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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혹은 토론☆ 스크랩 수다 성공회대학 왕따교수들의 천국
이승희 추천 0 조회 541 10.06.18 11:27 댓글 7
게시글 본문내용

 

성공회대학 왕따교수들의 천국

신영복·조희연·김동춘·권진관·고병헌 교수.

출신학교에서 조차 '왕따' 당한 진보적 지식인들이 속속 성공회 대학 캠퍼스로 모였다.

이름하여 공포의 외인구단.

국내 대학들이 시도하지 못한 실험교육과 과감한 학생 선발로 주목받고 있는 성공회 대학의 미래는?

 

동안 신학대학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던 성공회대학교(서울시 구로구 항동 소재)는 올 상반기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렸다.

전체 학생수 1800여명의 작은 학교가 세간의 관심을 끈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껏 국내 대학에서 볼 수 없었던 실험교육과 이색적인 시도가 연이어 일어났기 때문이다.

성공회대는 국내 최초로 대학원에 시민사회단체(NGO)학과를 개설하고

2002년부터는 양심수 자녀를 특별전형하기로 결정했다.

 

강사연봉제’를 실시해 방학 때도 시간강사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하고,

신임교수를 임용할 때는 학생운동이나 투옥 경력이 결격사유가 아니라 ‘우대사항’이다.

국내 최초로 교수협의회 의장으로 총장이 아닌 평교수가 선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성공회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한국 민주주의 기념관’과 ‘한국민주화운동 자료관’ 건립을 위해

각종 민주화운동 자료를 모으는 일에 분주하다.

내년이면 공사를 마칠 건물에 ‘NGO도서관’도 들어설 예정이다.

 

다른 대학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성공회대의 이런 파격적인 변화를 두고 대학홍보 차원의 깜짝쇼나 쇼맨십으로 의심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꿈조차 꾸지 못했던 불가능의 영역이 이색적인 실험교육으로 나타나자 반가움에 앞서

‘도대체 저 대학이 왜 저럴까?’ 하고 의아심을 품은 눈초리는 적지 않다.

이처럼 다른 대학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성공회대의 새로운 도전은

신영복 교수를 비롯해 성공회대에 포진한 비판적 지성들의 두뇌파워에서 비롯된다.

 

공포의 외인구단

“원래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잡혀 감옥에 들어가게 됐어요.

무기징역이라서 언제 나갈지도 몰라서 동양철학과 관련된 책이나 읽어보자고 결심을 했지요.

그런데 교도소에서는 ‘책을 3권 이상 소지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 겁니다.

아버지께 ‘사서삼경’을 1권으로 붙여 제본해달라고 부탁해 공부를 시작했지요. 그래도 권 수는 한 권으로 치니까. 허허허….”

9월3일 오전 9시 성공회대학교 6109 강의실에서는 신영복(58·사회과학부)교수의 ‘동양철학’ 강의가 한창이었다.

2학기 첫 수업인 이날의 동양철학 과목은 신교수가 10년째 강의하고 있는, 성공회대의 최고 인기과목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청강생이 강의실의 50%를 차지할 만큼 ‘강단으로부터의 사색’을 듣고자 하는 외부인의 열기도 뜨겁다.

외부 청강생 가운데는 교수나 시민운동가도 있고 주로 다른 대학교 학생들이 많다.

한때 서울대 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다닌 적도 있어 대강의실은 늘 만원이었다.

 

동양철학 강의는 국내 어느 대학에서든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동안 감옥살이 한 교수의 수업은 세계 어느 나라 대학강단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 희귀한 수업은 동양철학 이외에도 ‘한국사상사’ ‘정치경제학’ 두 과목이 더 있고,

신교수를 필두로 해 성공회대의 강의시간표에는 한때 양심수였거나 운동권 출신인 교수들의 수업이 절반 가량 된다.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됐던 조희연(43· NGO학과) 교수의 ‘NGO와 한국사회운동’,

김용호(42·신문방송학과)교수의 ‘기획과 프리젠테이션’

그리고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됐던 권진관 (47·신학과) 교수의 ‘요점 조직신학’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정 총장을 포함한 성공회대의 전체 교수 인원은 총 60명.

출신 학교별로는 서울대 학사학위 출신이 20명이고 연세대 11명, 고려대 5명, 유학파와 외국인 교수를 포함한 기타대학 출신이 24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교수가 18명, 소위 운동권 출신으로 분류되는 교수들은 20명 남짓 된다.

 

고병헌(38·교육학과) 교수는 전체 교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운동권 출신 교수들을 가리켜

“출신학교에서조차 왕따 당한 공포의 외인구단이 집합했다”며

“왕따 교수들이 권위주의에 빠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성공회대의 실험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교육학’과 ‘인권과 평화’를 가르치는 고병헌 교수도 주류 교수사회에서 왕따당할 수밖에 없는 아웃사이더 지식인.

80년대 학생운동 출신으로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학창시절 함께 운동했던 81학번 동기들이 대부분 정치권으로 진출한 데 반해,

그는 대안교육과 평화교육 전문가로 자리잡으며 전국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얼마 전 이재정 총장의 권유로 ‘젊은피 수혈론’의 생산기지인 국민정치연구회 이사가 됐다.

 

학문과 시민운동의 만남

성공회대는 2개 학부와 7개 학과, 신학대학원, 시민사회복지대학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부는 사회과학부와 컴퓨터정보학부로 나누어지고,

7개 학과는 신학과, 사회복지학과, 일어일본학과, 영어과, 중어중국학과, 신문방송학과, 유통정보학과가 있다.

시민사회복지대학원 과정에는 시민사회단체(NGO)학과, 사회복지학과가 있다.

이 가운데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을 담당하는 사회과학부와 사회복지학과를 살펴보면

비판적 학술운동은 물론 시민운동과 사회복지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는 마당발 교수들이 포진해 있다.

 

신영복 교수를 포함한 사회과학부의 경우 조희연, 이종구(46), 김진업(42), 박경태(38), 김동춘(40) 교수 6명 전원이 운동권 출신.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교수가 사회과학부장을 맡고 있고,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의 정점에 있었던 조희연 교수가 NGO학과장을 맡았다.

박경태 교수는 신영복 교수조차 ‘골수 운동권’이라 부를 만큼 인종문제, 외국인노동자문제에 정통하다.

박교수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반바지 차림으로 수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농구 축구 등 모든 스포츠에 능해 학생들로부터 “혹시 체육학과 교수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강단에서 ‘사회계급과 계층’ ‘세계와 NGO’ 등을 강의하는 김동춘 교수는

계간 ‘역사비평’ 연구 위원과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논점이 분명한 칼날 같은 글솜씨로 진보적 학술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식인을 ‘까는’ 데 일가견이 있는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인물과 사상’ 제8권에서 “처세에 신경쓰지 않는 진짜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찬사를 김동춘 교수에게 바칠 정도.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사회학과 3학년으로 편입한 최윤정(25)씨는 “

다른 학교 학생들이 성공회대에는 진보적인 교수님들이 많이 있어서

‘그 대학은 발전가능성이 있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성공회대를 선택한 동기를 밝힌다.

편입한 이후 학교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다고 말한다.

 

“한 학기를 다녀 보니까 다른 대학에 없는 교수와 학생들 사이의 유대감이나 결속력, 밀착감이 느껴져요.

성공회대 교수님들은 권위주의적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학문적인 권위도 없으면서 형식적인 권위를 내세우는 교수님들을 많이 봤거든요.

다른 외적인 것도 좋지만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내용 하나만으로도 다른 친구들에게 성공회대를 다니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사회복지학과 교수진으로는 노인복지문제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이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복지정 책실장을 맡았던 이가옥(49·시민사회복지대학원장) 교수,

서민층 주택문제전문가 이영환(42) 교수, 서울역 노숙자 상담소장 정원오(34) 교수 등이 있다.

정원오 교수는 성공회대 사회봉사정보센터소장으로 있으면서 재학생들의 사회봉사활동과 관련한 아이템 생산자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조희연(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김동춘(참여사회연구소 초대기획실장), 이영환(참여연대 월간 ‘복지 동향’ 편집인),

권진관(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장) 교수는 소액주주운동으로 널리 알려진 진보적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활발한 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조희연 교수는 지난해 성공회 겸임교수로 있었던 박원순 변호사와 함께 참여연대를 만든 주역이다.

재학생들 로부터는 “지나치게 대외활동에 바쁜 교수” 라는 불만을 사고 있기는 하지만,

강의시간에는 “학생들보다 더 몸이 달아서 열정적으로 가르치느라 늘 강의시간을 초과한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 90년 민중신학자 손규태(신학과) 교수, 여성신학자 최영실(신학과) 교수와 함께 임용된 조희연 교수는

이재정 총장을 도와 초반의 학교 분위기를 민주적으로 조성하는 데 실무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온 정책 브레인이기도 하다.

신문방송학과의 김창남(40), 김서중, 김용호(42) 교수도 역시 운동권 출신이다.

이들은 21세기에 제대로 된 문화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수 있는 인재양성을 교육목표로 삼고 의기투합해 있다.

이미 문화평론가로 대중적인 지명도가 높은 신문방송학과장 김창남 교수는 서울대 노래동아리 ‘메아리’ 출신으로 문화운동에 일찍 눈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창단 멤버로 활동한 만큼 문화계 인사 조직동원 능력이 뛰어나다.

 

운동경력이 교수 ‘우대사항’

김교수는 지난 96년과 97년 두 차례에 걸쳐 ‘성공회대 초청음악회’를 직접 기획하고 섭외를 담당했다.

작은 학교라서 늘 학생회비 부족으로 쪼들리는 총학생회를 돕기 위해 김교수가 직접 나서게 된 것.

안치환, 강산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 윤도현 밴드 등이 그의 얼굴을 보고 출연료 없이 흔쾌히 노래를 불렀다.

대신 출연가수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는 신영복 교수의 붓글씨 한 점씩 받아갔다.

민중가수가 될 뻔했던 김교수는 “이 나이에 가수 하리?”를 연발하면서도 동아리 행사에 불려나가 애창곡 ‘금관의 예수’를 즐겨 부른다.

 

김서중 교수는 민주교수협의회 총무간사와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을 하며 언론개혁 운동에 적극적이다.

올해 임용된 김용호 교수는 저서 ‘와우!!’ ‘몸으로 생각한다’를 통해 문화를 보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 문명비평가로 통한다.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에 관심이 많고 불교에 심취한 사색가다.

워낙 멀티풀한 상상력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가 풍부해 동료교수나 학교측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아직은 비밀리에 진행중인 ‘○○프로젝트’로 성공회대의 숨은 저력을 또 한번 과시할 예정.

전국대학을 통틀어 도저히 임용이 불가능한 이력의 소유자 진영종(38·영어학과) 교수도 빼놓을 수 없다.

 

진교수의 임용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지난해 인사위원회 소속 조희연 교수가 그의 이력서를 받아 들고 시비조로 물었다.

“이런 걸 왜 써?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면 어쩌려고.”

이에 시간강사 신분으로 ‘날품팔이’를 하는 데도 신물이 났을 법한 진교수가 자못 비장하게 내뱉은 말.

“운동경력이 우대사항이라고 해서 썼습니다. 운동경력을 숨기면서까지 취직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학 홍보과 컴퓨터에 들어 있는 ‘성공회대 99학년도 신임교수 약력’ 파일에는 전국대학강사협의회 공동의장,

전국대학강사 노동조합위원장이라는 진교수의 이력이 주요 경력란에 ‘버젓이’ 적혀 있다.

 

이처럼 운동경력이 우대사항으로 작용하는 교수임용제도에 대해 이재정 총장은

“과거 청춘을 다 바쳐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에게 대학이 응분의 보상을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며

“여기서 보상은 권리의 문제가 아니고, 운동권 출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뜻이 무시되지 말고

역사 위에 드러나 더욱 생동감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덧붙인다.

 

이총장이 교수 임용 때마다 예비교수들에게 단골메뉴로 물어보는 질문이 사회경제적 인식에 관한 것이다.

사회를 보는 눈 없이 자신이 공부한 전문분야만 아는 지식은 학문적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총장의 시각이다.

그렇지만 이총장은 어떤 이론이건 자신이 확립된 이론과 주장만 있다면

“진보주의 자면 어떻고 또 보수주의자면 어떤가”라는 식의 개방된 자세를 취한다.

 

70년대 유신반대운동에 나섰던 적이 있는 이총장은, 기독교교회협의회(NCC) 창설 멤버로 일하면서 인권 위원회위원장을 맡았다.

그때 구속된 민주인사들의 뒷바라지와 법률구조사업을 담당하면서 이우정, 이문영, 박형규 목사, 오충일 목사 등과 함께

그 당시로서는 초보적인 인권운동을 전개했다.

이 때문에 중앙정보부, 보안사, 경찰서 문턱을 숱하게 드나들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총장의 민주화운동 경력과 개방된 사고는 성공회대에 운동권 교수가 몰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김창남 교수는 “학교 분위기가 자유롭게 형성된 것은 총장님이 어떤 독선도 강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 내 학문의 절대적 자유가 보장되고 자유로운 문화풍토 속에서 학술공동체가 강조되죠.

결국 이 3가지가 인문학이 발전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문화풍토 아니겠습니까” 하고 말한다.

그는 또 지난 96년 교수로 처음 임용될 당시 총장에 대한 인상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임용이 결정되고 난 후 교무처장과 교수들이 둘러앉아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었어요.

한창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에 누가 노크하는 줄 알았죠.

사람이 들어오겠지 싶어 앉아 있는데 계속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그래서 한 교수가 문을 열어 보니까 총장님이 커피잔이 가득 담긴 쟁반을 양손에 들고 서 있는 거예요.

그 때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좀 받았어요.”

 

지난 72년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은 이총장은 현재 국민정치연구회 이사장으로 있으며 국민회의 신당 창당 발기인으로도 참여했다.

이총장은 정치적인 면도 있지만 자유로운 성향이 강하고 추진력이 돋보인 다는 것이 교수들의 평.

 

열림, 나눔, 섬김 공동체

‘경제기사 소프트’를 강의하는 유시민(40·시사평론가) 겸임교수는 성공회대의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자기 컬러를 찾아가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고 학교를 설립한 재단이 장삿속이 없다는 게 느껴집니다.

 현재 교수들 마음이 모아진 상태라서 뭐가 나올지 모르지요. 아무래도 뭐가 나와도 나올 것 같아요.”

골프를 치는 교수는 단 한 명도 없지만 축구를 자주 하는 것도 성공회대 교수들의 특징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쯤 되면 여자교수가 축구화를 신고 남자교수들과 어울려

축구경기를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질 만큼 전체적으로 교수들의 분위기는 그들의 표현대로 ‘리버럴’하다.

리버럴함 탓에 보직은 권력을 노리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서로 하기 싫어하고 귀찮아할 지경이다. 교수식당도 따로 없다.

 

그런 만큼 운동권 출신 교수가 모여 있다는 외부의 평가에 대해서는 다소 부담스러워한다.

고병헌 교수는 “지금 한창 실험교육이 진행중이기는 하지만 교육의 결과는 나중에 평가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연구처장으로 있는 양권석(신학과) 교수는 “다른 대학에서 시도하지 못하는 학문적 실천을 해오는데

‘빵잽이’ 출신 교수들의 특징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학교 분위기를 단색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치적인 계기로만 설명될 수 없는 공동체의 풍요로움과 진지함이 보이지 않는 흐름으로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양교수가 지적하는 ‘풍요로움과 진지함’에는 성공회대 특유의 초교파적인 신학운동과 ‘느티나무 아래’ 모임이 한몫을 담당한다.

“우리 대학의 신학운동은 한국 상황에서 한국 진보를 위해 노력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신학교육이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고

민중신학, 제3세계 신학을 강조하며 모든 종교를 초월해 소외된 계층에 침투해 들어가는 것입니다.”

양교수의 말은 ‘열림, 나눔, 섬김’이라는 성공회대의 교육이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성공회대는 다른 종교에 대해서 전혀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다른 학문분야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학문풍토가 조성돼 있다.

에큐메니칼 대학을 지향하는 만큼 대학 안에는 성공회의 종교적 이념뿐만 아니라

개신교, 천주교가 함께 공존하고 있고

탈식민지 신학, 여성해방신학, 제3세계 신학, 민중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체적인 신학연구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정양모 교수만 해도 가톨릭 교회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몇 년 전까지 서강대학교 신학과 교수직을 맡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년을 3년 앞두고 로마 바티칸에 반기를 들었다고 해서 사제직을 박탈당한 후 성공회대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성공회대의 초교파적 운동이 결실을 맺어 앞으로 1∼2년 안에 정교회(동방교회) 수업이 개설될 예정이다.

더군다나 불교학을 들여오는 것도 이총장과 신학대학 교수들간에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느티나무 아래 ‘개고기 논쟁’

운동권 출신과 종교인의 말솜씨는 한마디로 용호상박의 대결이다.

성공회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느티나무 아래’라는 말 그대로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벌이는 격의 없는 논쟁이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점심시간, 저녁시간에 수시로 마을 어귀 정자나무에 사람들이 모이듯 교수들의 모임이 자연스레 이곳에서 형성된다.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정해진 순서다.

말솜씨가 다들 뛰어난 만큼 조금만 튀는 교수들이 있으면 ‘시원하게 씹어주기’도 하고 ‘즐겁게 씹히기’도 한다.

씹고 씹히는 논쟁거리로 박창길(50·유통정보학과) 교수와 김창남(신문방송학과) 교수의 ‘개고기 찬반논쟁’을 들 수 있다.

 

김홍신 국회의원 ‘개고기 도축 합법화’를 들고 나왔을 당시 성공회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이 오갔다.

유달리 개고기를 좋아하는 김창남 교수는 “돈만 있으면 매일 개고기를 먹겠다”는 입장으로

“개고기를 이왕 잡아 먹을 것이라면 법으로 정해 고통 없이 도축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주장을 펼친다.

반면에 박창길 교수는 “동물학대는 인간의 학대와 연결돼 있다”며

“조희연 교수나 신영복 교수가 살아온 시대에는 민중민주주의가 큰 가치였지만

현재 사회적으로 해방돼야 할 것이 여성, 소수민족, 동물인 만큼

다가올 21세기에는 동물민주주의시대로 동물이 존중받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동물학대방지연합 간사로 있는 박교수는 동물의 생명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육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다.

근대 문화가 너무 인간 중심이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해 인간과 자연 간의 연결을 화두로 삼고 있는 박교수는

인터넷에 ‘생명체 학대방지 포럼’ 홈페이지(http//green. skhu.ac.kr/∼respectlife.)를 개설했다.

 

조희연 교수는 “처음에는 개고기 논쟁이 약간 장난스럽게 출발했는데,

박교수의 너무나도 진지한 모습 때문에 이제는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그의 생명사상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라고 한다.

조희연 교수도 김창남 교수처럼 개고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제는 박교수의 관점에 상당히 수긍하고 있어 개고기 먹는 횟수를 줄였다고 한다.

이렇게 교수 개개인의 전문적인 능력과 사회를 보는 진보적인 시각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토론문화야말로

성공회대를 움직이는 숨은 저력이 아닐까.

 

스승이 있는 대학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법도 한데,

제각기 두드러진 ‘사공’을 한데 조율해 ‘성공회대파’로 아우르는 스승이 바로 신영복 교수다.

성공회대의 원심력이 이재정 총장이라면 구심력은 바로 신교수로, 학내 구성원들의 정신적 지주로 꼽힌다.

어느 날 학교측에서 느티나무 부근에 건물 신축공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하자

신영복 교수가 건물 증축에는 아무런 관심도 표현하지 않은 채

“아니 그럼 느티나무는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말해 설계도면이 느티나무를 피해갔다.

나무를 다치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야 오죽할까.

 

조희연 교수는 그런 신영복 교수를 두고 ‘병풍’이라 말한다.

고병헌 교수는 ‘원로’와 ‘스승’이 있는 성공회대 문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원로를 죽여왔고 존중하지 않았지만 우리 대학에는 원로가 있습니다.

그것이 저희들에게는 큰 힘이고 대학을 변화하게 하는 저력입니다.

마음속에 스승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삶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밖에 나가서 스타일 구길 일이 생겨도 신영복 선생이 욕을 먹을까 봐 행동거지에 신경을 씁니다.”

 

교수들이 신교수의 수업에 들어가 청강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여름방학에는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신교수를 모시고 동양철학 강의를 듣는다. 이런 면모는 분명 다른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채로운 광경이다.

‘인격의 힘’과 ‘지식의 힘’을 길러 주는 원로가 있고, 원로를 중심으로 한 토론문화가 있다는 것.

그리고 개방적인 사고로 자유스러운 학술공동체 형성을 돕는 이총장 특유의 열린 사고가

그동안 성공회대가 보여준 실험교육을 가능하게 한 지적 자양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공회대가 대안학교로서의 면모를 다 갖춘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는 성공회대를 두고 대안학교라는 표현을 종종 쓰지만, 이 학교 구성원들은 대안학교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교수들이 진보적이기는 하지만 학생들 취업에 대한 마인드가 별로 없어요.

물론 우리 대학이 일반적인 의미의 명문대가 아니기 때문에 취업을 하는 데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교수님들의 ‘영업 능력’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에 다녀와 올해 복학한 김수완(사회학과 4)씨는 취업 계획을 세우는데 교수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한다.

 

폐쇄적인 학문풍토, 순환구조로 바꾸자

“자본주의 사회인데 사회적 경쟁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은 성공회대 학생 대부분이 가진 고민의 큰 줄기다.

학생들의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유시경(37) 교무처장은 이렇게 말한다.

“대학운영에 있어서 경영자 마인드를 갖는 것은 좋지만 교육내용까지 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

대학은 자본시장의 기능인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나눔과 공동체의 경제원리를 습득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경쟁력’을 기능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인생을 스스로 갈무리할 수 있는,

기능적 존재로서의 경쟁력보다는 ‘전인적 인간의 경쟁력 강화’에 교육의 초점을 두고 있다.

성공회대의 인권평화교육이나 시민사회단체학과 설치 등의 다양한 실험교육도 모두 이론의 출발점을 여기에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회대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는 ‘가치 지향의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재학생과 교수들의 간극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편입생 최윤정(사회학과 3)씨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대학에는 교수, 학생, 교직원의 세 주체가 있다고 하는데요.

교수님들이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대학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성공회대가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안학교로 자리잡아 가려면 학생들도 노력을 해야겠지만

국내 대학이 폐쇄성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회대에 아무리 진보적인 교수들이 많이 있고 실험교육을 많이 하면 뭐 합니까.

국내 대학이 갖는 폐쇄성 때문에 성공회대가 오히려 사회에서 고립돼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실험교육을 수용하지 않고 국내 대학의 학문풍토가 순환구조로 바뀌지 않는다면 진정한 대안학교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난 1914년 성미가엘 신학원으로 출발해 94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된 성공회대의 교육이념과

실험교육이 성공의 길을 걸을지 실패의 길을 걸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89년부터 성공회대의 실험을 지켜봐 온 신영복 교수는

나침반의 바늘이 떨고 있는 것은 어떤 방향을 지시하기 위함이다.

바늘이 떨지 않는다면 나침반으로서의 기능은 없는 것이다.

지식인은 늘 떨고 고민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신교수는 진보적 지식인이 열어갈 성공회대의 미래를 이렇게 낙관한다.

“성공회대의 교육적 가치가 사회적 비판을 담은 저항담론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수용이 안 되고 있는데요.

사회적으로 볼 때 우리는 주류담론 속에 포위돼 있습니다.

사회가 수용을 하지 않고 또 이런 상태가 계속 심해지면 편향성으로 나타나거나 저항논리가 표면화될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하듯 길게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사회 여러 분야를 살펴보지만 끝까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역시 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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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0.06.18 11:33

    첫댓글 노란글씨가 잘 안보여서 수정하려는데 스크랩한 거라서 안되네요... 인터넷 검색하다가 우연히 찾은 글인데 재미있어서 올립니다. ^^
    작년에 쓴 글로 되어있는데 교수님들 나이를 보면 꽤 한참 전에 작성된 것 같다는....ㅎㅎㅎ

  • 10.06.18 12:05

    좋아요^^ㅋ우리가 이제 졸업후에 곳곳에 성공회대와 같은 좋은 교육기관, 단체들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네요~ㅋㅋ대안학교 설립의 의지가 불끈 솟는데요?ㅋㅋ

  • 10.06.18 15:35

    내 홈피에 아 퍼가고 싶은데 긁어지지가 않네요 ㅠ_ㅠ

  • 작성자 10.06.18 18:39

    일단 스크랩하거나 너 메일로 보낸 다음에 거기에서 글씨 색깔 등을 수정하면 될 것 같은데...흠...

  • 10.06.22 18:51

    애교심이 막 솓구치는 글이군여ㅋㅋ
    근데 이 엄청난 조회수는 어찌 된걸까용?

  • 작성자 10.06.23 12:52

    정말 그렇네요...ㅎㅎㅎ 조회수가 정말로...ㅎㅎ

  • 10.07.16 17:10

    글씨가 눈을 아프게하지만, 역시 선택하길 잘한 학교같다는 뿌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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