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의 추억
부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이 유 경 (1991.3 ~ 현재)
![](https://t1.daumcdn.net/cfile/cafe/232A6A43588DBFF929)
1991년 3월 2일, 드디어 전문의를 향한 한발을 내딛는다. 엄청난 전문가로서 인정받는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모자보건센터 지하 1층에 첫 출근한 날… 나에게 다가온 현실은 “모든 의국원의 커피 제법 습득하기”…
나는 나의 아주 멋진 미래를 꿈꾸며, 그렇게 진단검사의학과 생활을 시작하였다. 어느 날은 내가 정말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며, 또 어느 날은 과연 이것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한남동에서 보낸 나의 청춘 시절은 지독하게도 치열하였고, 또 참으로 재미있었다.
저녁이면 의국에서 맛난 군것질 거리 나누어 먹으며 일도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처럼 의국 식구들과 함께 했던 기억, 교수님들과 맛집 찾아 이곳저곳 다니던 기억, 혈액은행 쪽방에서 직원들과 사과 나눠 먹던 기억.
그리고 월요일 아침 발표 준비하며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던 주말. 절대 임상에 밀릴 수 없다는 정신으로 임했던 수많은 컨퍼런스들. 다른 과 전공의들과의 수많은 논쟁들.
그렇게 10년, 한남동 순천향대학교병원 모자보건센터 지하 1층에서 지지고 볶는 세월을 보냈다. 이제는 그곳을 떠나 부천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벌써 13년의 시간이 지났다.
한남동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에게 전문의로 갖추어야 할 지식도 주었고, 동료들과 함께함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로서 어떤 꿈을 꾸어야 할지, 그 꿈을 향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해 준 곳이다.
한남동은 그리고 순천향대학교병원 모자보건센터 지하1층은 나에겐 밥과 같은 존재이다. 내가 사랑하는 곳이며,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