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방학입니다. 방학이 다가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집니다. 늘 지내는 곳에서 벗어나 하루하루 사는 일을 잊은 채 쉬고 싶습니다. 그렇게 쉬면 엎치락뒤치락하는 삶의 자리에서 다시 의욕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대학 1학년 때 혼자서 짐을 싸서 치악산과 동해를 거쳐 부산까지 열흘간 돌아다녔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 이야기나눌 사람이 없으니까 자기 자신과 많이 대화를 나누게 되더라구요.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새삼 느꼈습니다. 가끔 자신에게서 낯선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잖아요. 처음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해에, 학교 국어선생님들끼리 운주사를 거쳐 땅끝마을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렇게 함께 먹고 자며 돌아다니는 일이 얼마나 사람 사이를 편하게 하는지 나중에 알았습니다. 지난 기억이 어찌나 소중히 돌아봐지는지요.
학생들에게 여행이란 거의 수학여행입니다. 정해진 코스를 멋대가리 없이 떼지어 돌아다니다 술 먹고 휘청거리고 레크레이션 강사의 조작에 따라 몸부림치는 일입니다. 여행의 운치라곤 도무지 없는, 한마디로 박제가 되어버린 여행이지요. 그래서 저는 수학여행을 개혁하려는 선생님들에게 손뼉을 칩니다. 유적지들을 말 타고 산 보듯 돌아다니기보다, 차라리 지리산 한 자락을 발 아프게 걸어내려온 어느 해 수학여행이 더 좋았습니다. 전체 학생이 같이 움직이면 인원점검하다가 시간을 다 흘려보내기에 숙소는 같아도 반마다 여행길을 다르게 해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떼거리 분위기를 이겨내려는 노력이 인상깊었습니다.
여행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불안합니다. 혹시 자기가 늘 머무는 자리에서 제 삶의 몫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 저편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렇습니다. 뿌리내리는 데 실패한 사람이 신기한 것에 요란합니다. 나 어디 갔다 왔어, 무엇인가 배워왔어, 너도 가봐 되게 좋아, 이런 말은 가볍습니다. 여행은 도피로 시작할지 모르지만 도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자기가 머물던 곳에서 떨어져서 다른 곳에 가면 평소 자신이 어떠했는지를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길을 떠나는 까닭입니다. 여행에 대한 책은 여러 사정에 묶여서 여행에 나서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여행을 체험하게 해줍니다. 여행이란 '나도 놀러 갔어' 하고 유한계급이라는 표시를 하는 일이 아니라 어딘가에 대해 사색하고 자기 삶에 떨어진 기운을 충전하는 일임을 알려줍니다. 책을 읽는 일이 간접체험을 확대한다는 교과서의 말을 실감하는 때가 여행 책을 읽을 때입니다. 아쉬운 점은, 중학생이 재미있게 읽을 책이 적다는 사실입니다. 중학생이 읽을 수 있게 쓴 책이 중학교 선생님들 손에서 여럿 나오면 좋겠습니다.
{토토로의 숲을 찾다}, 요코가와 세쯔코, 이후. 2000, 8,500원. 중3부터.
학교도서관에 이 책을 들여놓았다. 깨끗한 자연환경을 따라가는 여행기라는 정보가 내가 접한 것의 전부였다. 선뜻 이 책을 도서관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마 '토토로'라는 이름이 많이 기여했으리라. 더군다나 '숲'이라니, '찾아간다'니…. 그 이후,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이 책을 나와 같은 이유로 빌려갔다가 "이 책, 좀 어려워요"하며 슬며시 반납하는 풍경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이 책을 잘 읽은 아이들은 자연에 대한 맑은 감성과 책임감을 갖고 책에서 다룬 나라들을 가고 싶어했다.
이 책의 부제는 '내셔널트러스트의 여행'이다.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되어 일본으로, 2001년도의 우리나라에는 영월 동강에 이어 대지산 한 평 사기 운동으로 이어지는 현재진행형 운동이 배경인 이 책은, 그렇다고 해서 보전할 가치가 있는 토지를 위해 자발적인 헌금으로 땅을 사서 관리하자는 구호를 다룬 책이 아니다. 옮긴이의 말처럼 학습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글을 쓴 저자와 함께 잠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일본 작가는 19세기 후반 영국으로 되돌아가 토끼 피터의 고향과 시인 워즈워드의 생가, 그 안에서 싹텄던 두 쌍의 사랑 이야기를 복원해내고, 이어서 내셔널트러스트의 흔적을 따라서 영국과 스코틀랜드,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의 숲을 찾아간다.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보는 것이고, 무언가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시선은 뭔가를 발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아울러 다음 세상을 위한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방금 전에 도착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 6월호에 대지산을 지키기 위해서 나무 위에서 싸워 이긴 환경정의시민연대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가 다시 생각난 책. 그러고 보니 작년 여름방학에 울진 소광리 소나무숲에 가서 금강소나무를 보고서 신영복 선생님이 쓰신 {나무야 나무야}(돌베개)를 다시 찾아 읽은 것도 생각난다.
영국까지, 혹은 경북 울진까지 가지 못할 나는 지금 내 곁에 두 권의 책을 놓고 있다. 6년 동안의 기간을 거쳐 펴냈다는 세밀화로 그린 {나무 도감}(보리출판사)과 서울에 있는 숲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숲을 탐방하고 쓴 {나무와 숲이 있었네}(학고재)가 그것이다. 서울의 한복판, 일주일 내내 딱딱한 콘크리트 위, 상자곽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나에게 일요일 아침 정릉숲으로 가는 산책은 참 소중하다. 폭신한 흙의 감촉과 얼굴을 감싸는 신선한 공기, 그리고 {나무 도감}을 들고서 정릉 숲에 다녀온 저번 일요일 아침. 5월말의 숲은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말라서 떨어진 채 향기로만 자취를 알리고 있었고, 때죽나무 환하게 꽃을 피우고, 무성한 잎파리 아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아! 그날 나는 숲에서 참 많은 것을 받았다.
다시 {토토로의 숲을 찾다}로 돌아가서,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이 책을 권한다. 사람들 이야기와 기행문이 잘 어우러져서 고등학생이라면 읽을 수 있고, 우리들 국어선생에게도 여행에 대한 꿈을 꾸게 하는 책. 빨리 이 책을 읽은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
서미선 (서울사대부속여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이희수 교수의 세계문화기행}, 이희수, 일빛, 1999, 14,000원, 중3부터.
반복되는 일상 속에 몸과 마음이 지치고 피곤할 때, 무언가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그 일을 추진하기에 앞서 결심을 다질 때. 아니면 지금의 환경과는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새로운 기운을 충전하고 싶을 때 등등. 우리는 이럴 때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욕망과 함께 '여행'을 생각한다.
여행을 하며 만나는 모든 것들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군중 속에서 느꼈던 외로움과는 전혀 다른 '자연 속의 홀로 존재하는 나'에서 느껴지는 색다른 외로움에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푸른 하늘과 생명력 넘치는 수목과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에게서 대자연의 장엄함에 고개 숙이기도 하며, 또 낯선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 속에서 느끼는 훈훈한 인간애는 여행만이 주는 즐거움이다. 이런 점에서 여행은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기운을 얻기 위해 떠나는 의도적인 일탈행위이자 자연과 사람살이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나아가 잃어버린 나를 찾는 성찰의 계기가 된다.
함께 근무하며 가깝게 지내는 국어과 이선생님은 스스로 팔자에 역마살이 있다고 할 정도로 여행광이다. 이선생님은 이전에도 40일간 유럽 배낭여행을 이미 다녀왔고 재작년에는 중국도 다녀왔다. 사실 나는 여행비용도 문제지만 보름이나 한 달씩 시간을 내기란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니 자유롭게 해외로 여행을 다니는 이선생님은 내겐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 이선생님이 지난 겨울방학에는 한 달 일정으로 인도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겨울방학 하는 날 이선생님이 이번 겨울 방학에 인도를 여행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을 때, 사실 난 부러움을 넘어서 상대적 결핍감마저 느꼈었다.
여행지에서의 체험과 견문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소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여행기는 나처럼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간접경험을 통한 만족감을 주는 책이다. 이번 이선생님의 인도여행에 대한 부러움을 달래보려고 읽은 이희수 교수 책도 그러했다.
이 책은 중동 이슬람 문화를 연구하는 이희수 교수가 수 년 동안 지중해를 비롯해 이집트, 인도,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마야·잉카 유적지 등을 두루 섭렵하고 쓴 여행기이다.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중동 이슬람 문화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인도의 타지마할 묘와 스리랑카의 홍차,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와 사막과 낙타를 타고 가는 대상의 무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등등이 내가 알고 있는 중동 이슬람 문화에 대한 지식의 전부였다. 그런데 이 책은 단편적인 사실이나 박제처럼 정지된 역사의 한 장면으로 정도로 인식했던 중동 이슬람 문화나 지중해 문화, 마야·잉카 문화 등에 대한 다양한 소개를 통해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흥미를 자극한다. 또한 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한 사회와 문화를 바라보는 대상주의적 안목과 날카로운 통찰력도 주목된다. 그리고 인종과 피부색이 다르지만 여행지에서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따듯한 시선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기도 한다.
자신의 생활에서 일탈해 보고 싶은 학생, 멋진 해외 문화 여행을 꿈꾸고 있는 학생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효석 (숭문중 국어교사, CHEKTTAS@hitel.net)
{변하지 않는 것은 보석이 된다}, 김수남, 석탑, 1997, 9,500원, 고2부터.
'여행은, 결국 문화와의 만남'이다. 저자 김수남은 이 책에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문화'를 담아놓았다. 이 책은 한국 방방곡곡의 민속과 굿을 기록하는 일에 매진했던 사진작가 김수남이 아시아 전역의 오지만을 찾아다니며 소수 민족들의 삶과 의례를 사진과 글로 담은 책이다.
아시아 지역의 소수민족이라는 독특한 그의 '꺼리'는 무엇보다 생생한 사진으로 재현되고 있다. 마치 '내셔날지오그래픽 National Geo Graphic' 이나 '지오 GEO'에 실린 사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생생함에 대한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특별한 설명 없이 사진만으로도 그 느낌이 전달되는 그런 사진들... 이런 사진과 더불어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인도, 미얀마, 태국, 베트남, 필리핀에 숨쉬고 있는 '변하지 않는 보석 같은' 그들만의 생활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
왜 '변하지 않는 보석'이라고 했을까? 김수남은 각각의 오지를 다니며 그곳 나름대로의 민속의례와 종교들이 서구화의 바람과 개방화에도 불구하고 잘 유지되고 있음을 부러워한다. '느림의 철학'을 동경하는 최근의 흐름을 보면 요즘의 빠르게 움직이는 정보화시대, 디지털시대에 그들의 생활과 삶이 보석 같은 존재로 여겨질 만하다.
기후 때문에, 이념 때문에 그리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난감했던 기억들이며, 낯선 땅에서도 '사람'냄새가 강한 그들만의 따뜻한 정을 느꼈던 일이며 각양각색의 경험들이 다채롭다. 무엇보다도 '민속'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는 작가이기에 그들의 '의례'에 대한 서술이 많은 편인데 결혼, 장례, 성인식 등 각 지역의 의례마다 그 독특한 양식과 색채가 '변하지 않는' 삶에 대한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왜 김수남은 민속신앙이나 의례에 관심이 많을까? 결국 그 안에서 삶에 대한 사랑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안에서 삶에 대한 의지, 진정한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을 발견한다고... 사실, 삶은 의지와 사랑으로 극복되고 이어지곤 한다. 그도 내심 그걸 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느긋하게 지켜보는 일, 그들과 동화되는 일에 김수남은 무척 적극적이다. 직접 그곳의 생활로 젖어드는 그의 감성과 진지함은 처음 접하는 문화에 대해 거리감부터 생각하게 되는 다수의 우리와는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운 곳을 여행할 때 '바쁘게', 그리고 '대충 보더라도 많이'를 추구하는 겉보기 여행과도 거리가 있다. 이 책은 낯선 곳에 '다가가기'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책이며, '아시아'에서만 찾을 수 있는 보석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오진주 (동구여상 사서교사 opearl@hitel.net )
{인도기행}, 법정, 샘터, 1998, 8,000원, 고2부터.
요즘은 가끔 사는 게 헛되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동안 안달복달하고 살아온 것들이 허망하다고 느껴지면서 인생의 의미를 새로이 더듬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면 이상하게 인도가 생각난다.
나이가 더 어릴 적 막연히 인도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강석경의 {인도기행}을 읽었는데, 지금은 절판된 그 책이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고 그저 막연히 그곳에 가면 '본질적인 무언가'를 만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만 기억난다. 어쩌면 그런 동경은 낭만적인 겉멋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번에 법정스님의 {인도기행}을 또 읽었다. 시간이 흐른 뒤 누가 이 책에 대해 물으면 구체적인 내용은 역시 생각이 잘 안 날지도 모르겠다. 난 무언가를 얻으려고 애쓰면서 읽지는 않았다. 그냥 인도에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것도 많은 것을 초조히 보고 들으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오래오래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법정스님도 인도에서 느낀 바를 말로 꼭 집어서 전달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본인에게는 아주 절실했던 그 무엇이 읽는 사람에게는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인도에서 느끼는 것은 자신의 프리즘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나게 된다. 서점에 가 보면 인도여행에 관한 기록이 참 많다. 일일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외적인 구경거리보다는 '나'의 문제로 돌아와 자신이 느끼는 만큼 알게 되는 것이 인도이다.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류시화가 쓴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열림원)도 있다. 내 주관적인 시선으로는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과감히 여정을 생략하고 인도에서 얻은 깨달음을 중심으로 썼기 때문에 더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중2부터 읽을 수는 있으나 어린 학생에게는 본래 의미보다 가볍게 읽힐 수도 있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있기에 가장 위대하다고 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더러운 것을 받아들여 정화해 낸다. 그런 마음의 한 자락을 인도에 가서 붙잡고 싶다. 나마스테! (나는 당신에게 마음과 사랑을 다해 인사드립니다)
홍진숙 (석관중 국어교사 keunfam@hanmail.net)
{유시민과 함께 읽는 신대륙(유럽1-2/동유럽)문화이야기}, 유시민 편역, 푸른나무, 1998, 7,000원, 중2부터.
두 달쯤이나 되었나. 영어과 추선생님이 예의 그 재미있다는 특유의 표정으로 밝게 웃으시며 좋은 일이 있다고 마냥 즐거워하셨다. 평소에 여러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셨는데 이번에 유네스코에서 후원하는 '외국인과 함께 하는 문화체험 교실'에 우리학교가 선정된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외국인이 학교에 와서 학생들과 함께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였다. 첫 행사로 페루사람이 왔었는데 평소에는 짓궂기만 하던 녀석들이 그렇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다니. 예전의 무기력한 아이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새로운 것에 대해 적응이 빠르다고 한다. 잘하지 못하는 영어이지만 몸짓 손짓 섞어가며 스스럼없이 그 시간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한편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내 눈과 몸을 좀 더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근래 들어 공중파 방송의 아침프로를 보면 어느 방송사 할 것 없이 각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이 약방의 감초처럼 꼭 들어가 있다. 또한 서점에는 각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다. 이 많은 책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유시민씨가 편역한『제노포브스 가이드(xenophobe's Guide)』시리즈는 각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더없이 적격이라 할 수 있는 세계문화 안내서이다. 이 시리즈의 저자들은 대부분 '내부고발자'가 아니면 '후천적 인사이더'들이다. '내부고발자'는 자기가 태어나 자란 나라의 문화를 예리하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낱낱이 파헤쳐 보인다. 반면 이런저런 이유로 장기간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후천적 인사이더'들은, 끝까지 이방인다운 태도를 견지하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 사람들의 문화적 특성과 장점을 해학적인 어조로 묘사한다. 그들이 가진 정보는 정확하며, 그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은 비판적이다.
이 책은 이방인이 그 나라에 몇 년간 체류하면서 느꼈던 생활상의 경험을 정리한 책이나 혹은 몇 달간의 배낭여행의 체험을 수록해 놓은 여행안내서와는 그 내용과 정보의 깊이에 있어서 차원이 다르다. 또한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재미가 솔솔도 하거니와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편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근래 들어 방학이 되면 배낭 메고 미지의 세계를 체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벗이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성희 (부광고 한문교사 fool70@dreamwiz.com)
{자전거 여행}, 김훈, 생각의나무, 2,000, 9,000원, 고1부터.
자전거 타기라 하면 기억나는 생각 하나. 학교 막 졸업하고 서울 이문동에 위치한 한국외국어대학 도서관에 근무하던 어느 토요일, 도서관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불암산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말하자면 야유회였던 셈이다. 날렵한 산악용 자전거가 아닌 대학 체육실에서 빌린 각양각색의 자전거를 끌고 겁도 없이 큰길로 나갔다. 자전거를 끌고 오르는 일보다 내려오는 일이 더 힘들어 곤혹을 치렀다. 사서장(司書長)은 우리 모두가 은륜을 번쩍이며 열을 지어 달리기를 원했지만 대오는 흐트러지기만 하였다. 그런데 교실 창문마다 쇠창살을 가로질러 놓은 스파르타식 기숙학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입시중압감에 시달려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전라북도 임실군 마암분교 아이들 뒤통수 가마에서는 햇빛 냄새가 난다. 억지로 키우는 아이들이 아닌 저절로 자라는 아이들이라서 그렇다. 지은이는 훌쩍 은륜 번쩍이는 자전거를 타고 친구 김용택 시인을 만나러 갔다. 전교생이 17명인 이 학교에서는 매일매일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샘솟아 오른다. 여수에서 한강까지 글로 수놓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은 지은이는 분명 마암분교 같은 시골 학교 출신이련 했는데 웬걸, 고향이 서울 종로구란다.
질 좋은 종이에 실린 아름답고 유식한 글, 그리고 정말 아름다운 사진들은 잠시나마 스파르타식 기숙학원을 잊게 해준다.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돌베개)도 기회 닿을 때 읽어보면 좋겠고 {나무야 나무야}가 어렵다고 여겨지는 학생들은 한비야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푸른숲)를 읽어보면 좋겠다.
서경은 (중앙여고 사서교사 snose@hitel.net)
{삼국지문화답사기}, 남덕현, 미래M&B, 2001, 15,000원, 중3부터.
아무리 책읽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이라도 어느 순간에 {삼국지}에 흠뻑 빠져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때마다 {삼국지}가 어떻든 간에 참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특히 컴퓨터 게임인 {삼국지} 시리즈에 중독된 아이들이 소설 {삼국지}를 순서대로 읽어가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삼국지}는 읽었냐 여부의 차원이 아니라 몇 번 읽었느냐가 화제가 되는 책이 아닌가. (물론 남/여 성별의 차이는 분명 있지만!)
이 책은 무려 400여 명이 넘는 위·촉·오 삼국의 영웅호걸들이 숨가쁘게 누비던 {삼국지}의 실제 무대들을 답사한 글모음이다. 구체적으로, 지은이가 찾은 곳은 하남성과 호북성, 사천성과 산서성에 걸쳐 형주, 허창, 적벽, 낙양, 성도 등 13개 도시의 삼국 시대 문화유적들.
지은이인 부산대 중문학과 남덕현 교수는 중국 고전소설비평과 문학이론을 전공한 전문가답게 역사서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 그리고 해당 지역의 민간 전설을 아울러 삼국지 문화들을 솜씨 있게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야금야금' 읽다 보면 맨 앞에 펼쳐 있는 중국 지도가 그저 한 장의 그림으로서가 아니라 가슴 가득히 부풀어오르는 뜨거운 호흡의 무늬살이 된다.
이 책은 {삼국지}를 읽은 학생들, 특히 {삼국지}광들에게 권하면 안성맞춤. 자신들의 해석이나 평가와 비교하면서 읽게 하면 적극적으로 책을 읽는 자세를 길러 줄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 {삼국지}의 두 가지 허구를 만나게 된다. 먼저 천하의 명의 화타가 관우를 치료했다고 나와 있으나, 이는 소설 속의 허구일 뿐이다. 즉, 관우를 치료한 의원은 화타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관우가 화살에 맞아 상처를 입은 것은 건안 24년 번성의 조인을 공격하던 번성대전 때인데, 화타는 건안 13년에 이미 조조에게 피살되었기 때문이다. 죽은 지 11년 된 사람이 어떻게 살아 있는 관우를 치료했단 말인가? 당시 천하의 명장이자 최고의 영웅인 관우를 어찌 감히 하찮은 의원이 수술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엇비슷한 시기의 천하 명의인 화타를 소설 속에 등장시켜 그 격을 맞추고, 또 이를 통해 이야기의 박진감과 흥미를 보탰던 것이다. 소설 {삼국지}가 크게 유행한 명대에 관우가 이미 신격화되기 시작했음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108-109쪽에서)
남덕현 교수의 글을 통해서 작품이란 결국 작가와 독자, 세계의 결합물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확인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일단 {삼국지}를 통해 책읽기에 재미를 붙인 학생들이 수준 높은 답사 문학의 세계로 유도함으로써 독서의 범위를 확대하게 할 수도 있다. {삼국지}를 읽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면 {삼국지}의 재미를 한껏 강조하고 중국 지도에 관련 유적들을 표시하면서 '삼국지 문화지도'를 만들게 하는 것도 좋겠다.
궁극적으로 {삼국지}가 과연 고전의 반열에 올릴 만한 책일까 토론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미 지적되었듯이 {삼국지}는 현대적 관점에서 볼 때 비판할 만한 구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웅 중심과 남성 우위의 서술에서 볼 수 있는 봉건적 가치관, 지혜가 아닌 계략으로 얼룩진 인간 세계 묘사 등은 언제나 지적할 만한 {삼국지}의 최대 취약점이다.
올 여름, 지난 1학기의 피곤함을 씻을 겸, 큰 가슴과 뜨거운 뜻도 키울 겸, 그리고 {삼국지}를 깊고 넓게 읽을 겸 {삼국지문화답사기}를 집어들면 어떨까. 뜨거운 폭염을 피해 어느 서늘한 나무 아래서나 사방의 창문들 모두 열어젖힌 방에서 책갈피를 넘기는 생각만 해도 즐겁다. 모쪼록 스승과 제자가 모두 중국 지도를 떠억 펼쳐 놓고 역사와 허구, 과거와 현재, 움직임과 머무름, 모르는 것과 아는 것 등 여러 축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답사기 읽기의 즐거움을 함께 하면 좋겠다.
허병두(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dreamwiz.com)
'이주헌', 참 부러운 사람이다. 세계 여행을 하고 왔다는 점, 그것도 세 돌, 한 돌 된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떠난 가족 여행이었다는 점,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정말 부러웠던 것은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는 일을 좇아가는 여행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가 참 부러웠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해박하고 친절한 안내자와 함께 유럽 미술관을 방문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거기에는 선명한 칼라 인쇄 도판과 아름다운 디자인도 한몫을 한다. 글쓴이가 여행한 나라는 10개 국, 도시는 15곳, 미술관은 50여 곳이라는데, 이 책에서는 그 중 14개 도시의 29개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글쓴이는 소개 못한 미술관의 관람 메모와 사진을 싣는 친절함도 보여준다. 미술작품 안내서의 성격을 띄고 있는 이 책이 잘 읽히는 이유는 몇 가지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이 가족의 여행기라는 점에 있다. 표지를 넘기면 글쓴이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글쓴이의 두 아들 땡이와 방개, 그리고 그의 아내가 눈에 들어온다. 50여 일의 강행군을 견뎌낸 한 가족의 이야기가 미술작품들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와 독자들을 절로 웃음짓게 한다. 또 글쓴이는 미술작품에 대한 이론이나 역사적 고찰을 부드러운 어조로 풀어가고 있다. 예술가와의 가상의 대화, 글쓴이의 마음이 느껴지는 감상평이 돋보인다.
브뤼겔의 [이카루스의 추락]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이카루스는 잘 알려진 대로 밀랍으로 붙인 인공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다가 태양열에 접합이 녹아 추락한 전설 속의 인물이다. 이 그림의 묘미는, 그림 속에서 추락한 이카루스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화면 위쪽 1/4가량은 하늘이고 그 아래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그 바다에는 배들과 섬이 보인다. 육지에는 밭을 가는 농부, 양을 치는 목동의 한가로운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주인공 이카루스는 어디에 있는가? 이카루스는 그림의 맨 오른쪽 아래 바다 속으로 추락하고 있다. 상반신은 이미 물 속에 잠겼고 이제 허우적거리는 발만이 허공을 가를 뿐이다. 그의 도전과 실패는 개인에게만 절대절명의 사건이다. [이카루스의 추락]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쓸쓸한 인생의 단면을 발견한다.
그래, 그냥 그렇게, 미술작품의 정답을 찾으려던 욕심을 내려놓고, 내 마음으로 그림을 보니 다가오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카루스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곁들여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나의 서양미술 순례}(창작과비평사)가 있다. 이 책은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을 일러준다. 물론 그 감상의 열쇠는 바로 인간이다. 글쓴이는 유럽미술관을 여행하며, 서양 미술작품 속에서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와 그로 인해 얼룩진 가족사를 읽어낸다. 결국 '여행의 목적지는 집'이다. 멀리 유럽의 작은 미술관에서 발견한 한 폭의 그림에서도 우리는 자신과 가족과 이웃을 발견한다. 이 두 권의 책은 나에게 그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정윤혜 (백운중 국어교사 bartican@hitel.net)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1999, 7,000원, 고1부터.
여행지에 가게 되면, 유홍준 교수가 책에 써 유행어가 된 "아는 만큼 본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역사나 문화적인 맥락에서 보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가치있는 유물이라도 보는이의 심금을 울릴 만큼 아름답거나 감동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어린아이들까지 수첩에 안내문을 일일이 베끼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일견 기특하기도 하지만, 저것이 혹시 아이들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빼앗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현실적 목적 없이 그저 보고 즐기는 것, 어쩌면 이것만 만끽해도 그 여행은 의미있는 것이 될 텐데, 하나라도 더 보고 더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이들을 짓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떠오른 책이 바로 하루키의 여행서입니다. {노르웨이의 숲}으로 널리 알려진 이 작가의 여행서인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서와는 사뭇 다른 점이 많습니다. 물론, 어딘가를 둘러보고 글을 썼다는 점에서는 다른 책과 같습니다만, 여느 여행서에서 볼 수 없는 지은이 특유의 여행관과 아포리즘이 신선합니다. 당장 책의 서문을 읽어보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너무 목적이 강조된 여행의 괴로움을 토로하면서 어떻게 하는 게 좀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재치있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여행의 참된 목적이 다른 무엇보다 일상에서의 탈출에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말합니다.
하루키의 말대로 여행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경제적인 여유와 교통수단의 발전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탐험이나 비경이란 말은 이제 진부해졌지요. 더욱이 하루키가 여행기 속에 여러 차례 말하는 것처럼, 여행은 피곤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요. 그것은 하루키가 말한 대로 환상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요. 하루키는 "자기 자신 속에는 아직까지도 변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변경'이라는 말에 큰 울림이 담겨 있습니다. 이 말을 오지라고 바꿔 읽어도 좋겠지요. 모두가 중심만을 추구하는 현실에서 변경을 향한다는 것은 현실세계의 주류와 맞서는 치열한 정신의 소산입니다. 여행이라는 항목에 새로운 의미가 추가되는 순간입니다.
하루키라는 작가가 못마땅해 이 책의 가치마저 폄하하진 마십시오(하루키도 자신을 퇴행성 작가로 여기는 일본비평계의 평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같은 사실을 적으면서 이 책마저 그런 관점으로 읽진 말아달라고 부탁합니다). 때로는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여행은 무겁기보다는 날렵함쪽에 가까우니까요. 너무 교육적인 여행이 강조되는 시대에 여행의 의미를 되새김질해보는 기회가 된다는 점, 이 책을 권하는 이유입니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lkw1015@dreamwiz.com)
(덧붙이는 말)
'쏟아진다'고 할 정도로 여행 책이 최근에 많이 나왔습니다. 유홍준이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불어온 바람일까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고 열정을 불태우던 사람들이 90년대에 들어와 휘청거리면서 한숨 돌릴 곳을 찾았기 때문일까요. 문득 생각에 잠깁니다.
휴식과 돌아봄과 몰입, 이 세 가지가 여행 책읽기의 특징입니다. 더운 여름,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 여행 책을 권하는 이유는 재충전입니다. 사립학교법 시위, 노동자 파업과 신문의 여론몰이와 권력의 폭력, 특별한 일도 없이 지치는 하루하루, 그 속에서 들풀처럼 무던하게 꿋꿋하게 사시는 선생님들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삶이 소진되는 자리에서 허무와 권태를 넘어 학생들 앞에 '인간'으로 계속 설 수 있을까요?
학생들에게 여행 책을 권하는 일은, 교육이민이다 해외여행이다 해서 요란스러운 세상에서 겉멋에 기죽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진짜가 되라는 주문입니다.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 이용환, 실천문학사. 1998, 10,000원, 고1부터.
: 운치 있는 책, 그러기에 나이 든 사람이 좋아한다. 한창 활달한 나이인 중고등학생들은 이 책을 재미없어한다. 꽤나 사색적인 학생에게나 어울릴까.
{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기행}, 진순신, 예담. 2000, 15,000원, 고1부터.
: 어떻게 이 정도로 구석구석까지 넓은 중국을 사진에 담았을까. 사진이 몹시 빼어나다. 풍경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는 수준을 넘어 그 지방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풍부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읽는 데 지루함이 없다.
{세계의 지붕 자전거 타고 3만리}, 신상환, 금토, 2000, 12,000원, 중2부터.
: 티벳에 대해 쓴 소박한 여행기다. 풍부한 학식이나 깊이있는 사색은 없지만, 그 대신 대상에 대한 느낌과 상식이 편안하게 나와 있다. 말투가 재미있어서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3}, 유홍준, 창작과비평사, 1997, 8,000원, 고1부터.
{나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 1-2}, 유홍준, 중앙M&B, 2001, 9,000원, 중3부터.
: 중학교 교과서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와서 이 책을 중학생에게 권하는 선생님을 자주 보는데, 사실 이 책은 중학생에게 너무 어렵다. 중학생에게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보다 {북한문화유산답사기}가 훨씬 쉽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황석영, 이룸, 2000, 8,900원, 고2부터.
: 진지한 여행기다. 묵직한 사색이 담겨 있다. 북한에 대해 논리적으로 알고 싶은 학생에게 권한다.
{능으로 가는 길}, 강석경 글 . 강운구 사진, 창작과비평사, 15,000원, 2000, 고2부터.
: 아름다운 사진과 경주와 관련된 여러 옛이야기들이 사람을 매혹시킨다. 경주의 분위기를 가장 잘 알려주는 책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는 이들을 미리 읽어보면 여행에 기대가 더욱 생길 것이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서 끄집어낸, 옛사람의 사는 이야기에 홀려들어가듯 빠진다.
{베란다가 있는 풍경 - 인도사학자 이옥순의 인도문화기행}, 이옥순, 책세상, 1999, 9,000원, 고1부터.
: 인도에 대해 도취되지 않은 시선을 유지하며 눈에 보이는 대로 쓴 글이다. 인도 사회의 이런저런 면모를 잘 짚었다. 다짜고짜 인도에 가면 뭔가 있다고 하는 말은 사실 그곳에 갈 일이 없는 사람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 책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이해한 인도 이야기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역사기행 - 영광과 분노의 땅}, 오가와 히데키, 다빈치, 2001, 15,000원, 고1부터.
: 중동 지역은 우리 관심 영역에서 소외된 지역이다. 이슬람 문화는 세계를 대표하는 몇 개 문명 가운데 하나인데도 우리는 서구의 영향을 일방적으로 받아서, 이슬람에 대해 너무 모른다. 우리는 아랍권 사람이 미국우월주의가 만든 헐리우드 영화에서 악당으로나 나오는 줄 안다. 평소에 못 보던 사진과 못 듣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종교적으로 읽을 동기말고 이 책을 붙잡는 학생들이 있을까
{티벳에서 온 편지}, 김영종, 사계절출판사, 1999, 9,000원, 고1부터.
: 티벳 문명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민족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온다.
{나무야 나무야}, 신영복, 돌베개, 1996, 6,500원, 고3부터.
{더불어 숲 1-2}, 신영복, 중앙M&B, 1998, 7,000원, 고3부터.
: 얼핏 보기에 쉬워 보여서 학생들에게 자주 권장되지만, 학생들은 이 책을 많이 어려워한다. 신영복이 쓴 문장은 의미가 깊게 함축되어서 세상살이의 쓰라림을 겪은 사람이 읽으면 감동을 받는다. 아직 삶의 여러 아픔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이 책과 접속하기 어렵다. 고등학생에게 쉽게 권할 책은 아니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