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드는 색소폰
색소폰에 관심과 흥미가 있는 분들이 색소폰을 잡고 불어 보니 금방 소리가 나는지라 흥미를 가지고 색소폰을 불면서 재미를 느껴 공연다니고. 2-3 년의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려 보니 색소폰연주가 정말 장난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니 금방세월이 흘러 간 것 같고. 앞날을 생각하니. 그래도 색소폰 선택은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걱정이 앞서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제야 색소폰 소리가 들리고, 프로들의 연주가 내 귀를 뚫었기에 비교를 해 보니 연주를 한다는게 자신이 없고, 색소폰 연주의 질을 높이는데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4-5 년이 지나는 분들은 애드립에 대해 목마름이 시작되는 시기여서 이것 역시 장난이 아니기에 두려움이 몰려오는 시기입니다.
옷도 맨날 단벌 신사로 입고 나갈 수는 없는 법 색소폰 연주 마찬가집니다. 10년 불어도 변화없이 맨날 동일한 멜로디 연주를 하고 있으니 싫증도 나고 어디 연주할 의욕상실이 앞서고는 합니다.
뒤를 돌아보니 정신없이 달려온 색소폰 연주생활이었습니다. 이제는 피스여행도 끝났고, 악기여행도 끝났고, 녹음과 동영상 올리는 것도 이제는 지루해졌고, 이제는 애드립 특강여행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색소폰 방랑객이 되어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많은 고수분들과 교류도 하고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집안에 가만히 있는 것 보다야 백배 낫지요. 5년차 이상이면 색소폰의 연주 양(量) 보다는 연주의 질(質)을 높이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초보일 때는 내가 잘 분다고 생각 했는데 막상 색소폰의 무림강호에 발을 딛고 전국을 떠돌아 다니다 보니 프로연주자는 말할 것도 없고, 숨어 우는 색소폰 소리가 많음을 알고 자신을 낮추게 됩니다. 나보다 잘 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동기부여를 삼아 색소폰 공부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은 비로소 색소폰에 철이 드는 시기입니다. 우리인생도 발달단계에 철이 드는 시기가 있는 것처럼 색소폰 연주에 있어서도 철이 들어야 색소폰 연주를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철이 들지 않으면 맨날 원망만 하고, 술이나 먹고, 어디 시비 걸때가 없나 하는 장돌뱅이가 되는 것이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어리광과 때를 쓰지 않고 의젓한 행동을 할 때 흔히 이 놈 철이 들었네 합니다. 반대로 억지부리는 행동을 할 때 아직 철 모르는 놈 또는 철 없는 놈 이라고 합니다. 흔히 쓰는 철이 들었다 또는 철 모른다고 할 때 철은 계절(季節) 즉 자연의 흐름 이치를 안다는 말입니다. 철이란 한자의 절(節)에서 나온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따라서 사계절의 변화를 알고 그 변화속에 살아가는 지혜를 알고 사는 것이 철 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봄에는 꽃이 필 때에는 꽃을 즐기고, 더울 때는 수영을 즐기고 가을에 열매가 열릴 때에는 열매를 먹고, 낙엽이 질 때는 낙엽을 감상하고, 눈이 내릴 때에는 눈을 즐길 줄 하는 사람이 바로 제대로 철이 든 사람입니다.
자연의 변화에 불평하지 말아야 합니다. 날이 흐리면 흐린데로, 맑으면 맑은데로 그에 순응하고 감사하면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철이 든 사람인 반면에, 비가 내리면 비가 온다고 짜증내면서 여름에 해가 너무 덥다고 투덜대고, 태풍이 불고하면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은 철모르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경향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잘못이나 불행들에 대해서 자기자신의 탓이 아닌냥 변명이나 합리화를 합니다. 내 앞의 모든 문제가 늘 주변상황과 환경 탓이고, 나만 빼고 남들이 문제라는 이기주의적인 사고방식이 문제입니다.
색소폰의 세계에서도 이런 철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디가서도 자신이 제일 잘 불고 앞장서 연주하려는 성향이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자신을 낮추고 철 들어가는 연주자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철이 드는 색소폰은 비록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지라도 주변의 색소폰의 잡음이 자기 탓으로 돌리고, 화합하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그러면 시간이 갈수록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고, 기쁨과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우리는 색소폰을 동반자로 삼아가는 인생입니다. 색소폰을 매개로 한 일가(一家)입니다.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입니다. 색소폰 연주 현장에 빛과 어둠이 동반하는 것임을 알고 더 나은 연주를 위해 색소폰 테크닉과 애드립에 대한 갈망을 찾아 배우려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색소폰의 철이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주를 하면 할수록 자신이 낮아져야겠다는 생각이 간절 할 수록 철이 들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디 가서 함부로 연주하는 것이 겁난다는 생각이 바로 철이 들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저 역시도 철 들어가는 과정의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최선생님 안녕하세요
늘 잊고살고 있는 자신에게 많은것을 생각하게 해주시는 주옥같은글에 감사드림니다
색소폰도 철이든다 100 프로 공감합니다
오늘도 그동안 철없이 반주기랑만
놀던시간들 다시생각하며 기본기에 충실하려고 그래야만 이벽을 넘을것같은생각드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올려주세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어떤 글을 읽고 난 다음 그냥 마음속으로만 간직 하기 보다는 이렇게 현랑님 같이
자신을 되돌아 보고 다짐하는 댓글은 제 글 보다 더 소중한 마음의 표현이라 제가 더 감사합니다.
충분히 색소폰 연주를 잘 하시 소양을 가지고 계시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감입니다. 벼도익어야 고개를 숙이듯 철이 덜들은 즉 익지않은벼가 뻣뻣하죠 색소폰으론 아직 철 에 개념조차 논 할수 없는 경력이지만 선생님에 글을 읽다보니 . 낭중지추라는 성어가 생각나네요 열심히 실력을 쌓아 올려 자유자재로 느끼는감정을표출할수 있을때 궂이 나를 드려내려 하지 않아도 듣는이를 향해 저절로 드러나는것을 ...이 형편없는 연주로 남앞에서 불러보고 또 자랑하고 싶은 욕심을 가졌던 것이 다 철이 들지않은 탓이었네요 ㅎㅎㅎ부끄부끄..
전 그냥 과정을 즐기며 색폰을 불고있는 매순간이 행복에 도가니탕이에요. 거시적으로 본다면 철없는 병아리에 불과 하지만 미시적마인드로 보면 안분지족=행복해요감사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성장 하기 위해서는 발달단계가 있습니다.
색소폰도 발달단계가 있으므로 너무 괘의치 마시기 바랍니다.
사람에 따라 빨리 되는 사람과 늦게 되는 사람의 발달 단계차이지 결국은 스스로 노력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철드는 것도 개인차가 심합니다.
녹음도 많이 해 보고 남앞에 연주 많이 해 보는 것도 연주력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 것 처럼요. ㅎㅎㅎ
열심히 하는 모습에 제가 더 감동 먹습니다.
아직 철도 안든 놈이
기지도 못하면서 날려고 하고 있답니다.
어째야 좋을랑고~~♡♡
.🎷
그런욕구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습니다.
시지푸스의 바위 처럼 반복되는 것이지요.
날려고 시도 하지 안하는 것보다는 벡번 낫지요. ㅎㅎ
그래야 언젠가 날라 가지요.
절대 공감입니다. 갈대님의 말씀과 같이 철 들라면 아직 멀었는데... 그냥 무조건 불다보면 언젠가는 고수님들처럼 소리가 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불기는 합니다만 하선생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지 않고 마구잡이식 옛날 습관이 자꾸만 나오고 소리는 맘에 안들고 그러다보니 괸한 피스탓, 리드탓, 악기탓만 하고 있습니다. 연습은 안하고 고수님들의 연주만 자꾸 듣게 되네요. 그러나 언젠가는, 하는 바램으로 열심히 연습해야지 히고 또 한번 다짐을 해 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하 선생님의 과학적인 학습 방법으로 익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 각각 자신의 주관적인 학습방법을 객관화, 절대화 하여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론 도찐 개찐 식이지만 과학적인 설명이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과학이란 누구나 동일한 실험과정을 거치면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거든요.
소중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눈팅보다 이렇게 댓글로 소통한다는 건 참으로 소중한 인연입니다.
나중에 만나더라도 아 ~~~~~ 하며 반갑게 인사 할 수 있겠지요 ㅎㅎㅎㅎ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 같아요. . . 이제야 철이들려고 시작하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