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八日甲子早發 至長林店朝飯 未及此 有後坪店 飯後 踰竹嶺時 大風揚沙飄雪 拍面艱抵 嶺上休於店舍
18일 아침 일찍 떠나서 長林의 酒店에 가서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아직 이곳에 이르기 전에 後坪酒店(후평주점)이 있어 朝飯을 한 후 竹嶺을 넘을 때, 大風으로 모래가 날리고 눈보라가 몰아쳐 얼굴을 때리니 간신히 정상에 올라 酒店에서 쉬었다.
自長林至此二十里 而間多酒家 姑不盡記自此至豊基邑亦二十里云
長林에서 여기까지 20리이다. 중간에 酒店이 많았는데도 잠시 쉬며 기록하지 못했다. 여기서 豊基邑까지도 20리 이라고 한다.
岺棄下大路 遵微路東去 有昌樂道於此 問白洞去 白洞卽黃氏村也 而有義妾 旌閭歷 任實村 花蹄里 長善洞 洞後有聖泉菴 是平海黃氏齋室云 此洞有黃進士養老家 尋入小憩
고갯길을 내려가면서 큰길을 벗어나 작은 길을 따라 東쪽으로 가니 昌樂道이다. 이곳에서 白洞을 물어 찾아가니 白洞은 黃氏村이다. 義妾의 旌閭(정려)가 있고, 任實村 花蹄里(화제리), 長善洞을 지나니, 長善洞 뒤편에 聖泉菴(성천암)이 있는데, 平海黃氏의 齋室(재실)이라 한다. 이 동리에 黃進士 養老家가 있어 찾아 들어가 잠시 쉬었다.
※昌樂道: 조선시대 경상도 풍기의 昌樂驛을 중심으로 한 驛道. 중심역은 驛丞이 소재하였으나 뒤에 察訪으로 승격되었다. 관할범위는 풍기-영주-예안-예천-안동 등으로 이어지는 역로이다. 이에 속하는 역은 영주의 平恩·昌保, 안동의 瓮泉(甕泉)·幽洞·安郊, 예천의 通明, 봉화의 道深, 순승의 竹洞, 예안의 宣安 등 9개역이다. 창락도 소관역들은 모두 小路(小驛)에 속하는 역들이었다. 이 역도는 1894년 갑오경장 때까지 존속하였다.
※旌閭: 국가에서 미풍양속을 장려하기 위하여 忠臣·孝子·烈女 等이 살던 동네에 붉은 칠을 한 旌門을 세워 表彰하던 풍습.
豐邑卽在野中 相望之地 而邑村皆両 西畿湖客寓接家也 本鄕人未滿幾家云 人物衣冠 侈於京華
이곳 豐邑은 들 한복판에 있어 서로 바라볼 수가 있는 땅이다. 邑村 모두가 양쪽인데, 서쪽은 畿湖(기호) 지방에서 온 손님이 묵는 곳이고, 本鄕 사람들은 몇 가구 안 된다고 한다. 人物이나 衣冠이 한양 사람보다 더 사치스럽다.
※両: 兩의 俗字
暮至泰壯 宿於齋舍 齋舍卽表從兄九代祖 承旨公墓幕也 自丹邑以來六十里
날이 저물어 泰壯(태장)에 이르러 齋舍에서 잤다. 齋舍는 바로 이종사촌 형의 9대조 承旨公(승지공)의 墓幕(묘막)이다. 단양읍에서 60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