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생 조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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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영
K가 가끔 방문하는 ‘소나무언덕’ 작은 도서관. 우연히 손에 잡힌 소설의 끝은 “강현남, 이 개자식아!”로 끝났다. 충격이었다. 더구나 여성 작가의 소설인데.
어느 합평 모임에서 “그녀를 집에 넣어주고 돌아서기는 무척 힘들었다.”라는 문구에서 여성을 물건으로 보아 ‘넣어준다‘라고 표현한 것이므로 성인지감수성(性認知 感受性)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았다(의견이 있었다). 이 타임에 어느 여성 작가의 《현남 오빠에게》가 떠오르며 ‘아니, 그 여성 작가는 10년을 사귀고 본인에게 청혼까지 한 남자에게 욕으로 끝내던데…….’ 기가 찼다. 오늘부터 성인지감수성(gender sensitivity)에 대한 탐구를 해 볼까한다.
문득 소설의 도입부에 대한 김 선생님의 온라인 강의록에 “좋은 이야기의 기준 가운데 하나는 독자가 이야기를 다 읽고 첫 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도입 부분이 전체 서사의 일부로 느껴지고 이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그 뒤에 이어질 내용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를 상기하며 《현남 오빠에게》의 도입부 첫 단락을 살펴본다.
“저는 지금 우리의 단골 카페, 자주 앉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창 너머로 오빠가 일하고 있는 회사 건물이 보이네요. 일층부터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세어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칠층. 저 많은 창문 중 하나에 오빠가 있겠네요. 열 시간 후에 여기서 오빠를 만나기로 했지요. 하지만 더 이상 오빠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용기가 나지 않아 이렇게 편지를 남깁니다.”로 시작하는 페미니즘 단편소설.
K는 ‘소나무언덕’ 작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현남 오빠에게》를 읽은 지 십여 일이 지났다. 주인공은 10년 동안 사귀었고 최근 청혼까지 한 현남 오빠에게 쌍욕을 던지며 청혼을 거절한다. “개자식아!”로 끝나는 책을 한 구석으로 휙 던져버렸다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대출했다. 78년, 84년, 75년, 79년, 80년, 76년, 75년. 다른 작가 여섯 편의 글도 읽어보면 요즘 젊은 여성 작가들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요즘 젊은이 들의 생각도.
단편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는 초판이 2017년 11월. 초판 9쇄 발행이 2018년 7월이니 꽤 읽힌 단편소설집이다. 최근 작품이겠지 하고 무턱대고 읽었던 K는 당황했다. “강현남, 이 개자식아!”로 끝나는 소설이 7년 전에 발간된 것이라니. 여기에 이르러 뭔가 집히는 것이 있었다. 작은 아들이 출가하기 전까지 사용하던 방의 서고로 잰걸음으로 거의 뛰어갔다. 조남주의 장편소설집을 단박에 꺼내들었다. 《82년생 김지영》 1판 1쇄 펴냄 2016년 10월, 1판 29쇄 펴냄 2017년 8월. 요사이 기억력이 자꾸 무디어지는 데. 특히, 고유명사가 머리에서 뱅뱅 돌기만 한다. ‘아, 그 친구이었구나…. ’PD수첩‘, ’생방송 오늘아침‘ 등 시사교양 프리랜서 방송작가 경력 10년. 임신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었던…….’
K의 집에서는 2017년 연말쯤 토론이 벌어졌었다. 아니 논쟁이었다. 아내와 85년생, 87년생 두 아들과 토론이 벌어졌다. 거실에서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여 K는 서재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이야기의 톤이 점점 높아가고 “엄마는….” 하는 소리가 들려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갔다. 《82년생 김지영》을 직장의 동료들과 독서토론에서 읽은 아내. 다독가지만 소설은 별로 안 읽는 둘째가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있는 것을 본 아내가 넌지시 말을 붙인 것이 시발점이었다. 서로 다른 시각이 부딪쳤고 아내의 ‘나 때는 논리’로 둘째 아들을 제압하려는 순간. 결혼을 앞둔 첫째가 끼어들며 일이 커졌다. 요새 여자들이 엄청 달라졌다는 논리를 피며 세대 차이를 공략했다. K는 난감했다. 발화점인 소설 《82년생 김지영》도 안 읽었으니 난감했다. 평소 아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고 따르던 놈들인데. 오늘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K는 ’뭔 소설인데?‘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위기를 넘긴다. 녀석들의 설명을 들으며. 책 후미의 작가의 글을 읽으며.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책은 엄청 많이 팔리겠다.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겠네. 연애하려면 이해해두어야 할 책 같은데.” 하며 마지막에는 “야 녀석들아 니들 엄마한테 잘못보이면 짤 없어. 알지?” “엄마를 이겨 먹으려하면 안되지. 아, 엄마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구나 하고 말아야지.” K가 던지는 ’눈펀치’에 다음 달 결혼을 앞둔 큰 놈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고 작은 아들도 입을 닺고 아내도 빠르게 요즘 젊은이들의 긍정적인 부문을 강조하여 결론을 내렸다. 두 아들은 각자의 달팽이 굴로 쏙 들어가 버렸다. K는 아내의 손을 확실히 들어줘 확실히 점수를 땄다. 부드러운 토론이 격렬한 논쟁으로 바뀌었다가 아내의 완곡한 연설로 마무리되었다. K는 아내가 요사이 즐겨보는 드라마를 켜주며 보너스 점수까지 챙겼다.
K는 큰 놈 방에 슬쩍 들어가 “결혼 준비는 잘 되어가니? 민감할 땐 슬쩍 돌아가야지? 너라면 네 엄마가… 뭐든지… .”하며 오른쪽 어깨를 툭치고 작은 놈 방으로 넘어갔다. “요새 만나는 아가씨 있냐? 공부하듯이 만나는 거 아니냐? 공을 들여 공을….”하고 왼쪽 어깨를 툭치고 나왔다. 큰일이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고유명사 ‘조남주’가 생각이 안나다니. 큰일이다. 큰일.
조남주 작가는 딸 DY이 만 두 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면서 하루 중 반나절 시간이 생겼다. 그 외의 시간을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조남주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소설을 써본 적도, 배워본 적도 없었지만 ‘읽은’ 경험만은 충분했다.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속 썼다. 이게 소설일까, 혹은 소설 같은 걸까, 의심하면서.” 2년 동안 원고지 1000장 분량의 이야기 한 편을 틈틈이 완성했다. 가난하고 지능이 낮은, 그러나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이었다. 이 소설로 제17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았다. 은희경 작가를 배출하고, 천명관 작가의 이름을 알린 바로 그 상이다. 비정규직 이였던 조남주가 소설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된 것이다. 4년 만에 두 번째 책 《고마네치를 위하여》가 나왔고 2015년 9월부터 시작해 3개월 만에 탈고했다는 《82년생 김지영》이 2016년 10월에 출간된다. 당시 문학평론가들의 다양한 평가와 사회적 이슈와 맞물리며 공전의 히트를 쳤다.
K는 “이 개자식아!”로 끝나는 상스러운 단편소설을 읽고 작가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시작은 극히 부정적 이였다. 6년 정도의 ‘독박육아’, 6년 동안 두 편이 소설 집필 경험, 시청률에 목숨을 거는 시사교양 프리랜서 방송작가 경력 10년. 조남주는 이런 시간 속에서 마음 속 응어리를 교묘히 믹싱하여 독자들의 마음을 크게 흔드는 작품 구상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했고 집필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쩌면, 조남주는 본인의 이야기인 듯 한 글을 써놓고 가만히 있었는지 모른다.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문학평론가들의 다양한 긍정적인 평가와 다양한 부정적인 평가 속에서 사회적 이슈와 맞물리며 본인도 모르게 국내에 ‘페미니즘‘의 대명사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8년이 지났지만, 출신 대학교, 이전 직장, 스스로 밝힌 개인적인 경험담과 주장들을 제외하면 조남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본인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고 SNS도 하지 않는다. 안티 팬들도 많아서 일까. 《82년생 김지영》은 사회 전반에 페미니즘 성향을 가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였고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이렇게 고통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널리 알림으로써 사회 전체가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 그 수단이 테러, 폭력, 집회가 아니라 작품 출간이라는 건전한 방식이기 때문에 항구적으로 지속이 가능하다. 대만, 일본 등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관심이 집중되어 기존에 있던 다른 페미니즘 서적의 판매량도 증가하였다. 이후 페미니즘 진영은 '김지영'이라는 이름을 페미니즘을 대변하는 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K의 손에 들려있는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에는 딱 한 개의 독서용 접착 메모지가 붙어있다. 136쪽에. 87년생 둘째 아들은 왜? 이 페이지에 마크를 했을까? 뭐에 끌려서. 이 친구는 소설은 잘 안 읽는 친구인 데…. 다른 책들은 독서용 메모지가 덕지덕지 붙어있기가 다반사인데. K는 칠팔 년 만에 《82년생 김지영》을 넘기며 136쪽을 정독한다. 앞뒤 단락을 정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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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길 방법부터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몰려왔다. 이렇게 미안하기만 할 아이를, 키우지도 못할 아이를, 왜 낳으려고 하고 있을까. 김지영 씨가 한숨만 푹푹 내쉬자 정대현 씨가 어깨를 토닥였다.
“내가 많이 도와줄게. 기저귀도 갈고, 분유도 먹이고, 내복도 삶고 그럴게.”
김지영 씨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 그러니까 출산 이후에도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과 벌써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데에 대한 죄책감을 남편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정대현 씨는 차분히 아내의 말을 듣고 적절한 순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지영아, 잃은 것만 생각하지 말고 얻게 되는 걸 생각해 봐. 부모가 된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고 감동적인 일이야. 그리고 정말 애 맡길 데가 없어서, 최악의 경우에, 네가 회사 그만두게 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책임질게. 너보고 돈 벌어오라고 안 해.”
“그래서 오빠가 잃는 건 뭔데?”
“응?”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라며.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
“나 나도…… 나도 지금 같지는 않겠지. (생략) ”
김지영 씨는 정대현 씨의 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뒤집힐지 모르는 데에 비하여 남편이 열거한 것들은 너무 사소하게 느껴졌다.
“그렇겠네. 오빠도 힘들겠다. 근데 나 오빠가 돈 벌어 오라고 해서 회사 다니는 건 아니야. 재밌고 좋아서 다녀. 일도, 돈 버는 것도.”
안 그러려고 했는데 억울하고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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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작은 아들이 마크한 이유를 추론하기 위해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요약을 해본다. 김지영 씨는 1982년 4월 1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공무원, 어머니는 주부였다. 위로 언니가 있었고 아래로 남동생이 있었다. 여중, 여고를 다니면서 '여자라서 겪는' 몇 번의 사소하고 불쾌한 순간들을 경험했고 애써 잊었다. 언니 김은영 씨는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라는 부모님의 권유대로 교육대학에 진학했다. 김지영 씨는 인문대를 나와 홍보대행사에 취업했고, 아침마다 팀원들 자리에 취향에 맞춰 커피를 타서 올려놓았다. 직장 생활을 하다 출산을 하며 고민 끝에 퇴사를 했다. 김지영 씨는 남편 정대현 씨에게 어느 정도 ‘여성의 목소리’를 내지만 출산으로 인한 퇴사로 경력이 단절되고 길을 가다 ‘맘충’이라는 욕을 듣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게 된다. 이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상 행동을 상담하던 담당의사의 리포트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특이한 발상이다.
K는 소설의 도입부에 대한 김 선생님의 코멘트를 상기하며 《82년생 김지영》의 도입부 첫 단락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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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씨는 우리 나이로 서른 네 살이다. 3년 전 결혼해 지난해에 딸을 낳았다. 세 살 많은 남편 정대현 씨, 딸 정지원 양과 서울 변두리의 한 대단지 아파트 24평형에 전세로 거주한다. 정대현 씨는 IT 계열의 중견 기업에 다니고, 김지영 씨는 작은 홍보 대행사에 다니다 출산과 동시에 퇴사했다. 정대현 씨는 밤 12시가 다 되어 퇴근하고, 주말에도 하루 정도는 출근한다. 시댁은 부산이고, 친정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김지영 씨가 딸의 육아를 전담한다. 정지원 양은 돌이 막 지난 여름부터 단지 내 1층 가정형 어린이집에 오전 시간 동안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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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K는 그의 오래된 독서 습관인 작가의 글을 빠트리지 않고 읽는다. 언외의 숨겨진 비밀 메시지를 찾는 재미를 느끼며. 칠년 만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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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177~178)
자꾸만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쓰는 내내 김지영 씨가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살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늘 신중하고 정직하게 선택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김지영 씨에게 정당한 보상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다양한 기회와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지원이보다 다섯 살 많은 딸이 있습니다. 딸은 커서 우주비행사와 과학자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딸이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되어야 하고, 될 거라 믿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딸들이 더 크고, 높고, 많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년 가을
조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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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르러 K는 조남주는 프리랜서 방송작가 경력 10년. 6년 정도 ‘독박육아’, 6년 동안 두 편의 소설 집필로 얻는 새로운 직업 ‘소설가’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평가하기에 이른다. 작가 조남주는 페미니스트와 상관없이 ‘지원이보다 다섯 살 많은 딸’의 미래를 아니 ‘이 시대의 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극히 정상적인 전업 소설가임을 의심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지금까지도 페미니즘(Feminism; 여성주의; 女性主義)은 매우 광범위하며, 아직 제대로 정의되지 못하는 개념이기에 수많은 분파가 있어 페미니즘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 性認知 感受性) 역시 객관성 문제와 용어의 모호함, 무죄추정의 원칙 훼손, 너무 쉬운 악용 등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정립을 위한 적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여기서 이 글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보자. “개자식아!”로 끝나는 조남주 작가의 《현남 오빠에게》 단편소설로.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은 정대현과 결혼을 했고 딸 정지원을 출산하고 양육을 선택했다. 1년 후에 출간된 단편소설 《현남 오빠에게》에서는 여성이 청혼을 거절하는 것으로 선택했다. 작가 조남주도 거의 독박육아를 경험했던 여성이다. 힘들었을 때 ‘결혼은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라는 생각도 해 봤을 것이다. 더구나 전업 소설가가 된 조남주는 새로운 소설을 계속 써야했을 것이다. ‘결혼을 안하는 또 다른 김지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10년 지기 남친에게 직접 청혼을 거절하기는 부담스러울터. 편지 형식의 기술을 선택했을 것이다. 소설에 재미도 넣을 겸. K가 이런 생각에 도달하자 ‘찌질하게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남친’에게 정을 띠기 위해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종류의 욕. “강현남, 이 개자식아!”을 끝으로 외쳤을 것이다. 한국 남성들에게 어퍼컷을. 심지어 남편을 포함하여.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 ‘K가 왜 갑자기 이해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현남 오빠에게》를 주인공을 현남(남성)으로 현남을 주인공(여성)으로 바꾸어 읽어보기 바란다. 아마 더 심한 육두문자가 나올 듯싶다. 앞으로 K는 작가 조남주를 극단적인 페미니스트가 아니고 합리적인 페미니스트로 바라볼 예정이다. 다만, 최근 부부가 육아휴직을 번갈아 활용하며 육아를 하는 사례도 많으니 작가 조남주의 필력으로 해피엔딩 작품도 기대해본다. 책이 좀 안 팔리면 어떠냐. 엄청난 여성 팬들이 너도나도 임신과 육아를 선택할지 누가 알겠는가. 거기에 한국인의 ‘들끌음’이 겹쳐지면 말이다.
87년생 K의 둘째 아들은 이번 주 금요일 6월 14일 아빠가 된다. ‘보름’이는 건강하다. 의학적 소견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제왕절개로 분만하기로 결정했다. 분만 예정일에 맞추어 수술 예약을 지난주에 확정됐다. K의 가족들은 큰 걱정은 안하고 있지만, 비상대기중이다. 출산 휴가 중인 89년생 며느리 친정이 부산이라 더욱 그렇다. K는 둘째가 며칠 전에 다녀갔으니 그 때 마크를 했을 수 도 있겠다. 생각한다. 예전에 마크를 한 것이라면 육아에 대한 정보를 오래 전에 알았을 터이니 오히려 긍정적이다. 요사이 부쩍 어린이집, 유치원, 학군 등에 관심을 보여 왔던 아들. “득남 미리 축하한다. 산모가 건강하기를 빈다. ‘보름’이도 건강하기를 빈다. 전에 약속했던 것 준비 다 해놓고 기다리마.” “우리 며느리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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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일명이 ‘★78년생 조남주-습작-20240608-240615’이므로 초고를 묶힌 날이 7일 밖에 안되었네요. 개인적인 일정으로 잘못하면, 6월에 습작을 못올릴 것 같아서 급하게 올려봅니다.
2) 글 중에 ‘한국 남성들(줄임말:한남)에게 어퍼컷을. 심지어 남편을 포함하여.’는 “밥만 하다 죽을 순 없다.”라는 사건(?)에 대한 희망 메시지로 넣어 봤습니다. 공 선생님 감사합니다.
3) 이번 공부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가장 큰 것은 “강현남, 이 개자식아!”로 끝냈던 작가 김남주를 이해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또한, ‘또 다른 김지영 들’에 대해서도.
4) 성인지감수성(性認知 感受性), 페미니즘(feminism)은 공부거리로 남겨놓기로 했습니다. 현재도 치열하게 양측이 공방하는 부분도 있고 이 부분을 잘 버무리면 소설 작업에 도움이 될듯싶습니다.
5) 습작(習作)을 읽어주시여 감사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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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나무위키
https://namu.wiki/w/%EC%A1%B0%EB%82%A8%EC%A3%BC
페미니즘
https://namu.wiki/w/%ED%8E%98%EB%AF%B8%EB%8B%88%EC%A6%98
페미니즘/분파
https://namu.wiki/w/%ED%8E%98%EB%AF%B8%EB%8B%88%EC%A6%98/%EB%B6%84%ED%8C%8C
82년생 김지영
https://namu.wiki/w/82%EB%85%84%EC%83%9D%20%EA%B9%80%EC%A7%80%EC%98%81
사하맨션
https://m.blog.naver.com/minumworld/221547710084
성인지 감수성
https://namu.wiki/w/%EC%84%B1%EC%9D%B8%EC%A7%80%20%EA%B0%90%EC%88%98%EC%84%B1
출근길 만원 지하철서 성추행범 몰린 남성…2년만에 무죄 확정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5423663
사회적인 의미의 성
젠더 [Gender] 문학비평용어사전
성(性)에 대한 영문표기 섹스(Sex) 대신 새로 쓰기로 한 용어로, 1995년 9월 5일 북경 제4차 여성대회 GO(정부기구)회의에서 결정했다. 젠더와 섹스는 우리말로 '성'이라는 같은 말로 표기되지만, 원어인 영어로는 미묘한 의미의 차이가 있다. 최근 페미니즘의 어법에서 젠더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성에게 부여되는 사회문화적 기원의 특성들을 언급하기….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부과된 사회적 특성들 혹은 사람들에게 그런 특성을 부과하는 분류 체계를 일컫는 말. 젠더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좁은 의미로는 ‘사회적인 성별, 성역할, 성정체성 등 생물학적 성별 내지는 지정성별에 따라 사회가 부과한 특성들’이다.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의 여성, 남성, 나아가 여성성, 남성성까지를 의미한다….
첫댓글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페미니즘 시각을 지닌 남성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특히 선생님 세대의 남성들.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던 시절에도 깨어있는 남성, 의식있는 남성이 있겠지만 남성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한남'에 머물러 있는 남성들도 있고, 남성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여성들도 있지요. 그래서 세상이 바뀌기 어렵지만 선생님처럼 함께 배워가는 분들 덕분에 이만큼 변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라벤더님 감사합니다.
저는 지식이나 경험이 매우 편협합니다. 하여 '성인지 감수성(性認知 感受性)'이나 '페미니즘'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최근에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논리적인 접근이나 합리적 추론 같은 프로세스를 매우 좋아합니다.
깨어있는 남성, 의식있는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더 수용하거나 옹호한다는 시각은 무리이며 세상이 바뀌기 어려운 것이 아니고 사람이 바뀌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아직도 고민할 점들이 많고 합의를 이룰 점들이 상존하므로.
저는 어떤 주장이나 명제를 '맞다' '틀리다' 또는 '찬성', '반대' 등 이분법적 결정(나눔)을 극히 경계합니다. 또한, '지나친 쏠림'은 항상 문제를 야기하므로 경계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 쪽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적 공격'을 하는 야만성도 경계합니다.
모든 이론이나 행동은 시계추의 운동처럼 주기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안을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현명한 판단 및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급진적인 변화나 변동은 반대급부적으로 많은 손실을 유발할 확률이 높으므로... 오늘은 이 정도 하시지요.
잘 읽었습니다. 호기심은 작가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토미 포터의 <맨박스> 추천합니다.
<알라딘>의 미리 보기로 30page 까지 미리 읽었습니다.
서적 명 <맨막스>도 마음에 들고 논리의 시작도 맘에 듭니다.
서적 구하여 완독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즐걷기-권 * 영 다음 댓글달기는 오타를 변경하면, "게시일"이 바뀌는 군요.
튼린 한 글자(꺼--->까)를 맞게 교정했을 뿐인데
(6.18--->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