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 년 전에 공부한 인연으로 만나는 이번 정기모임은 봄나들이다. 연천의 허브빌리지를 소유한 학교동문회장이 우리 모임을 한 달 전에 초대한 것이다.
자동차가 없으니 오후 2시 반에 합정동 약속장소에서 한 사장과 함께 손 사장의 카풀 신세를 지기로 했다. 자유로에 들어서서 오두산 전망대를 바라보고 파주 문산 적성 연천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날씨도 좋고 얼마나 도로 풍광이 아름다운지 자동차 안의 세 여자 모두 가슴속이 커다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열흘 전에 철원 선영에 다녀오느라 갔다 온 길 다시 지나노라니 도롯가의 꽃봉오리였던 벚꽃이 만발하여 더욱 아름답다.
저 산 넘으면 우리 조상님들 모신 선영이라 생각될 즈음 목적지에 정확하게 4시에 맞추어 도착이 되었다. 주차장 규모가 어느 외국에 온 듯했다. 정문에 들어서니 환영 푯말까지 마련한 주인이 커다란 흰색 개 두 마리와 함께 반갑게 맞아준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입구에서 바라본 허브농장이 가운데 넓게 쫙 펼쳐져 있다. 좌우로 작은 구릉 언덕 평지에는 그에 어울리는 건물이나 기물들이 조화롭게 배치된 것이 친자연적이라는 느낌이다.
우리 회원 14명이 모였다. 청일점인 회장은 직접 우리를 인솔하고 다니며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을 하였다. 가장 놀라운 것은 거대한 주상절리와 거북 모양 바위, 저 거대한 것을 어찌 여기까지 운반해 올 수 있었을까.
일만칠천여 평의 규모에 세심하게 건축물과 정원문화를 아기자기하게 멋스럽게 이루어 놓은 허브마을은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변에 위치하여 어디에 비견할 수 없는 으뜸 풍광이다.
한마디로 도시생활에서 휴식을 취하러 찾아오도록 많은 신경을 써서 이룬 작품이다.
쉼터의 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테라스에서 아름다운 주위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고급 복층형 가족 객실과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소형 중형 대형 평수 모두 객실이 사십 채나 된다. 잔디광장과 들꽃동산부터 대형 온실, 허브샵, 허브찜질방, 야외 바비큐장, 야외수영장, 음악연습실, 야외공연장 등 부대 시설은 누구나 한번 와보면 또 오고 싶은 휴식처로 손색이 없다고 느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임진강 바로 위에 세워진 정자각이다. 이곳 탁자에서 식사도 하며 아름다운 임진강을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세상근심을 잊을 것 같다. 두 시간이 넘도록 이리저리 구경을 마치고 만찬 자리에 앉았다.
회장의 위트있는 건배사에 모두 복창하며 샴페인으로 건배를 하였다. 달콤한 포도주와 맛좋은 배다리 막걸리에 진달래꽃잎을 살짝 얹은 전채 샐러드와 이곳에서 채취한 쑥과 율무튀김 머위 쌈과 솔잎향 그윽한 떡갈비 안주로 봄밤의 낭만을 만끽하였다.
한창 대화의 꽃을 피우고 식사를 하기전에 홍회장이 임보 시인의 시 <오빠가 되고 싶다>를 멋스럽게 낭독하였다. 답가로 나는 졸시 <청춘>을 낭송하니 모두 환호성이다.
맛있게 늦은 식사를 하고 나니 이렇게 아름다운 봄밤은 어느새 9시 반, 우리는 일어서기 서운했지만 모두 불빛 황홀한 서울을 향하여 귀로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