 개보수하는 등 마을 경관에 힘을 쏟았고 등산길, 마을길, 풀뽑기 등 동네 울력으로 협동심을 높여왔다. 마을 일을 하다보면 소리가 나듯 이 마을도 예외는 아니지만 그것은 마을 발전에 대한 의욕들이 다들 커서 그럴 것이다.

류수만 씨 댁.

송계이 씨 댁.

수련가든.

이제 화합을 바탕으로 - 소득사업으로 연결해야

이제 수련마을은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었고 남은 과제는 마을 소득을 어떻게 올리느냐가 문제다. 4개 방문자센터(황토방)는 민박 준비가 끝났고 손님들을 맞이할 ‘시골 밥상’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부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결국 소득 있는 자연생태체험마을의 길로 가야 한다고 이병석 이장은 역설한다. 그리고 그 소득이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어야 할 것이다. 수련마을 사람들은 6월 말 마을 전체가 모여 다시 마을 만들기 사업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나온 길을 다시 촘촘히 새겨보면서 계획성 있는 녹색농촌체험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다.

수련마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화합의 바탕 위에 발전을’. 그만큼 마을을 위해서 화합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글=시민기자실 제공
사진=박창우 기자
삽화=량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